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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Silk Roads)'은 복수 | 책을 읽으며 2021-06-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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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Silk Roads)'은 19세기 독일에서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이라는 지리학자가 처음 만든 용어다. 비단길의 영문 표기가 복수형이라는 데 주목하자. 비단길은 중앙아시아 전역에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퍼져 있었던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길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고정된 하나의 통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네트워크였다." (113쪽)

 

"비단길에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기에 그 길 주변 나라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양한 문화를 잘 흡수하는 곳이 됐다. 그래서 어떤 장소에서는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같은 여러 종교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공존했다. ... 

... 중국에서 불교가 융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비단길을 통해 생각의 교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118~119쪽)

 

 

총보다 강한 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저/안진이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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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도 없고, 세계사도 없는 | 책을 읽다 2021-06-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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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

정승규 저
반니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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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약사인 정승규의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무척 잘 읽었었다. 인류가 질병과 싸워오면서 개발해온 약의 이야기와 현대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줄 약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그러나 조곤조곤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질병에 대해서 많이 다루지 않는다. 25가지 질병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꼽아봐도 여기서 다루는 질병이 25가지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어떤 질병들을 다룰까, 그 질병들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등등이 궁금할텐데, 그런 궁금증을 별로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질병들을 꼽아보면 천연두, 납중독, 말라리아, 콜레라, 흑사병, 조울증, 황열병, 결핵, 고혈압, 아편중독, 애디슨병 같은 것들인데, 정작 이 질병들이 중심도 아니다. 질병의 증상도 별로 다루지 않고, 그 질병이 가져온 파급력 같은 것들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자꾸 약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 보면서, 저자가 약사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고 세계사가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순서이지만, 그 사건이나 상황 등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역사에 대한 서술이라든가 평가가 부정확한 부분이 적지 않고, 또 너무 단정적이다. 어떤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하나의 원인만을 지적하고 끝내버리는 경우도 많고, 역사를 해석하는 데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저자가 어떤 일관된 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에 맞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놨으나 그냥 모으기만 한 건 아닌지. 이전의 책들에 가졌던 기대 때문인지 많이 실망스럽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다.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노르웨이인이 찰스 피더슨(1904~1989)의 아버지는 금광 개발을 위해 평안도 운산에 왔다가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갔다. 일본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피더슨의 최종 국적은 미국이지만, 노벨상 홈페이지와 유기화학 전공 서적에는 부산 태생으로 나와 있어서 출생지로 분류하면 한국국적이다.” (197)

 

찰스 피더슨은 8살까지 우리나라에서 살았고, 그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업적은 크라은 에테르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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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멍청이인가? | 책을 읽다 2021-06-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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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보의 세계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편/박효은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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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장프랑수아 마리미옹이 엮은 바보의 세계는 무려 35명의 저자가 참여하고 있다. 역사학자, 심리학자, 고고학자, 경영학자 신경과학자, 중국, 인도 전문가 등이 다양한 저자들은 인류 역사에서의 어리석음을 증언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류의 어리석음, 오류에 관한 역사책이 많이 나왔다. 진실의 흑역사같은 책들이 그것인데, 사실 역사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한 방향 전환이 흔했던 만큼 역사책의 절반은 굳이 그런 제목이나 광고를 달고 나오지 않더라도 오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보의 세계가 다른 점이라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 속 어리석음을 다루고 있고, 또 그 어리석음이 면면히 이어지는 현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멍청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인간의 진화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에서 시작한다(스티븐 핑커와의 대담). 신석기 농업 혁명의 시작 자체가 멍청한 선택이었고, 그 이후 지배 계급에의 복종, 전제군주제의 등장, 종교, 그리고 사이코패스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 어리석은 인간의 선택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지역을 막론한다.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 인도 신화에서도 멍청이는 등장하고, 당연히 중국 역사에도 수많은 어리석은 자들이 기록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라고 다를 바 없다.

 

저자들은 역사 속에서 부당한 취급에 대해서도 다룬다. 유럽의 역사에서 야만족에 대한 취급, 여성에 대한 차별, 노예제, 반유대주의 등이 그런 것이다. 다른 책에서는 그런 역사를 오류나 멍청이, 어리석음으로 분류하지 않는데 반해 여기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반영되었다는 시각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부당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리석지 않고서는 저지를 수 없다는 생각인 셈이다.

