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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4-11-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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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도섬

나혁진 저
북폴리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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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장르소설 편집자 출신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2013년에 출간된 작가의 첫 장편 소설『브라더』는 거대 기업의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과 더불어 공생하는 밤의 여인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그린 하드보일드 터치의 '한국형 조폭 느와르' 소설이었다. 마침『브라더』가 영화 판권이 팔려 곧 영상화된다고 하니 기대하고 볼 일이다. 과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은 데뷔작에 비해 신적으로 일보했을까? (작가의 이름을 딴 3행시임 ㅋㅋ)

『교도섬』...교도소와 섬의 합성어다. 2022년 한국 정부는 필리핀에 있는 섬 하나를 백년간 조차(대가를 지불하고 남의 집 또는 땅을 빌림)해서 '교도섬'을 세운다. 그리고 '영구추방법'이란 이름으로 국내의 흉악한 범죄자를 전부 그곳에 가두어 영원히 한국과 격리시킨다. 전직 경찰 간부 장은준은 세상을 떠들썩게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섬에 수감된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따로 있다. 반드시 한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 교도섬 최고층의 비호를 받는 그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 장은준은 정글속 서바이벌 생존에서 살아남으며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교도섬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섬주위에 탈출을 대비해 쳐놓은 1만 볼트 고압 전류의 철조망만 있을 뿐. 집도 없고 물도 없고 식사도 없다. 필리핀 오지의 섬, 밀림의 정글속에서 500여명의 흉악범 무리에 섞여서 능력껏 살아남아야 한다. 그야말로 서바이벌, 약육강식 생존의 지옥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섬도 아무리 흉악범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지만 인간이 사는 곳. 허름하지만 집이 지어지고 마을이 조성되고, 시장이 형성되고, 지배자가 있고 반대편인 아웃사이더가 존재한다. 장은준은 인간 백정의 급습을 받는등 무수한 위험을 겪는 와중에 전설적인 암살자 추응과 사기도박사 강생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는다.

이 작품은 철저히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다.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작가가 좋아하는 추리, 무협, 액션, 모험, 생존기, 종합격투기, 베놈스 필름등의 다양한 장르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보기좋게 배열한다. 추응이 멧돼지를 사냥할 때는 서바이벌 메뉴얼을 보여주고, 장은준과 나무성 일당, 인민해방군 마뉴엘 중위와  추응이 대결할 때는 무협과 종합격투기를, 필리핀 창녀 살인사건때는 장은준이 명탐정 장경감으로 변신, 본격 추리 소설을 선보인다. 좋게 보면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뷔페식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나쁘게 보면 이도저도 아닌 짬뽕같은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속도감도 좋다. 장은준이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며 조금씩 섬의 생태계에 적응하고 그러면서 목표 지점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는 모습이 스릴감있게 그려진다. 또한 정말 교도섬이 존재한다면 그안에 있을 법한 시장, 투계, 도박장, 창녀촌등 자급자족과 약육강식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폐쇄적이고 어두운 사회가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리얼하게 그려진다.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바로 개연성의 문제와 타켓 독자층이다. ​인간 백정 홍덕주의 공격에 명색이 경찰 출신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러다 나무성 일당과의 결투에서는 나뭇가지만으로 혈혈단신 무협지 수준의 활극을 펼친다. 그런 전직 경찰 간부가 달랑 한 놈을 죽이기 위해 생면부지의 추응에게 암살을 부탁하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굳은 신념으로 제발로 지옥섬으로 들어온 전직 경찰이 혼자서 그 정도를 못하는가. 중간에 마뉴엘 중위와 추응이 아무 이유없이 칼로 목숨을 건 일합을 벌이는 장면도 왠지 개연성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소재, 분위기, 내용이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가 싶다. 물론 남자인 나로서는 재밌게 읽었지만서도...미스터리 독자의 반은 여성이다. 이러한 철저히 남성적인 작품을 즐기고 좋아할만한 여성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세 번째 장편에서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미스터리 독자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보편타당한 (좀 덜 자극적인) 소재와 줄거리로 작품을 내주셨으면 한다. 본격 추리소설이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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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기 아키미쓰, 유괴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4-11-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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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괴

