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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기본 카테고리 2020-05-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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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저
살림출판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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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는 기록을 간간히 볼 때가 있다. 흑사병이나 천연두, 스페인 독감, 신종플루 같은 팬데믹 상황까지 갔던 전염병부터 에이즈와 에볼라, 2000년대 초반 홍콩을 강타했던 사스와 메르스 같은 비교적 최근에 벌어졌거나 한국도 그 전염병의 영향권에 들었던 비교적 안면있는(?) 전염병 까지 다양한 리스트를 마주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그다지 현실감도 없었다. 세계적인 유행병인 팬데믹 상황은 의학이 덜 발전한 과거의 일일 뿐이고, 메르스나 사스 같은 것은 특정 지역에서만 발병하는 국지적 전염병일 뿐이며, 신종플루 같은 것이 유행하더라도 지금의 의학이라면 백신이나 치료제로 금세 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은 21세기이고 페스트가 돌던 의학기술이 낙후된 시절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오만한 생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 중인 코로나19에 의해 무참하게 깨졌다. 그동안 본적이 없는 말그대로 팬데믹 상황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번질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중국 내에서 퍼지다가 곧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신종 전염병은 전 세계를 강타했고, 세상은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까지 말을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는 핵 전쟁이나 기후 변화보다 전염병이 더욱 위험하며 시급한 문제이고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인 핵미사일이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실제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일상을 앗아간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세균이었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지구적 규모의 판데믹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발생한 전염병이라도 전염병이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는 것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세균을 꼽았을 정도로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책은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역사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저자는 세계사를 뒤바꾼 주된 원인을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출현해 전 세계로 이동했다. 여기서 인간의 이동은 단순히 자리를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인류가 이동하고 교류하면서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물건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전염병도 함께 퍼져나가면서 역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발 코로나19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빅히스토리에 기반한 글로벌 네트워크 개념으로 전염병 역사에 접근한다.


앞서 말했듯이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출현해서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로 이동하고, 빙하기 동안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까지 넘어가면서 극지방을 제외한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로서 인류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그후 동서를 최초로 연결한 실크로드가 구축되는데 지역 네트워크가 합쳐진 글로벌 네트워크인 실크로드를 통해 천연두가 이동했고 당시 로마 인구의 1/3이 사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크로드는 단일 루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루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된 형태인데 그중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인 해상 교역로도 포함된다. 이 바닷길을 통해 페스트가 확산되었고, 몽공제국의 확장은 흑사병이 퍼져나가는 토대가 되었다.


이후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가 발견된 이후 아메리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유럽인이 대거 아메리카로 이주하게 되는데 아프로-유라시아의 천연두나 매독 같은 다양한 전염병도 건너갔고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의 90% 이상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전염병 때문에 유럽인은 쉽게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정복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사탕수수와 커피, 면화 따위를 재배하여 상품화 하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예 사냥꾼들이 아프리카 원주민을 납치하여 아메리카로 데려오는 노예무역이 성행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도착한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황열병을 함께 가지고 왔고 아메리카에 살던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근대에 와서는 대륙간 지역적 네트워크가 아닌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의 산업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가 전염병 전파의 경로가 되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농촌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해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자 도시는 일자리를 찾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하게 되고 결국 거주지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했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쟁이 대규모 감염병을 전염시키는 경우도 있다. 남북전쟁 때 불결한 위생 상태로 인해 세균성이질이 발생하였고, 전쟁으로 인한 전체사망자 중 1/4이 세균성이질로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유럽으로 파병된 미국의 병사들과 함께 인플루엔자가 유럽으로 옮겨가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스페인 독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전, 그 속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전염병의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대됨에 따라 전염병도 새로운 형태로 이전과는 규모와 양상을 달리하여 전파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전염병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살펴보고,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했는지를 살펴본다면 그런 역사적 경험을 통해 지금 팬데믹 상황에 있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메세지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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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즐기기 | 기본 카테고리 2020-05-3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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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저/홍윤선 역
굿인포메이션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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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책과 종이 신문으로 대변되는 인쇄 시대의 미디어 진영에서 TV시대의 미디어로 넘어왔고, 한발 더 나아가 지금은 모바일과 유튜브라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와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과거에는 도서관에서 한정된 정보를 얻었지만 정보화 사회가 된 지금은 TV, 모바일, 인터넷과 같은 초고속 전자매체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자 쓸모없는 정보도 전체 정보의 양에 비례하여 늘어났고, 진실은 불필요한 가짜 정보에 수몰되었으며, 정보를 취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던 축구 가목 알렉스 퍼거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극적이거나 무가치한 저속한 문화를 향유하게 되었다. 페북 '좋아요'의 노예가 되거나, 게임에 빠지거나, 하루종일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TV와 넷플릭스 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테크놀러지도 결국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지만 테크놀러지의 변화로 초래된 결과에 대해서는 일반적 합의도, 논의도, 반대도 없이 받아들이고 맹종하였다. 그리고 초고속 전자매체로 인해 형성된 생활방식, 관계형성, 관념을 강요당하게 되었다. 죽도록 즐기기는 과거 인쇄 시대였던 20세기에 이런 21세기의 뉴미디어시대를 예언한 비평서이자 성찰없는 미디어세대를 위한 예언자적 메시지이다.


