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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 기본 카테고리 2021-01-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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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저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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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상과 만나는 방법이다. 책의 소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영화평론가 정성일 아저씨의 지론이다. 20세기에 영화 좀 봤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정성일이라는 이름 석자를 들어봤을테고, 그의 평론 좀 봤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론에 대해서 지겹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란 세상에서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고 결국 영화란 세상과 만나는 방법인 것이라는 말. 뭐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정성일 평론가는 이런 늬앙스의 말을 자주 했었고, 우리가 이렇게나 심각하게 영화이야기를 하는 것도 결국 영화 그 속에 인생, 현실,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란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며, 다른 누군가는 지금도 그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그런 영화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성일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그 영화를 필요로 할 때, 그 영화가 정확히 제 시간에 도착하면 거의 죽고싶을 정도로 마음을 흔든다고 했다. 그 영화가 그 영화를 필요로 하는 나의 인생과 정확하게 싱크로되면 그 영화는 심금을 울리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우리는 그렇게 영화로 세상을 만난다.

 

그래서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에서 세상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종종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개인사로 영화평론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영화와 세상이 하나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명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읽기의 방법인 것이다. 이 책 역시 저자의 개인사를 영화와 연결하여 영화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이야기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영화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많은 담론을 나누고 있다. 담론을 나눈다는 표현을 썼다. 그저 개인적인 이야기나 영화에 대해 자신의 감상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근황토크를 하듯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의 썰을 조금 풀어놓고 아주 자연스럽게 저자의 일상이 영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엔 저자의 현실로 돌아와서 영화와 현실의 소회를 드러낸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연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골라내고 그 영화를 자신의 인생과 싱크로하여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본다. 저자의 이야기를 영화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영화를 저자의 에피소드로 치환하여 생각해보면서 이 사람은 자신의 이런 에피소드에서 이런 영화를 떠올렸구나,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마치 액자식 구성의 또 다른 영화를 보듯 두 개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앞서 이 책은 영화평론이나 해설을 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했었는데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고, 자아를 찾는 법을 알려주는 영화사용설명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고, 감정적으로 치유가 되는 경험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에 자신을 모습을 투영해서 그 속에서 해답을 얻게 되는 일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바뀌는 사람도 있지만 바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를 우디앨런의 '블루 재스민'을 예로 들며 영화를 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가 가진 힘을 이해하고 영화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뤄낼 수 있게 영화를 활용하는 법을 함께 생각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영화와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것이 귀엽고 재미있는데 카카오뱅크 적금으로 100만원이 모아지는 꿈을 꾸는 것에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의 신칸센 왕복 열차가 교차되는 순간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 아이들의 꿈을 연결시키고,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 관련 일을 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 때문에 상업 영화의 길을 포기한채 지루한 매일에 지쳐가던 자신의 인생담을 [카모메 식당]의 헬싱키 백반집으로 옮겨놓고 일상의 행복과 위안을 찾고, 폐암 수술을 하신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떠나면서 가족의 죽음과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을 [8월의 크리스마스]로 녹여낸다는 식의 연결점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고나면 그런 식의 느닷없는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영화의 연결점을 찾아내어 생각하는 일이 많은데 저자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영화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혹은 대립각에 놓고서 영화속 인물의 인생과 가치관을 나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과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영화를 통해 내 인생과 행복한 삶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결국 영화는 세상 속에서 탄생하여 우리 앞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영화는 세상을 담고 있고, 우리는 그 영화에 담긴 세상을 보며 나의 현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영화를 보며 영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인 셈이다.

