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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금융 미스터리 활극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5-3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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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자와 나오키 1

이케이도 준 저/이선희 역
인플루엔셜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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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1988년, 게이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한자와 나오키는 뱅커로서의 부푼 꿈을 안고 도쿄중앙은행에 입사한다. 그렇게 15년간 본사 융자 파트에서 대기업을 상대하던 한자와는 1년 전, 오사카 서부 지점 융자 과장으로 근무처를 옮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친다.

임원 승진 및 본사 영전을 위해 실적에 목을 맨 지점장이 무리하게 중소기업인 서부오사카철강에게 5억 엔 대출건을 추진하고... 불과 6개월도 안돼 회사가 도산하자 품의전 분식회계를 못 알아챘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고스란히  한자와에게 떠넘긴다. 검토할 시간도 안주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지점장 때문에 자칫하다간 한자와의 은행원 경력이 끝날 수도 있는 인생 최대의 위기. 본사로부터의 강력한 징계 압박과 나 몰라라 발뺌하는 지점장을 뒤로하고 과연 한자와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케이도 준의 금융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전작 두 권은 모두 재밌게 읽었는데 무엇보다도 해박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스토리텔링이 이 작가의 장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자와는 사택에 살며 아내와 초등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의 전방위적 압력과 아내의 등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에게 닥친 시련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점장과 한통속으로 자신을 옥죄는 본사 고위직에 울분이 폭발한다. 오냐~ 당한만큼 갚아주마 ~

궁지에 몰린 한자와의 유일한 해결책은 부실 채권 회수밖에 없다. 서부오사카철강의 도산으로 연쇄부도를 맞은 하청업체 사장과 힘을 합쳐 종적을 감춘 사장의 행방을 추적하고, 회사의 매출입 결산서와 개인 입출금 내역서 등을 조사해 돈의 흐름을 추적한다. 그러한 일련의 역추적 과정을 통해 단순한 도산이 아닌 수년간 비밀리에 계획된 가증스러운 범죄임을 밝혀낸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사람이 깊이 연루되어 있는... 사건의 진상을 모두 파악한 한자와의 통쾌한 반격이 시작된다.

책을 읽는 내내 거대 조직의 불합리한 압박에 일개 행원으로서 당당히 맞서는 한자와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게 된다.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정도로 통쾌하다. 괜히 드라마로 제작되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게 아니다. 특히, 라스트신에서 상대방을 단죄하는 대신 자신의 출세의 장으로 역이용하는 한자와의 대범한 기지와 처세술이 인상적이다.

이 책의 미덕은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금융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미스터리 기법을 가미해서 쉽고 재미나게 풀어쓴 것이다. 거품 경제 시대를 관통하는 은행이라는 조직의 생리를 엿보는 것이나, 친숙하지만 의미는 정확히 모르는 다양한 금융 관련 상식이나 용어를 알게된 것도 부가적인 즐거움이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이루어진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제1권이다. 이번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전리품으로 차장 승진과 본사 영전을 이룬 한자와에게 또 어떤 스펙터클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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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추리 게임쇼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5-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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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저/김은모 역
엘릭시르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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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방송되는 TV 게임 추리쇼 <미스터리 아레나>.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누적된 상금 이십억 엔을 놓고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참가해서 열띤 추리 대결을 펼친다. 아레나는 경기장, 공연장을 의미하니 <미스터리 아레나>는 '추리 경기장'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 그리고 참가자들 앞에 드디어 문제가 제시된다.

