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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을 믿어라 ! | 서양 미스터리 2013-06-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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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트러스트 유어 아이즈

린우드 바클레이 저/신상일 역
해문출판사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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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하기에 딱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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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별 없는 아침』의 작가 린우드 바클레이의 2012년 작품. 자폐증으로 집에만 칩거하는 한 남자가 스트리트뷰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서른 다섯살의 자폐아 토마스는 지도 편집광이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훨 360"이라는 스트리트뷰 프로그램 (전 세계 도시들의 실제 거리 풍경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을 통해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한다. 그리고는 모든 주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머리속에 입력한다. 그는 나중에 컴퓨터 대란이 발생해 인터넷 지도가 사라지면 자신의 기억력이 국익에 도움이 될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우연히 "훨 360" 사이트에서 뉴욕 다운타운의 한 건물 3층 창문을 통해 사람이 봉지에 질식해 살해당하는 듯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아버지의 석연치않은 사고사로 고향에 내려와 토마스를 돌보는 형 레이는 동생의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옛 동창이자 기자인 줄리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현직 검찰총장이자 뉴욕 주지사를 꿈꾸는 모리스 쏘척은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이에 측근들이 행동 개시에 나선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의혹을 품은 소시민과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권력자 집단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토마스의 형 레이의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번갈아 사용되는 점이 특이하다. 초반부의 전개 시점이 현재, 2주일전, 9개월전등 과거 시점으로 흘러가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고 흐름에 동승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는 흥미로운 도입부에 비해 중반부까지의 전개는 평이하다. 정치가가 등장하면 의례 음모, 모함, 스캔들등이 따르고 그러다보니 협박자가 생기고 정적 제거용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면서 순간의 실수로 일이 꼬여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의 미스터리 공식을 충실히 답습한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예측가능한 전개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라스트신은 만족스럽다. 범죄의 온상이 된 장소에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고 선과 악, 범죄의 경중에 따라 깔끔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토마스가 위기에서 탈출해 뉴욕 도시의 밤거리로 뛰쳐나온 순간이다. 늘 모니터로만 접하던 세상을 실제로 만난 토마스의 눈에 비친 도시와 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도시와 거리를 직접 만지고 느끼고 호흡한다. 영화화 예정인 이 작품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의 주인공 토마스가 처음 가본 뉴욕 거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기억력에 의지해 현명하고 신속하게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장면이 아마도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형식으로 고향 마을에서 아버지 죽음의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2013년에 걸맞게 첨단 웹사이트를 소재로 정치 야망을 가진 권력자 집단과 소시민이 벌이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오락소설이다. 대박 스릴러에는 못미치지만 잘 짜여진 구성에 물 흐르는듯한 전개로 술술 읽힌다. 몇 가지의 미스터리 요소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트러스트 유어 아이즈』(네 눈을 믿어라)란 제목처럼 이 책을 선택한 내 눈썰미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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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6-2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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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저/김아영 역
황금가지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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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탄스러운 데뷔작『13계단』과 2012년 미스터리 시장을 휩쓴 블럭버스터 대작『제노사이드』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2003년 작품이다. 시기적으로는『13계단』(2001년),『그레이브 디거』(2002년)와『유령 인명 구조대』(2004년) 사이에 나온 작품.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의 특징은 철저히 미스터리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그 바닥에는 심오한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사형수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13계단』도 그랬고 신인류 출현에 대처하는 인간의 잔학성을 날카롭게 고찰한, 거창한 주제 의식의『제노사이드』도 마찬가지이다.

 

『K · N의 비극』역시 임신과 중절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배경에 담고 있다. 남편 슈헤이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성공과 고급 맨션으로의 이주등으로 나쓰키 부부에게는 장미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 같지만 예정에 없던 아내 가나미의 임신과 중절을 결정하면서부터 부부 사이에 비극이 싹튼다. 아내 가나미의 내면에 중절을 거부하는 제2의 인격이 나타난 것이다.

 

책 제목의 K,N은 (책 뒤표지에도 있지만) 원치않는 중절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애처로운 두 명의 여성을 지칭한다. 여기에 또 다른 주인공인 이소가이 의사가 등장한다. 치료하던 환자의 극단적인 선택에 충격을 받고 휴직중인 전직 산부인과 의사이자 현직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는 환자 가나미를 돌보면서 의사로서의 올바른 선택과 치료에 대해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새집으로 이사하며 행복에 겨워하는 결혼 2년차 새내기 부부의 평화로운 책 초반 분위기는 예정에도 없던 임신과 중절 결정으로 인한 아내 가나미에게 제2의 인격이 나타나면서부터 급변한다. 중절을 거부하는 제2의 인격이 보여주는 섬뜩한 말투와 과격하고 공포스런 행동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호러 서스펜스물을 연상케 한다. 거기에 가나미의 몸에 빙의된 제2의 인격의 정체를 밝히고자 아내의 과거를 추적해가는 남편 슈헤이의 행적에서 미스터리 요소가 합류하고... 