흔히 TV를 바보상자라고 말을 한다. 시청자가 TV를 보는 것에는 비판의 선택적 수용이라는 측면이 거세되기 때문이다. TV라는 미디어는 일대다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특성상 송신자와 수신자의 역할이 고정되어 있어서 정보의 흐름은 일방향성을 가진다. 상호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정보가 주입되는 형태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빠른 장면전환과 내용의 변환은 시청자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무비판적이고, 무분별하게 TV에서 전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TV에서 보여지는 정보는 책과 같은 매체와는 달리 정보의 전달의 시간이 길지 못하다. TV프로그램은 매 8분마다 사건을 완결시키고 다음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그것을 전달하는 진행자는 '자 다음은..'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말은 무엇인가를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모든 관계를 분리시키는 용도로도 쓴다고 한다. 하나의 꼭지의 뉴스나 담론을 말한 후 '자 다음은..'이라는 말로 이전의 담론과 분리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진행자가 '자 다음은..'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러면 이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건 그 내용은 우리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절을 상징하는 메타포인 셈이다. 시청자는 TV에서 보여주는 담론을 차례대로 따라가다보면 생각이나 느낌을 끌고다닐 필요가 없다.


요즘 종편에는 뉴스 버라이어티 쇼라는 기형적인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여러 패널이 나와서 몇 가지의 사건 사고에 대해 토론을 하는 형식이다. 하나의 담론이 진행되다가 진행자에 의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 시청자도 함께 다음 이야기로 갈아탄다. 진행자의 '자 다음은..'이라는 말과 함께 시청자는 더 이상 이전의 담론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내용을 재구성하며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 방금 했던 이야기들은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고 TV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따라가게 된다. 쉽게 말하면 방송이 떠먹여주는 것만 계속 먹게 되고 그것에 길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TV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에 본질은 사라지기 일쑤다. 심지어 요즘은 자막으로 시청자에게 친절하게 요약까지 해주면서 더욱 TV를 보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코메디 버라이어티에서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며 '자 여기서 웃으시면 되고요' '이게 웃음 포인트랍니다' '지금은 감동을 주는 시간이에요'라는 식으로 사람이 감정까지 컨트롤하며 좌지우지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나, 경험했던 사실들 조차 잊고 TV에서 전해주는 정보와 감정의 변화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TV는 말보다는 이미지가 우선하기 때문에 때로는 정보의 본질보다 이미지에 빠져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작년에 있었던 대통령취임 2주년 특별기획 대담에서 그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기자의 태도논란이 불거지며 정작 대담의 내용은 사라지고 기자에 대한 논란만 언급되었던 일이 있었다. 또 1992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이 TV쇼에 나와 색소폰을 부는 퍼포먼스를 벌린 이후 부시에 비해 신뢰도가 20%나 낮았던 클린턴은 단숨에 부시를 뛰어넘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클린턴의 공약이나 정치적 어젠다보다 색소폰을 부는 젊은 이미지가 유권자에게 더 크게 다가갔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색소폰을 부는 퍼포먼스 외의 다른 정치적 요소는 사라지고 이미지만으로 클린턴을 선택했다는 뜻도 될 것이다.


