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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 감상 2009-10-2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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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게트 저/오증자 역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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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제목은 익숙했으나 직접 작품을 이렇게 접하게 되니 이제껏 느껴왔던 익숙함보다 `낯설음`이 더 낯익다.

 

   고도를 순전히 높은 길, 혹은 어떤 고차원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라 해석해 내용을 상상했었는데 고도는 그 高道가 아니었다. 아마 그림형제의 그림이 picture가 아니라 Grim이란 사실에 놀랐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리라. 왜 베케트가 자신의 작품을 여러 언어로 반복해 썼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가 한국말을 할 수 있었다면 `고도`는 무엇으로 표현되었을까? `철수`?, `영호`? 아니다. 고도는 언제나 고도일 뿐이다.

 

    유쾌한 허무주의를 잘 표현해낸다고 하지만 읽는 내내 전혀 유쾌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방인을 읽었을 때의 허무함보다 더한, 마음속에서 잎이 지는 것같은 어떤 서러움마저 느껴졌다. 고도는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고와 디디가 고도를 본적은 있는가? 뒷부분에 소년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그가 심지어 고도를 만난적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대체 애초에 그들이 오지도 않을 고도를 기다리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는 결말이고, 모호한 상징일 때 과연 우리는 그것을 해석해야만 할까? 작가만이 아는 사실이기에 고도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것이 왠지 헛수고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베케트는 얼마나 사람들의 추리력에 감탄하고, 비웃기도 하고 그랬을까? 그러나 고도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싶지 않다하더라도 이미 생각을 해버렸다. 고도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할 수록 더욱더 고도의 의미에 대해 매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론 될대로 되란 심정으로 나름대로 고도에 대해 여러 정의를 내렸다.   고도는 신일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고, 실제로 `고도` 란 인물 자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좀 다르게 고도를 보았다. 아니 고도뿐만이 아니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까지 조금은 다른 해석을 내려보았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그들 자체가 고도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고도란 인물 안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란 두 의식, 자아가 내면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자신의 본질을 찾지 못해 괴로운 사색가 고도는 늘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한다.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조금은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에스트라공이 나약하고 신에게 의지하고자 혹은 죽고자 하는 인물이라면 블라디미르는 이성적인 시선으로 에스트라공을 다독이기도 하고 그가 길을 잃을 때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고도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알려주기도 하며, 에스트라공이 악몽을 꾸면 안아주기도 한다. 즉 감성과 이성의 끊임없는 대립과 타협이 여기에서도 연장되는 것이다. 사람이 감성과 이성이 둘 다 마비되 무기력해지면 시간도 공간도 모호해지고 남과의 소통마저도 단절되어진다. 똑같은 질문을 한 번씩 혹은 여러 번 더하게 만드는 그들간의 소통의 부자유스러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그러한 대화는 허무한 것을 넘어서 처량하기 까지 하다. 즉 고도란 사색가가 있다고 치자. 그는 자신의 본질을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의 내면안에 찾다가 무기력해진 감성과 이성이 그를 생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상태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죽는 것조차 귀찮고 그렇다고 해서 떠나는 것도 안된다. 할 수 있는 것은 추억을 꺼내는 일과 춤과 시시껄렁한 농담, 욕 ..뿐이다. 예수 옆에 달린 두 강도, 에펠탑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일, 내일은 목이나 매자, 라는 등등의 내뱉는 이야기들은 모조리 슬프다.

자신의 본질을 찾는 건 죽을 때까지도 힘들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지만 그 시간도 공간도 언제나 모호하며

고도는 오지 않는 것이다.

 

요즘 산울림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연극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울어버릴 것 같다.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한사람으로써 내일은 바지도 추켜입고 끝없는 대화도 해보고, 춤도 추고 살아있음을 느껴봐야지. 이제는 주문처럼 다가오는 그들의 대화를 떠올려보면서....

 

에스트라공 - 그만가자

블라디미르 - 갈 수는 없다

에스트라공 - 왜?

블라디미르 -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 참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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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Q84 리뷰대회! | 기본 카테고리 2009-10-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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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에게 | 감상 2009-10-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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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문학동네 | 200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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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

 

죽기 전 한마디만 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스티비 원더라는 가수 알지? 그 사람은 앞을 보지못했어. 그런데 그가 눈 수술을 결심하게 돼. 수술해도 볼 수 있는건 단 15분 정도 밖에 되질 않았는데 말이지. 이유가 뭔지 아니? 바로 자신의 딸을 보기 위해서였어.

