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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난 걸작 미스터리 단편집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11-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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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아오야기 아이토 저/이연승 역
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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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법한 옛날이야기에 본격 미스터리를 덧씌운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의 작품으로, 2020 일본 미스터리 베스트 6개 랭킹을 휩쓴 화제작이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에는 알리바이 트릭, 다잉 메시지, 도서 추리, 밀실 트릭, 후더닛 등 본격 추리의 핵심 요소가 총출동된다.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자유자재로 크기를 조절하는 요술 방망이의 신비한 효능을 이용한 특수 설정 미스터리. 우의정 대감의 건넛마을 숨겨놓은 자식의 교살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지 동자. 그는 자신의 부재 증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알리바이 트릭보다 범행 수법이 더 기발하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뛰어난 논리적 추리로 해결하는 수작 단편이다. 선한 엄지 동자를 탐욕스럽고 야비한 인물로 탈바꿈한 설정이 이채롭다.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까지 늘 자상하고 친절한 할아버지. 급기야는 그 착한 마음씨로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우게 하니 땅속에서는 금은보화가 쏟아지고 영주는 큰 상을 하사한다. 이런 할아버지가 살해당한다.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남긴 다잉 메시지로부터 의심 가는 인물들을 한 사람씩 심문하고... 이 모든 수사 과정을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는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과연 할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다잉 메시지의 씁쓸한 의미와 예상치 못한 범인의 정체 그리고 죽어가는 개의 회심의 복수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본격 추리 걸작 단편이다.


『도서 갚은 두루미』

아~ 고생해서 힘들게 읽었다. 은혜 갚은 두루미를 이렇게 비틀다니...두 번을 읽고, 메모지에 일일이 각 장을 요약해서 전후를 비교해 가며 간신히 줄거리를 이해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이다. 보통 도서 추리는 범인이 초반에 등장하는데 이 단편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도치 서술, 즉, 서술의 순서가 의도적으로 바뀌어있다. 그것을 독자가 눈치 못 채게 교묘하게 연결시킨다. 작가는 여기에 또 하나의 회심의 트릭을 준비한다. 즉,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정체라는 이중의 트릭을 넘어서야 사건의 진상이 보인다.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복잡하게 꼬아놓은 작가의 테크닉에 감탄이 나오는 단편이다.


『밀실 용궁』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인간 형태로 살아가는 바닷속 용궁을 배경으로 한 특수 설정 미스터리. 용궁 1층 겨울의 방에서 닭새우가 목에 다시마가 감긴 채 살해된다. 당시 겨울의 방은 안으로 빗장이 잠겨있고 창문은 산호로 뒤덮인, 출입 불가의 밀실 상태.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어디로 사라졌는가? 잔대 조개 거품이 갖는 신비한 마력과 궁극의 살해 트릭...밀실이 형성되는 무대 장치가 기발하다. 주인공인 육지인 어부를 통해 신비하고 환상적인 바닷속 동화 추리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먼바다의 도깨비섬』

옛날 옛적 평화롭던 도깨비섬에 모모타로와 짐승 세 마리가 습격을 하고... 도깨비 대부분이 목숨을 잃는다. 간신히 살아남는 도깨비들은 생명력을 유지해 이제는 열세 마리가 살아간다. 어느 날, 어린 도깨비 두 마리의 싸움을 촉매제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어서 섬안의 모든 도깨비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피의 살육이 벌어진다. 도깨비의 씨를 말리려는 범인은 누구인가? 도깨비섬의 전설을 배경으로 후더닛으로 진행되는 미스터리 단편이다. 도깨비 이름이 죄다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대로 흥미롭게 읽다 보면 금세 결말에 다다른다. 마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유사한 포맷에 출생의 비밀, 시체 바꿔치기/오인 트릭 등 다양한 미스터리 요소가 볼만하다.

