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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의 숨겨진 내력에 얽힌 신비한 추리소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2-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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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흑사관 살인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저/김선영 역
북로드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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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렵다. 그래도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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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사둔 책을 이제야 펼쳐들었다. 많은 독자들이 중도 포기하고, 완주한 독자들도 이해도가 채 30%가 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악명(?)높은 책...『도구마 마구라』, 『허무에의 공물』과 함께 '일본 탐정소설 3대 기서'중 한 권으로 불리는 『흑사관 살인사건』. 1901년 출생한 저자가 1934년 <신청년>이란 잡지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하니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러한 방대한 지식의 추리소설을 쓴 자체가 놀랍고 경이롭다.

1885년 보스포루스 해협 동쪽, 일본 가나가와 현에 설립된 이 화려한 서양식 저택은 마치 흑사병 사망자를 모아두었던 프로방스 요새를 떠올린다는 이유로 흑사관(黑死館)이라 불린다. 카테리나 데 메디치의 사생아로부터 시작된 저주받은 후리야기 혈통의 비극은 흑사관 설립자인 산테쓰 의학 박사의 자살 포함 세 건의 변사사건으로 이어진다. 흑사관에는 산테쓰 박사가 의문의 자살을 한 뒤로 그의 아들 하타타로와 네 명의 외국인 현악사중주단 악사들 그리고 여비서. 여사서, 노집사, 급사장등이 기거하고 있다.

흑사관의 성주 산테쓰 박사는 자살하기 전까지 40여년 동안 흑사관에 단 한순간도 거주하지 않았으며 정체불명의 네 명의 외국인 악사들은 그들이 요람에 있을 때 흑사관에 들어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바깥 출입을 한 적이 없다. 또한 흥미를 끄는 것은 '테레즈'라 불리는 여자 인형이다. 산테쓰 박사가 귀국선에서 병으로 잃은 사랑하는 여인 테레즈를 못잊어 만든 등신 크기(165cm)의 이 태엽 인형은 스스로 걸으며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섬뜩하게 작동하는 이 인형을 흑사관 사람들은 자살한 박사의 악령이 씌웠다고 두려워한다.

중세의 철학적인 벽화들과 다양하고 진귀한 고서 그리고 일본 무사의 갑옷등 기괴한 그림과 책, 장식물로 채워진 흑사관에서 박사의 자살 1년 뒤에 네 명의 외국인 악사중 한 명이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명탐정 노리미즈는 하제쿠라 검사, 구마시로 수사국장과 함께 조사에 착수하지만 이를 비웃듯 연쇄적인 살인이 일어난다.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쓴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왜냐면 (나 역시) 책의 30%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단편 『실락원 살인사건』에서 맛봤던 오구리 무시타로의 전방위적인 놀라운 지식과 현학적인 말투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고대나 중세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과 학설을 기반으로 의학, 약학, 화학, 물리학, 연금술, 언어학, 기호학, 색채학, 심리학, 종교학, 정신병리학, 고고학, 천문학, 철학 등 온갖 학문의 생소한 지식들이 죄다 출동한다. 노리미즈 탐정이 쉴새없이 쏟아내는 현란한 현학적인 대사를 이해하기는 커녕 사건의 메인 흐름조차 따라가기가 벅차다. 과연 검증된 학문과 지식을 바탕으로한 작가의 확고한 세계관인지 단순한 언어유희적 말장난인지조차 헷갈린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노리미즈 탐정의 현학적인 대사를 읽다보면 정신이 멍해지고 육체가 이탈하는 느낌이다. 읽는 건 까만 글자지만 머리속은 새하안 백지가 된다. 특히 배음(음향), 천문학, 암호 해독 그리고 서양 고전 문학을 인용해서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나'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에 인용되거나 소개된 다양한 이론이나 학설의 진위와 노리미즈의 추리에 대한 상황적 논리성 또는 현실성 여부등을 판단할 엄두조차 생기지 않는다. 비꼬아 표현하자면, 추리소설을 빙자(?)한 작가의 끝없는 학식 자랑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적재적소에 들어있는 다양한 삽화와 도면들이 조금이나마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위안이다.

