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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의 대표작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1-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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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저/김경남 역
모비딕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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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밌네요.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답습니다. 본격 추리 매니아인 저이지만 세이초 아저씨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정말 대단합니다. 1957년에 발표된 그의 첫 장편소설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재미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네요. 일본의 낯선 지명이 많이 나오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열차 시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해서 자칫 흐름을 못따라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읽어보니 기우였습니다. 책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27개의 친절한 그림과 삽화도 장면 이해에 적절한 도움을 주었구요.

 

확실히 세이초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본격물과 그 궤가 다릅니다. 본격물은 먼저 메인 트릭을 정한 뒤 그 트릭에 맞춰 배경과 스토리를 구성하느라 이야기가 다소 비현실성을 띠는데 반해 세이초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의 이야기가 우선이고 트릭같은 서브 소재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단순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점은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외치며 극적인 결말을 연출하는 본격물에서의 라스트씬과는 차별되게 미하라 경위가 도리카이 형사에게 보내는 담담하지만 정감어린 마지막 서신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와 집필 방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나는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떻게『점과 선』이라는 그렇게 멋진 제목을 붙였는지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띠지 뒷면에 새겨져있는  "그들은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점이었다. 우리는 잘못된 선을 그어서 그들을 묶어버렸다"라는 말은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너무나 인상적인 문구네요.

 

세이초 사회파 추리소설의 매력은 트릭과 범인 맞히기라는 본격 추리소설의 비현실성에 맞서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통해 범죄의 동기를 찾고 그러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작품에 적절히 투영시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시점을 단순화, 획일화해서 글의 흐름이 막힘이 없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아주 정제된 문체로 정말 필요한 얘기만 서술하는 그 문장의 간결성 역시 그만의 강점이고요.

 

『짐승의 길』,『잠복』, 그리고『점과 선』...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역시 시대에 무관하게 클래스는 영원하네요.잠복』에 이은 추리 단편 2탄『역로』를 기대안할 수 없습니다. 아 참, 그전에 사놓기만한『 D의 복합』과 『미스터리의 계보』를 어서 읽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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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돌아왔다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1-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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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현정수 역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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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상관과 천방지축 여형사 그리고 까칠한 집사...그들이 돌아왔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 2』.속물 가자마쓰리 경부, 천방지축 여형사 호쇼 레이코 그리고 독설을 날리는 집사 가게야마...이 삼총사가 재등장해서 다시 한번 재미난 웃음과 진지한 추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단편집으로 기본 플롯은 전작과 동일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자마쓰리 경부와 레이코 형사가 사건을 현장 수사하고 귀가한 레이코는 집사 가게야마에게 사건을 자초지종 설명한다. 그러면 안락의자 탐정격의 집사가 비상한 추리로 사건을 한순간에 해결한다. '아가씨는 그런 것도 모르냐'는 독설을 날리면서 말이다.

 

본격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이니만큼 본격 추리소설로서의 심도있는 컨텐츠로 접근하기 보다는 캐릭터와 분위기로 승부를 보는 소설이다. 사건이 발생해서 용의자가 좁혀지고 결국에는 범인이 밝혀지지만 트릭이 기발하다던지 추리적 깊이가 깊다던지 하지는 않다. 오히려 사건을 둘러싸고 세 주인공이 벌이는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모습들이 작품의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상관이랍시고 사건 현장을 지휘하면서 초등 수준의 어설픈 추리에 늘상 잘난 체하고 틈만나면 레이코 형사에게 집적거리다 망신당하는 재벌 2세 가자마쓰리 경부, 낮에는 경부에 채이고 밤에는 집사에게 무시당하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재벌가의 외동딸 호쇼 레이코 형사 그리고 비상한 추리와 독설로 무장한 까칠함의 대명사 가게야마 집사...   

 

근데 집사의 독설이 전작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좀 더 세야 제 맛인데...아마도 더 심했다간 밥그릇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나름 기대했던 집사와 아가씨의 은근한 로맨스가 없는 것도 아쉽다. 이게 첨가됐으면 더 재밌을텐데...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은 가자마쓰리 경부와 가게야마 집사와의 만남이다. 집에서만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가게야마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지만 이 때는 다른 경부가 책임자로 나오고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둘 간의 만남이 이루어질 뻔했으나 이 때는 경부가 의식을 잃은 상태이다. 작가는 왠지 둘의 직접적인 만남을 원치 않는 것 같다.

 

평소 진지한 추리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가벼운 유머 미스터리를 접해서인지 나름 신선하고 재밌다. 본격 추리라는 기본 포맷에 개그 코드를 곁들인, 물과 기름같은 이질적인 두 장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 많은 복선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구성도 좋고...히가시기와 도쿠야식 유머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진지한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도 한번쯤 이러한 가벼운 책을 집어 보는 것도 기분 전환 및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그새 일본에서 3편이 나왔다고 하니 국내에도 발빠르게 출시되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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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하는 고전 서스펜스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12-1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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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 클락

케네스 피어링 저/이동윤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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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자초한 자, 위기를 막으려는 자 그리고 위기에 닥친 자

세 남자의 숨막히는 두뇌 게임을 그린 고전 서스펜스 스릴러.

