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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3-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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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시마다 소지 저/한희선 역
검은숲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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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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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부' 시마다 소지가  창조한 명탐정입니다. 전설적인 역작『점성술 살인사건』(1981년)으로 데뷔해서『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마신유희』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으나 정작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었을 뿐 탐정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미타라이 탐정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었네요. 1987년에 발표된『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된 본격 추리 단편집입니다.

 

『숫자 자물쇠』는 미타라이 기요시가 본격적으로 탐정일을 시작하는 첫 번째 사건입니다. 명함도 파고 수임료도 받네요. 서두에 우메자와 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언급되서 얼마나 반갑던지...그때의 전율과 흥분이 되살아납니다. 논리적인 본격 추리의 재미는 물론이고 미타라이 탐정의 천재적인 수학 능력과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따스한 마음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질주하는 사자(死者)』는 불가사의한 시체 이동에 관한 물리적 트릭이 나오는데 착상은 기발하나 현실감은 의문입니다. 다소 만화적이라고나 할까요...음악이 있는 추리물입니다. 미타라이의 프로 뺨치는 숨겨진 기타 실력을 즐겨보시길.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는 예상치도 못한 허를 찌르는 전개와 반전이 유쾌함을 선사하네요. 준비된 결과에 과정을 끼워맞추는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나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홈즈의 유명한 단편이 떠오르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스 개』는 액션, 스케일, 추리가 잘 어우러진 유괴 미스터리입니다. 탐정의 비밀스런 과거도 언급되고 사라진 건물, 암호 해독등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습니다. 사건을 수락하는 이유도 인상적이네요.  

 

작가이자 친구인 이시오카가 왓슨역의 화자가 되어 미타라이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도 있고 아예 제3자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단편도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추리 단편집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이 작품에 수록된 네 개의 단편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굳이 탐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도 단순히 본격 추리 단편으로써의 재미가 충분히 살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꼽자면 그리스 개 > 숫자 자물쇠 >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 질주하는 사자 順이랄까요.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천재적 추리 능력과 개를 좋아하고 여성에게는 무관심한 미타라이 탐정의 오묘한 매력이 잘 드러나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까칠하고 괴짜로 비춰지는 탐정의 캐릭터 탄생 배경은 시마다 소지 작가가 일본인론에 비유해서 설명한 작품 후기에서 그 연유를 확인할 수 있고요. 시마다 소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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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자연 연소 사건을 추적하는 지적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13-03-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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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림스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공저/신윤경 역
문학수첩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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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펜더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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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개스트 시리즈 첫 작품인 『살인자의 진열장』을 접하고는 두 번 놀랐습니다. 이야~ 참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스릴러네. 근데 왜 이걸 분권했을까...두 번째 읽은『악마의 놀이』는 캔사스주의 광활한 옥수수밭과 어두컴컴한 동굴이 기억납니다. 특히 마지막 동굴에서의 결투 장면은 그야말로 작품의 백미였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소재의 흥미로움은 『살인자의 진열장』이, 재미와 완성도는 『악마의 놀이』가 좋았지않나 싶습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나 세 번째 접한 펜더개스트 시리즈에 또 한 번 놀랍니다. 728쪽의 엄청난 두께에 한페이지 28줄의 빼곡한 활자체....분권을 피하기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미국 롱아일랜드 사우샘스턴에 위치한 호화 저택에서 기이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외부와의 접근이 완벽히 차단된 이 거대 밀실에서 집주인인 예술 평론가가 몸 내부에서 열이 발생, 새카맣게 타서 죽은 것입니다. 유황(브림스톤)의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의문의 발굽 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마치 루시퍼의 재현처럼 악마가 다녀간 것일까요...불가사의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에 펜더개스트가 뛰어듭니다.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매력은 일반 스릴러물에서 만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을 과학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풀어내는 몹시 기묘하고도 독특한 스릴러 창출에 있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선발주자가 바로 주인공인 FBI 특별 수사관 펜더개스트이고요. 문화, 예술, 과학등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수준인 펜더개스트는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늘상 고급 검정 양복에 운전수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는 부자집 도련님입니다. 한술 더떠 과거를 내다보는 초능력(천리안)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는 발휘를 안하네요 (그러면 30년전 사건도 쉽게 알아낼 수 있는데...) 그리고 한때 뉴욕 시경의 부서장이었다가 잠시 소설가 외도로 인해 변두리로 좌천된 우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다고스타 경사가 파트너로 등장합니다. 펜더개스트가 전작들에서는 다소 까칠한 스타일로 나오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상당히 자상하고 예의 바르게 등장하는게 이채롭네요.