 

영화 중엔 나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던 영화도 있고, 바로 며칠전 봤던 영화도 소개되고 있어서 나의 감정과 느낌을 저자의 생각과 비교해가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영화는 주로 여성 취향의 영화가 많다. 그리고 한국 영화, 헐리우드 영화, 일본 영화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고, A급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서부터 독립영화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런데 의외로 중화권 영화는 없는데 홍콩,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주제에 잘 부합되는 중화권 감독의 영화도 포함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포기하긴 했지만 영화 관련 일을 하다가 인연이 닿아 정성일 평론가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정성일 평론가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책의 추천사까지 써주시다니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아마도 추측하건데 내가 그러했듯 저자 역시 정성일 아저씨의 평론을 많이 들으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 같다. 에필로그에도 정성일 아저씨가 틈만 나면 인용하던 프랑수아 트뤼포의 구절을 써놓은 것으로 보아 아마 그러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왠지 정성일 아저씨의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어설픈 따라하기나 정성일 아저씨의 동어반복이란 의미는 아니다. 그저 저자와 내가 나이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때 영화를 좋아하고, 정성일 아저씨의 평론에 열광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친숙하고 오랜 영화친구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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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기본 카테고리 2021-01-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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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이언 올라소프 저/이애리 역
애플북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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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다. 우리가 이렇게나 어려운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이유는 그 속에서 삶의 지혜와 세상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나 직장에서의 문제 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얻거나,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같은 다소 근원적인 질문에까지 철학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한다. 꼭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자들의 지혜와 혜안을 배우면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질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이게 철학을 배우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막상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개념정리나 철학사상에 대한 정의 같은 것에 치우치는 것이 대부분이라 거기서 삶의 지혜나 혜안을 배우는 것은 요원하고, 철학은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만 느껴져서 철학에 흥미를 읽고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필요성과 철학을 알고 싶은 욕구는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철학의 이론과 정의, 개념을 거세하고 철학적 개념과 사고를 우리 현실의 문제들에 적용하여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며 우리가 철학을 통해 얻고자 기대했던 철학의 효용을 잘 보여준다. 철학이라고해서 꼭 철학자의 이론적 사상과 배경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파악해서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철학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한다

 

책에서는 철학이란 무엇인지, 신의 존재, 사후세계, 행복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본 철학적 질문들과 사랑은 무엇인지, 노숙인에게 돈을 줘야 할지, 꼭 현재를 살아야 하는 건지 같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질문들, 아기 히틀러를 만나면 죽여야 할지, 식물도 생각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논쟁거리를 철학적으로 사유해본다. 이런 질문들은 실제로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도 많이 토론이 되는 주제들인데 꼭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질문은 아닐 수도 있다.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깊은 사색과 통찰이 목적인 질문들이다. 하지만 그 사고의 시간들에 철학적 사고가 더해지면 좀더 다양하고 풍성한 고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전부 한두장을 넘지 않을 정도로 짧다. 앞서도 말했듯이 정확한 철학적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서술하고나서 굳이 그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진 않는다. 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정도로 간략하게 넘어가고 반대 주장이나 대립되는 가설들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진 않는다. 보통은 한 사안에 대해 엇갈리는 의견을 모두 보여주며 각각의 논리적 정당성과 모순 등을 공평하게 소개하는데 여기에선 굳이 저자 자신의 의견에 대립되는 주장이나 의견, 대안 등을 적어놓진 않았다. 책을 읽는 독자가 나름대로 그에 대해 생각해보고 독자 스스로 반론을 하건, 대안을 제시하건 해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일단 내용이 길지가 않고, 어려운 철학 용어를 남발하지도 아니며,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다보니 책이 철학책치고는 굉장히 쉽게 느껴진다. 이것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온갖 철학적 논리나 용어들, 철학 개념으로 사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서 내용이 어렵지 않아 비교적 쉽게 읽히지만 쉬운만큼 신뢰도나 무게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평소 한번쯤 생각해보고 궁금해하던 사안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해본다는 취지에 맞으려면 어쨌건 내용이 좀 무거워지더라도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더 많이 들어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내용이 쉽고, 철학적 내용이 깊지는 않다고 해도 논리적이고, 개념적, 체계적으로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는 테마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떤 답이나 개인적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이런저런식으로 생각해보자고 하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내용이 더 많다. 이 문제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고, 다른 사회적 이슈와 교차점을 생각해서 다른 사안으로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자거나, 어떠한 개념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철학적으로 사고하며 그 생각의 크기를 키워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런 방식들을 적용하여 책에 나오지 않는 다른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사고해보고 자신만의 철학적 가치관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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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인다 일본어 첫걸음 | 기본 카테고리 2021-01-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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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눈에 보인다 일본어 첫걸음

