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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세이] 소중한 사람에게 - 전이수 | 2020-05-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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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중한 사람에게

전이수 글
웅진주니어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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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방송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영재, 전이수 작가의 그림 에세이 <소중한 사람에게>가 출간되었다. 이번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실망했다. 그림보다 글을 먼저 대충 훑어봤는데, 익숙한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전이수 작가의 산문집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전이수, 전우태 공저, 김영사, 2019)에서 읽은 글들이다. <소중한 사람에게>에 실린 41편의 글 중에서 15편이 동일하다.


그러나 다시 <소중한 사람에게>를 들어 표지를 살피고, 첫장부터 꼼꼼히 읽어나가자 두 책의 다른 점이 극명히 느껴졌다.


'이건 또 다른 책이구나!'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는 글이 중심인 에세이다. 이와 달리 <소중한 사람에게>는 그림과 글이 짝꿍으로 배치된다. 몇몇은 글이 중심이 되어 그림을 부차적으로 간단히 덧붙인 것도 있지만, 책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림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아예 글 없이 제목과 그림만 있는 것도 있고,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짧게 쓴 글도 있다. 재밌는 것은 그림과 함께 놓여있는 글을 다시 읽으니 같은 글인데도 글만 읽었던 이전과는 내 감상이 전혀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니 감정이 살아나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몰입하게 된다. 따뜻하고 마음에 오래 남는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이전 글의 재탕이 아니라 전이수 작가가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 중 좋은 것을 엄선해서 다듬고, 아직 보여주지 않은 그림과 이야기를 선보인 '작품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노키즈존에 관련한 글과 방송에서 화제가 된 아래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이 그림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학교로 들여 보내는 어떤 어머니를 보며 그렸다고 한다.




그때 그 광경을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났어요.

학교가 아니라, 그 길이 앞으로 그 형이 혼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보내는 엄마의 마음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의 눈물요.

그 엄마의 마음을 이 그림에 담고 싶었어요.

- 엄마의 마음



<소중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존재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장 章'이나 'chapter' 대신에 편지를 가리키는 영어 'letter'라는 단어를 활용하여 글을 구분하여 묶었다. 모두 7가지의 주제가 등장한다. 작은 일상의 기쁨부터 시작해서 진정한 나, 가족, 친척, 이웃, 자연 환경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며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자신의 입장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정도 충분히 고려하는 모습이 아이답지 않고 진중하다. 아직은 더 철없이 자라도 되지 않을까, 말을 건네고 싶을 정도로 세상을 깊게 이해하고 깨어있는 말들이 이어진다.




마음이 편안하게 자라는 것은

모두의 이해와 배려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유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세월호나 통일, 기아 문제, 환경 오염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혼자 읽기 보다는 부모가 함께 읽으며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또, 이중섭과 피카소의 그림에서 따온 그림과 장 지글러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관련한 글도 등장한다. 이러한 관련 그림이나 책, 뉴스 등 해당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주석을 남겨 소개했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림이 인상 깊다. 주제를 화살처럼 꽂아 넣는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 눈에도 분홍색과 파란색을 참 예쁘게 쓴다. 특히 분홍색을 촌스럽거나 유치하지 않게 사용한다. 언뜻 화가 김환기나 피카소, 에바 앨머슨, 또는 그림책 작가 에릭 칼과 토미 드 파올라가 떠오르는 그림들도 있는데, 이들을 따라했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대담한 선과 화사하고 따스한, 때로는 강한 색채때문에 그러하다. ‘moves like a jaguar’라는 작품 속 재규어는 그 강렬함에 한참을 들여다봤다. 세월호 이야기를 담은 ‘떠오르는 꽃’의 파란 파도 속에 피어난 꽃송이들은 그립고 기특하고 고맙다. 통일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우리는 하나’의 고운 미소와 따스한 포옹은 책을 덮고도 잔상이 남는다. 



작가의 마지막 편지 대상은 역시 '엄마'다.


-엄마에게 2


지금까지 살면서 한시도 엄마를 잊은 적이 없어.

언제나 엄마를 마음속에 넣어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엄마를 꺼내어 생각할 때면 가슴이 뜨거워져.

(중략)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만, 그 엄마의 아이가 언제나 엄마를 떠올릴 때

늘 웃을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엄마를 하루에 천 번 생각해도 지겹지 않아.

언제나 나를 웃게 해 줘.