사건의 전개는 간단하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조사에 착수한 노리미즈의 현란하고도 현학적인 장광설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한 명씩 용의자와 대질 심문을 하고 그 와중에 의도적인 빗나간 추리로 용의자의 방심을 부르기도 하지만 노리미즈 스스로 잘못된 추리로 진범을 오인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흑사관 건축가의 저주에 물든 악마적인 계략, 성주 산테쓰 박사의 자살 포함 세 건의 변사사건의 진상, 박사의 유언장을 둘러싼 실체와 음모, 네 명의 외국인이 40년 동안 흑사관에 갇혀있어야만 했던 비밀스런 배경등 흥미진진한 얘깃거리가 줄을 잇는다. 몇 건의 살인 및 미수가 발생하는 동안 노리미즈의 추리는 번번히 빗나가고 용의자가 서서히 줄어드는 마지막 장에 가서 진범이 밝혀지지만 정확한 범행의 진상을 복기해주는 부분이 없어 책을 덮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록 디테일한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흑사관의 비밀스런 내력을 통한 책이 갖는 신비하고도 기괴한 분위기 그리고 노리미즈의 현학적인 대사들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 번역을 한 번역가 그리고 (어찌됐건) 책을 끝까지 읽은 나에게 경의를 표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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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배경으로 한 지적 추리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13-02-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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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마르첼로 시모니 저/윤병언 역
작은씨앗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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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마르첼로 시모니의 2011년 데뷔작으로 중세 유럽 수도원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비밀을 담고 있는 한 권의 책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역사 스릴러물이다.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은 3부작중 첫 권으로 유럽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방카렐라상을 수상했으며 두 번째 작품인『연금술사의 잃어버린 도서관』이 최근 출시됐다고 한다. 근데 이 방카렐라상의 탄생이 흥미롭다.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70명의 책방 주인들이 1953년에 만든 문학상이라고 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도나토 카리시의 특급 스릴러『속삭이는 자』등이 이 상 수상작이다. 

 

AD 1218년경 중세 유럽의 수도원이 배경이라 그 당시 유럽의 역사, 종교, 신분, 계급, 문헌, 언어, 풍습 등 낯선 부분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스페인의 유골 상인 이냐시오 톨레도가 한 귀족의 부탁을 받고 천사를 부르는 비밀이 담겨있다는 『우테르 벤토룸(라틴어로 바람 주머니)』이란 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얘기이다. 주인공 이냐시오에게는 프랑스인 윌라름과 보조수사 출신의 소년 우베르토라는 조력자가 있다. 스릴러물에 악의 무리가 없으면 안되는 법. '생 베므'라는 무소불위 비밀법정 집단의 우두머리인 '붉은 가면' 도미누스와 그의 충복 기사인 슬라브니크가 주인공 일행을 뒤쫒는다.

 

책 초반부는 키우자 디 산 미켈레 수도원, 비비엔 드 나르본 신부등 긴 이탈리아식 이름과 중세 유럽의 낯선 배경등으로 천천히 긴장해서 읽었다면 이냐시오 일행과 생 베므 무리의 쫒고 쫒기는 추격신이 본격화되는 중반부부터는 조금씩 속도감이 올라간다. 비록 중세 유럽 지도와 지형 그리고 역사에 문외한지라 수도원과 수도원을 넘나드는 수개월에 걸친 그들의 기나긴 여정의 경로를 정확히 따라잡기는 어려웠지만. 

 

이 책의 기본 얼개는 쫒고 쫒기는 추격신을 그린 스릴러물이지만 추리적 요소도 상당히 많다. 비밀의 책은 모두 네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책을 찾는 과정에서 언어학적 기호로 숨겨진 암호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히브리어, 프로방스어등 전혀 생소한 중세 유럽의 언어들인지라 이냐시오가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추리적 재미를 맛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추리적 재미가 본격화된다. 책 표지가 암시하는 '붉은 가면' 도미누스의 진짜 정체부터 이냐시오 일행이 책을 찾아나서게된 숨겨진 진상, 사건의 실질적인 배후 그리고 이냐시오의 숨겨진 가족사등 놀라운 반전이 잇달아 터진다.

 

박학다식에 냉철하고 무술에도 능한 주인공 이냐시오도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그를 쫒는 기사 슬라브니크가 기억에 남는다. 정의로운 기사를 꿈꾸다 도미누스의 꾐에 빠져 악의 집단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그가 후반부에 보여주는 심경과 행동의 변화에 연민을 느낀다.