저자는 TV가 쏟아내는 허상과 소음과 경쟁과 소비의 유혹에 빠져 허덕일 것인가, 나와 가족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항간에는 TV가 부모 세대의 문화이고, 지금은 인터넷 세대이므로 이 책의 논의와는 맞지 않는다는 말도 하는 것 같다. 분명 케이블TV조차 없었던 공중파 방송이 전부였던 과거에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TV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발휘했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채널 선택권과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필요한 프로그램의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보고, 광고조차 건너뛰기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의 우려를 넘어서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TV에서 휴대폰으로 매체만 넘어갔을 뿐 현상은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휴대폰, 컴퓨터, 인터넷, TV 등을 포기하는 전자매체 단식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죽도록 즐겼으니 이젠 미디어의 구속에서 벗어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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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5-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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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한수운 편
아이템하우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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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에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의 외침이 있었다. 그들의 한마디에는 그 역사적 사건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 결정적 한마디는 역사의 벽에 가로막힌 외마디 절규일 수도 있고, 험난한 벽을 넘어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환의의 함성일 수도 있다. 해당 사건이 가진 무게나 역사적 의미, 그 인물이 처한 상황 등 많은 정보가 그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고, 시대정신과 그 말을 하기까지의 당위와 사건의 경위, 시대의 요구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 말로 인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 또한 있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런 결정적 한마디로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읽어낸다면 기존의 승리자에 의한 역사가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까지도 톺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결정적 한마디 속에 담겨 있는 많은 정보들로 역사를 다르게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세계사의 중심에서 그 말의 의미와 무게를 이해한다면 그 한마디에 담겨 있는 삶의 철학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는 57가지의 역사적 순간에서의 역사적 인물의 결정정 한마디가 소개되고 있다. 고대사부터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에 이르기 까지 전역사를 아우르며 각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소명의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동,서양의 여러 철학가, 종교인, 경제학자, 문학예술인, 발명가,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다루며 시대에 따른 다양한 지도자와 엘리트 들의 표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의 중심이 되는 사람에 대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사람이 이루어낸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서사를 통해 역사의 변화를 살펴보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와 본성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해, 당신들은 살기 위해
어느 편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다. 사형 하루 전날 절친 크리톤과 동료들이 감옥으로 와서 소크라테스에게 탈옥하여 아테네를 뜰 것을 권하였지만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아테네를 떠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 우리에겐 '악법도 법이다'란 말로 더 잘 알려진 말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짧은 구호가 보다 극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잠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독약을 마시고 말을 많이 하면 열이 올라서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사발로는 죽지 않아서 두 번 세 번 약을 마셔야 했기 때문에 사형집행인은 소크라테스에게 말 좀 그만하라고 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마셔주면 될 것 아니냐며 화를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했다고 한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던가.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이란 육체를 떠나 영혼 그 자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되었으므로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말을 하고는 독배를 마셨다. 그리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고새를 못참고 다시 절친 클리톤에게 지인에게 닭 한마리 빚진 것 좀 갚아달라는 말을 건내고는 진짜 죽었다. 수다스럽긴 했지만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 보인 것은 준법정신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로남불인데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입장과 견해가 달라지고, 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자신의 죽음으로 역설한 임팩트 있는 한마디, 임팩트 있는 퇴장이었다.


