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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다롱이 3회 | 일상 2018-02-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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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롱이 3회

 



고양이 다롱이가 다팽이와 헤어지고 나그네살이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오고 갈 데 없게 된 다롱이를 흔쾌히 맡아 준 사람는 다름 아닌, 날개 없는 천사라 불릴 정도로 착한, 다팽이의 친구였다.
다팽이가 지난 가을부터 몇 달을 고민하고 집으로 복귀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다롱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그것을 선뜻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아버지가 반려동물을 기겁하는 상황에서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타인에게 입양을 시킬 수도 없고.
길냥이를 거둘 때는 그마만한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다팽이는 겨우 1년여 만에 자신이 무책임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엄청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친구가 나서 준 것이다.
 
다롱이를 잠깐 동안만 맡기는 것이다
 
아마도 다팽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다팽이의 다롱이에 대한 사랑은 보통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첫정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서울 갈 일 있으면 다롱이를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결국은 상사병 같은 상묘병에 시달리며 가끔씩 다롱아~~ 다롱아~~” 하면서 괴로워했나 보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월 중순경이다. 다팽이가 서울 올라갈 때마다 다롱이를 데려온다는 사실을.
 

한 번 보냈으면 정을 끊어야지. 왜 다시 만나고 그러냐.”

“...”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일이었으면 아예 데려 오지를 말았어야지.”

“...”

그렇게 다른 집에 보냈는데 데려왔다 갔다 하면 그 애가 어디에다 정을 붙이고 살겠냐.”

“...”

이제 다시 만나지 마라.”
 

그렇게 윽박지르기도 하고 경고도 하면서 딸아이의 상묘병을 얼랬다 달랬다 하였다. 그런데 사단은 3주 전에 일어났다.
 
서울에 있는 방이 나가게 되어서 남은 짐을 가져 와야 하기도 했고. 그래서 다팽이는 마지막으로 그 집에서 한 밤 자고 온다 했다.
 
불안했다. 혹시나.
 

혹시 다롱이 데려오진 않을거지.”

“...
 

믿었다.
 
그런데 이틀이 되어도 딸 아이가 집에 오지를 않는다. 전화를 했다.
 

빨리 안 오고 뭐해?”

“... , 갈게.”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도 오지를 않는다. 무슨 일 있나.
 
오후 6시가 넘어서 전화가 온다.
 
엄마... ... 전철인데... 잘 걸을 수가 없어... 엄마가 마중 나오면 안 될까. 짐이 좀 있는데...”

무슨 일이야. 다쳤어? 넘어졌어?”

아니야... 별일 아니야... 나중에 만나서 얘기할게...”


 
, 무슨 일이다냐. 이런 일이 통 없었는데.
 
(4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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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화면의 흔들림이 마치 화폭에 붓칠을 하는 동작 같다 | 영화>완전 추천 2018-02-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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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러빙 빈센트

도로타 코비엘라
폴란드, 영국 | 2017년 11월

영화     구매하기

#영화 : 러빙 빈센트

 

 

 

#소감_세 문장

 

유화의 질감(붓칠)을 화면의 일렁임으로, 마치 화폭의 그림이 살아나듯이 움직인다.

107명의 화가들이 2년여 동안 무려 62,45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한, 반 고흐에 대한, 반 고흐를 위한 명작이 있을까 싶다. 노랑, 파랑, 까만색의 원색과 두텁고 거친 유화 붓 터치감, 영화를 보는 내내 미술관에서 큰 화폭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개요] 애니메이션, 미스터리/ 영국, 폴란드/ 2017 개봉/ 15세 관람가

[출연] 더글러스 부스, 시얼샤 로넌 외

 

 

#영화를 보면서

 

유화와 애니메이션의 협업. 참신한 기법이다. 고흐가 지금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화면을 만지면 마치 그의 거친 숨결(또는 손길)이 느껴질 것만 같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기획을 할 수 있을까.

