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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8-09-24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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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저/김성미 역
북플라자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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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으로 60세 늦깍이 할머니 작가로 데뷔한 아마노 세츠코의 국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데뷔작 <얼음꽃>차가운 매력을 지닌 중년 여성의 강렬한 서스펜스가 돋보였다면 <도지마 저택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도지마 家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도지마 건설회사 회장이 자신의 65번째 생일날, 가족과 지인을 초대한 자택의 생일파티 현장에서 사망한다. 경찰은 딱히 사고사나 타살 혐의가 없어 자살로 결정짓는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여러 미심쩍은 정황들에 의문을 품고 부하 형사들과 조용히 재수사에 착수한다. 그런 가운데 도지마 家에서 제2, 제3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결론부터 말해 재밌다. 잘 썼다. 이 할머니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첫 페이지부터 범인의 시각으로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더니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않고 잇따라 살인사건을 터트린다. 추리 과정도 관계자의 기본 알리바이는 물론 시간대별 행동과 대화 내용까지 꼼꼼하게 접근한다. 전화기 트릭도 신선했고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 역시 세련되게 연출한다. 

증오와 분노, 사랑과 질투, 연민과 애틋함같은 인간의 겪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잘 표현하면서도 추리물로서의 전개 과정은 남성 작가 못지않게 힘이 있다. "살인의 동기는 보통 원한, 치정 그리고 금전 이렇게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능숙한 필체와 노련한 기법으로 범인을 막판까지 꽁꽁 숨긴다.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도 극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 더욱 극적이다. 책을 다 읽고 초반부로 돌아가 범행 당시의 범인의 심리 상태와 범죄 장면을 다시 음미하니 그제서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한다"라는 추리소설 기본 원칙에는 위배된다. 일종의 반칙이다. 

책 소개를 보면 이 작품이 일본 스페셜 드라마 <시선>의 원작 소설이라 하는데, 영상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로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드라마 제목만큼은 정말 잘 지었다. 이 사건의 시작과 끝이 바로 한 인간의 애처로운 "시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범행의 현실적인 성공 여부는 차지하더라도 과연 이런 일로 살인을 하는가, 그것도 이 시기에...같은 의문점이 존재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살아온 삶, 느끼는 감정이 다른지라 조금 각도를 달리해 생각하면 일견 범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할 뿐. 

한마디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인간의 증오와 복수심이 서린 인간미 넘치는 슬픈 추리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두 작품 모두 대단히 만족한다. 나는 여성 작가의 추리물에 손이 잘 안가는 스타일인데 이 작가는 당연히 예외다.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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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장의 살인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8-09-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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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저/김은모 역
엘릭시르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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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몇 자 끄적여본다. 책을 읽어보니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공존한다.
신인 작가로서 신선한 시도와 패기는 좋았으나 좀 과유불급, 너무 많은 걸 집어넣었다. 

먼저 단점을 말하자면, 초반부에 십여 명의 등장인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시켜 각각의 캐릭터가 머릿속으로 정립되지 않아 읽는 내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거기에 추리의 단초가 되는 시인장 2층과 3층의 방 배치도와 건물 구조 개념도 등이 복잡해 일일이 기억하며 따라가기가 벅차다.

하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공포 액션 영화에서만 보던 비현실적 캐릭터인 좀비가 논리성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에 등장하다니. 참으로 신선한 발상과 시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좀비의 존재가 단순히 배경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사건의 진행과 트릭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를 높여준다. 

시인장에 모여드는 등장인물 소개부터 좀비의 발생과 특성, 시인장의 구조와 방 배치, 등장인물간의 인간관계 등, 사건의 배경과 무대를 만드는데 초반 2백여쪽을 잡아먹는지라 다소 지치고 늘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좀비떼가 시인장으로 몰려오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른다. 외부로부터는 좀비떼의 포위와 습격 그리고 내부에는 살인마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절체절명의 위기. 바리케이드를 넘어 좀비떼가 조금씩 내부로 침입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또 하나의 살인. 범인은 좀비인가, 인간인가? 논리적인 본격 추리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의 절묘한 만남이다.
 

여기에 명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다. 밝혀지는 범행 과정과 트릭의 실체는 제법 기발하고 논리적이다. 풋풋한 대학생들의 연애 감정이 도처에 흐르는 라노벨스러운 분위기란 평들도 있지만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뉴페이스의 등장은 언제나 신선하고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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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거짓말을 하는가 | 서양 미스터리 2018-09-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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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얼 라이즈

T. M. 로건 저/이수영 역
arte(아르테)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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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영어 교사 조셉 린치는 아름다운 아내와 네 살난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자 가정적인 남자다.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조셉은 어느날 우연히 아내가 그녀 친구의 남편인 백만장자 벤 딜레이니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을 목격한다. 추궁끝에 벤과 불륜 관계라는 아내의 충격적인 고백...그리고 이어지는 벤의 실종과 벤으로부터의 경고와 협박성 메세지... 


벤의 실종이 장기화되자 조셉은 자신을 파멸시키고 아내를 차지하려는 벤의 계략이라 생각하지만, 경찰은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에 대한 질투와 혐오에서 오는 살인이 아닐까 의심한다. 조셉은 벤이 어딘가 몸을 숨기고 살아있다고 항변하지만, 경찰은 여러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며 조셉을 (시체가 없는) 살인 및 유기죄로 기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궁지에 몰린 조셉은 스스로 벤을 찾아내 결백을 증명하려 한다.


