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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만두 맛은 어떨까?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04-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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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양만두를 먹는 가족

이재찬 저
네오픽션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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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예사롭지 않고 문장도 예사롭지 않다. 처음에는 작가의 문장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문체는 간결하지만 문장에 기교가 많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두 남자가 사업적으로 대화를 한다. "기간은?" "보름" "별로 섹시하지 않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런 스타일의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차츰 적응이 되긴 했지만... 

 

컨테이너하우스에서 화재로 한 남자가 사망한다. 남자의 이름은 신인범. 그는 죽기 전에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계약자도 본인이고 피보험자도 본인이지만 수익자는 그의 가족이다. 보험사기 여부를 떠나 사건의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정체불명의 여성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사설탐정인 주인공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과연 신인범의 화재 사망 사건은 단순 사고일까? 아니면 억대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자살)이나 누군가의 의도된 방화살인일까?

<영양만두를 먹는 가족>은 추리소설이다. 그것도 간결하고 정제된 하드보일드 문체로 전개되는. 탐정은 사건의 발생 지역인 경기도 가락읍을 기반으로 신인범의 과거 행적, 사업 경력, 가족 관계등을 집중 조사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타살 가능성에 무게가 조금씩 쏠리며 용의자는 신인범의 가족들과 특정 주변 인물로 좁혀진다.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동기가 있다. 신인범의 아버지 신창술은 소를 팔라는 아들의 성화와 노후 대비로, 남동생 신인학은 도박빚을 갚기 위해, 여동생 신연아는 과거의 학습 효과로, 전처 공미영은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경리 양미정은 사장과의 관계 청산에 의한 복수심으로 마지막으로, 예전 파트너였다가 배신한 양재오 이사는 도둑질의 오명을 감추려고...누구나 신인범의 죽음으로부터 금전적 또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다.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를 보면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씁쓸함 그 자체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핏줄의 연까지 매정하게 끊어버리는 무서운 인간들... 과연 그들은 화마에 휩싸여 절규하는 신인범의 진심을 보았을까. 블랙박스 카메라를 응시하는 처연한 그 눈빛을 읽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의 참회만 있을 뿐...

작가는 가장 따뜻한  공동체인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경제 단위가 가장 냉혹한 집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참으로 잔인하고 도발적인 집필 의도이다. 의문의 화재 사망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사설탐정의 전방위적 활약상 그리고 밝혀지는 불편하고 추악한 진실...하드보일드한 간결한 문체와 기교가 잔뜩 들어간 문장... 내게는 무척 독특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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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멸일기'를 쓴 자는 누구인가.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04-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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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멸일기

윤자영 저
몽실북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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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재밌다. 술술 읽힌다. 긴장감도 적당하고 흡입력도 좋다. 내용도 쉽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서 책을 펼치자마자 하루만에 다 읽었다. 역시 윤자영 작가의 작품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작(『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과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들이 고난도의 물리적 트릭을 베이스로 한 본격추리물이라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읽었다면, 이 책은 전작들에 비해 트릭의 난도를 낮추고 스토리에 집중한, 한마디로 힘을 빼고 쓴 소설이라 그저 편안히 작가가 서술하는대로 활자에 몸을 맡기면 된다.

『파멸일기』는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작가가 실생활에서 마주친 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그 중심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한 학생과 과도한 짝사랑에 이성을 넘어서는 한 선생이 있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동급생 공승민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는 이승민이라는 학생이 자살을 시도한다. 첨에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는 이 학생이 가여워 보였는데, 아니 이런 영악한 계략이 숨어있다니...자신을 파멸해서 타인을 파멸시킨다...는 고도의 전법이랄까. 그것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과연 그게 뜻대로 될까...그리고 그게 설령 계획대로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승민 학생에게 행복감과 성취감을 가져다줄까...

아니나 다를까...살인 사건이 발생하고...이승민 학생 위주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던 이야기가 갑자기 남용성 선생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아니, 잘나가가다 웬 선생이야? 했는데 읽어보니 남용성 선생 부분이 더 재미있다. 적당히 자극적이고 적당히 퇴폐적이다. 30대 후반의 이혼남인 남선생은 애정 결핍에 처세적이고 탐욕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 여선생을 심하게 짝사랑한 나머지 선을 넘는다. 그리고 그 무서운 일탈이 자신을 파멸의 길로 빠트릴 줄이야...

