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를 옮기고 나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출퇴근이 힘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약 50km의 거리를 차로 운전해 다니고 있다. 처음엔 멀고 낯선 출퇴근 길이 힘들었지만 매일 반복하다보니 어느 새 익숙한 일상이 됐다.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다보니 어느 길로 가야 덜 정체되는지 시간대는 언제가 나은지 알게 됐다. 길이 익숙해지자 이전엔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시작했다. 신경쓸 일이 줄어들자 마음에 여유가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다. 덕분에 내가 다니는 길의 도로명, 건너는 다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매일 건너던 다리는 '바이오산업교'. 회사에 거의 다와서는 '송도바이오대로'를 지난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곳이 바이오산업으로 유명한 곳이고, 그 중심에 이 책의 주인공인 '셀트리온'이 있어서다. 사실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대에서 유명한 기업이란 건 알았지만 셀트리온이 이곳에 있는 줄은 몰랐다. 셀트리온이란 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 탓도 있고, 셀트리온을 아느냐 여부가 내게 중요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럼 왜 이 책 <셀트리오니즘>을 읽었느냐하면, 그냥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어 몇 번 클릭해서 책소개를 봤고, 이 회사의 경영자가 남달라 보여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여느 경영자와는 다른 면모를 가진 듯한 서정진 회장에 대해 궁금해져서였다.
회사를 설립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일반인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사실은 그 과정을 낱낱이 아는 게 아니라 조직생활을 할 때, 혹은 조직을 운영할 때 필요한 단순하지만 크게 작용하는 원칙 같은 것을 세계적인 기업에서 배우고 싶어한다. 회사를 창업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막연히 알고 있던 상식과 같은 조직운영의 원리를 그런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알고 싶어한다. 이 책 <셀트리오니즘>을 읽은 이유가 그랬다.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어떤 요인들이 힘을 발휘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책은 셀트리온이란 회사가 성공신화를 쓰게 된 과정과 그 길과 함께 한 서정진회장이 어떤 역경들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했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에 관심있는 독자나 투자자라면 회사가 걸어온 길을 파악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안내서란 생각을 했다. 나는 단지 서정진회장의 리더십에 중심을 두고 읽었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조직과 사람을 대했는지 역점을 두고 읽었다. 조직과 사람을 성장시키는 아주 단순한 원칙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 답 또한 이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을 쓴 작가가 셀트리온과 서정진회장을 깊이 연구하고 촘촘하게 정리한 책이라 믿고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서정진의 성공비결은 간단했다. 내 부하, 동료, 상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고객, 파트너, 투자자에게도 똑같이 하면 된다.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성공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397쪽)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 고객이 힘들어 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주는 것. 기업하는 사람, 영업하는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에게 성공하는 비법이라고 알려진 이야기다. 이런 직종에 종사하면서 이런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매순간 고객을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지 살펴보자. 그로 인해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똑같이 따라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아는 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누군가 제대로 활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나 스스로도 실행의 효과를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실천해서 잘 된 사람의 이야기, 그게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