"폭우가 내리고 다리가 끊겨 고립된 별장에서 별장 주인이 피살체로 발견된다. 현장에는 매년 열리는 모임 참가차 모인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 회원들밖에 없다.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무대에 범인은 당연히 이 중에 있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과정은 다중 시점으로 서술되고, 추리 게임 참가자들은 단 한 번의 기회로 범인과 논리적인 추리 근거를 제시해야 된다. 너무 일찍 정답을 외치면 빈약한 정보와 섣부른 판단으로 실패 확률이 높고, 반대로 너무 늦게 버저를 눌렀다가는 다른 참가자에게 정답을 뺏기는 낭패를 맛본다. 기회는 오로지 단 한 번. 참가자들의 신중한 추리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과연 사건의 진상과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한마디로 유쾌한 추리게임 쇼다. 참가자 한 명이 정답을 외치고 다른 방으로 퇴장하면 다른 참가자가 그 가설을 반박하며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다음 사람은 또 다른 반박과 새로운 범인을 제시하고... 마치 1929년에 발표된 앤서니 버클리의 다중 추리의 걸작 <독 초콜릿 사건>을 보는 듯하다.

서술 트릭은 기본이고 1인 시차 트릭, 다중 인격 트릭, 남녀 오인 트릭, 투명인간 트릭, 일인이역 트릭, 이인일역 트릭 등 본격 미스터리에서 나올 수 있는 오만가지 트릭이 총출동한다. 거기에 남녀 관계, 공범 여부, 별장의 비밀 구조 등 머리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선 문제편의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 이해관계 포함 모든 동작과 대사, 지문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열네 명의 참가자들이 제각각 풀어놓는 열네 개의 가설을 전후 사정을 대입시켜 검증하며 읽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이 책을 쓴 작가도 대단하고, 열심히 따라가는 독자도 정말 열일한다.

그렇게 문제편과 해답편으로 다소 단조롭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결말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이건 평범한 추리쇼가 아니다. 거대한 흑막이 숨겨져있는... 그리고 밝혀지는 문제편 사건의 진상은 글쎄...암만 주최측의 농간일지라도 썩 개운치가 않다. 호불호가 갈린다고나 할까... 얼핏 보면 녹스의 십계에도 위배되는 것 같기도 하고...암튼 오랜만에 두뇌를 풀가동해서 재밌게 읽었다. 벌스턴 선공법, 레드헤링 같은 본격 미스터리에 관한 새로운 용어를 접한 것도 부가적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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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 서양 미스터리 2019-05-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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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증거 범죄

쯔진천 저/최정숙 역
한스미디어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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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에 열광한 이유는 트릭을 수반한 추리소설적 완성도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순애보를 앞세워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에 있을 것이다. 중국 추리소설 3대 인기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작가의 '추리의 왕' 시리즈의 시발점인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라 불릴만하다. 천재 학자 간의 대결 구도라는 인물 설정도 그렇고, 타인을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스토리 등 유사점이 많다. 후기에도 있듯이 작가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많은 영감을 받은 듯 싶다.

줄거리는 크게 특정한 증거만 반복해서 남기며 신출귀몰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와 두 젊은 남녀의 피치 못한 불운한 살인을 목격하고 증거를 조작해서 그들을 도우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틈 속으로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전직 경찰 출신 수학자가 등장한다. 교묘한 트릭으로 증거를 조작해 두 남녀를 법망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천재 법의학자. 예전 동료가 연루됐음을 눈치채고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는 천재 수학자. 감추려는 자와 밝혀내려는 자의 숨 막히는 두뇌싸움이 볼만하다.

범죄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동기와 그 인물을 탐구하는 사회파 추리의 재미는 물론 정교한 트릭과 날카로운 추리가 어루어진 본격 추리의 재미도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극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드라마틱한 전개에 있다. 8년 전 실종된 부인과 딸을 찾는 법의학자의 기구한 사연과 두 남녀를 도우려는 이유, 졸지에 살인자가 되어 경찰의 포위망에 안절부절하는 두 남녀, 희미한 단서로부터 차근차근 범죄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천재 수학자.

등장인물간 자신의 신념과 철학, 가치관 등에서 오는 내적 갈등과 고뇌, 자기방어적 행동들이 서로의 입장 및 이해관계와 상충되면서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과연 이 작품의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그렇게 사건 수사와 법의학에 정통한 범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에 들어있는 음성을 녹음해서 알리바이 조작에 사용했다면 당연히 오리지널 음성을 삭제하던지 핸드폰을 파쇄했어야 하지 않을까.