Mr. Sun 저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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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어 공부를 꽤 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않았더니 예전에 외웠던 내용을 상당히 많이 잊어버렸다. 물론 그동안 일드나 영화 등을 보며 일어를 계속 접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본어를 할 수는 있지만 이론적인 부분은 꽤 많이 잊어버려서 기본적인 문법이지만 생각이 안 나는 부분도 있고 많이 쓰는 표현조차 헷갈리는 부분도 상당히 많아져서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특히 고급 수준의 일본어는 알고 있는데 역으로 기초적인 것은 모른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 뒤죽박죽 된 상태가 되어서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번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한눈에 보인다 일본어 첫걸음]으로 일본어 회화와 문법의 기본기를 다지기로 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예전에 공부할 때 봤던 옛날 교재와는 비교불가다. 당연히 당시의 교재보다는 구성이 훨씬 좋아서 혼자서 공부를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당시의 교재들은 텍스트 위주의 구성에 기껏 해봐야 일러스트나 표 따위가 첨부된 것이 전부라서 꽤나 지루하고 많은 글을 읽어야 했었지만 이 책은 컬러풀한 색상의 인포그래픽 디자인으로 도식적인 설명을 취하고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해하기가 굉장히 용이하게 되어 있다. 가끔 최근 출간되는 일본어 기본 교재도 볼 때가 있는데 최근의 책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구성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하겠다. 단순 텍스트 위주의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책도 두꺼운 편이다.

 

우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일본어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주는 것이 매우X100 좋다. 일본어 카페나 지식인을 보면 초심자 중에 일어의 구성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헷갈려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자 안 쓰면 안되냐, 카타카타 안 쓰면 안되냐, 훈독과 음독이 뭐가 다르냐 등 일어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히라가나부터 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일어는 한국어나 영어와는 다른 독특한 구성이라서 그 체계를 이해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특히 한자세대가 아닌 요즘 아이들에겐 훈독과 음독의 구분도 쉽지 않을 수 있고, 한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예전 교재건 최근의 교재건 이런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데 왜 그동안 이런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는지 오히려 그것이 궁금해진다.

 

만화로 일어의 형성 과정과 현대일본어로 오기 까지의 역사를 간략히 알아보고, 일어의 구성도 설명해놓고 있어서 우선 일본어의 기본적인 구성과 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히라가나를 설명하면서 발음에 대한 것도 설명이 들어가는데 촉음의 발음이라던지 장음과 묵음 규칙들은 의외로 많은 교재들이 놓치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책으로만 공부하는 상당히 많은 독학러들이 잘못된 발음을 하는 것을 많이 봤었다. 어느정도 공부를 한 사람에겐 너무나 기본적이고 쉬운 내용일 수 있겠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초심자에겐 큰 함정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이런 것까지 꼼꼼하게 짚어주는 것이 좋다.

 

매 레슨마다 테이블맵이 있어서 이번에 공부할 내용은 무엇이고, 이전에 공부한 내용과 앞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가이드 해놓는 것도 좋다. 공부를 하다보면 전체적인 큰 틀은 잡지 못하고 매 레슨에서 알려주는 내용만 좁은 시각으로 보게 되는데 그런 공부법은 각 레슨의 내용끼리 서로 연계되지 못해서 알고 있는 내용도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동사의 경우 해당 레슨에서 알려주는 내용만 공부하는 것보다 다른 레슨의 내용과 연계하여 함께 동사 변형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좋고, い형용사와 な형용사를 연계하여 공부하는 것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이다. 그리고 각 레슨에서 다루는 핵심내용들을 먼저 제시하는 것도 좋다. 예전의 교재에서는 그런 것 없이 무작정 본문으로 들어가는 식이라 정확히 뭘 다루고 있고, 어떤 것에 주목해서 공부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당 레슨의 명확한 목적을 제시해주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용이하다.