'파멸'이란 완전히 부서져서 복구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결국 『파멸일기』를 쓰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계략으로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을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이승민 학생은 물론이고, 그를 꾸준히 괴롭혀온 공승민 학생 역시 마찬가지. 자식을 소유물 정도로 여기며 그릇된 가족애와 부성애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급추락하는 이승민 아버지, 짝사랑이 도가 지나쳐 스토킹으로 변질되고 급기야는 범죄에 발을 들이는 남선생...모두가 자기 절제와 처신을 못하고 한순간의 오판으로 파멸의 늪에 빠지는 불쌍한 인생들이다.

스릴러적 긴장감도 쫄깃쫄깃하고 본격추리의 재미도 제법이다. 현직 고교 교사인 작가가 학교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 학생과 선생, 가정과 학교등 일선 교육 현장의 유기적인 문제점들을 현장감있고 충실하게 그려냈다. 일전에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작가는 본격추리물외에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릴러물에도 조예가 깊다. 그것이 이번 작품에서 잘 발현된 느낌이다.

그나저나 윤자영 작가는 참으로 부지런한 작가이다. 작년에 본격추리물인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두 권을 연달아 냈는데 올해 초부터 벌써 신간 발표라니...그것도 본직인 고등학교 선생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다음 작품은 스릴러물일까? 본격물일까? 두 장르가 적절히 섞인 작품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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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0-04-1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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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저/이연승 역
한스미디어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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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정교하고 치밀하고 복잡하다. 책을 덮은 지금도 정작 범인이 누군지 헷갈린다. 특히 핵심 결말 부분을 다시 한번 꼼꼼히 재독했지만 호텔에서 범인이 행한 마지막 엇갈린 행보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추리작가도 머리가 좋아야 하지만 그것을 따라가는 독자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살인의 쌍곡선』은 '일본의 국민 추리작가'로 불리는 니시무라 교타로가 1971년에 발표한 본격 추리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종착역 살인사건』에 이어서 세 번째 만남이다. 쌍둥이 형제의 복수의 결의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쿄 시내와 도호쿠 지방을 번갈아 오가며 숨가쁘게 진행된다. 도쿄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경찰을 대놓고 농락하며 연이은 강도 행각을 벌이고, 비슷한 시간대에 눈 내린 도호쿠의 고립된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연속해서 죽어나간다. 전자가 쌍둥이와 경찰 간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이 볼만하다면  연속 살인이 발생하는 후자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큰 수수께끼는 세 가지이다.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까지 대범한 강도 행각을 벌이는 쌍둥이의 속셈은 무엇인가? 도호쿠 관설장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쿄의 연속 강도 사건과 도호쿠 관설장의 연쇄 살인사건 사이에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사실 살인의 동기는 책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어슴푸레 눈에 들어온다. 그러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딱히 피해자들 간에 뚜렷한 교집합이 보이질 않으니까. 유사한 동기로 복수를 실행하는 한국 스릴러 영화도 있고. 무엇보다도 감탄스러운 것은 독자의 눈을 속이는 핵심 트릭과 정교한 범행 과정이다. 작가는 첫 페이지부터 "이 책에는 쌍둥이를 활용한 메인 트릭이 등장한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것이 얼마나 대범하고 자신감에 찬 도발인지 책을 다 읽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만큼 독자를 현혹시키는 정교하고 치밀한 플롯이 일품이다. 나도 깜빡 속았다.

굳이 논리적으로 따져들면, 단지 몇 마디의 감언이설로 생면부지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조정한다든지,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의 소행이라면 당연히 투숙객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은 호텔 주인이 처음부터 용의선상에 올라야 한다든지 (물론 익명의 편지가 그 혐의를 희석시켜주지만서도)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런 것들은 큰 틀에서 보면 찻잔 속의 미풍으로 치부할 만하다. 그나저나 한 명을 특정 짓기 어려운 쌍둥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완벽한 법적 제어 장치는 없을까.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쌍둥이 범죄자의 기고만장한 행태를 볼 때마다 구도 경부 대신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천재적인 두뇌의 명탐정이 필요해진다.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페이지 넘어가는게 아까울 정도로 정말 집중해서 재밌게 읽었다. 도쿄와 도호쿠라는 두 지방을 넘나드는 이중 구조 속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설정을 차용한 긴장감 넘치는 전개, 독자를 현혹시키는 회심의 메인 트릭 등 본격 추리의 요소를 두루 갖춘 정통 클래식 미스터리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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