다카기 아키미쓰 저/이규원 역
엘릭시르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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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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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살인사건』,『인형은 왜 살해되는가』,『파계 재판』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 미스터리물이다. 1961년 작품. 다카기 아키미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칭송받는 작가로 1948년 본격 미스터리 걸작『문신살인사건』으로 데뷔해서 조교수 탐정 가미죠 고스케 시리즈,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시리즈등 이백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 『유괴』는 그가 창출한 탐정중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아동을 유괴해서 살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논픽션의 리얼리티에 사회파와 본격 미스터리를 적절히 혼합한 법정 미스터리이다.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쓴 배경에는 그당시 생소한 법정 미스터리를 다루고자 했던 점 그리고 1960년대『점과 선』의 마쓰모토 세이초로 대표되는 사회파 추리소설 붐이 일자 그 시류에 적절히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

유괴하니 그동안 접한 다양한 유괴 관련 소설이 떠오른다. 유괴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조직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린『64』,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한 인간의 고독한 딜레마를 그린『킹의 몸값』, 엎치락뒤치락하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조화의 꿀』, 유괴당한 할머니가 오히려 범인들을 가지고 노는『대유괴』등등...과연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는 이 파렴치한 범죄를 어떤 시선으로 그려냈을까.

1960년대 일본을 떠들썩케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는 죽고 범인이 잡혀 한참 공판이 진행되는 법정에 한 사람이 매 공판마다 찾아와 방청한다. 그는 이 공판을 보며 경찰의 실제 수사 과정을 간접 체험하고 범인이 실수한 점을 보완해서 완전 범죄로서의 유괴를 꿈꾼다. 곧이어 새로운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하고 前 유괴사건에서 낭패를 본 경찰은 더욱 수사에 만전을 기하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범인의 계획에 난항을 겪는다.

제1부의 공판 장면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지라 마치 내 자신이 방청석에 앉아있는 듯 논픽션의 생생한 리얼리티를 전해준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2부부터 세이초 스타일의 사회파 추리식 전개에 진범을 추적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형태를 가미한다. 몸값을 전달받으려는 범인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찰, 내분이 벌어지는 피해자 가족등 서로간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스토리는 긴박하게 흘러가고...시간이 지날수록 경찰과 피해자 가족간에 불신과 비협조로 인해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변호사 탐정 센이치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경찰이 손을 놓은 범인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검거하는 센이치로 변호사의 활약이 이채롭고 주인공을 통해 유산 상속 문제나 유괴 관련 법률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 실제 발생한 - 유괴 사건의 대표적 사례라 불리는 모토야마 사건과 린드버그 사건의 개요가 권말에 수록되어 있어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64』,『조화의 꿀』같은 작품들이 소설의 재미를 위해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면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유괴의 본질에 더욱 충실한, 현실성이 돋보이는 깔끔담백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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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식인나무를 둘러싼 섬뜩한 추리소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4-11-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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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

시마다 소지 저/김소영 역
검은숲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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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마다 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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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추리 매니아로서 요코미조 세이시, 아야츠지 유키토, 미쓰다 신조, 우타노 쇼고등 여러 추리 작가를 좋아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부' 시마다 소지이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결코 평범한 소재나 구상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을 현실의 공간에 접목시켜 놀라운 스토리를 창출해낸다.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현실인지 가공의 세계인지 헷갈리게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일루전(illusion) 효과를 가장 잘 사용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작가의 이러한 작풍은 그의 대표작들인『점성술 살인사건』,『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식인 나무'라는 공포스럽고 괴이한 소재로 독자를 찾아온다.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어린 소녀를 난도질해서 시멘트벽에 묻어버리는 엽기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사람을 매달고 삼켜버리는 식인 나무의 등장까지 그야말로 독자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소재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나무라니... 현실성과 논리성이 최대의 미덕인 추리의 세계에서 가당키나한 설정인가. 하지만 시마다 소지는 역시 추리 소설의 대부답게 이 오싹하고도 기괴한 소재에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기상천외한 트릭을 버무려 놀랄만큼 재미난 추리 장편을 완성한다.

