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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킴, 댄서 혹은 안무가...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6-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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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저
arte(아르테)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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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책의 저자를 TV에서 얼핏 본 호기심 때문이다. 바로 KBS <대화의 희열 2>라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온 것.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 조수미 성악가, 백종원 대표 등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쟁쟁한 분들이 초대 손님으로 나온 프로에서 게스트로 나왔으니 내 주목을 끌었다. 거기에 락킹, 팝핀 같은 역동적인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여자라니 그녀의 성공과 그들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이 책은 그러한 댄서이자 안무가인 리아킴의 자전 에세이다.

그녀의 본명은 김혜랑, 예명 리아킴. 현재 36세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대표 안무가로서, 다수 걸그룹의 댄스 트레이너이자 안무가로 활동해왔으며 지금은 k팝 - 댄스를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녀의 회사가 업로드하는 유튜브 댄스 동영상 채널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 명의 구독자 수에 조회수 34억 뷰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래서 구글로부터 다이아 버튼도 상품으로 받았다). 그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95%가 외국인이다. 이 정도면 전세계를 누비는 방탄소년단에 맘먹는 최고로 핫한 문화 홍보대사가 아닐까? 지금도 그녀가 근무하는 논현동 스튜디오에는 세계 각지에서 그녀에게 춤을 배우러 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에세이는 춤꾼 리아킴의 댄서로서의 성공과 좌절, 비애, 안무가로서의 변신과 성공, 춤에 대한 비전과 철학 등을 담고 있다. 학창 시절 찌질했던 왕따 시기부터 중3 때 마이클 잭슨을 tv로 보고 춤을 추겠다고 운명적으로 결심한 사연, 유명한 비보이팀으로부터 락킹(Locking, 힙합 댄스의 한 장르로 lock, bounce, comic 세 요소를 바탕으로 추는 펑키한 느낌의 춤) 과 팝핀(Poppin' 순간적인 힘을 줘서 근육을 튕기는 춤)을 전수받아 세계 대회를 휩쓸던 시절, 하지만 여전히 운영하던 지하 연습실의 월세를 걱정하던 궁핍했던 시절, 안무가로서 이름을 날리며 성공한 유튜버로서의 삶 등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춤에 웃고우는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진다.

특히 내게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겪은 수많은 좌절이다. 학창 시절 왕따에, 사회성 부족인 대인 관계 성격에,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2>에 나갔다가 "그냥 춤만 추세요."라는 비아냥을 듣고, 자신이 가르친 아이돌이 심사위원인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러니에, 스물여섯 살 늦은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하고자 연습생을 시작해 실패한 일 등 정말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오로지 나는 춤을 춘다'라는 굳은 신념으로 버텨낸 그녀의 집념과 오기가 대단하다. 특히, 춤의 유행과 시대에 변화에 맞서 통 큰 바지에 헐렁한 박스티를 입고 근육을 튕기던 펑키리아에서 10kg를 감량하며 짧은 단발 머리에 레깅스, 크롭탑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용기가 멋지기만 하다. 

그녀의 꿈은 사람들이 집 근처 맛집을 부담없이 찾아가듯이 누구나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고 그저 편하게 들렀다 춤을 추고 가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춤은 어려운게 아니라고. 잘 추는 춤, 못 추는 춤은 없다. 단지 리듬에 맡겨, 음악에 도취해 자기 마음가는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면 그뿐인 것. '함께 춤추는 사람이 백만 명쯤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회사명 '원밀리언'처럼 그녀는 오늘도 누구나 다 같이 춤으로 즐겁고 편하게 어울리는 그러한 세상을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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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인상적인 심리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19-06-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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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저/황금진 역
arte(아르테)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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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스릴러 <비하인드 도어>, <브레이크 다운>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B.A. 패리스의 최신작이다. <브링 미 백>이면 나를 돌려줘, 나를 되찾아줘, 나를 원래 그 자리에 있게 해줘 등으로 해석하면 될까? 보통 여성 작가의 도메스틱 스릴러는 여성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핀이라는 중년 남성이다. 핀은 자신의 폭력성으로 인해 12년 전 갑자기 모습을 감춘 사랑하는 애인 레일라를 추억에 묻고, 지금은 그녀의 친언니 엘런과 동거하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매의 비밀스런 증표와 같던 러시아 인형이 집 주변에서 발견되고, 연이어 들려오는 레일라에 대한 목격담... 정말 그녀는 돌아온 것일까. 핀에게 재회의 기쁨보다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그러는 사이  레일라는 서서히 핀과 엘런 사이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넌지시 알림과 동시에 옛사랑을 되찾으려는 핀과의 심리 게임을 시작한다. 주변의 농간이나 악의적 장난 등으로 치부하던 핀은 연이어 발견되는 러시아 인형과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통해 레일라의 실재를 믿게 되고, 서서히 옛 애인과 현재 애인인 두 자매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책은 반전 스릴러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반전이 자연스레 눈에 보인다.  사건의 전개 과정과 주변 정황 등을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뭐야, 반전이 별거 아니잖아, 문제는 동기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독자는 이미 작가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거다.