 

당연히 점성술이나 주술, 계몽주의에 대한 폄훼, (지금 지식으로는) 어처구니 없는 의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전쟁, 어리석은 리더가 어떤 폐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러한 어리석음이 현대에는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시각, 테러리즘, 트랜스휴머니즘의 발흥, 기후 온난화 등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 듯하다. 장프랑스아 도르티에는 어리석음이 역사의 원동력이었다고 쓰고 있지만(맨 마지막 꼭지의 글이라 거의 결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잘 읽어보면 이 표현 자체가 풍자적이고 자조(自嘲)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어리석음이었냐 하면, ‘앞일을 살피지 않는 무분별’, ‘그릇된 이데올로기‘, ’거대함을 바라는 오만‘, ’과도한 사치 취향‘, ’비극적 열정‘, 이런 것들이다. 이것을 역사 속에서 찾았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앞일을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을 저지르며, 여전히 그릇된 이데올로기가 판치고 있으며, 거대한 탑을 세우듯 쓸데 없이 높은 빌딩을 짓고 있으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데도 과시를 위해 소비하며, 소문에 의해 선동된다. 우리가 어리석지 않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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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이란 | 책을 읽으며 2021-06-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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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바그너에게 모던이란 바로 동시대성이었다. 모던에 대한 그의 고심은 의회와 전화국, 전신국에 드나드는 이들이 누구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1890년대 빈의 거리를 가득 메운 이들은 토가를 입고 맨다리를 드러낸 로마인이나 튜닉에 레깅스를 입은 중세인이 아니라 넥타이에 재킷을 입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었다.” (80)

 

알바 알토에게 모던이란 유리나 강철 같은 신소재가 아니라 색색의 등이 걸린 아름다운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평범한 동시대인의 생활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기능주의는 소재나 형태 따위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모색이었다.” (189)

 

,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얘기. 물론 그 내용이 형식으로 표출되는 것이지만.

 

 

오늘의 의자

이지은 저
모요사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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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만든 의자들 | 책을 읽다 2021-06-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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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의 의자

이지은 저
모요사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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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의자가 이제는 기억으로 존재하는 과거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라면, 오늘의 의자는 제목대로 오늘’, 즉 현대의 한 구성 요소로서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편이나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오브제로서 의자에 관한 것이지만, 기억의 의자가 아련하다면, 오늘의 의자는 생생하다. 그만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의자들, 혹은 그 원형들이 오늘의 의자의 의자들이다.

 

또 다른 면에서 비교할 수도 있다. 기억의 의자가 의자를 만든 장인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그 이름이 오늘날까지 전해졌든 그렇지 않았든간에), 오늘의 의자에서는 의자의 소재에 더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 물론 그런 의자를 만든 제작자에 관한 신상명세는 더욱 분명해지고, 그에 대한 소개에 게으른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의자에서는 분명하게 소재가 더 두드러진다.

 

역시 다섯 종류의 의자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휨 가공 기법에 질리도록 천착하여 처음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의자인 토네트 14이다.. 손쉬운 조립을 통해서 만들 수 있는 토네트 14번이라는 의자는 19세기판 이케아였다.

그 다음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생한 바그너의 포스트슈파르카세 의자다. 성공한 건축가였던 오토 바그너는 중년의 나이에 그때까지의 건축 스타일을 일거에 부정하고 모던을 제창했다. 그에게 동시대성의 의미했던 모던,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그래서 당시의 취향을 담은 건축물을 설계했다. 바그너는 그 건축에 어울리는 의자도 직접 제작했고, 그 의자가 바로 나무에 알루미늄으로 된 금속 보호대를 덧댄 포스트슈파르카세 의자다.


 

마르셀 브로이어는 자전거에서 착안을 하여 강철 파이프로 의자를 만들었다.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실리 체어는 기계 산업 시대를 형상화한 의자였다.

