휴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농구장에 나갔다.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들 소식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을 피해 운동을 하고 들어오자는 계획이었다. 마침 농구장에는 사람이 없었고, 주위 의식할 필요없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오늘은 나오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계획이 있었다. 아빠 엄마와 슛 대결. 우리가 실력으로는 아이들을 못 이긴다. 아빠 엄마는 골대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들은 3점 라인 부근에서 던지기, 이런 식이다. 일방적이면 재미없으니, 약간의 긴장감을 갖는 대결 조건이다. 거기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내기를 한다. 아이들 내기 조건은 똑같다. 오락 게임 더하기다. 한 번 이길 때마다 10분 추가. 정해진 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데 거기에 추가 시간을 받는 거다. 오늘 아빠가 내 건 내기 조건은 이거였다. 학원 선생님께 받은 책 《하루 5분 공부 각오》를 반드시 읽고 공부 시작하기.
하루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개의 장을 읽고, 여러분의 목표와 공부하는 이유를 떠올린 후에, 의욕이 충만한 상태로 공부에 임하기를 바라며 준비한 구성이다.(13쪽)
집에서 나오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나온 덕분에 떠올린 제안이었다. 마침 하루 한 쪽씩 읽기 좋은 책이다. 길지 않은 내용이라 부담 없다. 아이들도 당연히 오케이! 했다. 중요한 건 내가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는 사실. 실력으로만 보면 결과는 뻔하다. 아이들은 둘이 함께 던져 10골을 넣으면 되고, 나는 골대 앞에서 거리를 바꾸며 연속으로 4골을 넣어야 했다. 그냥 4골이 아니라 연속 4골. 나는 4골이라 쉽게 여겼고, 아이들은 연속골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아이들이 이길 확률이 높았지만 어쩌다 내가 이겨 버렸다. 쿨하게 아이들은 승복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를 제안했다. 만회를 노린 것. 두 게임을 더 했는데 내가 내리 져 버렸다. 게임 시간을 넉넉하게 챙긴 녀석들은 책 읽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잊지 않고 책을 읽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확인 하면 된다.
의미 있는 행동 한 가지를 정하고, 그것을 1년간 매일 꾸준히 해보면 어떨까. 예컨데 지금 이 책을 매일 같은 시간에 1장씩 꾸준히 읽기로 정해도 좋을 것이다. 그 작은 꾸준함이 의지력을 기르는 일상의 닻이 되어 당신에게 기적을 가져올지도 모른다.(18쪽)
내기에서 반짝 한 번 이긴 덕분에 아이들이 1년간 꾸준히 할 일을 만들어 줬다. 이 책 《하루 5분 공부 각오》를 무조건 읽게 될 거다. 내가 매일 확인할테니 말이다. 물론 매일 실천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상과 벌칙 조항도 추가된다. 매일 하는 공부를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이 책 읽기를 안 하고 넘길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 《하루 5분 공부 각오》는 작가가 '제목 그대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 단 5분의 시간을 내어 오늘 공부에 임하는 각오를 강하게 다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7쪽)에서 쓴 책이다. 학생들을 겨냥한 책이지만 내용을 보면, 항상 배우고 힘쓰는 데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극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만난다. 아이들이 읽을 책에 먼저 흔적을 남겨 미안하긴 하지만 펜을 들고 줄을 그어가며 읽고 있다. 매일 뭔가를 해내야 하는 이들에게 시작할 때 시동을 걸어주는 자극제로 삼으면 좋을 책이다.
이따금 공부가 하기 싫다면 하루키의 조언을 들어보자. 일단 책상 앞에 앉는 거다. '공부를 안 해도 좋으니 적어도 엉덩이에 지지는 말자' 정도의 각오라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당신에게도 슬글슬금 찾아온다. '어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35쪽)
프롤로그에 성철스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나는 108배 이야기만 나오면 동그라미를 친다. 성철스님이 공부가 안 된다는 고시생들에게 '매일 새벽에 일어나 108배 절을 하면서 '공부가 너무 잘됩니다, 공부가 너무 재밌습니다'라고 되뇌면 저절로 공부가 잘될 것이라고 조언'(9쪽)했다는 내용이다. 무얼 하던 매일 꾸준히 해내는 일이 갖는 힘을 나는 믿는다. 어떻게든 이루려고 노력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하기 전과 다른 위치에 가 있는다. 이 책은 큰 아이가 다니는 국어 학원 선생님께서 주신 책이다. 작가가 선생님 지인이셨다. 아이가 받아온 책에 작가 사인이 들어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작가분이 남겨주신 말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을 꾸준히 읽고, 공부에 전념하다보면 저절로 공감하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