사흘에 걸쳐 아주 재밌게 읽었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이 딱히 처지는 작품 없이 모두 뛰어난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리고 작품 수준도 높다. 옛날이야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정교하고 치밀한 트릭으로 수준 높고 재미난 본격 미스터리를 창출해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인간성 통찰이라는 권선징악의 교훈적인 메시지는 덤이고... 괜히 2020년 각종 미스터리상을 휩쓴 게 아니다. 독자의 열화같은 요청으로 서양 전래 동화를 소재로 한 후속작 <빨간 망토, 여행길에서 시체를 만나다>도 출시되었다 하니 국내에도 조속히 만나보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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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기교에 놀아났다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11-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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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범 대 살인귀

하야사카 야부사카 저/현정수 역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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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직원)들이 아무도 없는 오늘 밤... 절호의 기회다. 그녀를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그놈들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 나(주인공)는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죽이기 위해 밤중에 그의 방을 몰래 찾아가지만... 아뿔싸... 그는 이미 살해된 상태... 누군가 나보다 먼저 선수를 쳤다. 이 섬에 살인귀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된 살인... 과연 나에 앞서 살인을 일삼는 살인귀는 누구인가? 살인범과 살인귀의 대결이 시작된다.


본토 인근의 외딴섬이라는 고립된 장소에 세워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어른들이 없는 틈을 타서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룬 클로즈드 서클 본격 미스터리이다. 일단 이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작가가 정말 애썼다, 수고했다."이다. 결말 부분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고 나니 작가가 독자를 속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노력이 역력히 보인다. 정말 완전히 속았다. 살인범의 정체도, 살인귀의 정체도. 물론 그 와중에 음악방의 살인 같은 (독자에게 진실을 호도하는) 일종의 서술 트릭 성격도 있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살인귀 X의 과거가 나온다. 어릴 적 살인을 하게 된 계기와 그로 인해 죽은 자의 악령에 시달리고 그 악령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피를 보게 되고... 살인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살인귀가 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채 시설에 들어오는 아이. 과연 시설에 있는 '연장자 반' 아홉 명중에 살인귀는 누구일까.


이중인격, 악령 등 초현실적 요소도 등장하지만 사건의 발생과 전개 그리고 해결 과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다. 살인귀에 앞서 복수를 실행하려 전전긍긍하며, 틈새를 노려 목적을 달성해 가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스릴감도 충만하고, 탐정역을 자임한 아이가 사건을 분석하는 논리적인 추리도 일품이다.


쉴 사이 없이 터지는 연쇄 살인, 피살자들의 몸에 새겨진 의문의 장식과 악령을 쫓는 신비한 주문, 독자를 현혹시키는 다양한 트릭과 미스디렉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완벽한 결말 등 본격 추리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나다. 덕분에 초집중해서 재밌게 읽었다.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의 본격 추리물 좋아하시는 분이면 이 책에 함 도전하시길 권한다. 그리고 살인범과 살인귀의 정체를 맞혀보시길... 아마도 '트릭 메이커'라 불리는 작가의 현란한 테크닉에 놀아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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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를 쟁취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1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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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 개의 잔

도진기 저
시공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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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본격 추리소설 <붉은 집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도진기 작가의 열세 번째 장편이자 '진구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액의 비트코인 계좌 번호가 들어있는 메모리의 향방을 둘러싼 진구와 범죄 조직 간에 한 판 승부를 그리고 있다. 진구는 조직의 치밀한 계략하에 살인 용의자 누명을 쓰고 인천 구치소 독방에 수감되고, 그곳에 숨겨져있던 메모리를 찾으면서 진구와 조직 간의 숨막히는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거액의 비트코인 계좌 번호가 들어있는 메모리를 진구를 통해 회수하려는 조직과 메모리를 방패 삼아 무죄를 선고받고 구치소에서 벗어나려는 진구.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전작 <모래 바람>에서 등장했던 진구의 중학 동창이자 라이벌인 유연부가 있다. 유연부는 메모리 회수의 적격자로 진구를 선택했지만 동업자 김 전무의 독선적 행동으로 일이 꼬이고 만다. 여기에 카메오 역할로, <정신 자살>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던 이탁오 박사와 고진 변호사가 등장한다.


글쎄...결론부터 말해서 조금은 심심하다. 일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릴러라고 부르기엔 젊은 진구 특유의 역동성이나 긴박감을 불러일으키는 스릴감도 강하진 않다. 물론 진구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구치소를 탈출하는 다양한 전략은 매우 감탄스러웠지만...<합리적 의심>, <가족의 탄생>, <악마는 법정에~>같은 최근작들에 빗대어봤을 때 차라리 '범죄 드라마'라고 부르고 싶다. 작가의 소설은 일정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며 모두 읽었는데 확실히 초기작들에 비해 기조, 스타일이 변했다.