 

 

결핵 요양원을 지으면서 그곳에 어울리는 의자까지 제작한 알바 알토는 나무, 그것도 합판이라는 소재를 이용했다. 바로 파이미오 암체어라는 것이다. 그는 합판이라는, 지금은 오히려 경시되는 소재를 이용하여 튼튼하고 편리한 의자를 만들어냈다. 이름은 낯설지만 모양만 보면 낯익은 이 의자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알바 알토가 합판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에 천착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고려였다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임스 플라스틱 체어는 더 친숙하다. 플라스틱이라는,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된 소재를 이용한 의자다. 이 의자를, 혹은 이 의자의 카피들을 정말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이 의자의 혁신성과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의자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의자를 통해서도 사회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이지은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의자에도 거기까지 이르게 된 역사가 면면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어떤 이의 안락한 의자를 찾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편리한 의자, 또 어떤 이는 멋있는 의자, 어떤 이는 값싼 의자를 찾을 수 있다. 그 어떤 의자에도 그 의도가 있고, 그 기능에 맞게 만들고자 한 이들의 노력이 있다. 필요한 장소에 그에 맞는 의자만 놓여 있다면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의자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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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오늘의 의자 | 한줄평 2021-06-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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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친숙한 의자들에 담긴 혁신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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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기억의 의자 | 한줄평 2021-06-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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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시대의 숨결을 품은 의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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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이야기하는 시대와 사회 | 책을 읽다 2021-06-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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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억의 의자

이지은 저
모요사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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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 크레건리드의 의자의 배신에서 보듯이 현대의 삶은 의자와 떼어 놓을 수 없다. 거의 하루 종일 의자에서 생활하는 게 현대인의 삶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한 도구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물인지도 모른다. 용도에 비추어 보면 의자란 게 얼마나 다양할 게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장식미술 전문가 이지은이 액자를 분석의 대상으로 택한 것 이상으로, 그 다음 사물로 의자를 택한 것은 의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의 의자는 그 의외성만큼이나 의자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단지 의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의자를 통해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과거와 그 과거에서 이어진 현재의 이야기다.

 

기억의 의자는 근대 이전, 그러니까 18세기까지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 다섯 편을 담고 있다. 물론 유럽의 의자 이야기다. 근대 이전이라는 의미는 산업화가 이뤄지기 전이라는 의미이며, 의자도 그런 조건에서 생산되고, 판매되고, 이용되었던 시기라는 얘기다. 그 얘기는 또한 의자가 갖는 의미가 오늘날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걸 의미한다.

 

우선 성당의 성직자들의 좌석인 스탈 아래의 엉덩이를 받치는 미제리코드의 조각들은 그냥 화려한 성당의 주요 조각이나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는 중세의 삶을 보여준다. 의자를 다루는 책에 과연 의자라고 볼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는 미제리코드를 맨 처음 다루면서 사물을 통해서 과거를 읽는 이지은의 의도와 역량을 충분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미제리코드를 통해 중세의 가리워졌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그 다음 이야기 둘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루이 14세의 옥좌를 통해서 프랑스 궁정의 은공예를, 타부레라는 어쩌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의자를 통해서는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의 권력에 대한 갈망과 탐욕을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두 이야기는 또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 근대 이전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 루이 들라누아라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는 근대 이전의 의자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토머스 치펀데일을 통해서는 산업화의 단초를 의자 제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지은은 의자라는 사물을 매개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물이 그 시대에 있었기에 그런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부레 같은 경우에, 지금 보면 흔하디 흔한 모양의 하찮은 의자 종류이지만, 루이 14세 시대의 궁정에서는 그 의자의 의미가 권력과의 거리를 의미했다. , 사물의 가치는 그것 자체가 가진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사람이 부여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도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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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리코드(Misericord), 중세를 생생하게 증언하다 | 책을 읽으며 2021-06-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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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미제리코드(Misericord)라는 걸 이지은의 기억의 의자에서 처음 알았다.

유럽 성당에는 과거 참사회원들이 앉는 스탈(stalles)이라는 의자가 있다. 쥐베라는 제단을 가로막고 있는(그래서 일반 신자들은 제단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벽 안쪽에 설치되어 있던 스탈은, 제단 앞에 양옆으로 배치되어 있는 커다란 붙박이 의자다. 이지은은 의자라기보다는 건축물에 가깝다는 평가를 하는데, 그곳에 앉는 이에게 장엄함과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일종의 연출용 의자였다.