 

흡사 악마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기괴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이 뉴욕에서도 연이어 발생하고 매스컴의 바람을 타면서 메시아를 자처하는 뜨내기 목사가 일시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종말론을 믿는 광신도들이 운집하면서 뉴욕 센트럴파크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이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적인 계략과 기발한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부터 황금비로 예견되는 지구 대재앙설, 종말론같은 인류 문명과 미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이 사건에 신비감을 덧붙이고 음악, 미술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항공우주산업같은 전문성있는 이야기들이 작품을 질적으로 풍족하게 만듭니다. 거기에 다고스타 경사와 헤이워드 과장의 러브라인도 살짝 들어가 있고...비밀연구소를 침입할 때는 흡사 007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고 중세 수도원과 고성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에서는 정말 댄 브라운 스타일의 숨막히는 스릴감을 느낍니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 상당량을 차지하는 벅 목사件은 조금 줄였을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무대 배경을 이원화시키고 그러한 기이한 사건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사회적 현상을 논하고 벅 목사 입을 통해 인류 종말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하고 '제3의 주인공' 헤이워드 과장에게 분량을 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벅 목사 관련 부분을 눈으로 읽고 있어도 머리와 마음은 외국으로 날아간 펜더개스트와 다고스타의 숨가쁜 여정을 좇고 있더군요.

 

확실히 여타 스릴러물과는 차별되는 펜더개스트 시리즈만의 오묘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728쪽의 두툼한 분량이 술술  넘어갑니다. 중세와 현대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한 편의 지적 스릴러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네요. 특히 마지막 장 공항에서의 다고스타 경사의 회한에 잠긴 장면과 짧막한 에필로그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이 '형제의 난' 3부작(Diogenes Trilogy)중 첫 작품으로 악마적인 기질을 가진 펜더개스트의 남동생 디오게네스가 책 중간에 한두 페이지 정도 짧게 언급되는데 어두운 야망과 잔인한 창의적 에너지를 기록한 비밀 일기장을 없앤 형에 대한 분노로 인해 복수의 선전포고를 합니다. FBI 형과 천재적인 살인마인 동생간의 대결은 다음 작품인 『Dance of Death(근간)』에서 다뤄진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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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성 짙은 독일발 추리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13-03-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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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크립트

아르노 슈트로벨 저/박계수 역
북로드 | 201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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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흡입력, 재미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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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독일 작가 아르노 슈트로벨의 2012년 작품으로 싸이코 범죄자를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물입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젊은 여성을 납치, 살해한 후 그 여성의 등가죽을 벗겨 캔버스를 만든뒤 거기에 소설을 쓰고 또 그 피해자의 이마에 챕터를 표시해 시체를 유기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관련 사건의 잠정 피해자 중 한 명이 함부르크 지역 유력 신문사 사장의 실종된 딸이구요. 근데 특이한 점은 이 범행의 세부적인 전개 방식이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작가가 쓴 『스크립트』라는 추리소설 속의 내용을 그대로 모방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모방한 범죄가 4년전 쾰른에서도 발생했었구요.

 

단순히 책을 모방한 싸이코 범죄자의 소행인지, 작가를 열혈 추종하는 광신 독자의 미친 애정의 표시인지 아니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려는 작가 또는 출판사 관계자의 악마적인 자작극인지....지역 유력 신문사 사장이자 실종된 딸의 아버지가 경찰서장과의 친분을 이용, 딸을 찾아내라는 거센 압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함부르크 경찰 소속 마티센 여경정과 에르트만 경감이 수사에 착수합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영향인지는 몰라도 여기서도 (여자가 상관인) 남녀 버디 파트너 형사가 등장하는데 그들간의 파트너쉽이 결코 신뢰적이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그들의 직속상관인 슈토어만 본부장과 여경정간에 껄끄러운 악연도 존재하구요. 세 경찰 주인공간의 반목과 불신에서 오는 갈등과 미묘한 신경전속에 『스크립트』란 책을 둘러싼 작가, 출판사 관계자, 비평가, 서적상, 열혈 팬등의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지만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발전합니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소설입니다. 가독성이 좋습니다. 한정된 등장인물에 내용도 복잡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군더더기없이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제한된 용의자 범위에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추리하면서 두 남녀 파트너의 수사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다보면 금새 마지막 장에 다다릅니다. 

 

반면에 깊이는 부족합니다. 북로드의 대표주자 타우누스 시리즈처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문제 제기나 심오한 주제 의식이 있는 그러한 작품이 아닙니다. 벗겨낸 여성의 등가죽을 캔버스로 만들어 소설을 쓴다는 엽기적인 도입부에 비해 피튀기거나 눈쌀 찌푸리는 하드코어적인 잔인한 장면이나 묘사는 전혀 없어 예상보다 수위가 약합니다. 중간중간 짧은 분량으로 납치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죽음과 공포의 현장이 교차 편집되는데 이 부분의 스릴감이 조금 부족해 보이고요.