 

이중의 인격을 보이는 아내 가나미, 그러한 아내의 행동에 따른 남편 슈헤이의 심경 변화와 의사로서 뱃속 아기의 운명과 산모의 건강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으로 고뇌하는 이소가이를 지켜보는 재미에 중절이 가능한 제도적, 의학적 시기라는 시간제한적 요소를 첨부시켜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인다. 

 

중절 수술, 낙태같이 '인간의 생명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사회 문제의 제시와 관련 통계 그리고 해리성 장애로 대표되는 다양한 정신 질환과 치료에 관한 생소한 의료 지식이 종종 등장하지만 등장인물도 제한적이고 분량도 두껍지않아 술술 읽힌다. 빠른 전개에 흡입력있는 스토리텔링은 나무랄데 없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구성에 완벽한 추리적 재미를 선사한『13계단』이나 묵직한 힘을 자랑하는 엄청난 스케일의『제노사이드』같은 함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작가의 네임 밸류에 걸맞는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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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데뷔작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6-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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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날개 달린 어둠

마야 유타카 저/박춘상 역
한스미디어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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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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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애꾸눈 소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신본격 미스터리 2세대의 기수' 마야 유타카의 1991년 데뷔작이다.

 

교토 인근에 세워진 중세 유럽의 고성같은 창아성(蒼鴉城)에서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씩 목이 잘린 채 살해된다.

두 명의 명탐정이 치열한 추리 대결을 펼치고...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 작품은 기존의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틀을 완전히 파괴한다.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하고 선과 악, 강자와 약자의 개념이 무의미하다. 

오로지 작가가 창조한 법칙과 공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미스터리의 룰을 깨고 일반 상식을 넘어서는 

작가의 독창적인 스타일의 수용 여부가 독서의 만족도를 좌우할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거들먹거리는 '자칭' 명탐정 두 명의 불꽃튀는 추리 대결이다.

상대의 논리 위에 자신의 논리를 덧씌우며 새로운 가설과 추리 그리고 범인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엄청난 반전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반전과 충격의 세계에 독자의 논리적인 사고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히려 철저히 무시된다. 보편적인 논리성에 입각해서 책을 읽으면 불편할 것이고

띠지에 적혀 있는대로 '반전을 최고의 쾌락'으로 여기면 매우 만족할 것이다.

 

나름의 충격을 던져주었던 작가의 대표작 『애꾸눈 소녀』는 오히려 얌전한 편이다.

『날개 달린 어둠』은 거칠면서 강렬하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이런 데뷔작을 썼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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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추리소설 | 서양 미스터리 2013-06-0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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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Y의 비극

엘러리 퀸 저/서계인 역
검은숲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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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을 안읽은 추리소설 독자가 있다면 그 자체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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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명성에 걸맞게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작품이 이번에 검은숲에서 국명 시리즈에 이은 '엘러리 퀸 콜렉션'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시되었다. 나 역시 어릴 적 한 번 읽고, 몇 년전 해문판으로 읽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명작을 감상하는데 세 번 정도는 읽어줘야 예의가 아닐까...^^

 

먼저 검은숲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디자인이다. 베이지색 바탕의 양장본에 검정 띠지의 중후하고도 심플한 표지 디자인 그리고 초판에 한정한다는 별색의 고풍스런 내지...마치 엘러리 퀸이 책을 집필하던 1932년으로 되돌아가는 착각에 빠진다. 구매욕과 소장욕을 부르는 멋진 책디자인이다.

 

삼독(三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재미는 여전히 살아있다. 오히려 극의 전개 방향, 등장인물의 다양한 캐릭터, 복선과 미스디렉션, 단서와 추리등을 더욱 논리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결국 감탄한다. 

 

일단 도입부부터가 인상적이다. "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살한다." 이 얼마나 간결하면서 임팩트를 주는 멋진 문장인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건 당연히 햄릿역의 은퇴한 노배우인 명탐정 드루리 레인이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목까지 늘어트린 하얀 머리칼의 이 중후한 노신사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보여주는 탐정으로서의 고뇌에 찬 모습은 한 편의 웰메이드 연극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 정원 연못에서 흑고니에게 먹이를 주며 담담히 사건의 진상을 읊조리는 회한의 씬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정교한 플롯이다. 미스터리한 도입부, 미치광이 집안의 불가사의한 사건, 매력적인 명탐정의 등장, 다양한 복선과 미스디렉션, 논리적인 추리, 거듭되는 반전, 의외의 범인과 놀라운 결말등 정말 추리소설로서의 모든 요소를 완벽히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은연중에 범인을 암시함과 동시에 미스디렉션을 통해 교묘히 범인을 숨기는 테크닉은 기발하다. 범인을 밝혀내고 사건을 종결짓는 라스트 씬에서는 일반 추리소설이 범접할 수 없는 품격마저 느껴진다.