<붉은 집 살인사건>,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순서의 문제> 등 초기작에서는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를 내세운 본격 추리 성향이 강했지만, <유다의 별>을 정점으로 해서 후속작들은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범죄 드라마 형식으로 흐른다. 아마도 신선한 트릭의 개발이 여의치 않아서인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작가 전공을 십분 살린 법률적 용어와 해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다. 해박한 법률 지식에 대한 전문성이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지만 세세한 설명은 오히려 스피디한 전개를 잡아먹는다. 책 제목 <세 개의 잔>의 대표성에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확률로 삶과 죽음을 오가는 관련 트릭은 제법 흥미로웠다. 이탁오 박사가 보여준 지옥도도 인상적이었고...


어쨌든...<붉은 집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신선한 트릭과 <순서의 문제>에서의 특유의 역동성, <정신 자살>에서의 확대된 스케일과 <유다의 별>에서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폭넓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그립다. 그나저나 후기를 보니 도작가님께서 눈이 안 좋으신가 보다. 부디 쾌차하셔서 백수 김진구, 고진 변호사, 이탁오 박사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사히 집필하시길 빌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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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탐정의 매력에 빠져보자.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11-1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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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괴도 탐정 야마네코

가미나가 마나부 저/김은모 역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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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살상 없이 비리 기업의 금고만 능숙하게 털며 현장에는 그 회사의 비리 내용과 자신의 서명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현대판 루팡' 괴짜 도둑 야마네코. 하지만 한 출판사 사장의 피살 현장에서 그의 서명이 발견되면서 졸지에 살인 용의자 누명을 쓰고 경찰에 쫓기게 된다. 이에 야마네코는 괴도에서 탐정으로 변신, 은연중에 범인 찾기에 나선다.


<심령 탐정 야쿠모> 시리즈 작가의 미스터리 코믹 액션 모험 소설이다. (근데, 소설책 <심령 탐정 야쿠모>와 만화책 <민속 탐정 야쿠모>는 작가가 서로 다른가?) 만화스러운 책표지에 유머 코드가 다분하고 질척한 성적 농담도 곁들여져 다소 유치한 느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이거 웬걸? 읽을수록 내용이 내실 있고 알차다.


살해당한 출판사 사장이 남겨놓은 의문의 메시지가 전하는 궁극의 비리 폭로, 배후에 숨어있는 검은 무리의 정체와 그들의 기습적인 반격. 위기에 처한 긴박한 상황을 연속해서 역전시키는 괴도 탐정의 현란하고 지능적인 활극이 펼쳐진다. 잡지기자와의 케미도 달짝지근하고 그를 쫓는 본청 형사와 섹시한 여형사의 캐릭터도 살아있다. TV 드라마 원작 소설이니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니 재미있다. 가벼운 분위기로 즐기기에 제법 짜임새 있게 잘 쓴 미스터리 작품이다. 마지막 문장이 (이 사건이) 거대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한 만큼 2탄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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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빼고 완벽한 밀실 미스터리 가이드 !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11-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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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아리스가와 아리스 저/김효진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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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빼고 완벽한 밀실 미스터리 가이드 !


일본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엄선한 41편의 밀실 미스터리 안내서이다. 동서양의 주옥같은 밀실 미스터리 걸작 41편이 일러스트와 함께 간략히 소개된다. 예전에 책 내용이 궁금해서 대형 서점에 가보니 책이 래핑된 채로 미스터리 섹션이 아니고 미술 섹션에 꽂혀있어서 신기했다. 아무래도 도해 관련 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출간돼서 그런 듯...


서양 미스터리 20편과 일본 미스터리 21편이 출간일 순으로 소개되는데, 서양 편은 실질적인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평가받는 이스라엘 장월의 『빅 보우 미스터리』(1892년)부터 『보이지 않는 그린』(1977년)까지, 일본 편은 잘 알려진 에도가와 란포의 『D 언덕의 살인사건』(1925년)부터 세계 최장의 본격 미스터리 대작이라 불리는 『인랑성의 공포』(1998년)까지이다.


각 작품마다 몇 페이지씩 할애해서 먼저 아리스 작가가 작품에 대한 해설(작가 소개와 출간 배경, 밀실 미스터리로서의 추리사적 의의와 가치, 기본 줄거리와 밀실이 생성되는 과정, 트릭의 완성도 및 평가)을 하면 뒤 두 페이지에 걸쳐 밀실 구조도를 그린 일러스트가 뒤따른다.