 

또 일본어에 전부 훈독을 달아놓아서 초심자들이 일어 발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해놓았는데, 훈독에 의지하게 되면 히라가나만 보고 바로 읽는 실력이 빨리 늘지 않기 때문에 이건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초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독학하는 사람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문장을 분리해서 해석해놓고 있는데 이게 좀 유용하다. 문장 하나를 통으로 해석해놓은 것이 아니라 단어별로 분리해서 해석을 하고 있어서 조사, 부사, 조동사 등의 쓰임을 이해하는데도 좋고, 우리말과 비교해서 분석할 수 있어서 일본어 문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문형테이블이라는 것이 있는데 존댓말, 반말, 부정문, 의문문 등 하나의 문형을 다양항 형태로 확장하여 변화하는 것을 정리해놓고 있어서 문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보통 문형의 변화를 이해하기 못해서 문장을 못만들게 되는데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계속 연습을 시키는 것 같다.

 

단순히 책의 구성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내용도 나쁘지 않다. 어쨌건 쌩초보를 대상으로 하는 교재이다보니 기본적인 내용이야 어느 교재나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도 그렇고, 특별히 중요한 내용이나 서로 헷갈릴 수 있는 내용들을 묶어서 따로 소개하는 등 같은 내용지만 차별화된 형식으로 설명하는 점이 매우 좋다. 가령 ないで와 なくて는 비슷해보이지만 용법이 달라서 의외로 굉장히 많이 헷갈린다. 그런데 이걸 묶어서 비교하며 설명해주는 교재는 지금껏 한 번 밖에 못봤다. 의외로 이런걸 짚어주는 책이 많이 없는데 여기서는 이런 내용이 많다. [TIP]이라는 항목으로 이런 내용들을 설명해놓고 있고, 그 외에도 본문에 나온 내용 중 단어나 문법의 추가설명이 의외로 상세한 편인데 단어의 유래라던지 문장의 구성이라던지 하는 작은 부분까지 설명을 해놓고 있어서 설명이 매우 충실하다. 동강으로 공부하면 강사가 이것저것 보충설명을 많이 해주는데 책은 그런 것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는데 의외로 이 책에서는 교재만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용 설명이라는 측면도 잘 잡아내었다.

 

솔직히 초보자를 위한 초급수준이 교재는 내용도 다 거기서 거기고, 구성도 별반 다를바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한눈에 보인다 일본어 첫걸음]은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차별화되어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그동안 초급책으로 다시 기초부터 한번 다져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간 봤었던 교재들은 지루하거나,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아서 끝까지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의외로 괜찮아서 끝까지 독파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를 막 시작하는 초급 독학러들이 회화와 문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추천할만한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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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 기본 카테고리 2021-01-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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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모토무라 료지 저/서수지 역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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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간의 교양에 있어 역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의 경험에서 우리가 나아갈 바를 깨닫고 혜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역사를 통해 잘 배우지를 못한다. 그래서 과거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과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없고, 현실에서의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역사 속에 있는 의미와 교훈은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으므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깊이 연구하고, 숙고해야 정확한 의미와 교훈이 보인다.

 

한편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려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지루한 내용이 아니라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로 역사를 읽을 것인가 하는 것도 세계사 공부에 있어서는 꽤나 중요하다고 하겠다. 역사를 읽는 코드에는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주로 경제적이나 지리적인 측면, 종교, 민족의 이동 같은 코드로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동안의 관점과는 확연히 다른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라는 7가지 독특한 코드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며 역사를 톺아본다.

 