 

책 하단을 장식하는 200개의 빽빽한 주석을 보니 번역가가 수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페이지는 본문보다 주석 분량이 훨씬 많다. 처음에는 일일이 주석을 찾아가며 읽었으나 굳이 주석을 안봐도 책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18쪽의 두건을 쓴 외부인이 언급되는 부분, 84쪽의 몸을 구부린 우베르토에게 "일어나게, 청년"이라고 하는 말, 85쪽 아래의 '이곳에서'라는 어색한 문장은 번역상의 오류로 보인다.  

중세 유럽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수도원을 배경으로 비밀의 책 한 권의 행방을 놓고 벌이는 권력의 암투, 음모와 배신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냐시오 일행의 모험을 통해 역사 추리 스릴러물로 재밌게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마치 내 자신이 옆구리에 칼을 차고 붉은 가면을 쓴 채 긴 망토를 휘날리며 중세 유럽 어느 외딴 언덕에 고즈넉히 위치한 수도원을 찾아 넓디너른 평원을 말을 타고 달리는 상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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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현대 추리물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2-0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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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곱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저/현정수 역
북로드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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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현대물도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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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 - 산마 - 잘린머리로 이어지는 방랑환상소설가 도조 겐야 시리즈와 데뷔작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의 작가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쓰다 신조의 국내 다섯 번째 출간작이다. 미쓰다 신조는 본격 미스터리에 민속학, 괴담등을 덧붙여 본인만의 독창적인 호러 미스터리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로 스탠드얼론의 현대물인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2011년 3월 발표된 최신작이다.

 

생명의 전화 상담원 누마타 야에는 어느날 밤 기이한 전화를 받는다.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어린 아이의 음침하고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다몬 에이스케라는 중년 남성의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가 그것. 그는 몰락한 사업과 빚, 말기암등으로 삶에 비관을 하고 그의 30년전 초등 시절의 술래잡기하던 고향 친구들에게 매일밤 한 명씩 전화를 걸어 만약 안받으면 술래잡기 놀이하던 신사 벚나무에 로프를 걸어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상담원의 노련한 추측과 신속한 대처로 다음날 정신보건 복지센터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하지만 남성은 신발과 유류품 그리고 소량의 혈흔만 남긴채 절벽 아래에서 모습을 감춘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그의 전화를 받은 30년전 술래잡기 친구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이 발생하고...술래잡기 친구이자 호러 미스터리 작가 하야미 고이치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30년간 봉인됐던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당시의 섬뜩했던 장면들로부터 조금씩 위화감을 느끼는데...과연 30년전 소꿉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연쇄살인의 범인과 사건의 숨겨진 진상은 무엇일까.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호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키는 작가의 역량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딱히 잔인한 장면이나 공포스러운 묘사가 없음에도 시종일관 독자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오싹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어린 시절 철들기 전에 일어났던, 그래서 기억에서 멀어져 떠올리기조차 싫은 희미한 과거로의 여행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 안개속을 걷는듯한 모호함, 마치 등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는 싶은데 돌아보기가 두려운 그러한 오싹한 공포가 책 저변에 잘 스며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발생부터 수사와 추리 과정 그리고 범행의 동기와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적인 재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루마가 굴렀다"라는 놀이는 우리나라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동일한 놀이라서 무척이나 친숙하게 다가온다. 여섯 명의 소꿉친구들이 어릴적 즐겨했던 놀이에 어느 순간부터 미지의 일곱 번째 멤버가 존재했었다는 섬뜩한 설정은 마치 '우리 반에 한 명이 더 있다'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 고이치의 추리가 계속해서 바뀌고 이를 도조 겐야 스타일이라 언급하는데서 작가의 귀여운 위트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서 일일이 되새김질 하듯 조근조근 따져가며 전개되는 추리 과정은 때론 지나치게 디테일한 느낌이 들어 속도감있는 전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암시나 축약등으로 과감히 건너뛰거나 생략해서 조금 전개가 스피디했으면 좋겠다. 또한 진범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사건의 정황상 과연 범행이 가능했을까 살짝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기억에서 봉인된 암묵적 합의가 불러온 끔찍한 연쇄살인과 그 저변에 깔린 삼십년의 세월을 두고 이중삼중으로 엮어진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정교한 추리, 놀라운 반전, 의외의 범인 등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호러적 색채에 본격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민속학과 괴담에 등장인물까지 복잡, 난해하게 얽힌 도조 겐야 시리즈에 비해 덜 복잡하고 덜 예스러워서 현대물을 좋아하는 미스터리 독자에게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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