평범한 사람은 진입조차 어려운 기형적인 거인의 집. 그 안에 파묻혀 숨겨진 소녀의 시체의 행방, 이천년을 살아온 거대 녹나무에 매달린 참혹한 시체와 그 나무 안에서 발견된 네 구의 시체. 페인가 서양관 지붕에 기묘한 자세로 죽은 사람등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이 줄을 잇고...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와 왓슨역의 이시오카가 이 거대한 녹나무에 얽힌 범상치않은 범죄의 진상을 추적한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분량 (634쪽)이 넘 길다. 10명 남짓한 소수의 등장 인물이지만 주요 무대가 되는 제임스 페인가의 역사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설명, 페인가 주변 및 거대 녹나무에 대한 묘사, 탐정 미타라이가 사건에 발을 들여놓게된 계기,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동서양의 다양한 참수 기술 소개등 주변 정황 설명에 다소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느낌이다. 사건의 본질을 제외한 부분을 과감히 축소시켜 분량을 좀 줄였더라면 좀 더 스피디하고 흡입력있는 긴장감이 팽팽이 감도는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에서 다소간은 만화스럽고 운에 의존하며 현실적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의 대부답게 사건의 이면에는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의 섬뜩하고도 놀랄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바탕으로 페인가의 어두운 역사와 저주받은 혈통이 불러운 참극, 독자를 놀래키는 기상천외한 트릭과 예상밖의 범인 그리고 한 인간의 기구하고도 처절한 삶의 참회록까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동양과 서양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바삐 오가며 한 편의 오컬트적이고 짜릿한 추리 여행을 즐긴 느낌이다. 바로 전에 출간한『이즈모 특급살인』에서 잃어버린 점수를 한순간에 만회했다고나 할까. ​그가 집필한 모든 작품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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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60쪽의 추리가 압권이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4-11-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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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체육관의 살인

아오사키 유고 저/이연승 역
한스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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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60쪽의 추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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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오사키 유고라는 1991년생 젊은 작가의 데뷔작이다.『체육관의 살인』은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만화광이자 은둔외톨이인 천재 고등학생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학원 추리물로서 '본격 추리물을 다룬 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인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2012년)이다.

한 고등학교 구체육관에서 3학년 방송부장이 흉기에 찔린채 살해된다. 밖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대형 장막이 드리워진 무대뒤 살해 현장은 좌우 출입구가 모두 잠겨진 밀실 상태. 담당 형사들은 당시 현장에 홀로 있던 2학년 여자 탁구부장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이에 그녀의 결백을 믿는 1학년 탁구부원은 괴짜이자 은둔외톨이 천재 만화광인 2학년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천재 고등학생 탐정의 등장과 함께 그야말로 엘러리 퀸의 재림을 보는 듯한 현란하고 논리적인 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목격자 한명씩 사정 청취를 통해 시간별, 공간별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알리바이가 확실한 용의자를 한 명씩 소거해서 범인을 압축해 나간다. 사소한 단서나 물증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거기서 논리적인 소거법에 의거 마지막 하나의 결말을 도출해 내는 엘러리 퀸 스타일의 정통 추리 기법이 훌륭히 재현된다. ​

주인공은 단순히 사건의 정황 설명과 체육관에 버려진 검정 장우산 하나만 가지고 뛰어난 분석력과 논리정연한 추리로 탁구부장의 결백을 증명함과 동시에 알리바이에 입각한 용의자들과의 일대일 심문을 통해 조금씩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나간다. 그러면서도 범죄의 동기를 밝히고 밀실 트릭이라는 난제에 도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스물한 살의 패기와 열정으로 쓰여진 작품답게 화려한 미사여구나 장황한 배경 묘사없이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가 돋보이며 학생들이 공유하는 풋풋한 대사나 행동들이 학원 미스터리다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일개 고등학생 신분으로 형사에게 형님이라 호칭하며 넉살좋게 수사에 동참해서 수사관의 머리위에서 놀며 밀당을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본격 미스터리의 틀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정통 미스터리와 신감각 학원 미스터리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마지막 씬에서 사건의 모든 관계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주인공이 펼치는 60여쪽 분량의 논리적인 추리의 강연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요 압권의 장면이다. 모든 정황 증거들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과 추리로 결국 밀실 트릭이 벗겨지고 범인이 지목되는 순간 아~ 사건의 진상이 이렇구나~ 하는 탄성과 함께 짜릿한 희열과 쾌감이 몰려온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사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프롤로그를 다시 읽고 곰곰히 작품 전체를 되짚어보게하는 깜짝 디저트까지 준비해 놓는다.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라면 작품 전반에 걸쳐 범죄에 사용된 흉기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다는 점이다. 사용된 흉기를 통해 범인에 접근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 상식인데 이 책에서는 흉기의 종류, 반입과 사후 처리 과정등 흉기에 관한 부분이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부분이 조금은 의아스럽다. ​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정신 바짝차리고 빨려들듯 한순간에 독파할 정도로 추리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과연 차세대 미스터리 유망주로서 '헤이세이 엘러리 퀸'이라 불릴만 하다. 이제 25세가 된 작가의 데뷔작이 이 정도이니 본격미스터리대상 2위에 오른 후속작『수족관의 살인』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엘러리 퀸의 정통 미스터리의 향수와 논리적인 본격 추리의 진수 거기에 신감각의 학원 미스터리를 맛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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