 

하지만 단순히 재미면에서 부담없이 가볍게 즐기기에는 괜찮은 오락 추리 스릴러물입니다. 여러 용의자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수사,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수사 과정도 흥미롭고 사건이 해결됨과 동시에 삐걱거리던 세 경찰의 마무리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 여담이지만 - 온라인등에 서평을 조심해 올려야겠습니다. 잘못하다간 (또는 재수없으면)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겠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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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소설걸작선 2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3-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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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추리소설 걸작선 2

김내성 등저
한스미디어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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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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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

75년 한국추리문학사를 집대성한 단편 모음집입니다. 2권에는 특히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750쪽의 두툼한 분량에 본격추리, 범죄물, 서스펜스(스릴러)등 22편의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국내 미스터리 단편들이 들어있고 부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역사 및 각종 수상작 소개 그리고 작품 해설이 뒤를 잇습니다. 마침 금년 한국추리작가협회 주최의 '2012년 여름추리소설학교'에서 만나뵌 작가분들의 작품이 많아서인지 더욱 책에 애정이 가는군요. 개인적인 간단평입니다.


『안락사』(곽재동) 옆집에 이사온 할머니가 고급 도자기의 처분과 함께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는데....사기 범죄자와 할머니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볼만한 수작.

『그대 안의 악마』(김연) 외딴 별장에서 벌어진 광란의 파티속에 발생한 살인 그리고 저택이 갖는 어두운 역사가 음습하게 드리우진 섬뜩한 공포 추리물. 수작.

『체류』(한이) 소식이 끊긴 베트남 여성 노동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여정을 통해 불법 외국인 체류자의 문제점을 추리적 기법으로 짚어보는 드라마.

『오리엔트 히트-스푼 메이커스 다이아몬드』(김재희)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첩보 스릴러물. 작가의 초기작인지 구성, 전개, 억지스러운 반전등 모든 것이 아쉽다. 본격추리물인『명품탐정 김고로』시리즈에 기대를 해본다.

『알리바바의 알리바이와 불가사리한 불가사의』(이대환) 마치 김내성의 걸작『타원형의 거울』을 보는 듯한 소설 구조속에 밀실 트릭 퀴즈를 다룬 본격추리물. 구성과 전개는 참신하고 흥미로우나 해결의 논리성에는 의문이 든다. 두 가지 해답이 제시됐는데 판단은 독자의 몫.

『흙의 살인』(정명섭) 황궁에 쓰이는 기와를 만드는 와공장에서 기와 장인이 대들보에 목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되자 고구려 을지문덕이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인간의 탐욕이 빛어낸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본격 역사 추리물. 수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설인효) 길이 끊기고 폭우가 쏟아지는, 조명 하나없이 칠흙같이 어두운 버려진 산장에 비를 피해 삼삼오오 모여든 등산객들...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공포의 서스펜스. 수작.

『아내마저 사기 친 남자』(최종철) 사기꾼, 애인, 섹스, 질투, 다이아몬드등이 등장하는 통속적인 소재와 줄거리의 범죄 수사 드라마.

『마지막 장난』(박하익) 장난질을 좋아하는 대학생 세 명이 일생일대의 커다란 장난을 준비하는데...마치 기리오 나쓰오의 『아웃』을 보는듯한 스릴러. 반전을 위한 후반부의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가 흠.

『목 없는 인디언』(김재성) 현직 치과원장인 작가가 교환교수 시절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돌고도는 불운한 운명을 차분하게 그려낸 심리 스릴러. 명탐정 월셔 홈즈와 조수인 치과의사 라왓슨 콤비가 활약하는 본격 추리물인 『노끈』과『유령 여기자』를 추천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송시우)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는 한 여성 고객의 진상짓에 화가 난 텔리마케터가 직접 고객 집을 찾아가 담판에 돌입하는데....생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는 서스펜스물. 코믹 수사물인『5층 여자』와 호러적 색채에 오싹한 여운을 주는 심리 스릴러『아이의 뼈』를 추천한다.

『다이어트 클럽』(최지수) 고도비만으로 항시 남편에게 구박받던 부인이 신종 다이어트 클럽에 등록한 뒤 어느날 몰라보게 날씬한 모습으로 귀가한다. 하지만 그리고는 계속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스토리, 긴장감, 몰입감, 서스펜스, 마지막 반전등 나무랄데 없는 수작 스릴러.

『그들의 시선』(신재형) 범죄 전문 기자 출신 작가답게 사건 현장의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다. 작가 특유의 거친 말투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범죄 수사물.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전개는 작가의 장편『흔한 일들』에서 말끔히 해결된다.