10여 년의 제작 기간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런 영화가 나오려면 그 이상이 들어가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대 단 하 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같이 보는 사람은 눈이 어지럽고. 계속 화면이 흔들거리는 일렁임이 많아서 멀미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 오프닝은 729장의 유화로 시작된다. ‘별이 빛나는 밤’, ‘즈아브 병사의 반신상’, ‘아를의 노란 집으로 이어지면서 그 색감의 볼륨과 황홀함에 빠져들게 한다.

    

 

빈센트의 죽음 후 1(1891)을 배경으로, 아르망이 아버지(빈센트의 유일한 친구인 집배원)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서 빈센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다.

 

 

   

 

 

빈센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닥터 폴, 빈센트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아들린, 빈센트를 그리워하는 여인 마르그리트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르망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 빈센트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빈센트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십대 청년들과 어울렸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미래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자살했을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는 자살을 시도할 수도, 타살 당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빈센트에 얽힌 일화와 많은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집약되는 면이 있어서, 깊게 집중하지 못하면 놓치게 되고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센트의 생에 속에 빚어졌던 굵직 굵직한 사건들의 사연에 대해 직면하면서 느끼는 아르망의 놀람과 절망과 슬픔은 곧 우리 관객의 몫이 되고 만다

 

 

    

 

그는 모든 감정을 느꼈다. 가엾은 빈센트, 너무 많이 느꼈다.” - 빈센트의 유일한 친구 집배원

 

 

 

#영화를 보고 난 후

 

반 고흐의 그림을 영화로 표현해 낸 제작팀의 업적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다.

 

초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촬영 후 유화라는 화폭(프레임)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 영화 속 움직이는 모든 장면들을 화폭에 하는 붓놀림처럼 채색하는 과정, 그것을 다시 애니메이션화하는 과정.

이 모든 과정에 제작진의 열정과 의지와 에너지가 없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일.

그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우리는 이렇게 근사한 명작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올라오는 초상화 속의 인물과 배우들이 함께 있는 사진첩.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뭉클함이 깊어진다. 그들이 각각 빈센트에 남긴 말들. 한 마디 한 마디.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살아난다.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외롭게 살다 간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가 남긴 800점의 작품은 오히려 지금도 고스란히 숨결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려 지면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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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놀음, 제주의 신화 역사 소설 | 책>문학 2018-02-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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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렁이놀음

박우근 저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열아홉 살 판관 서련과 수천 년 동안 김녕사굴에 살아 있는 신이었던 괴수 구렁이 대맹이와의 목숨을 건 대결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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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역사소설] 구렁이 놀음

    

 

*

구렁이놀음이라는 말은

 

제주에서 매년 시만곡대제(제사) 때마다 가짜 구렁이를 만들어서 칼로 찌름으로써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풍속이다. ‘구렁이놀이라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는 반드시 시만곡대제가 아니더라도 심방(무당)이 큰굿을 할 때 부정을 씻기 위해서 행하는 의례인 용놀이가 되었다.

 

이 소설 구렁이놀음은 이 놀이가 제주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유래를 밝혀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서련이 괴수 구렁이 대맹이(천구아구대맹이)를 퇴치한 영웅에 대한 무용담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신적인 존재에게 도전했다가 패배한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우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순전히 독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자 또는 후자든 어떻게 해석해도 그 의미가 다 전달이 될 것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이야기의 흐름은 이렇다.

 

괴수 구렁이 천구아구대맹이의 출생과 제주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구렁이 대맹이가 수천 년 동안 제주의 신(또는 왕)처럼 추앙받는 내력이 나온다. 대맹이를 살아 있는 신으로 섬기면서 매년 처녀를 제물로 받쳐야 하는 이유가 적어도 토착신앙을 믿는 백성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여기에 단신으로 호랑이와 대적하여 화살 두 개로 호랑이를 때려잡을 만큼, 옛 고사에서나 나올 법한 뛰어난 무예와 재능을 지닌 세상에 둘도 없는 인재 서련(십구 세)이 제주에 판관으로 내려오면서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서련은 첫눈에 반한 잠녀(해녀) 아름다운 마들레와 첫날에 운우지정(부부지정)을 나누며 백년가약을 맺고. 진심(사랑하는 마음)을 다하여 마들레를 자신의 고향(육지)으로 데려갈 것을 맹세한다. 그 말을 절대 믿지 않겠다던 마들레도 서련의 눈빛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맹세를 받아들이고 만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니, 그해의 대맹이의 신부로 처녀 마들레가 간택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대맹이와 심방(무당)의 행태가 못마땅했던 서련은 그 일로 인하여 더욱 대맹이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며, 명을 어기면서까지 군사를 동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예가 뛰어난 영웅이라고 해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첫싸움에서 완전 패하고 만다.

