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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이야기...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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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후지마루 저/김은모 역
arte(아르테)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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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묘한 설정의 감성 미스터리이다. 주로 트릭과 반전이 판을 치는 본격추리물을 읽다가 이렇게 비현실적 배경에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을 읽으니 그 느낌이 색다르다. 이 책은 시급 300엔의 저임금을 받고 사자의 미련을 풀어주어 다시 저세상으로 보내는 걸 돕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남자 고등학생이 겪는 이야기이다. 사자란 죽은 뒤에도 미련이 남아 그 미련을 해소할 때까지 추가시간을 받아 살아가는 죽은 자라는 뜻. 물론 사신은 그러한 사자를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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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세상을 떠난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들의 손편지를 찾아달라는 아버지, 아이가 무사히 자라는 걸 보고 싶은 어머니, 자신을 학대해 죽게 만든 엄마에게 복수를 하고픈 딸 등 사자의 기구하고도 다양한 사연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돕지만 밝혀지는 이면에는 놀라움이 가득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미련인가? 자기 자신? 아니면 상대방? 그 미련을 해소함으로써 구원을 받아 편안하게 이승을 하직할 수 있을까. 오히려 체념의 길이 바르고 빠르지는 않을까. 사자의 애절한 미련이 남을수록 오히려 상대방의 행복을 저해하는 독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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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는 극의 흐름상 충분히 예견되는 이야기이며 한 편의 동화 같은 이별 장면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천만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나기도 하고, 시간이 멈추는 장면에서는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이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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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미련은 존재한다. 내가 만약 원치 않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자가 된다면 나의 미련은 무엇일지 상상해 본다. 가족, 부모, 친구, 친척 등에 대한 원망이나 현 사회와 세태 같은 것에 대한 불만일까... 하지만 그러한 미련을 해소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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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스러운 장정에 재미나고 가벼운 문체, 얼핏 라이트노블스러운 작품이지만 제법 묵직한 스토리에 먹먹한 울림이 있다. 읽은 지 며칠 지났는데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나저나 책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이 겨울에 뭔가 가슴이 따스해지는 그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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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독특한 과학 추리물.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1-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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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윤자영 저
책과나무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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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독특한 스타일의 한국 추리소설과의 만남이다. 작가는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로 재직 중인 윤자영 작가.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생물, 화학 같은 과학을 베이스로 한 트릭이 많이 등장한다. 책은 1,2,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2015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한 등단작 1부 <습작소설>을 장편화해서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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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점은 강원도 정선의 한 폐교에서 추리 마니아들이 모여 거금의 상금을 걸고 추리게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독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밝혀지면서 마무리될 줄 알았던 이야기가 거대한 배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과연 거액이 들어간 이 추리 게임을 한 궁극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한 설계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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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정선 폐교에서 벌어지는 추리 게임과  재벌 2세의 갑질 구타 사건 이렇게 두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정선 폐교 사건 현장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주인공이 배후 세력의 존재를 눈치채고 개인적 복수와 사회 정의를 위해 뛰어난 추리와 대담한 행동력으로 배후의 실체를 밝혀내 복수에 성공하는 스토리는 재밌다. 즉 스릴러적 완성도는 제법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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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리소설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출판사 홍보 글을 보면 클로즈드 서클, 커피잔 트릭, 밀실 살인, 암호 풀이 등 추리 마니아를 솔깃하게 하는 다양한 추리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읽어보니 시체를 완벽히 처리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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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 제목의 밀실 살인사건. 도대체 밀실 살인사건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무릇 '밀실 살인'이란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에서 피살자만 존재하고 범인은 감쪽같이 모습을 감춘 경우를 말하지 않는가. 이 책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밀실 살인은 없다. 작가는 3부의 폐쇄된 지하 대피소안에서의 살인 사건을 밀실 사건이라 칭하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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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커피잔 트릭. 동일한 여덟 개 커피잔중 하나만 독이 들어 있어 한 사람이 죽는다. 무릇 범인이 원하는 사람이 죽어야 트릭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희생자가 누가 됐건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동일한 잔에서 범인이 독이 든 커피를 피하는 방법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트릭의 실체 역시 뭔가 기발한 방법을 기대했는데 그런 트릭이라니 허탈감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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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암호 풀이. 금고에서 총을 꺼내기 위해 세 개의 암호가 제시되는데  이게 포커 전문가, 유전학 전공자, 불꽃놀이 기술자가 아니고서는 일반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암호다. 그래서인지 암호가 풀렸을 때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흥도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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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만족스러운 부분은 2부에서 참가자들이 시체를 완벽히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장면이다. 그런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들이 존재한다니... 추리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나라면 어떻게 할까?"하고 공상의 나래를 펼친 적이 있지 않을까... 그 외에도 물론 참가자들이 각종 모의 살인 현장에서 주변 정황만 보고 사건을 진상을 밝혀내 범인을 특정하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이 1부 커피잔 트릭의 범인과 3부 지하 대피소에서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장면 등 소소한 추리적 재미를 주는 부분은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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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추리와 스릴러 사이에서 길을 잃다."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대립을 시작으로 주인공이 통쾌하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적 재미는 기대 이상인 반면 (그것도 사실 국무총리 더 나아가 대통령까지 등장할 정도로 너무 나간 측면도 있다.), 트릭을 기반으로 하는 추리소설로서는 조금은 아쉽다. 앞으로도 작가가 전공을 살려 재미난 과학 추리물을 많이 써주길 바라며, 한편으론 스릴러물을 집필해도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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