 

시인이자 소설가인 케네스 피어링의 1946년 작품으로 그가 발표한 여덟 편의 장편중 유일한 성공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1987년 제작된 케빈 코스트너, 진 핵크만, 손 영 주연의 <노웨이 아웃>의 원작 소설이고요. 그전에 1948년에 먼저 동명 제목으로 한 차례 영화화됐습니다. (원작을 읽어보니 <노웨이 아웃>은 스타 파워만 믿고 각색을 너무 심하게 한 3류(?) 오락 영화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얼 재노스가 이끄는 재노스 엔터프라이즈는 뉴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범죄, 스포츠, 요리등 거의 전방위적인 분야의 잡지를 출간하는 거대 출판 기업입니다. 책 제목인 '빅 클락(The Big Clock)'은 재노스 그룹 본사 로비에 걸려있는 대형 시계를 지칭하고요. '빅 클락'은 재노스 그룹을 대표하는 심볼이자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행동하는 조직의 일사불란한 체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룹 총수 얼 재노스는 우발적으로 애인 폴린 델로스를 살해합니다. 그리고는 그의 사업 파트너이자 그룹 브레인인 스티브 헤이건에게 달려갑니다. 헤이건은 월간지 <크라임웨이>의 편집 주간인 조지 스트라우드에게 유일한 목격자인 의문의 남자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조지 스트라우드는 곤혹스러워합니다. 그가 바로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인이니까요. 자신을 찾아내야 하는, 그러면서도 자신을 숨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조지 스트라우드. 시시각각 조여오는 운명의 톱니바퀴속에서 스트라우드는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요.

 

일단 다중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구성이 무척이나 독특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앞 이야기를 받아 자신이 화자인 '나'가 되어 이야기를 서술해 나갑니다. 그래서인지 그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른 심리 상태 그리고 역할에 대한 행동 방식등이 리얼하게 묘사됩니다.

 

거대 출판 회사의 편집자 기획 회의를 통해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인 조직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소설은 조지 스트라우드의 평화로운 가정과 194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총수 애인과의 비밀스런 데이트를 곁들이며 낭만적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예기치못한 살인사건이 분위기를 급변시키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총수로부터 파트너, 편집 주간, 편집장 그리고 말단 기자에까지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남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가운데 자신을 숨기면서 자신을 찾으라는 아이러니한 지시를 하달하는 조지 스트라루드의 이중적인 두뇌플레이가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합니다. 단서가 하나씩 발견될수록 경찰과 회사로부터 시시각각 정체에 대한 압박이 조여오고, 그 압박에 대응해 연막 작전을 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스트라우드가 자못 애처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과연 나에게 이러한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마치 내 자신이 조지 스트라우드가 된 것처럼 그의 생각 하나 행동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그렇게 숨 돌릴 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다소 차분하고 바른(?) 결말로 마무리되는게 인상적(?)입니다. 밤새워 손에 땀을 쥐며 읽은 저에게 순간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뭔가 권선징악의 참 맛을 보여주는 화끈하고 통쾌한 멋진 드라마틱한 결말을 기대했던 장르 소설 독자에게 이 의외의(?) 차분한 마무리가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군요. (작품 해설에는 안티클라이맥스라고 되어 있네요.)   

 

1930년대의 대공황과 40년대 냉전의 시대를 관통한 미국의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한 개인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통해 암울한 시각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지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흡입력이 좋고요. 지금도 책 제목 '빅 클락'의 대형 시계가 운명의 시각을 째깍째깍하고 카운트다운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하드보일드 정서에 추리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꽤 괜찮은 고전 서스펜스 스릴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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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1-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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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저/한희선 역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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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는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입니다. 서술 트릭의 정수를 보여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시작으로 밀실트릭 3부작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반전 미스터리의 미학 『 해피엔드에 안녕을』, 에도가와 란포의 오마주 『시체를 사는 남자 』, 엔터테인먼트 살인놀이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데뷔작인 본격 미스터리 '집의 살인' 시리즈 , 귀여운 꼬마 숙녀가 등장하는 코지 미스터리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까지...본격 추리를 근간으로 작가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러한 팔색조같은 작가의 매력과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는 우타노 쇼고가 들려주는 집과 밀실에 얽힌 섬뜩하고 오싹한 반전 추리 단편집입니다.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단편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사연을 담은 집이 등장합니다. 인형사가 사는 집, 철거를 앞두고 있는 집, 치매 노인이 기거하는 집, 산골 마을의 외딴 집 그리고 어두운 과거를 가진 집 등...그리고 그 집을 배경으로 밀실이 만들어지고 이 밀실과 연계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명탐정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은 결국 명쾌히 해결되고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 독자의 허를 찌르는 놀라운 반전이 펼쳐집니다.

 

『인형사의 집』에서는 이십년 전 고향 마을 인형사의 집에서 실종된 친구의 행방에 관한 미스터리를 밝히고, 『집지키는 사람』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철벽 알리바이와 밀실 트릭 그리고 범행 수법을 추적합니다. 기묘한 상황과 특이한 밀실이 맞물린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에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의 아들 역할을 수행하는 젊은 백수 청년의 수상쩍은 고액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나오고 『산골 마을』에서는 휴가차 들른 외딴 마을에서 두 형제 주변에서 발생한 밀실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칩니다. 『 거주지 불명』에서는 5년전 발생한 일가족 참사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섬뜩하고도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가는 집과 밀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사건들을 본격 추리물 성격을 가미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습니다. 한마디로 우타노 쇼고다운 우타노 쇼고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안타까운 사고도 있고 계획적인 잔인한 살인도 있습니다. 때론 오싹하고 때론 진지하고 때론 안타깝습니다. 시공간적으로 변형을 주는 자유자재의 구성과 포맷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이러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구상해내고 또 그것을 글로 풀어가는 작가의 필력 하나만은 대단합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우타노 쇼고의 스타일리쉬한 글쓰는 매력이 잘 살아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띠지에 적혀있는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의 명성에는 대중적인 재미와 완성도 그리고 임팩트 면에서 다소 못미칩니다. 오히려  스토리와 구성 면에서 '반전 미스터리의 미학'『해피엔드에 안녕을』과 그 궤가 비슷하다 할 수 있겠네요. 우타노 쇼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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