 

이렇게 서련의 대맹이를 잡겠다는 신념은, 대맹이를 제주의 수호신으로 믿고 받드는 백성들과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 김목사의 태도로 첨예한 갈등 관계에 놓이면서. 오히려 서련은 죄인이 되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그런 서련을 도와주는 신들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제주에는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특히 탐라십대신(제주를 지키는 열 종류의 신) 중에 제주 출신이며 신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자청비라는 신이 있는데(자청비와 문도령 전설도 꽤나 재미나 있다). 신들의 회의를 통해서 서련을 도와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들은 인간사에 개입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벌을 받는 법. 여기서 또 자청비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또 하나의 신이 있는데 바로 구렁이 대맹이의 어미인 안칠성.

자청비는 어떡하든 서련을 도와 주면서 대맹이의 패악을 막고 제주를 지키려 하고. 또한 그만큼 안칠성은 서련을 어떡하든 죽여서 아들을 구하고자 하니. 어찌 보면 서련이 대맹이와 맞서 싸우는 일은 신들의 내전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일.

 

결국 서련은 꿈에서 자청비의 도움을 받아 그 옛날 진시황이 제주도의 혈을 끊기 위해 사용했다는, 진시황의 보물 파산검을 찾아 매바위로 가게 되고. 다시 그곳에서 목숨을 걸고 영등할망신의 인정을 받으면서 파산검을 손에 쥐게 되는데.

 

과연 서련은 어떤 방식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대맹이와 사투를 벌일지. 파산검은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괴수와 영웅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맞이하는지.

 

*

이 소설은 세 단계 구성(서사-본사-결사)과 본사는 16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제목은 이야기의 핵심, 또는 중심 소재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으며. 제목만 봐도 이야기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배치하였다.

그리고 본사 1장에 나오는 호랑이눈썹이 과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쓰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결국 본사 16피비가 내린 날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게 한다.

 

*

이 작품의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작가의 꿈을 지녔었다.

 

그런데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꿈을 놓치 않고 세상에 자신의 첫 소설을 내 놓았다. 그 작품이 구렁이놀음이다.

그가 특별히 제주를 소재로 하는 신화 역사 소설을 내놓은 이유는, 현실의 제주가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 속에 존재했던 환상의 섬, 제주를 그려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외지인이었던, 낯선 풍속과 민심이 다른 백성들을 만나야 했던 열아홉 살 소년 판관의 시선으로, 제주를 낯설게(또는 신비와 전설이 가득한 이미지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제주도의 많고 많은 신화와 전설 중에 김녕사굴 구렁이 전설에 저자가 유독 관심을 가진 이유는,

 

어린 판관(영웅) 서련이 괴수 구렁이를 퇴치하는 위엄을 달성하고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에 대한 여운과 혼란을 독자들과 같이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최후를 맞이하는 과정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헤라클레스, 벨레로폰 등)과 닮아 있다고 하니, 그리스 신화를 즐겁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소설을 함께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이야기를 특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주인공 서련이 십구 세라는 오늘날 청소년의 나이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사 구조 자체가 교훈(또는 설명)으로 일관되기 보다는, 우리의 신화와 전설, 특히 제주의 몇 천 년의 역사가 함께 녹아 있어서 제주에 대한 독특한 애정이(읽는 동안) 형성되게 할 뿐만 아니라, 한 영웅의 무용담이 거침없으면서도 절실한 사연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흥미 면에서도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역사, 신화, 전설 등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읽으면 더 좋겠고, 아버지와 함께 읽는다면 더더더 할 얘기가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등장하는 어린 판관 서련과 육순이 다 된 김목사와의 관계가 마치 부모 자식처럼 보이면서 그 관계 속에서 어떤 큰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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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한줄평 2018-02-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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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 즈음인가 도서관에 5권 정도 구입해 두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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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 책>문학 2018-02-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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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방인