어머니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도 안 걸린다


이 격언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격언인데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르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알렉산더 대왕이 애첩 필리스에게 빠져 용무를 게을리하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에게 여자를 멀리하라는 충고를 하였고, 알렉산더는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라 필리스를 멀리하였고, 졸지에 독수공방 신세가 된 필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앙심을 품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복수하려고 그를 꼬셨다. 평소 여자를 멀리하라고 가르친 늙은 철학자는 젊고 쌩쌩한 여자가 들이대자 눈이 뒤집혀 순식간에 홀랑 넘어가고 만다. 심지어 체면을 내던지고 말처럼 필리스를 태우고 네 발로 땅을 기었다고 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필리스는 미리 손을 써서 그 광경을 알렉산더가 엿보도록 해놓았고, 작전대로 필리스를 태우고 땅을 기는 스승을 본 알렉산더는 놀란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욕보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알렉산더는 무려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저럴지니 여자는 진짜 조심해야 할 존재구나 하고 생각하며 역시 자기의 스승의 말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욱 필리스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밝힌다는데 이 에피소드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몇 살 때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도 다 빠진 노인이 젊은 여자가 유혹한다고 정신못차리고 거기 넘어가는 것도 우습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마케도니아의 최고존엄, 절대권력인 알렉산더 대왕의 애첩이랑 정분이 난다는 것은 여간 간이 크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라는 나름 고위직이었는데 필리스를 건드렸다는 것은 지금으로 따지면 직장내 권력형 성범죄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남자는 무조건 여자조심이란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진리는 복잡하거나 섞여 있는 것들에서가 아니라
단순함에서 발견됐다


우리는 흔히 역사의 천재라고 하면 아인슈타인을 꼽지만 사실 뉴턴이 끝판왕이라고 한다. 우린 뉴턴이라고 하면 사과와 만유인력만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온갖 물리학 법칙과 수학 공식을 뉴턴이 다 만들어버려서 이후의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한동안 연구할거리가 없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과학혁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런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겸손함을 상징하는 말처럼 쓰이고 있는데 책에 의하면 뉴턴은 상당히 괴팍했다고 한다. 어릴적 가정사로 성격이 모나고, 한마디로 지랄같았던 모양이다. 그런 양반이 자신의 큰 업적을 겸손하게 이전의 과학자 덕으로 돌린다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아마 자신은 그런 거인 선배 과학자를 누르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뉴튼은 진리는 복잡하거나 섞여 있는 것들에서가 아니라 단순함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 가장 단순한 설명이 가장 좋은 설명이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이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거짓과 왜곡된 사실이 진실처럼 널리 퍼진다. 진리는 복잡하지 않다. 거짓은 그것을 꾸미기 위해 많은 수사가 더해진다. 하지만 진실은 대체적으로 심플하고, 명료하다. 복잡하지도, 섞여있지도 않다. 때론 단순함이 가장 순수한 진리인 경우가 많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니체의 이 말은 너무나 멋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한데 요즘처럼 진영논리에 빠져 싸우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상대가 괴물이라고 말하며 상대를 헐뜯고, 폄하하고, 비난하는데 정작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내로남불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 원숭이들을 보라. 이들은 권력을 원하며, 무엇보다도 권력의 지렛대인 돈을 원한다. 이들 모두는 높은 권자를 원한다. 그러나 권좌 위에는 똥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누구나가 권력과 돈을 원하고 그것을 가지려고 한다.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권력을 쥔자를 비판하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한다. 권력자를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권력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가면 새로운 괴물이 된다. 광복이후 한국에서 두 번의 쿠테타가 있었는데 쿠테타를 일으킨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었겠으나 실상은 권력을 노린 것이었고, 그들은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 똥이 되었고, 종국에는 묵은 똥이 되기 위해 장기집권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자리가 그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괴물이 권좌 위의 똥의 자리에 올라가 똥이 된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라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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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응급 로펌 | 기본 카테고리 2020-05-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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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19 응급 로펌