그러한 충격적인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릴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역시 대단한 작가다. 그리고 그 반전의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두 자매의 격정적이고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을 확인하고픈, 사랑을 되찾으려는 여성의 심리와 행동이 이리 집요하다니... 남성 작가라면 꿈에서라도 시도조차 못할 이야기가 아닐까... 오로지 여성 심리를 꿰뚫어보는 여성 작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열세이지만 심리전만큼은 확실히 여성이 우위다. 브링 미 백... 나를 다시 데리고 가 줘...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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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증명은 계속된다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6-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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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녀의 독배

이노우에 마기 저/이연승 역
스핑크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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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방의 마을, 절대 권세가의 큰아들 결혼식 날, TV 생중계 포함 수많은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랑, 신부와 그 일가족 총 여덟 명이 모여 전통 혼례 방식에 따라 술잔 하나에 술을 가득히 따른 후 차례대로 조금씩 돌려마시는 '술잔 돌리기' 예식을 치른다. 하지만 십여 분 뒤, 술을 마신 여덟 명中 남자 세 명만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원인은 비소 중독, 즉 독살이다. 죽은 세 남자 사이에는 징검다리 형식으로 다른 사람들도 마셨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지...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누군가의 지능적인 범죄인가 아니면, 마을에 전설로 내려오는 가즈미님의 저주인가.

그리고는 사건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열띤 추리 대결을 펼친다. 파란 머리 탐정의 옛 제자인 초딩 탐정이 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추리의 포문을 열자 이에 뒤질세라 자기방어적인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고...그렇게 서로를 의심하는 저마다의 가설 파티가 시작된다. 전원 공범설, 단독범설, 2인 공범설, 시간차 트릭설...등등 그 와중에 '개 고의 난입설'이라는 명칭에 뿜었다. ㅋㅋ 다섯 개의 가설을 비교, 검증해 보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반복된 패턴이 조금은 단조롭고, 가즈미님의 전설과 두 쪽에 할애된 저택 약도의 활용도가 적은 점은 아쉽다. 그리고 그래봤자 정작 범인은 뜻밖의 장소에 존재한다. 그렇게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장소로 무대가 꾸며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유로 징검다리 독살 사건의 관계자들이 다시 모이고 조직 보스의 일당과 '기적의 존재를 믿는' 파란 머리 탐정 간의 본격적인 추리 대결이 시작된다. 마치 협객이 일대일로 무술 대결을 벌이듯 장광설의 허세와 고난이도 액션이 춤을 추고...이것은 무협지인가 추리소설인가. 전반부가 몸풀기였다면 후반부는 본 게임이다. 

보스 일당의 기상천외한 가설과 황당무계한 트릭이 제시되고, 그때마다 탐정은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라는 시그니처 멘트와 함께 논리적인 추론으로 물리친다. 가설과 반박이 반복될 때마다 범인과 사건의 진상이 요동치고...작가는 단순한 추리 대결에 저마다의 입장차를 내포한 다양한 인과관계를 집어넣어 극적 효과를 노린다. 그리고 이것이 멋지게 적중한다. 이야기는 보다 입체감이 있고, 예상치 못한 인물과 반전이 등장하면서 본격 추리물의 짜릿함을 쉴 새 없이 경험한다.

그리고 마침내, 탐정은 지금까지 언급됐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설을 도표로 정리해 하나하나 일일이 조목조목 따져 부정한다. 그리고 남는 것은 기적의 증명인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된 뒤 우연찮게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는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전까지가 신나고 좋았다.