『탈출』(김주동) 학창시절 짱이었던 동창 친구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주인공에게 접근하고 급기야는 마음이 떠나간 와이프에게까지 눈독을 들이는데...꼬봉이었던 주인공은 이 두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탈출'할 것인가...인간의 이기심과 인간성의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액션 스릴러.

『선택』(도진기) 폭우가 몰아치는 밤, 칠흙같이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운전중 왼손 손목을 메스로 긋고 어린 딸과 함께 가드레일을 뚫고 벼랑으로 추락사한 여성 외과의사...사건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아니면 사고사인가...자살로 결론지은 경찰과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여변호사는 진상 파악에 나서는데...현직 판사답게 법률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날카로운 추리가 빛을 발하는 수작.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남자』(정혁) 동창이 운영하는 카페에 하루 간격으로 이혼한 부부가 찾아와 그들이 겪은 이상한 일과 서로에 대한 사랑의 관점에 대해 얘기하는데...몽환적이고 감성적인 미스터리.

『세 번째 표적』(장세연) 30대 건장한 남성들이 동일한 아파트에서 얼굴에 총을 맞는 엽기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데...초반부의 흡입력있는 전개와는 달리 치정 드라마 스타일의 통속적인 결말로 마무리되어 아쉽다.

『여자는 한 번 승부한다』(김남) 애인을 죽인 남자가 부인을 설득해 사체 은닉을 시도하는데...반전이 돋보이는 서스펜스 드라마. 예전에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에『한 남자와 두 여자』로 발표된 작품의 후반부 내용을 정서적인(?) 이유로 각색한 작품이 아닌지 궁금하다.

『살인의 가치』(이승영)  조직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려는 한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게된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담긴 스릴러물. 등장인물의 시점을 달리한 독특한 구성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수작.

『그녀는 알고 있다』(손선영) 11년차 소설가 남편은 사회적 성공 가도를 달리는 부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세 명의 외도 상대남을 찾아 응징에 들어가는데...다중 인격의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수작.

『포인트』(조동신) 원룸텔에서 벌어진 전직 사형집행수 밀실살인사건. 도서관 사서 탐정과 여형사가 25년전 사건을 연계시켜 범인의 동기와 수법을 찾아 나서는데...사형제도의 진지한 고찰이 돋보이는 본격 추리물. 수작.

『B사감 하늘을 날다』(홍성호) 까탈스런 기숙사 사감 언니를 수면제로 잠재운 뒤 예약된 호텔과 클럽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고 복귀한 여대생 4명을 기다리는 건 싸늘한 사감 언니의 주검 뿐...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젊은 세태의 놀이문화에 현대 문명의 물리적 트릭을 덧붙인 신세대 본격 추리물. 수작.


작가 개개인의 강한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추리 단편 22편을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일단 책 전체의 만족감이 무척 뛰어납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처음 발표되는 작품들이 아니라) 한국추리작가협회 기관지인 <계간 미스터리>나 매년 출간되는 '올해의 추리소설', 황금가지의 <한국 추리 스릴러 걸작선>, 한스미디어의 <12인 12색>등 각종 단행본등을 통해 기발표된 작품들中에서 재미와 완성도면에서 검증받은 작품들만 추려모은 것이니까요.

많은 수작들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전문가적 식견과 날카로운 추리, 따스한 모성애가 빛을 발하는『선택』과 사형제도를 되짚어보는 본격추리물인『포인트』를 '최우수작'으로, 독창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전개, 뛰어난 반전이 돋보인 『다이어트 클럽』과 본격 추리에 공포와 서스펜스를 적절히 가미한 『그대안의 악마』를 '우수작'으로 뽑고 싶네요.

단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단편들이 치정, 원한, 금품같은 인간 관계나 그 주변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추리적 기법으로 승화한 서스펜스(스릴러)물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트릭과 반전 그리고 범인 맞히기의 재미가 들어있는 본격 추리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입니다. 김재성 작가님 같은 경우 『노끈』같이 훌륭한 본격 추리 단편이 실리지 않은게 아쉽구요. 본격 추리물이 더욱 많이 발표되고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저로서는 '올해 제가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로 꼽고 싶습니다. 영미권이나 일미쪽에서 추리 대작이 뜸한 지금 이 정도 분량의 재미와 만족도를 주는 책은 사실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두고두고 생각날 때 꺼내서 곶감 빼먹듯 한 편 한 편 재독해 보는 소장가치 역시 뛰어나고요. 한국 추리소설의 트렌드와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수록된 작가분들 모두 뛰어난 장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만점을 주고 싶으나 본격 추리물이 다소 적어 아쉽지만 별 반 개를 뺍니다. 별 네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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