(후략)

- 엄마에게 1



엄마를 향한 이렇게 절절한 사랑이라니! 자식한테 이런 말 한 번 들으면 더 소원이 없겠다! 산문집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를 읽으면서, 와, 애를 어떻게 이렇게 키웠을까, 하며 전이수, 전우태 형제의 엄마에게 감탄한 적이 있다. 마냥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방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걸 다 받아주며 응석받이로 키우지도 않고, 스스로 문제에 부딪히며 성장해나가도록 도우면서 동시에 아이가 자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낄 만큼 흠뻑 사랑을 주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자고 말하는 책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표지 속 커다랗고 푸근한 개처럼 어깨를 빌려준다. 상대방의 작은 몸짓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찾아보자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자고 어린 목소리를 높인다. 갈등을 줄이는 첫걸음은 바로 주변에 대한 관심과 깊은 이해, 혹은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 느꼈던 그림과 글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바닷속 생물 중에서 돌고래를 그렸어요.

이 꼬리의 몸짓도 깊은 바다처럼

깊은 의미가 있다고생각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생각해요.

모든 생명의 몸짓은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몸짓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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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탁 소동 - 김지안 | 2020-05-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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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탁 소동

김지안 글그림
시공주니어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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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기차>, <여름 낚시> 등 사계절 소풍 그림책으로 알려진 김지안 작가의 새책이 나왔다. 작가님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보송보송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한가득 나오는 그림책이다.  솜사탕같은 파스텔 톤도 여전하다. 세탁기를 본뜬 표지 그림만 봐도 ‘꺅, 귀여워!’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림책 <세탁 소동>은 깨끗하곰이라는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깨끗하곰 세탁소의 주인, 곰은 아무리 더러워진 옷도 반짝반짝 새 옷처럼 만들어줄 수 있는 빨래 장인이다. 그런 곰이 잠시 볼일이 생겨 세탁소를 옆집 생쥐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우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한가할 거라 여겼던 깨끗하곰 세탁소에 손님들이 하나둘 밀려오고, 온통 더러운 옷 투성이의 빨래감이 쌓여 생쥐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진다. 과연 생쥐는 곰이 돌아올 때까지 무사히 가게를 지킬 수 있을까?





이야기는 크게 두 번 출렁인다. 세탁소가 점차 엉망진창으로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며, 책을 읽는 사람도 함께 조마조마하게 한다. 그리고 이 상황이 겨우 해결되나 싶을 때 다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아! 그 얘기를 깜박했다!

하얀 옷은 색깔 있는 옷이랑 같이 넣고 빨면 안 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스러워 발 동동 구를 때, 작가는 한 번 더 멋진 해답을 보여준다. 책의 시작 부분에 힌트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웃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차근차근 침착하게 순서를 밟는다면 해결할 수 있다. 또, 심각한 실수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근사하게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심하고 작은 실수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술 활동하다가 내가 원하지 않은 곳에 물감이라도 튀면 ‘망했다’고 엉엉 울며 스케치북을 꾸겨버리는 완벽주의 아이라면, 우연과 실수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하나 얻게 될 것이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는 그저 세탁기 작동 방법이 나온 그림을 반가워했다. 평소 버튼을 누르는 정도는 아이에게 역할을 주어서 함께 집안일을 하고자 하는 편이다. 우리 아이도 세탁기처럼 뭔가 돌아가는 기기에 관심이 많고, 드럼식 세탁기와 건조기 다이얼 좀 돌려본 터라 엄마가 빨래하는 모습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은 엄마가 갠 빨래를, 아이가 옮겨주기도 한다. 그림책 <세탁 소동>을 읽으며 아이와 빨래 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다. 언제 이렇게 컸나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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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나는 튤립이에요 - 호원숙 / 박나래 | 2020-05-19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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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튤립이에요

호원숙 글/박나래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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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식목일에 튤립 화분을 선물받았다. 아직 봉오리가 초록색이었다. 그런데 삼사일만에 꽃봉오리가 빨갛게 변하더니 어느새 내가 알던 그 튤립꽃이 되었다. 나는 튤립 꽃잎이 언제나 찻잔 모양으로 모여있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 쯤 지나자 낮에는 꽃잎이 코스모스처럼 활짝 폈다가 밤에는 다시 오므렸다. 아이 자연과학책을 들춰보니 튤립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적정온도보다 너무 높았던 탓에 그리 활짝 피었나 보다. 우리집 튤립은 어느날부터 꽃잎을 다시 오므리지 않더니 우리집에 온지 보름 가까이 되었을 때 후두둑 꽃잎이 떨어지고 말았다. 태어나서 처음 튤립을 만난 우리 아이는 튤립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아침 눈 뜨면 튤립부터 지켜봤다. 아이가 목욕놀이로 가지고 놀던 물뿌리개로 직접 물을 주었다. 튤립의 극적인 변화는 내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공원 화단에서나 만났던 꽃이었는데, 변하는 모습이 순간순간 눈에 보이니 지켜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림책 <나는 튤립이에요>는 이런 튤립을 제목으로 해서 관심이 갔다. 작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글을 썼다는 것도 읽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다.