그래, 죽음 앞이란 가정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내가 벙어리라고 가정하자. 나에게 단 한 마디 만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말을 해야 가장 후회하지 않을까. 그건 이 생을 통틀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수 있는 어떤 말이어야할텐데. 수학문제 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지. 어려워. 어려워-

 

책 속의 인물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어느 순간 감지하게 되면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베르테르가 죽기 전 밤이 곧 나의 밤이 되지. 죽음이란 참 무거워. 단지 글자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함께 숙연해지고 잘 알고 지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야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돼. 그리고 결국 죽음의 부분에선 한동안 책을 읽을 수 없어. 오랫동안- 그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내 의식은 혼자 그곳에 머물러있어.

 

너의 죽음. 아오마메 너의 죽음은 말이지. 처음부터 예감하고 있었어. 네가 택시에서 내려 비상계단을 내려오는 대목부터 알 수 있었어. 하지만 모른척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이제껏 내가 만났던 어느 누구보다 네가 가장 나를 많이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주말마다 널 괴롭혔던 문제라던가, 다마키란 친구, 그리고 덴고까지. 그래 우리의 삶이 많이 닮아있지만 결말이나 전개 과정이 똑같진 않지. 그런데 너의 죽음을 대할 때 내 가슴이 부글부글 끓더니 결국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프더라.

 

`결국은` 이란 말이 계속 맴돌아. 소설 속에 총이 등장하게 되면 그총은 반드시 쏘아져야한다고 했지. 결국은 쏘아졌고 너는 다른 세계로 이동해갔어. 의식 속에선 나도 결국은 총을 쏘겠지. 그것이 실제로도 행해질진 사실 아무도 몰라. 어쨌든 의식의 선상에선 몇 번이고 나를 죽여. 모든 건 자신이 이겨내야한다지만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어. 덮는 것. 덮어 두는 것에 불과해. 여러 번 말을 하면서 아픔들을 덮어.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해오던 일이야. 그리고 이제 그런 주문을 외는 일에 솔직히 지쳤어.

 

오늘은 2005년의 봄날을 떠올렸어. 4월의 어느 봄날이었어.  갑자기 나의 다마키가 이런 이야길 했어.`내가 내일 눈이 오게 기설제를 지낼거야.`

믿어지니? 4월달인데 정말 눈이 왔어. 그것도 아주 펑펑. 맨 뒷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바깥만 쳐다보고 있었어. 국어시간이었는데 우린 시를 배우고 있었지. 그런 순간이 있어. 봄과 시와 눈이 공존하는 순간. 그리고 우리만 아는 비밀도 함께. 나의 다마키가 지낸 기설제때문에 내린 눈이란 걸 지금도 전혀 의심하지 않아.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데 왜 이렇게 내 눈에선 눈물이 날까.

 

삶이 때론 너무 버겁게 다가와.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내가 언제 죽을까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럼 난 또 결국은- 이란 단어만 떠올라.

부정적이지? 아니야.  난 오히려 즐거워. 우리가 비슷한 삶을 걸어왔지만 나의 결론은 조금 다르게 지을꺼니까.  물론 결국은- 이란 표현이 빠지진 않겠지만, 너와 조금 다르게 끝을 맺을까 해. 버거운 삶이어도 추억할 것이 많은, 그래서 훗날 내 무릎에 사랑스런 아이들을 앉혀놓고 해줄 이야기가 많은 재밌는 할머니가 될 수 있어 기뻐.

 

 죽음앞에선 네가 덴고의 이름을 불렀듯, 나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겠지.  그 이름 안에 내 모든 것이, 너의 모든 것이 담겨져있어. 그 애절함의 강도와 그리움이 묻어나는 톤. 한마디 말의 뜻보다 한마디를 내뱉기까지의 과정과 말을 둘러싼 모든 분위기들이 백마디의 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아오마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명확한 것은 이세상에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세상에 왔었고, 떠났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잖아?

너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말들은 이미 네안에 있다고 믿어. . 이번기회에 너희를 만나서 정말 기뻤어.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웃었다니까. 그리고.... 난 아직 이 세계를 더 즐기고 싶으니까 그 세계에서 좀 더 기다려주지 않을래?

 

다음엔 덴고에게 편지를 써볼까 해.

두서 없는 편지였지만 여기서 줄일께.

 

안녕. 아오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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