 

그런데 그 장엄한 의자 아래에는 독특한 장치가 있다. 작은 물건 하나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선반인데, 스탈에서 성직자들이 일어섰을 때 몰래 기댈 수 있는 장치라고 한다(그래서 이름도 자비의 의자이다). 그런데 그 선반 아래에는 성당의 다른 곳과는 다른 형상들이 조각된다. 성직자의 엉덩이 아래에 성스러운 성경의 일화를 조각하는 것은 불경스럽다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중세판 풍물 사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초를 다듬는 상인, 말뚝 앞에서 나무를 자르는 남자, 벽난로 앞에서 곁불을 쬐는 도시인, 물동이를 진 여자 물장수, 신나게 발로 포도를 밟으면서 포도를 먹고 있는 종부, 사냥에 나선 사냥꾼과 같은 풍속 스틸 사진 것들도 있고,

 

농업이 중심이 지역의 성당에 조각된 농작물을 해치는 용을 몽둥이로 때려잡는 농부의 모습과 곡괭이를 든 광부의 모습에서는 그 지역의 중심되는 이슈와 함께 중세 무역의 단면을 엿볼 수 있고, 화덕을 지키는 용병의 모습과 수도사가 끌고 가는 자루 속의 밀을 통해서는 당시 농민들에 대한 수탈의 행태에 대한 풍자를 볼 수 있다.

 

당시에 전해져오던 속담과 격언들도 새겨져 있었고, 가랑이를 벌린 광대의 모습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기묘한 동물들이 등장하고, 마녀 사냥의 잔재도 볼 수 있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것보다 그 아래에 몰래(?) 새겨 놓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조각들이 그 시대를 더 생생하게 진술하고 있는 셈이다.

 








 

기억의 의자

이지은 저
모요사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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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 영웅들의 이야기 | 책을 읽다 2021-06-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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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3

안인희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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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 라그나뢰크로 최후의 전쟁까지 치르고, 이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음을 보여줬는데 3권에서는 무슨 얘기가 남았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 2권은 거의 신들과 거인들의 이야기였다. 북유럽 신화가 상정하고 있는 아홉 계의 세계에서 하나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의 세계, 즉 중간계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다. 3권은 그 인간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라면 신화가 아닐 터, 바로 영웅들이 3권의 주인공이다.

 

어디서나 영웅들의 모험담을 읽으면 신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불만스럽기도 하다. 북유럽 신화에서도 당연히 그렇다. 이를테면 반지의 영웅지구르트만 해도, 난쟁이 밑에서 자라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온갖 모험을 겪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깨워 사랑하고, 그리고 최후를 맞이하는데 그 파란만장한 생애를 읽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 주변의 인물들은 오로지 그의 영웅됨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모든 영웅담은 그런 구조다. 그건 영화를 비롯한 영웅 이야기에서도 그렇다. 그런 구조라 환호를 받고, 또 비판을 받는다. 상징 속에 교훈이 담겨져 있고, 반복되어 읽히면서 그것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히는 것은 신화의 교육적 요소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영웅 중심의 서사가 가지는 반교육적 요소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평론가적인 시각을 거두고도 북유럽 신화의 영웅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잘은 몰랐지만, 이름은 들어본 영웅들이 등장한다. 1, 2권에서 소개했던 지구르트가 있고(사실 2권 이야기의 반복이다), 베오울프가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시대 이후에 등장하는 영웅인 성배의 기사파르치팔과 백조의 기사로엔그린이 있고, 열렬한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도 있다(사실 3권은 바로 이들의 이야기가 전부이기도 하다).

 

이렇게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왜 이들의 이야기가 현대에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그들의 모험은 화려하다. 용이 등장하고(동양의 용과는 달리 서양의 용은 거의 ()’의 상징이다), 공주를 둘러싼 기사 사시의 대결이 있고, 기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좌충우돌의 측면이 있고, 이유도 매우 단순하지만(아버지의 복수, 아니면 그냥 기사라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지구르트의 반지만 하더라도 현대의 영상 문화에서 반지가 등장하는 다양한 예들을 보면 모두 거기서 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영웅들의 이야기는 성장 소설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 가장 뚜렷한 것은 파르치팔이다. 위대한 기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세상과 단절시켜 키운 탓에 바보 소년으로 자란 게 파르치팔이다. 하지만 그러나 세상에 대한 동경은 본능과 같은 것이었고, 세상으로 나아가면서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여자로부터 물건을 빼앗고, 기사와 싸우고, 불쌍한 사람 앞에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질문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은 그런 잘못을 깨닫고, 당당한 성배의 기사’, ‘성배의 왕이 된다. 이런 성장 이야기는 사실 모든 영웅 이야기의 표본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그렇다고 시시하다고 물려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늘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들으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많은 문화에 이런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이야기의 다양한 유용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 다양한 유용성 가운데 으뜸은 물론 재미다. 북유럽 신화의 영웅들의 이야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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