관용
로마제국처럼 광대한 지역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장악한 경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중해 1000여개의 폴리스 중 유독 로마만이 광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그 이유를 안정적인 국정 시스템과 종교적 성실성을 이유로 꼽는다. 이를 통해 로마는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로마를 강대국으로 만든 것은 관용과 패자부활전을 가능하게 한 문화 때문이라고 본다. 명예를 중시한 과거에는 전쟁에서 진 장수는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고, 운 좋게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도 추방당하거나, 사형을 받게 되는데 로마인은 전쟁에 졌더라도 졌잘싸한 장수라면 따뜻하게 맞아주고 응원해줬다고 한다. 실수와 실패를 무조건 질책하지 않고 스스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 이를 통해 로마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의 한국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고 말해진다. 혐오와 편가르기가 만연해있다. 한국처럼 갈라치기를 많이 하는 국민도 없을텐데 한국이 로마처럼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관용의 마음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동시대성
교류가 없는 멀리 떨어진 두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한제국과 로마제국은 비슷한 시기에 탄생하고, 패권을 거머진 시기도 비슷하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극심한 혼돈의 시기를 맞이했는데 한제국은 멸망했고, 로마제국은 위태위태하게 위기를 넘어간다. 최후의 순간 외에는 거의 비슷한 '기승전'의 과정을 공유한다. 비단 한나라와 로마의 경우 뿐만 아니라 알파벳, 유일신 신앙, 화폐탄생에 있어서도 세계적 동시대성을 보인다. 한국의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 일본의 전공투, 대만의 장제스의 독재시절 등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과거에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근현대로 오면서 그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령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이 오직 영국에서만 획기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졌다. 이것만 보면 동시대성의 범주를 벗어나지만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산업혁명의 기틀은 갖춰져있었지만 영국만 산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요는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국제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핍
오래전 사람들이 강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되었고 그러다가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생겨났다. 이것이 세계사 시간에 제일 먼저 배우는 그 유명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4대 문명이다. 저자는 문명이란 문자를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데 문자는 의외로 도시화와 관련이 깊다. 농촌에서 도시로 진화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기록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에 문자가 발달한 것이란 견해다. 그래서 문자의 발명을 문명의 핵심 요소라고 말하는데 그 전에 왜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었는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건조화의 진행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강변 옆에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고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고, 문자가 만들어지고,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물부족이 문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유일신
고대의 신은 지금의 기독교나 이슬람의 유일신 신앙과는 다르게 자연 풍토와 연관된 다신교의 세계였다. 태양신, 불신, 물신, 심지어 한국에는 측간신까지 있다. 고대인들은 자연에서 신을 찾아냈다. 자연재해를 신의 분노라 생각하고 초자연적인 힘에서 비롯한다고 믿었다. 이 때는 샤먼들이 신이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점성술로 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서 소위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인간들이 새로운 길잡이로 찾아낸 대상이 유일신이란 것이다. 곳곳에서 유일신이 탄생하고 일신교가 주류가 되자 종교 박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런 일은 기독교, 이슬람교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일신교 끼리 대립을 하고, 일신교 내부에서도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종교전쟁인 십자군 원정도 엄밀하게 따지면 이슬람 vs 기독교의 종교전쟁이 아니라 그냥 튀르크 세력과 비잔틴 세력이 싸웠는데 하필 두 나라가 이슬람과 기독교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할 구실이 필요했고 종교는 명목상이라는 것이다. 어쨌건 이런 양자 구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져내려오고 있어서 머나먼 한국 땅에서도 기독교 중심의 주류 세력들이 이슬람을 배척하고 있다. 어쨌건 이 좁은 한국 땅에 하느님이 20명, 재림예수만 50명이 있을 정도로 기독교가 주류니까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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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회학 | 기본 카테고리 2021-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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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구의 사회학

석중휘 저
도도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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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호구가 된다. 직장 내의 상하수직 관계에서도 갑을관계가 만들어지고, 수주를 받아 일을 하는 업체간에도 갑을관계가 형성되며 을의 위치에 놓인 업체는 호구가 된다. 때로는 을과 을 사이에도 호구가 되기도 한다. 을의 업체에서 일하는 말단의 직장인이라면 그야말로 을 중의 을, 슈퍼호구가 된다. 저자는 대표적인 을의 집단인 디자인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데 그쪽 업계에서 일을 하는 것은 고충이 많은 것 같다. 지인 중에도 디자인/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몇 있는데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다. 이 책은 저자가 디자인 쪽 일을 하며 디자이너로서 경험하고 바라본 우리 사회에 대한 짧은 단상들의 모음이다.

