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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2019-07-1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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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저
흐름출판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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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은 유라시아 고고학의 전문가 강인욱 교수의 고고학 이야기를 담았다. 강인욱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유적을 발굴하거나 연구하였다. 어느 나라의 유물로 시작하든, 어떤 주제를 꺼냈든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속 이야기는 다시 우리나라 역사로 돌아오고, 그 과정에는 우리나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반가움과 쾌감이 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자로서 가져야할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을 강조한 점도 좋다.

 

책은 총 18장으로 각 소주제마다 약 15~20쪽 정도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300여쪽이 넘는 책이지만 소주제로 잘게 나누어 호흡이 길지 않기 때문에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고고학이 오래된 유물과 유적지를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주로 시각과 촉각을 이용하겠지만, 소주제를 살펴보면 술, 음악, 향기, 젓갈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의 오감(미각, 청각, 후각)을 모두 활용하고자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또, 거대한 유산을 다루기보다는 귀이개나 돼지고기처럼 우리 생활에서 친숙한 소재를 소개하여 고고학을 더 쉽게 만나게 한다.

(189쪽)

 

일본의 한 화장실터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의 흔적으로 발해인들이 돼지고기를 즐겨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든지, 먼지가 뭉게져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암석에서 청동기시대 초원의 샤먼 축제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는 걸 알아내는 걸 보면 고고학이란 참 신기한 학문이다.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같기도 하고, 미지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마법사같기도 하다. 저자가 고고학자는 절대 인디아나 존스같지 않다며, 지리하게 삽질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노고는 역사 속 잃어버린 고리를 하나씩 찾아 이어지게 한다. 죽어야 남길 수 있는 유물 속에서 삶을 발견해내는 부활의 학문이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덮고 나서 계속 머리 속에 책 내용이 맴도는 까닭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학자로서의 중심도 지키기 때문이다. 서울 풍납토성의 보상, 발굴 문제는 씁쓸하고 걱정되는 일이지만, 이미 나도 알고 있던 문제라서 책 속에 언급된 것이 흥미롭고, 단군신화에서 곰이 먹던 마늘은 우리가 아는 마늘이 아니라 곰마늘이라는 것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 재밌다. 곰마늘은 흔히 ㅇㅇ나물이라고 부르는 식물이었다! 과거 일본이 우리 유물을 마구 발굴하고 훼손하거나 가져가 자신들의 목적대로 역사를 왜곡한 일은 두고두고 분하고 화가 난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유물을 위조한 다른 나라의 사례나,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가짜 유물이 국보로 지정된 적이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도 알려주며 경계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야.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거야.

(303쪽)

 

저자는 공짜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누리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것도, 역사를 아는 것도,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도 제대로 누리고 싶다. 고고학 속의 무덤, 유골, 유물...... 언젠가는 나 역시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현재의 내 삶을 마음껏 누려야겠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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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 엘리너 H. 포터 | 2019-07-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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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폴리애나 Pollyanna

엘리너 H. 포터 글/스톡턴 멀포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역
비룡소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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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뻐라!'

 

엘리너 H. 포터의 어린이 소설 <폴리애나>는 무슨 일에서든 기쁜 점을 찾아내는 '기쁨 놀이'로 온 마을을 밝게 채운 소녀, 폴리애나의 이야기이다. 삽화는 있으나 그 수가 매우 적고 총 352쪽인 장편 소설이다. 책의 두께에 비해 문장의 길이는 짧고 쉬워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폴리애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를 만나든 '아, 기뻐라!'하며 기쁨 놀이를 한다. 아파서 평생을 침대에서 누워서 지낸 사람도,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폴리애나를 만나면 기쁜 점을 찾아내고, 세상의 즐거움을 하나씩 알아간다.

 

 

폴리애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꽃이 시들어도 기쁠 거예요. 그럼 또 다른 꽃을 고르는 재미가 있잖아요."