밝혀지는 연쇄 살인의 동기를 보면 인간적 연민이 들 정도로 측은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개인의 목적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욕심의 발로라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책에도 수차례 나오지만 목적이 어떻든 살인과 범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찬호께이의 <13.67> 이 빅 히트를 친 이후로 중화권 추리소설을 제법 접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 책을 포함해 재미와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 많아 무척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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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액션 스릴러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5-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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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우스터

김호연 저
위즈덤하우스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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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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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면 무슨 느낌일까? 반대로, 인간이 인간에게 조종당한다면 그 역시 무슨 느낌일까. 여기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의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를 그린 멋진 스릴러물이 있다. 때는 현재 또는 가까운 근미래... 부자 노인이 가난한 젊은이의 삶을 지배한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돈은 주체못할 정도로 가지고 있지만 육체는 서서히 썩어문드러지는 늙은이들의 마지막 욕망은 싱싱한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을 통해 대리 만족을 맛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램을 메피스트라는 회사가 도와준다.

?

부자 노인은 메피스트 회사를 방문해서 거액을 지불하고 자신의 아바타가 돼줄 젊은이를 선택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노인은 파우스트, 선택당한 젊은이는 파우스터가 되며, 이 계약은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유지된다. 파우스터의 머리에는 비밀리에 연결체가 심어지고, 파우스트는 파우스팅 머신을 통해 파우스터의 오감을 해킹해 그들과 똑같이 보고 느낀다. 파우스트는 막강한 자금과 절대적인 사회적 영향력으로 주변 환경을 조성해 파우스터의 삶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성취되는 과정을 은밀히 지켜보며 노년의 쾌락과 유희를 즐긴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파우스터가 아니다. 그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책을 읽으며 나름 야릇한 상상을 해본다. 내가 만약 고령의 노쇠한 거부라면, 나 역시 파우스트가 되어 죽기 전에 젊은 파우스터로부터 인생에서 못다 한 꿈을 실현시키는 대리 만족을 꾀하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생애 마지막으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궁극의 유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타인의 삶을 갈취한다는 범죄적 행위나 도덕적 비난은 차후 문제일지 모른다.

?

반대로, 내가 만약 파우스터라서 내 삶이 마치 실에 매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타인에 의해 조종된다면... 나의 머리에 거머리 같은 뭔가가 심어져있고 그걸  통해 나의 행동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면...으...생각만해도 소름이 돋고 가슴이 턱 막혀온다. 그런 수동적인 삶에 굴복하고 복종할 사람이 세상에 존재나 할까. 당연히 극렬한 반발감을 가지고 자신을 조종하는 실체를 찾아내 복수를 할 것이다.

?

500쪽이 넘는 방대한 이야기는 파우스트와 파우스터 그리고 메피스트 한국 지부... 이 세 축을 중심으로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숨가쁘게 돌아간다. 자신이 파우스터임을 알고 그들로부터 탈출해 자유를 찾으려는 파우스터의 반격, 막강한 부와 힘으로 그들을 옥죄고 종속관계를 유지하려는 파우스트의 응전, 중간 지점에서 회사의 안녕과 이익을 추구하려는 메피스트의 견제...

?

무엇보다도 시종일관 흥미를 자아내는 스토리텔링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챕터 전환이 빨라 속도감이 좋고, 매 장면 스릴러적 긴장감도 충만하다. 한국 지부에서 미국 본사로 무대가 변경되는 시점도 좋았고, 마지막에 더 큰 음모와 반전이 드러나며 주인공 준석이 목숨을 걸고 일생의 도박을 건 사투 장면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책을 다 읽으니 완성도 높은 액션 스릴러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다.

?

한국 프로야구와 MLB는 물론 각종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인공이 프로야구 선수라서 더욱 애착을 갖고 심취해  읽었다.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주인공 박준석 선수 역으로 요즘 핫한 모델 출신 배우 김영광 씨가 어떨까... 3년의 구상과 집필 기간이 헛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스릴러를 탄생시킨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부디 작가의 바람대로 영상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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