 

오래전 무한도전에서 길을 가던 한 회사원과 인터뷰를 하는데 그 회사원은 스스로를 노비라고 소개했다. 또 일본에는 회사에 가축처럼 매인 신세라는 뜻의 사축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회사와 연봉,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같은 복잡한 계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회사와 연봉에 따라 서열을 나누고,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계급을 나눈다. 그 서열과 계급에 따라 회사간, 사원간에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21세기의 새로운 신분제가 되었다. 이른바 직장계급사회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을이 겪어야 하는 겪한 업무와 노동이 낭만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CM 등을 떠올려보면 이런 이미지가 자주 차용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열띤 회의를 하고,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서 급하게 전화를 하거나 서류를 만들며 밤이 늦도록 일을 하다가 마감시간 전에 업무를 끝내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류뭉치를 하늘로 날려버리는 그런 이미지들. 우리 사회는 그런 것을 열정이나 낭만으로 포장하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고, 악덕 업주한테 당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낭만은 조직의 우두머리를 위한 효용의 역할로 계급간의 간극을 폭력적으로 메워가는 억압의 매개물이 되었다.

 

 

어쩌면 낭만은...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살기 힘겨운, 그런 시절에 대한,

또 나에 대한 자조적인 미안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한 그런 미안함에?

 

이런 서열과 계급의 불편함은 결국 꼰대 담론으로 이어진다. 회사의 오너들, 즉 최상위 포식자들은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남들보다 앞서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디자인 업계에서조차 꼰대들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 꼰대들은 언제나 아웃사이더의 속사포랩처럼 라때는..을 외친다.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서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한쪽은 어린 세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쪽은 기성 세대를 꼰대라 욕한다. 꼰대는 결국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195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작되었을 때도 작은 움직임이 당시의 환경과 기술의 바람을 타고, 사회와 사람들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때 그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이 바로 지금 라때는말이야를 찾는 그 사람들이다. 한 때는 변화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그들이 꼰대라고 배척하던 바로 그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시절의 가장 큰 화두는 스스로의 삶을 위해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세대가 추구하는 것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서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고, 그것으로 세대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했던 1950년대보다 오히려 지금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에 잘 부합되는 시대가 아닌가 하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키워드가 해체였다면 권위적인 중심세력이 모두 해체된 상태를 누리는 지금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일 수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지금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기준은 모호해졌고, 그것을 구분 지으려는 행태 자체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역행하는 꼰대마인드가 되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소위 비주류의 B급문화가 주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주류, 꼰대들의 문화로 치부되던 트로트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것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과거에 B급은 저질이고 쌈마이로 치부되었었다. 특히 해외의 A급 선진 문화와 우리의 B급 문화를 구분하여 A급은 확산하고 B급은 경멸하였다. B급의 우리의 문화는 지양하고, A급의 외국의 선진 문화는 지향하는 문화사대주의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했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난 지금 당시의 B급 문화는 추억팔이의 그리운 문화가 되었다. 그 시절의 B급 문화는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의 하이웨이에서 잠시 벗어나서 추억속에 잠깐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되어준다. 그랬던 B급 정서가 유행을 타고 이젠 권력이 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외국물을 먹은 것이 A급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TV는 외국물 먹은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영웅 신드롬이 되었다. 채소와 과일, 잡곡 섭취를 늘리고, 육류 섭취를 줄이는 자연식 건강요법을 한국에 소개한 이상구 박사 때문에 건강 신드롬이 불면서 정육점과 육류 식당에 손님이 줄고, 채소 소비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상구 박사가 TV에 나와 채식만으로 영양 섭취가 가능하고, 육식은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웬걸 고기집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이끈 이상구 박사가 단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영웅시 하고,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했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88올림픽 직후 그 당시는 선진화에 목말라 있던 시기였고, 선진화와 미국화를 동일시하면서 미국에서 온 박사님의 말씀을 절대적인 것으로 맹신했던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애국마케팅을 하고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고생한 스토리를 풀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쪽 업계에서 호구로 살아가는 디자이너/마케터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회를 다양한 테마로 말하고 있는데 각각의 테마가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져 있어서 각각의 사고가 하나의 사회를 직조하고 있는 듯 하다. 재미있는 주제도 있고, 생각해볼만한 테마도 있어서 나쁘지 않은 인문학 책이지만 문장이 필요 이상으로 멋을 낸듯 잰체하다보니 문장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고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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