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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라틴어 수업 #06 어떤 나라 사람이고 싶으세요? | 살아가는 힘이 되는 책 2017-08-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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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입니까?
Coreanus esne?

 

유학 생활의 낙이라면 점심 식사 뒤 카페에 가서 마시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였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 반부터 1시까지 수업을 듣고 나면 파김치가 되는데, 기숙사로 급하게 돌아와 점심을 먹고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동료들과 공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나누는 그 시간 자체가 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보통 때처럼 점심 식사 후에 늘 가던 카페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다른 동료들은 그냥 두고 제 앞을 가로막더군요. 정확히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시아인인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사람으로 짐작이 됐는데 대낮부터 취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저를 보며 아주 분명한 한국말로 이렇게 물었어요.

 

 

한국 사람입니까?(Coreanus esne)”

순간 당황해서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그가 내뱉은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사람, 나쁜 사람들입니다.”

 

 

 


 

 

로마 한복판에서, 게다가 한국어로 들은 이 말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말은 어떻게 배웠느냐, 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느냐고 물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전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와 방금 전 기숙사로 돌아와 방금 벌어진 일을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이 내가 한국인인 건 어떻게 알았을까?

어쩜 그렇게 분명하게 한국말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서 지냈던 걸까?

한국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그 경험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고, 혹은 심한 인종 차별을 겪었을 수도 있어요.

자국에 사는 동안에는 국적에 대해 인식할 일이 거의 없죠. 일상에서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해외여행 중이거나 타국에 살고 있다면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외국인들은 저를 통해 한국을 볼 것이고 또한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가지게 될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바깥보다 안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외국에 있을 때는 자연스레 내 나라에 인식하게 되니 언행에 신경을 쓰지만(아닌 분들도 있습니다만) 내 나라에 있을 때는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기가 쉬워요. 그러니 이곳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객, 외국인 노동자나 교포들에게 함부로 굴곤 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인이나 흑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어 국가나 인종에 따라 차별 대우를 하기도 하죠.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게 있습니다. 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 경제 경영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오늘날의 인간관계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개개인이지만 각기 떨어져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섬이 아닙니다. 물 밑으로 들어가 보면 서로 이어져 있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이 나라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고, 밖으로 나가보면 그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아래로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사실이죠.

어떤 사람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간에, 잘 살고 못 살든, 많이 배우고 못 배웠든 간에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나요? 하지만 이 뻔하고 간단한 진실 하나를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걸 기억하고 내 앞에 선 사람이 나와 같다는 걸 주지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문득문득 그 남자가 저에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내가 어떤 나라 사람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
흐름출판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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