어쨌든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이런 글을 쓴 작가가 천재가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201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와 2017년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탐정은 사건이 종료되자마자 오랜 인연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카바리엘 추기경을 만나러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기적을 증명하려는 최후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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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트릭이 빛나는 본격 탐정 추리소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9-06-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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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윤자영 저
책과나무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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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에서 인연을 맺은 추리 작가 당승표와 전직 경찰 나승만이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탐정사무소다. 그들은 의기투합해서 자신들의 성을 딴 나당탐정사무소를 차린다. 마치 권상우, 성동일 주연의 한국 추리 영화 <탐정- 리턴즈>처럼...그리고 경찰도 포기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젊은 당승표는 뛰어난 추리 두뇌로 수사를 이끌고, 노련한 나승만은 풍부한 경험과 인맥으로 조력한다.

윤자영 작가는 현직 고등학교 과학 선생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과학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트릭이 등장한다. 서술 트릭이나 심리 트릭보다는 물리적(기계적) 트릭이 들어간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성맞춤 작품이다. 이 책에는 나당 콤비가 활약하는 여섯 개의 사건이 중단편 형식으로 수록되어 있다.

1. 시체고치 - 도르래 살인사건 : 도르래와 바벨, 빨랫줄을 이용, 공중에 매달려 마치 고치처럼 기묘한 자세로 교살된 연쇄살인사건. 그러한 기묘한 자세에 그런 심오한 과학적 트릭이 숨어있을 줄이야...범인은 살인사건 건수로부터 대충 짐작은 했다. 힌트는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이다. 그나저나 신기하다. 그런 살인 수법이 가능하다니...나도 당장 도르래, 바벨, 빨랫줄로 실험해 보고 싶다 ㅎㅎ

2. 황 영감 살인사건 : 땅부자 황 영감이 자신의 임시 거처에서 살해당한다. 최근에 건물을 판 대금 10억 원은 사라지고 없다. 사건을 수사하던 나당 콤비에게 고딩 아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밝혀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100여 쪽 분량에 여러 사건, 다양한 얘기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조금은 복잡하다. 살해 트릭을 포함한 본격 추리와 동기를 부각시키는 사회파 추리가 잘 조화된 느낌.

3. 의문의 도박판 사건 : 사기도박으로 수억을 잃었다는 노인의 의뢰로 당 탐정은 사기도박의 실체에 뛰어든다. 그리고는 거액의 도박판이 벌어지는데...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긴장감이 팽팽하다. 첨단 기법과 의외의 반전이 이 단편의 또 다른 재미이다.

4.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 : 탐정사무소의 새 식구가 된 김민영은 노부인의 친자확인 의뢰건으로 산부인과의 시험관 시술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음모와 배경을 밝혀내는데...작가가 스릴러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보여준 단편. 긴장감, 몰입감 100%로 재밌게 읽었다.

5. 왕 게임 사건 : 탐정사무소 식구를 인질로 잡고 당 탐정과 벌이는 왕 게임. 일본 만화 <도박묵시룩 카이지>에서 읽은 유명한 심리 카드 게임이다. 왕(king)은 시민(citizen)을 이기고, 시민은 노예(slave)를 이긴다. 하지만, 노예는 왕을 잡아먹는다. 돈이 없던 카이지가 게임에 질 때마다 귓속에 장착된 특수 송곳이 5밀리씩 윙~ 하는 굉음을 내고 고막에 가까워지고...기겁하는 카이지는...아니 이게 아니지 ㅎㅎ 상대편의 과학적 트릭을 빛나는 기지로 밝혀낸 당 탐정은 드디어 최후의 결전지로 향한다.

6. 최후의 대결 :  곤지암 폐병원의 밀폐된 공간에서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그'가 기획한 최후의 실존 서바이벌 추리게임이 펼쳐진다. 사람이 연이어 죽어나가는 가운데 범인과 설계자는 누구인가? 흥미로운 설정과 의외의 반전이 이 단편의 포인트. 

너무 재밌어서 하루 만에 후딱 다 읽었다. 추리도 추리지만 연작 형태의 단편들이 기승전결식으로 이어져 뒤로 갈수록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요즘 한국 추리물을 보면 트릭과 반전보다는 유려한 필치, 섬세한 문장력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트릭을 기반으로 한 본격추리물을 발표하는 윤자영 작가와의 만남이 즐겁다. 아무래도 과학 전공이다 보니 트릭 개발에 많은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 꾸준히 활동하면 이쪽 분야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리라 기대해 본다. 척박한 국내 추리물 시장에서 윤자영 작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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