알베르 카뮈 저/김화영 역
민음사 | 201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는 한때 내가 이방인의 뫼르소를 닮았다고 믿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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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1학년때 쯤인가 이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책 읽고, 한숨자고, 책 읽고, 걷고.. 그게 저의 유일한 오락거리였습니다.

집에 텔레비젼이 생긴 것은 2학년때쯤인가 봅니다아마도 그 이후부터 책은 나의 오락 1순위에서 저 아래 순위로 밀려 버린 것 같습니다.

 

8살 때부터 생활 공간이 완전 달라지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너무 낯설고 두려워서인가, 항상 뭔가 어렵고 짓눌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 현실의 집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학교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밥이 아닌, 놀이도 아닌(딱히 노는 것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아서 책을 매우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도 새록 납니다

 

그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하게(아마도 학교 여선생님 중에서 누군가 빌려주셨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지역적으로 환경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전학을 가서, 도서관도 없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을 선생님들이 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습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매우 조심스럽게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무슨 계기로 2학년때 국어선생님하고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이 저가 하는 얘기들을 가만가만 들으실 때마다 뭔가 놀래는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 몇 번 읽었니, 이런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주인공 얘기가 무슨 말인지 정말 아는거냐, 하는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독후감으로 작성해 올래, 하는 질문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 샘과 몇 시간을 이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내가 무슨 책을 읽은 후에, 누군가와 기나긴 얘기를 나눈 것이 아마 처음은 아니었을텐데도... 기억의 저편에서는 항상 이 책이 제일 먼저 불쑥 튀어나옵니다.

내 인생의 첫번째 책은, 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방인>이요, 답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요? 그건 뭐라 정확하게 잘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냥, 3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방인이구나, 내가 뫼르소구나,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10대의 소녀가 그게 가능하냐구요? 제가 좀 워낙 스페셜한 환경을 겪다 보니까, 조숙을 완전 넘어서서 '애어른' 등등 속내가 늙은 소녀가 얻을 수 있는 별칭은 다 달고 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나이보다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요.)

그때는 아무튼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꽤 늙은 소녀였습니다.

 

2.

<이방인>은 문득문득 일상에서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책의 제목 탓인지, 주인공 뫼르소 탓인지... 아무튼 늘 '이방인'이라는 단어와 나는 함께 살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분리하고 싶은 강한 무의식의 욕망이 기제가 되어 발동을 할 때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나는 나, 나는 나 외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요근래 며칠 동안도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날들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3.

잠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엄마는 종종 사람이 결코 전적으로 불행해지는 법은 없다고 말을 하곤 했다. 나는 감옥 안에서, 하늘이 물들고 새로운 날이 내 감방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 말에 동의하곤 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내 가슴이 터져 버렸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154)

 

아무리 생각해도 <이방인>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뫼르소는 사형 집행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 줄곧 달려온 사람 같습니다.

비로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왜 그랬을까요?

그가 살아오는 내내 느꼈던 근원적인 권태, 무기력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요?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 형제라는 것을 느낄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기 전에는 아무 감정도 느낌도 행복도 없이,

모든 세계가 그냥 나와 무관한 객관적인 현상으로 또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 환시?로만 보이는 것일까요?

 

4.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은 이 강한 욕망은 어떤 나쁜 징조같은 것은 아니겠죠.

내가 지금 슬프다거나 외롭다거나...

딱 지금만 같아라, 하면서 소원하고 살고있는 오늘인데.

설마... 외롭다거나 권태롭다거나.. 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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