양지민 저
블랙피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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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얽혀 살아가다보면 의도치 않게 여러 사건과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이 있지만 세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쁜 짓 안 하고, 죄 안짓고, 착하게만 살면 경찰서 갈 일 없고, 송사에 휘말릴 일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나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나쁜 일에 휘말려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긴 인생길에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라 그래서 법이라는 것은 아는 만큼 도움이 된다. 평소 법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럽게 트러블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법을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법의 울타리 안에서 법의 구제를 받거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법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사소하고 간단한 법상식만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거나, 손해보지 않아도 되는데 법을 몰라서 법정시한을 넘긴다거나, 미리 관련 서류나 증거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게 되는 등의 경우도 많이 있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갑을관계에서의 피해라면 더욱 그러하다. 어쩔줄 몰라서 당황하고 고민하다가 보통 인터넷의 힘을 빌리게 되지만 상당수가 변호사나 법무사 광고글로 연결되기 일쑤고 정말 중요한 내용은 없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틀린 내용도 많이 있어서 개인이 제대로 된 법지식과 정보로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피해자들은 억울하지만 변호사 선임은 부담되고, 의지할 곳은 없어서 어찌할바를 몰라서 마냥 답답해하다가 결국 피해를 감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꼭 우리가 피해를 봤을 때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 위해 법을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르고, 사고를 쳤을 때에도 사건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더 큰 잘못이 되지 않도록 또 빠른 사건 해결과 수습을 위해서라도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가령 교통사고를 냈을 때 당황해서 자리를 뜬다던지, 피해자가 괜찮다고 했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뺑소니로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가해자가 되었을 때에도 법을 잘 아는 것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는 이 말을 받은대로 되돌려 준다는 복수의 개념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피해를 입힌 그 이상으로 과도하게 처벌하여서는 안된다는 동해보복법의 의미가 담겨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신분이 낮거나 하는 이유로 피해를 입힌 이상으로 처벌을 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보호의 개념이 포함된 법이다. 즉, 법이라는 것은 언제나 피해자를 구제할 뿐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1일 발생 소송 건수만 1만 8천여건이고 1년 총 소송 건수는 무려 658만 5천여건이라고 한다. 법에 무관심한 사람은 있지만 법과 무관한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저 소송이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법에 무심해서는 안된다고 느끼게 된다. [119 응급 로펌]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건 닥칠 수 있는 일상 속의 법률문제를 아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활 밀착형 법률책이다. 저자인 양지민 변호사가 TV종편 등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을 자주 보는데 다양한 분야의 법률 문제를 차근차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서 법률적 지식이 없는 나같은 시청자도 어렵지 않게 법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 역시 법률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을 위해 씌여졌는데 쉽고도 체계적인 구성으로 어렵지 않게 필요한 법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고소, 고발, 형사소송, 민사소송 등고 같은 기본적인 법지식을 알려준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기본적인 용어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나 역시도 뉴스를 통해 이런 용어를 많이 들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책의 서두와 마지막에 '헷갈리는 법률 용어'와 '알아두면 도움 되는 법률 용어'를 소개해놓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평소 상식적으로도 알고 있으면 뉴스 등을 볼 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형사와 민사의 차이점, 혼자 소송하기, 내용증명 보내기, 판결문 읽는 법 등 혼자 소송을 진행할 때 알아야 할 내용들을 가르쳐준다.


