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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읽은 책 | 책읽기 정리 2021-05-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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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다 갔습니다.

좋은 계절을 만끽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른 해엔 별 달랐나 싶기도 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백신도 맞는데, 이제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5월 한 달 동안 읽은 책은 모두 23권입니다.

 

제목

지은이

출판사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리우난

리드리드출판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타인의사유

오늘의 화학

조지 자이던

시공사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이지은

모요사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

이지은

모요사

죽음의 부정

어니스트 베커

한빛비즈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머스트리드북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어슐러 K. 르 귄

황금가지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마이크 브라운

롤러코스터

과학의 향기

강석기

MID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

안드로메디안

액자

이지은

모요사

감염병 인류

박한선, 구형찬

창비

화학의 프로메테우스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가람기획

두뇌, 살아있는 생각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룩스미아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인플루엔셜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곽재식

위즈덤하우스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카를로 로벨리

푸른지식

문명과 물질

스티븐 L. 사스

위즈덤하우스

독살로 읽는 세계사

엘리너 허먼

현대지성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김영사

그들은 알지만 당신은 모르는 30가지

이리앨

스토어하우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셀드레이크

아날로그

 

5월에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뭐니뭐니 해도 이지은의 책들이었습니다.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과 함께 액자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내용을 대중적이면서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게 보여주는 책들이었습니다. 그 밖에는 마이크 브라운의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와 홍성욱실험실의 진화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23권의 책들에 대해 다시 평점을 매겨봤습니다.

 

제목

지은이

평점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리우난

★★★☆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

오늘의 화학

조지 자이던

★★★★☆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이지은

★★★★★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

이지은

★★★★★

죽음의 부정

어니스트 베커

★★★★☆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어슐러 K. 르 귄

★★★★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마이크 브라운

★★★★☆

과학의 향기

강석기

★★★★☆

폴리매스

와카스 아메드

★★★★☆

의자

이지은

★★★★★

감염병 인류

박한선, 구형찬

★★★★☆

화학의 프로메테우스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

두뇌, 살아있는 생각

섀런 버트시 맥그레인

★★★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곽재식

★★★★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카를로 로벨리

★★★★☆

문명과 물질

스티븐 L. 사스

★★★★☆

독살로 읽는 세계사

엘리너 허먼

★★★★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

그들은 알지만 당신은 모르는 30가지

이리앨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셀드레이크

★★★★☆

 

전체적으로 매긴 평점이 4월보다 좋다.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이지은 저
모요사 | 2019년 06월

부르주아의 시대 근대의 발명

이지은 저
모요사 | 2019년 06월

액자

이지은 저
모요사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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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4        
세상을 잇는 생명, 곰팡이 | 책을 읽다 2021-05-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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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저/김은영 역/홍승범 감수
아날로그(글담)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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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곰팡이의 역할 하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의 정답은 ‘분해자’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곰팡이(균류, fungi)는 온갖 것을 분해하여 생태계의 순환을 가능케 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분해가 힘들다는 리그닌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진 것도 균류이고, 균류 중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도 있다. 그만큼 분해자로서의 곰팡이의 역할은 인상 깊고, 또 막대하게 중요하다.

 

그런데 곰팡이, 혹은 균류(내가 자꾸 균류라고 쓰는 이유는 곰팡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균류 중에 버섯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의 역할을 분해자라고만 한정한다면, 그것 그들을 매우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균류는 지의류의 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생명체의 본보기를 보이며, 식물과 균근(mycorrhiza)를 이우러 식물의 생산성을 높인다. 단세포생물로 존재하는 균류인 효모는 알코올 발효를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혹은 곤란한 물질을 생산하고(물론 그게 그들의 목적은 아니지만), 동물을 조종하는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실로시빈과 같은 물질은, 비록 지금은 향정신성 물질로 강하게 규제하지만 정신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역할들을 종합해서 보면, 곰팡이, 혹은 균류는 그것들이 자라는 모양새(균사체를 통해 서로 얽혀가면서 자란다)와 같이 세상을 얽고 잇는, 네트워크의 필수적인 생명체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나는 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조금 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균류에 대한 강의를 ‘조금’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멀린 셀드레이크가 소개하고 있는 곰팡이, 균류의 이 광범위하고, 놀라운 세계 중 처음 알게 된 것이 적지 않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또 조금은 즐겁기도 하다. 알고 있었던 것보다 더 흥미롭고 놀라운 생명체였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곰팡이, 혹은 균류에 대한 관심은 동물이나 식물, 세균 등에 비해서 매우 적다.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것들을 설명하는 중간에 덤으로 소개되거나, 아니면 미생물 등과 뭉뚱거려진 채 소개되기도 한다. 균류만의 특성, 그것들이 세상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수준 높은 교양과학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멀린 셀드레이크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그래서 반갑고, 소중하다.

