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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야구는 프런트가 다 한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7-12-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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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최혁곤,이용균 공저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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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야구를 지루한 경기, 5분도 뛰지않는 경기, (진행이 느려) 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등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그것은 야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 당장 그라운드로 달려가 녹색 구장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타구음을 감상해 보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좆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축구처럼 위험하지도 농구처럼 격렬하지도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다. 야구 그것도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이 책은 그런 '국민 스포츠' 야구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동안 <오심>, <마구>, <최후의 일구>등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일본 미스터리물은 여럿 접했지만 이렇게 국내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니 반갑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에이스란 보통 팀에서 제일 잘하는, 팀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를 말한다. 한화의 류현진(현, LA 다저스), 기아의 양현종, 은퇴한 롯데의 최동원, 삼성의 이승엽, 해태의 선동열, 이종범같은...하지만 이 책의 에이스는 선수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야구팀은 선수만 있는게 아니다. 사장, 단장을 시작으로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가 있다. 그들은 묵묵히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구단을 꾸려간다. 이 책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 "숨은 조력자" 프런트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이다. 그들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나 TV 화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프로야구의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이 재미난 사건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프로야구단 조미 몽키스의 새로 부임한 신입 여단장의 별동대, 고충 처리반인 에이스팀은 구단 안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들의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보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국정원 모토처럼 프런트야말로 구단의 숨은 살림꾼이다.

야구단 회의실에서 발견된 녹음기의 정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유망주에 대한 상대팀의 의중, 살인사건 현장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춘 팀 핵심 선수의 사연, 특급 고등학교 투수와의 불편한 이벤트 대결, 갑자기 실력이 성장한 선수의 약물 의심과 빈볼의 진실, 20년전 사라진 에이스 투수의 숨겨진 진상...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을 잇지만 각 단편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소동" 수준에 그치는지라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20년전 사라진 투수의 진상을 파헤치는 마지막 단편이 긴장감 조성면에서 제일 재밌었다. 덧붙여, 각 에피소드 말미에 "신별의 베이스볼 카페" 칼럼이 들어있는데 이게 은근히 진국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야구 매니아인 작가와 야구 전문 취재 기자의 공동 집필인 관계로 야구에 관한 해박한 이론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실태와 현황부터 멀리 메이저리그 소식까지 안다루는 분야가 없다. 특히 투수와 타자의 능력을 분석하는 각종 지표(스탯)와 투구와 타격의 메카니즘에 대한 언급은 왠만한 야구 이론서에 필적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세세하다. 꼭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야구 소설만으로도 손색이 없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언 35년의 역사를 가진다. 전 메이저리거인 "코리언 특급" 박찬호 선수의 추천사처럼 이제는 프로야구가 국민들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마치 이탈리아 국민들이 만나면 일상적으로 축구 얘기를 하는 것처럼...프로야구 동면기에 들어선 이때『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같은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오프시즌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2018년 봄의 새 시즌을 기다리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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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뒤흔드는 본격 미스터리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7-12-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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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나가는 녹색 바람

구라치 준 저/김은모 역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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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추리의 재미가 잘 살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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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한창 일본 미스터리가 한국 시장을 뜨겁게 달굴 때, 나도 그에 편승해서 일본 미스터리에 푹 빠져 있을 정점의 무렵에서 무척 재밌게 읽은 본격 추리소설이다. 당시 책을 읽고 작가가 반칙을 했느니마느니 관련 게시판에 말도 많았다.『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그러한 작가 구라치 준이『별내리는 산장의 살인』바로 전 해(1995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서정적인 제목에 순백의 미소녀를 내세운 표지가 마치 순문학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엄연히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본격추리소설이다.

심령술에 심취한 은퇴한 부동산업자 호조 효마는 영매의 힘을 빌려 고생만 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강령회에 불러내 속죄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오가는 와중에 별채에서 피살되고...그리고 이어지는 강령회에서의 또 다른 살인...평온한 호조가의 일상을 뒤흔드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이 책은 기존 본격추리물과 패턴이 조금은 다르다.​ 보통 본격 추리물은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탐정이 등장해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책은 탐정이 마지막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중간 부분은 호조가 사람들과 두 명의 젊은 대학 연구원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런 점이 본격을 추구하면서도 일상의 미스터리에 천착하는 작가의 차별화된 스타일인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몸이 불편한 사에코의 순수한 짝사랑과 그런 그녀를 연민의 정으로 보살펴주려는 사촌 오빠 세이치의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는 가운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통해 집안에 도사리는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려는 영매에 맞서 초현실 세계를 일절 부인하며 영매의 행동이 사기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두 연구원의 팽팽한 기싸움을 보는 재미도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영매가 주관하는 강령회 장면이다. 암막을 쳐놓은 깜깜한 방안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의 신비하고 생동감있는 묘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과연 영매의 트릭이 무엇인지, 또 다른 희생자가 누가될지...마치 내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듯 동작 하나, 호흡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늘그막에 나타난, 세이치의 대학 선배인 탐정역의 네코마루가 관계자들 앞에서 펼쳐보이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이다. 뜨내기에 독설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풋내기 아마추어 탐정이지만 "이 이상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라는 견고한 논리와 명쾌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낸다.

이번에도(?) 사건의 양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단서가 뒤늦게 공개돼 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ㅎㅎ 사랑에 빠진 처녀의 애틋한 마음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사에코의 1인칭 시점에 그런 복선이 숨어있다니...반칙 아니면 교묘한 테크닉, 둘 중 하나인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리바이 트릭, 독살 트릭, 강령회의 트릭등 선보이는 다양한 트릭들이 그동안 일본 추리물에서 접해보지 못한 참신한 트릭인지라 나름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 요즘 일본 본격추리물 출간이 뜸한 가운데 오랜만에 트릭과 사건 풀이에 집중하는 재미난 작품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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