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법률에 대해 알아보는데 직장, 부동산과 임대차 관련, 성폭력, 금전, 상속, 이혼, 생활 등 분야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사회 초년생부터 직장인, 중년층까지 다양한 계층과 분야의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응급 내원 사례'라는 형식으로 구체적 법률적 사례를 제시하고, '지금 당장 필요한 응급 처치'에서는 그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바로 해야하는 행동들을 한페이지에 담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해놓았다, 그리고나서 본문에 해당하는 '응급 로펌의 진단'에서는 실제 법조항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추가로 덧붙이고 있어서 자세한 법률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응급 로펌의 처방'이라는 일종의 요약파트에서는 관련 법률소송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관련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실무적인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형식으로 법에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책에서 배운대로 실제로 적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 중 몇해 전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것이 있는데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 해결해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카페에 가입하여 질문을 하고, 무료법률 사무소를 찾아가고 하면서 정말 힘들게 정보를 수집했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발품을 팔면서 쌓은 법률적 내용이 이 책에는 아주 쉽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만약 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힘들고 머리아파 하지 않고도 그 문제를 조금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법을 알지 못해도 답답한 법률 문제를 변호사 없이도 혼자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응급 법률책이라 구급약품처럼 집에 한권씩 비치해두고 사건이 발생할 때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법률 상식을 쌓는데도 굉장히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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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영어로 읽는다: 어린 왕자 | 기본 카테고리 2020-05-2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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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도 이제 영어로 읽는다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스티브 오 역
동행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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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가서 대화가 통하는 수준이라거나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나름의 목표를 가진다. 그 중 한 가지가 원어로 책을 읽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것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넘어가고 알고 있는 다른 단어,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여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말할 수도 있고, 영화도 말하는 게 들리지 않아도 장면의 상황을 보면 대충 어떤 말이 오가는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책은 그런 치트를 쓸 수가 없다. 정확히 그 단어, 그 표현을 모르면 그 문장을 읽어내지 못하고, 그러면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어로 읽기는 꽤 높은 수준의 영어실력을 요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좀 한다하는 사람도 영어로 된 원서를 읽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웬만한 원서는 도전하기도 벅차다. 원서를 읽다가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막혀버리기 때문에 사전을 찾게 되고, 계속 사전만 찾느라고 영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책을 덮어버리게 된다. 단어 뿐만 아니라 문장 구조에 익숙치 않으면 아는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라고 해도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조차 있다. 그렇다고 완전 유아용 서적이나, 아이들용 책은 반대로 너무 쉽거나, 유치해서 너무 낮은 수준의 단어와 표현들을 보는 것은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영어읽기에 적당한 원서를 찾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5단계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읽을 수 있게 한다는데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는 어떤 식으로 사전 없이 원서를 읽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왕자의 내용을 난이도별로 구별하여 쉬운 문장을 1단계에서 소개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5단계에서 소개하려는 것인가? 그렇다 하여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이 필요할텐데? 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책은 이렇다. 어린 왕자의 내용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각 단계에 맞는 쉬운 문장과 표현에서부터 원문까지 난이도에 맞게 조절하여 재구성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쉬운 문장으로 원문의 내용을 쉽게 표현하여 쓰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점점 원어에 가까운 원래의 어려운 표현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말하자면 1, 2단계는 원문을 프리뷰하는 식으로 설명을 하거나 혹은 쉬운 표현으로 줄거리를 요약해놓듯이 스포일러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어의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쉬운 문장으로 요약하여 간추려서 말을 하고, 단계별로 점점 살을 붙혀나가는 것이다.


1단계에서는 어린왕자의 내용을 초등학교 수준의 어휘만 알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했고, 시제도 현재시제만 써서 문장 구조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 2단계는 1단계의 문장에서 사용된 동사의 시제가 단순 시제로 바뀌었다. 1단계에서 현재시제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문장을 추가하여 적어놓는다. 1, 2단계는 원문의 문장과는 별개의 요약설명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레벨3은 원문 핵심을 서술하는 문장을 추가하고, 중등 어휘 수준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레벨4에서는 원문의 어려운 문장 구조를 쉽게 이해하도록 변형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는 원어를 소개한다.


앞서 대화를 할 때 표현하기 어려운 말은 쉬운 말로 대체하여 말하면 된다고 했는데 원서를 읽을 때도 원어를 쉬운 말로 대체하여 부담없이 읽으면서 기본적인 줄거리와 큰 틀을 잡아놓고 조금씩 어려운 표현으로 다시 살을 붙혀나가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앞선 레벨에서 읽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어떤 의미인지 뜻과 늬앙스를 유추할 수 있어서 사전 없이도 원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영어 실력이 너무 낮은 사람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도 원어로 책을 읽는 것이 힘든 사람에겐 이런 방식이 유효하다. 처음부터 5단계의 원어를 읽으려면 힘들지만 레벨1부터 낮은 수준의 어휘와 표현으로 시작하여 레벨을 높혀가며 단계별 독해 연습을 따라하다보면 마법처럼 힘들이지 않게 원어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영어 읽기를 할 때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원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책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원서로 넘어가야 하는데 레벨에 꼭 맞게 단계별로 책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레벨1의 원서를 읽을 수 있게 되고나서, 레벨2 수준의 책을 구해서 읽는다 하더라도 처음 읽었던 책과 연관이 없는 새로운 책이라면 체감상으론 레벨2를 넘어서는 어려운 책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같은 책을 단계별로 내용을 달리하여 표현해놓으니 이전 단계의 어휘와 표현들을 베이스로 계단을 오르는 듯이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독해법으로 이 책을 통한다면 자연스럽게 원어를 읽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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