어느 초겨울, 할머니가 친구에게 받은 알뿌리, ‘나’를 마당에 심는다. 땅 속에서 추운 겨울 바람을 견디고 봄이 왔을 때, 할머니는 마당에 정성껏 물을 주었다. 알뿌리에서 초록잎이 나오고, 꽃이 피어난다.



알뿌리인 ‘나’는 아직 나의 모습을 모른다. 그래서 궁금하기만 하다.


언제 봄이 올까?

나는 양파일까? 마늘일까?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이름은 무엇일까?



따스한 햇빛 아래 할머니의 관심과 칭찬을 온몸으로 받으며 알뿌리는 줄기와 잎을 쑥쑥 키워간다. 빨간 꽃도 피운다. 그리고 할머니의 손녀, 민아에게 소개되는 날,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다. ‘튤립’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어.


알뿌리가 튤립꽃으로 피어난다는 이야기가 싱겁게 느껴질만도 한데, 우리 아이는 자기가 직접 지켜 본 튤립에 대한 그림책이라서 그런지 자꾸 또 읽어달라고 한다. 나는 눈으로 관찰한 경험으로 인해 꽃봉오리가 초록색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꽃봉오리가 알록달록 여러 색깔을 띠고 있어서 아쉬웠다. 봉오리가 올라온지 며칠 지나면 꽃봉오리가 자신의 색을 띠는 것이 맞지만, 튤립의 성장 변화가 더 확연히 그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그림의 한 부분을 아쉬워하든 말든, 아이가 좋아하면 그 그림책에는 계속 손이 간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할머니가 기특하다며 튤립을 칭찬해줄 때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아이의 머리와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그러면 아이는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는 것처럼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며 소리없이 활짝 웃음 짓는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딱 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평가질을 하던 엄마의 좁은 시야를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칭찬을 좋아하는구나, 아, 예뻐라, 하고 깨닫는다. 튤립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도 기특하게 자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다보니, 모든 일을 기승전육아로 결론짓게 된다. 그림책 <나는 튤립이에요>는 한 알뿌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동시에 그 알뿌리에게 관심과 사랑을 아낌없이 듬뿍 주었던 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태어나서 처음 튤립을 보게 된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태어나길 잘했다’는 튤립 알뿌리의 말처럼 우리 아이도 세상을 만나 기쁘기를 바란다. 그럴려면 할머니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사랑을 듬뿍 주고, 예쁜 점을 찾아 칭찬해야겠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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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 가브리엘레 클리마,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 | 2020-05-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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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가브리엘레 클리마 글 / 자코모 아그넬로 모디카 그림 / 유지연 역
그린북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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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도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아이의 ‘기질’이라는 것을 느낀다. 부모가 바꿔주고 싶어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언젠가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그것. 육아서에서는 ‘순한 아이’, ‘체제거부형 아이’, ‘대기만성형 아이’ 등으로 아이 기질을 나누기도 한다.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은 아이의 타고난 성향과 기질을 동물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그림책이다. 표지를 보자마자 웃었다. 사자와 함께 어흥, 하고 소리지르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어떤 아이인지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다. 사자를 안에 품고 산다니, 제목을 잘 지었다.



그림책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은 한 장(두 쪽)에 아이와 동물 하나씩을 짝 맞추어 소개한다. 큼지막한 그림으로 아이의 기질에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동물을 제시한다. 아이 하나하나가 다 어디선가 만난 듯 친숙한 모습이다. 물고기처럼 조용한 아이, 파리처럼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아이, 토끼처럼 급하고 한 시도 가만히 안 있는 아이, 거북이처럼 느린 아이, 사자처럼 소리 지르고 화가 많은 아이, 원숭이처럼 엄마에게 꼭 붙어있는 아이, 두더지처럼 자기 세상으로 숨는 아이 등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각 동물과 어우러지게 그려냈다. 하얀 배경이 깔끔하고, 사실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동물 그림이 아이들의 개성을 멋지게 살려준다.