 

이 작품을 포함해서 비극 시리즈 네 권은 엘러리 퀸이 아니라 '바너비 로스'란 필명으로 발표된 작품인데 그 사유는 책 서두와 작품 해설에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그나저나 1932년과 33년 단 두 해동안 엘러리 퀸과 바너비 로스란 두 개의 필명을 번갈아 사용해서 '비극 시리즈' 4부작과 그리스 관, 이집트 십자가, 미국 총, 샴 쌍둥이 미스터리 이렇게 여덟 권의 걸작을 연달아 발표한 두 사촌 형제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크리스티 여사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최고의 오락 소설이라면『Y의 비극』은 추리소설 독자에게 정통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야말로 클래스는 영원하다.『Y의 비극』을 여태 안읽은 추리소설 독자가 있다면 그 자체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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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 64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3-06-0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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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64 육사

요코야마 히데오 저/최고은 역
검은숲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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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은 뛰어나나 미스터리 요소가 조금 부족한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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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설의 대가' 요코야마 히데오가 10년의 집필 기간을 걸쳐 2012년에 내놓은 작품으로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빛나는 작가의 역작이다. 이 책은 통칭 '64'라 불리는 미해결 소녀 유괴살인사건을 통해 경찰 조직의 생태, 그들만의 파워 게임, 비리와 조직적인 은폐로 점철된 보신과 안위 그리고 그것들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한 남자의 외롭고도 처절한 투쟁을 담고 있다.  

 

20여년간 전직 형사였던 주인공 미카미 요시노부는 D현경 경찰본부 경무부 비서과 조사관이자 '홍보담당관' 총경(경정)이다. 마음 한켠으로 늘상 복귀를 꿈꾸는 형사부의 옛동료, 상사들의 따가운 시선속에 직속상사인 캐리어 출신 경무부장의 허수아비 노릇, 경찰과 언론사이에서의 방패막이, 홍보담당관으로서 출입기자단과의 갈등, 게다가 가출한 여고생 딸아이의 생사여부와 그로 인해 피폐해진 부인까지 돌보는등 안팍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노인 차량사고의 가해자인 임신부의 신원 공개 여부로 출입기자단과 갈등을 겪는 와중에 갑작스런 경찰청장의 D현경 순시가 잡히고, 청장은 공소 시효를 1년 앞둔 D현경 최고의 난제인 '64' 사건 (쇼와 64년(1989년)에 발생한 일곱 살 여아 유괴살인사건으로 범인에게 돈을 뺏기고 미검거)의 해결 의지를 천명하고자 유가족을 방문하려 하지만 유가족은 거절하고...미카미는 유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14년전 사건 당시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을 접하는 한편 청장의 현경 순시를 둘러싸고 경무부와 형사부의 파워게임이 펼쳐지는데...고다 메모로 대표되는 14년전 사건 현장에서의 은폐의 진상과 경찰청장 순시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을 경무부로 좌천(?)시킨 동기이자 라이벌인 경무부 조사관의 수상쩍은 행보는 무얼 의미하는가.

 

이 책은 D현경 최대의 치욕이라 불리는 미해결 사건인 '64'사건을 통해 그 당시의 사건 관계자들,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 64 사건을 기반으로 경찰 조직내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세력들등 사건에 관계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심도있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미카미를 기점으로 그가 속한 홍보실, 본청 직할로 캐리어의 관리를 받는 경무부, 현지 논캐리어 형사들의 최후의 보루인 형사부 그리고 D현경 출입기자단 이렇게 네 개의 축이 각자 그들 조직의 이해타산과 맞물려 숨가쁘게 돌아간다. 저자는 12년간의 신문기자 경험을 살려 경찰 조직원들 각 계파간의 암투와 자리보존, 보신과 안위등 경찰 조직의 생태, 경무부와 형사부가 벌이는 알력과 파워게임, 그 틈을 비집고 호시탐탐 먹잇감을 찾는 출입기자단등 각 조직에 속한 개개인의 심리와 역할, 갈등등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이케이도 준의『하늘을 나는 타이어』와 가이도 다케루의『제너럴 루주의 개선』이 떠오른다. 두 권 모두 탄탄한 구성에 드라마틱한 전개,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재밌고 감명깊게 읽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미스터리 범주에 넣기엔 다소 부족하다.『64』 역시 마찬가지다. 64 사건을 배경으로 조직 세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고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지 14년전 발생한 소녀유괴살인사건의 해결에 촛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스터리 요소가 풍부한 오락 소설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한 특정 조직의 내부 세계를 섬세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인지라 이러한 조직이나 소재에 관심이 없으면 그들이 펼치는 파워게임에 체감 및 공감이 어려워 자칫 지루한 독서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람 냄새나는 묵직한 이야기를 69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섬세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재주는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의 배경이 64 사건을 둘러싼 경찰 조직과 더불어 공생하는 출입기자단에 국한되지만 사실 우리네 사회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직에 속한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그 조직의 안위와 안녕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숙명을 가지며 개개인의 가치관 역시 그러한 조직의 실정과 자신이 처지에 부합해서 재정립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게 현실이다. 소설『64』는 오늘날의 조직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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