<노란 방의 비밀> 밀실 구조도

이 책에 스포일러는 없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단행본을 낼 때 "트릭을 소상히 밝혀라!"파(派)와 "무조건 꽁꽁 숨겨라!"파 이렇게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한다. 아니면, 해결 편만 따로 뒤쪽에 모아놓으라는 절충파도 있고... (나 같으면 절충파에 가깝다. 밀실만 보여주고 해결 편이 없으니 감질나 죽는 줄 알았다.) 어쨌든 아리스 작가는 심사숙고 끝에 다양한 이유를 들어 기본 줄거리만 간략히 소개할 뿐 밀실 트릭에 관련된 부분은 일체 설명을 생략한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 다수는 밀실 미스터리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들이다. <빅 보우 미스터리>, <13호 독방의 문제>, <노란 방의 비밀>, <밀실의 수행자>,<세 개의 관>,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킹은 죽었다>, <혼진 살인 사건>, <문신 살인사건>, <모든 것이 F가 된다> 등등...그래서 나 같이 밀실을 신봉하는 정통(본격) 추리 마니아에겐 더없이 좋은 밀실 미스터리 지침서이다.


참고로, 수록된 작품들 중 <녹색 문은 위험>은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에 수록된 단편이고, 고가 사부로의 <거미>는 단편집 <혈액형 살인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외소실 사건>은 오리하라 이치의 데뷔작 <일곱 개의 관>에 들어있는 단편이다.


41편의 작품 해설을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서양에서 밀실 트릭이 최초로 생겨나고, 딕슨 카,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등으로 대표되는 1920~30년대 황금기를 거친 서양 추리물의 영향이 패망 후 일본의 본격 추리소설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을 알 수 있다. 밀실 미스터리라는 매혹적인 매개체를 통해 동서양의 기라성같은 작가와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아리스 작가의 감칠맛 나는 작품 해설이다. 특히, 수록된 작품의 해당 작가에 대한 솔직, 담백한 소개 (경력과 대표작, 작풍 등) 부분이 밀실 트릭 이상으로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미 읽은 작품들은 기억을 반추하면서 읽고 미독인 책들은 기본 줄거리와 어떻게 밀실이 형성됐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수록된 41편 중에 내가 읽은 작품은 겨우 14편이다. 아직도 읽어야 할 유명한 밀실 작품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뿌듯한 느낌...국내 출간된 책이라면 부지런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문신 살인 사건> 밀실 구조도

내 생각에 작품을 설명하는 아리스 작가보다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더 고생했을 것 같다. 아리스 작가야 자신이 선별한 작품들에 친숙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는 먼저 41권의 책을 모두 정독하고는 머릿속으로 밀실의 개념과 구조를 정립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빠진 부분을 보완, 수정하고...묘사가 부족한 책은 자료 조사에 애를 먹는 등 그림 완성에 1년 정도가 걸렸다고 하니 꽤나 고단한 작업이었을 듯 싶다.


그나저나 책값(372쪽, 28,000원)이 열라 비싸다. 컬러 인쇄도 아닌데...소설책이 아니고 미술책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읽어 보니 정통(본격) 추리를 선호하는 일부 밀실 마니아에게는 읽고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책값 빼고서는 모든 것이 완벽한 밀실 미스터리 지침서'라 부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주옥같은 멘트들을 정리해 본다.


"<세 개의 관>을 읽지 않고 밀실 미스터리를 논하는 것은 '스타워즈'를 안 보고 SF 영화를 말하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83p.)


"밀실의 제왕 딕슨 카는 확실히 마술을 지향하지만 엘러리 퀸은 퍼즐파이다." (134p.)


"'본격'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 전전(戰前)의 일본에서 보기 드문 수수께끼 풀이 추리소설의 일인자 고가 사부로이다." (189p.)


"<혼진 살인 사건>은 요코미조뿐 아니라 일본 미스터리계의 일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13p.)


"<문신 살인 사건>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 사건>, 쓰노다 기쿠오의 <다카키가의 참극>(국내에 <어느 가문의 비극>으로 출간, 이상미디어)과 함께 전후(戰後) 본격 미스터리 부흥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220p.)


"제2회 탐정작가 클럽상을 수상한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필독서라고 해도 좋다." (23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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