결말 부분을 앞두고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과연 조셉의 주장대로 자신을 살인죄로 집어넣어 파멸시키려는 벤의 계략일까? 이건 아니다. 그렇게 해봤자 어차피 벤이 사회로 복귀해 모습을 드러내면 자연히 조셉의 결백이 밝혀지기 때문. 그러면 정말 경찰 추측대로 조셉이 벤을 죽였을까? 만약에 조셉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라 기억을 못하는 거라면...아니면 조셉이 거짓말하는 거라면...이건 너무 뻔해 스릴러 결말치고는 싱겁고 허탈감만 준다. 그럼 또 다른 결말은 무엇일까?  그전에 과연 벤은 살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진짜 거짓말을 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그런 비밀스런 배경과 냉혹한 음모가 숨어있다니...조셉만큼이나 나 역시 오판했다. 작가의 필력에 놀아났다고나 할까. 독자를 현혹시키는 미스디렉션 기법이 멋지게 성공한 느낌. 믿었던 아내의 배신과 연이은 거짓말, 모습을 감춘 벤의 거듭되는 위협과 협박,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변호사 그리고 살인 혐의로 기소하려는 경찰등 아군이라곤 한 명도 없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 남자가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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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트릭의 향연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8-09-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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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저/이선희 역
창해(새우와 고래)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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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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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도깨비불의 집>,<자물쇠가 잠긴 방>에서 다양한 밀실 관련 범죄를 해결하며 멋진 케미를 보여준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전작들에 비해 더욱 복잡, 정교해진 트릭의 난도가 높은 네 건의 밀실 살인사건에 도전한다. 

첫 단편 <완만한 자살>은 조직폭력배 사무실에서 벌어진, 자살을 위장한 권총 살인사건인데 트릭이 앙증맞고 귀엽다. 애교 수준이랄까. 짧은 단편으로, 앞으로 나올 나머지 중단편 세 편의 고난도 트릭을 맞이할 몸풀기 단계라고 보면 좋을 듯. 가볍게 읽기 좋다.

두 번째 단편 <거울나라의 살인> 사방이 잠긴 미술관 내에서 심야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다. 당연히 범인은 내부에 있다. 과연 범인은 CCTV가 거미줄처럼 감시하는 1층 전시실의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가 범행을 했을까. 그야말로 '빛의 밀실'이다. 하지만 일광 리플렉스용 편광렌즈, 오목과 볼록 거울, 홀로마스크 착시 현상, 순간조광유리, 스마트 스크린등 듣기에도 생소하고 난해한 광학에 관련한 전문 용어가 등장해 CCTV를 속이는 범행 과정부터 트릭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당최 이해가 어렵다. 과연 역자분은 이 단편을 번역하며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일전에 <자물쇠가 잠긴 방>도 등장하는 다양한 열쇠와 자물쇠의 특수한 메커니즘을 글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 해 일드를 찾아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 단편 역시 드라마로 먼저 제작되었다고 하니 눈으로 트릭의 실체를 확인해야겠다.  

표제작 <미스터리 클락>은 트릭의 최상급 난도를 자랑한다. 산속의 외딴 산장에서 유명 미스터리 작가인 안주인이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는 자신의 서재에서 독살당한다. 현관에는 방범 장치가, 창문은 모두 잠긴 그야말로 밀실 상태. 사건 발생 후 내부자가 모두 모여 서로를 의심해 가며 다양한 추론으로 진범에 근접해가는 중반부까지는 짜릿한 서스펜스까지 느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다양한 시계들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어려워진다. '시간의 밀실'이다. 초정밀 과학이 응축된 시계 공학만큼이나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트릭이 숨어있다니...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출판사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게끔 친절히 도표와 그림까지 제공했지만 한 번 읽고는 도저히 머릿속으로 정립이 안된다. 이 역시 영상이 있으면 도움을 받아야 할 듯...이런 트릭을 고안한 작가의 노력과 재주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지막 단편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 보기 드문 해양 밀실사건이다. 주변에서는 실험선이, 바닷속에서는 ROV(원격조정 무인탐사기)와 잠수부가 돌아다니는 가운데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낚시하던 한 남자가 피살된다. 거대한 굉음, 무수한 거품과 함께 전복된 고무보트에서 살해된 남자의 몸에는 심해 물고기의 이빨자국이 있고... 과연 범인이 행한 궁극의 트릭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소리의 밀실'이다. 참신한 설정에 수중 탐사 관련 해양 지식이 어우러져 네 단편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이 책에서 범인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금만 읽어도 범인은 유추 가능하며 그것도 어려우면 에노모토가 중반부에 친절히 알려준다. 문제는 그들이 행한 회심의 트릭 그리고 그것을 뛰어난 전문 지식과 날카로운 추리로 풀어내는 에노모토의 활약상이다. 과연 기시 유스케 작가는 짧은 본격 미스터리 단편 하나 쓰는데도 관련 전문지식을 통달해 완성도 높은 트릭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기존의 정형화된 밀실의 정의가 현대에 이르러 좀 더 확대, 재생산되는 느낌이다. 기존의 밀실이란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를 뜻했는데, 작가의 밀실은 사방이 뻥 뚫린 바다 한가운데라도 지켜보는 눈이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면 그 역시 나름의 밀실이 된다는 논리이다. 작품의 이해도를 떠나 오랜만에 고난도의 트릭이 춤을 추는 기시 유스케 표 본격 미스터리를 감상할 수 있어 무척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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