(99쪽)

 

 

미국의 '빨간머리 앤'이라는 소개가 있을 정도로 <폴리애나>의 설정은 루시모드 몽고 메리의 <초록지붕의 앤>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해맑고 밝은 여자아이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 멀리 다른 지역으로 보내지고, 무뚝뚝하고 차가워보이는 이모, 해링턴 양과 살게 되는 점이나 처음 폴리애나가 집에 오게 될 때 마중을 간 사람에게 온갖 이야기를 종알거리는 모습들을 보면 저절로 매튜 아저씨와 마차를 타고 초록지붕으로 오던 첫날의 앤이 떠오른다. 앤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손 꼽히는 것이라서 <폴리애나>를 처음 펼쳤을 때는 아류작인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폴리애나는 앤과는 많이 다르다. 앤은 고아로서 여러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은 탓에 현실적인 상황을 빨리 파악한다. 고난을 상상과 몽상으로 극복하고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지만 현실에서는 손이 빠르고 눈치 빠른 아이였다. 반면 폴리애나는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다. 너무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아이라서 온 세상을 장미빛으로만 바라본다. 그 순진한 웃음과 구김살 없는 말에 소위 냉철하다거나 우울한 사람들마저 논리적으로 맞설 힘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악의없이 상대방을 한 방에 보내버리는 말을 건네기도 해서 웃음을 준다. 현실 세계에서 업무 상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이지만, 그냥 친구라면 웃을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해링턴 양의 옛 애인 이야기도 앤 시리즈의 라벤더 양이나 마릴라 아주머니의 사연이 떠올랐는데, 다행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달랐다. 해링턴 양의 사랑에는 반전이 있었는데, 나는 예상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반전이 재미있었다. 그 사랑이 어떻게 되는지 결말이 너무 짧게 언급되고 넘어간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주인공인 폴리애나가 생각보다 큰 시련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애니>나 <소공녀>처럼 모두가-특히 주인공이- 기적처럼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고전 어린이 소설의 전개인데, <폴리애나>를 쓴 엘리너 H. 포터는 색다른 선택을 한다. 비극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 놀랐을 뿐이다.

 

폴리애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기쁜 점을 찾아보자며 놀이를 제안하자, 폴리애나와 '그 놀이'를 한 사람들은 점차 행복을 느낀다. 작은 기쁨들을 하나씩 모으다 보니 어느새 삶이 얼마나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차있는지,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나 분노가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것을 되새겼다.

찾아봐야겠다. '아, 기뻐라!'하고 느낄 나의 작은 기쁨을.

 

폴리애나와 목사의 대화는 이 책의 주제를 보여주는 부분인데, 마음에 남아 일부 남긴다. <폴리애나>는 개신교(청교도) 정신이 반영된 책이지만, 비종교인이나 타종교인이 거부감을 느낄 내용은 아니다.

 

폴리애나는 폴 포드 목사에게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아빠와 '기쁨의 말씀'들에 대해 설명한다. 폴리애나의 아빠는 몹시 속상했던 날 성경에서 '크게 즐거워하여라.'나 '즐거이 소리쳐라.'같은 말을 일일이 세어본다. 그런 구절은 성경 속에서 팔 백 개나 실려있었다.

 

 

"네 아버지는...... 그 '기쁨의 말씀'을 좋아하셨구나."

목사가 속삭이자, 폴리애나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그 구절들을 세어 보자고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기분이 좋아졌대요. 아빠는 하느님이 우리한테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말을 일부러 팔백 번이나 하신 이유는 우리가 많이 많이 기뻐하고 즐거워하길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더 많이 기뻐하지 못한 게 부끄러워졌대요. 그 뒤로는 힘들 때마다 그 구절들이 크게 위로가 됐대요."

 (257쪽)

 

 

"의로운 자들아, 너희는 하느님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마음이 올곧은 자들아, 다 함께 즐거이 소리쳐라."

(262쪽)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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