(작은 궁금증 하나, 파리 그림이 모기처럼 보이는데, 원래는 모기인데 파리로 번역한 건지, 아니면 원래 파리가 맞는 건지 궁금하다.)



아이의 기질을 설명 뒤에는 이런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짤막하게 도움글을 붙여놓았다. 토끼 아이는 자유롭게 뛰어놀게 해주세요, 거북이 아이는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등 부모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꼬집는다. 이 부분이 도움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림책보다는 가르침을 주는 육아서를 읽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못 해준 게 지레 찔려서 그런 걸까. 그림책을 읽는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줘서 든든할 것 같다.



표지를 넘기면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가 부모와 아이에게 미리 말을 건넨다.


세상에는 셀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답니다.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에는 모두 14가지 동물이 나온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의 안에는 거북이가, 원숭이가, 나비가 산다. 조용히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조금만 놀라도 집으로 쏙 들어가 숨는 달팽이도 품고 있다. 엄마와 눈 마주치기를 기다렸다가 눈만 마주치면 까르르 웃음소리 들려주며 안아달라는 강아지도 산다. 신났을 때는 누구보다 크게 뿌뿌 소리지르고, 발 쿵쿵 거리며 달리는 코끼리도 우리 아이 안에 있다. 우리 아이 안의 다른 동물들도 발견하고 싶다. 그럴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품어줘야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아이의 특성이 강점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아이의 행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모가 된다면, 무엇보다 우리 아이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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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개미 요정의 선물 - 신선미 | 2020-05-1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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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미 요정의 선물

신선미 글그림
창비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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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를 아름다운 한복 그림과 사랑에 빠지게 했던 신선미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개미 요정의 선물>은 첫 번째 그림책 <한밤중 개미 요정>에 이어 개미 요정이 등장하는 두 번째 그림책이다. 첫 번째 그림책에서 아이를 키우며 유년을 돌아보는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할머니, 엄마, 아들(손주)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그려낸다.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등장으로 ‘엄마’라는 단어에 한층 더 진한 감정을 담았다. 육아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주제는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엄마는 아들을 키우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할머니는 손주를 보며 내 아이, 즉 엄마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





할머니와 엄마는 함께 예전 사진첩을 넘겨본다. 엄마는 매일 엄마를 기다리며 울던 어린 딸이었고, 할머니는 일하느라 우는 자식 떼어 놓고 집을 나서야 했던 젊은 엄마였다. 매일 딸의 긴 머리카락을 빗고 묶어주었을 할머니. 이제는 엄마가 할머니의 머리를 빗겨드린다.




할머니는 일이 바쁘고 삶이 바빠서 귀엽고 예쁜 딸을 많이 안아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아들(손주)은 그런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개미요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개미요정은 그리운 때로 돌아갈 수 있는 투명 장옷을 선물 한다. 할머니와 엄마는 투명 장옷을 입고 여행을 떠난다. 마주 보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시간으로.




<개미 요정의 선물>은 친정 엄마가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쓸쓸히 엄마를 기다렸던 경험이 있다면, 또 비 오는 날 학교에서 뻔히 엄마가 데리러 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괜히 교문 쪽을 보고 또 봤던 적이 있다면, 그 시절의 엄마와 나를 떠올리며 코끝이 찡해질 것이다. 자기 엄마랑 꼭 붙어 우산을 쓰고 가는 아이들 사이로 나는 신발주머니를 머리에 쓰고 달렸다. 엄마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비가 오는데도 어린 딸에게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 그때는 휴대전화도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이랬겠지.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었는데, 엄마는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았을까?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참, <한밤중 개미 요정>의 어린 아들이 어느새 콩나물처럼 쑥 자라나 <개미 요정의 선물>에서는 ‘어린이’가 된 모습도 눈길을 끈다. 우리 아이는 아직 <한밤중 개미 요정> 때보다도 아가인데, 눈 감았다가 뜨면 <개미 요정의 선물>처럼 자랄 것 같아서 어쩐지 벌써 서운해지려고 한다. 어제는 엄마 머리가 아프다니까 쪼르르 다가와 이마에 ‘호오’ 해주는 우리 예쁜 아기인데 곧 쑥쑥 자라나겠지. 이 모습 눈에 가득 담고 많이 안아주어야겠다.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야겠다. 나중에 혹시나 사춘기 때 속 썩여도 이 때 모습 꺼내들어 괜찮다고, 나에게, 아이에게 말해야지.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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