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선은 항상 밖을 향해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 늘 마음이 가 있다. 그게 사람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고, 풍경일 때도 있다. 겉모습뿐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거기까지 시선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다양한 생각을 한다. 때론 감정이 동원되기도 한다. 특히 사람의 말과 태도에 멋대로 의미를 부여할 때도 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도 그렇게 된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아낼 수도 없으면서.
드러난 것은 외면. 볼 수 있는 것도 외면. 하지만 모든 것은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내면이다. 그것을 모른다면 우리는 그 대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했다. 우리 모두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아냐, 내 가족, 내 친구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이런 말은, 마치 신이 라도 된 것처럼 세상에 모르는 것은 없다고 떠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으로 살아낸다. 다 알고 있고, 그런 내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제약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사물, 그 배후에 존재하고 있는 법칙인 '의식만이 유일한 실체'라는 진리를 잊은 채 계속 존재의 외형만을 쫓아 판단을 하면서 그것들을 실체로 대하기 때문입니다.(64쪽)
하루 중 얼마나 내 생각을 해? 연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에 대한 생각에 빠져 지낸다는 것을 감지한다. 문제는 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서 일어나는 생각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때론 나란 존재는 누구인지, 왜 이렇게 사는 존재인지. 이런 고민은 접어둔 채로 말이다. 사는 게 힘겹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고민할 겨를이 없다. 바빠서. 아니면 게을러서.
나는 누구인가, 왜 이런가?에 대한 고민이 반복될 때 다시 들게 된 책. <세상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면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나에게 지혜가 필요할 때, 내 주위에 있는 책들이 내게 말을 건다는 걸 안다. 손에 든 책에서 아무 페이지나 열면 그 안에 이건 메모해야 해!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들을 보게 되면서 생긴 믿음이다. 요 며칠 간 이 책에 빠져 지내는 이유도 그랬다. 지금 내게 필요했던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여러분 자신이 인간에 불과하다는 한계의 그물에 걸려서는 진정 영광된 존재라는 것을 잊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려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라고 '선포'하십시오. 그러면 그것들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76쪽)
You have become so enmeshed in the belief that you are man that you have forgotten the glorious being that you are. Now with your memory restored DECREE the unseen to appear and it SHALL appear.
단지 알고 있는 것은 내게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동안 문자가 전하는 뜻만을 받아들이면 그 책 역시 내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다. 이전에 이 책을 읽을 때와 지금 읽을 때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새삼 다시 확인하는 사실이다. 나에게 어떤 생각이 일어날 필요가 있을 때 책이 와서 그 생각을 내 안에서 캐내서 보여주는 느낌?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더 깊이 각인하고 싶어서 <At Your Command> 원서를 함께 보고 있다. 짧은 내용에 내게 필요한 핵심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