 

멀린 셀드레이크가 이야기하는 곰팡이의 세계를 통해 많은 것을 새로이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가장 중심되는 메시지는 다름 아닌 ‘네트워크’ 세상이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바라바시와 같은 물리학자(《링크》, 《버스트》, 《포뮬러》의 저자)를 소개하는 이유도 균류가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자연의 모든 생명이, 아니 생명,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점점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늘 간과하고 있던 것이 바로 곰팡이, 균류의 역할이었다. 이 균류가 없다면 우리의 네트워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멀린 셀드레이크는 바로 그 숨겨진 곰팡이의 역할을 뚜렷하게 보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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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한줄평 2021-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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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자만이 아닌 곰팡이, 버섯. 그 환상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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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하지 않는 식물, 보이리아(Voyria) | 책을 읽으며 2021-05-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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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식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뭐니뭐니 해도 광합성(photosynthesis)이다. 광합성하는 세균도 있고(남세균, cyanobacteria), 조류도 광합성을 하지만, 그래도 광합성하면 식물이고, 식물하면 광합성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포도당을 만들어내고, 이 포도당은 지구상에 사는 생물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런데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이 있다. 균류(Fungi), 즉 곰팡이를 다루는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에서 이걸 처음 알게 된 것도 아이러니하다. 균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광합성을 하지 않는 것, 즉 종속영양(heterotroph)한다는 점이니 말이다.

열대우림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도 나를 가장 전율케 한 것은 흙에서 싹이 터 올라오는 작은 꽃이었다. 이 식물은 키가 커피 잔 높이 정도 밖에 안 되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이 연약하며 창백한 꽃자루 끝에 밝은 파란색 꽃이 핀다. 정글에 서식하는 용담속 식물이 보이리아(Voyria)인데, 이 꽃은 아주 오래전에 광합성 능력을 잃어버렸다.” (38)

 

신기해서 찾아봤다.

 

그리고 책 뒤쪽의 찾아보기를 통해 이 보이리아라는 식물에 대해서부터 알아봤다.

정글 속 왁자지껄한 식물 한 살이의 한복판에서, 보이리아는 공유 균근 네트워크가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상징이었다.” (267)

보이리아는 복잡한 뿌리 시스템을 만들 능력을 잃어버렸다. 지금은 뿌리가 필요하지 않다. 공유 균근 네트워크가 뿌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래 뿌리가 있던 자리에 손가락처럼 굵은 조직이 생겼다. 그 조직을 잘라보면, 보이리아의 세포 안에서 서로 단단히 얽혀서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균사가 드러난다.” (288)

 

보이리아라는 식물은 광합성을 포기하고, 곰팡이와의 공존, 즉 공생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살아가는 식물이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저/김은영 역/홍승범 감수
아날로그(글담)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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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제대로 실천한다 | 책을 읽다 2021-05-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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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들은 알지만 당신은 모르는 30가지

이리앨 저
Storehouse 스토어하우스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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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행동, 그러니까 실천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 일단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옳은 방향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단편적인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교양이어야 보다 지속되는 실천이 가능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이 이뤄질 수 있다.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교양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조각조각 난 지식으로 가득 찬 유튜브를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튜브로 이름을 날리는 이리앨(이상한 리뷰의 앨리스)도 책을 통해서 배우고, 실천의 방향을 잡아야 하고, 또 스스로 책, 내지는 글을 쓰기를 적극 권한다. 그렇다. 결국엔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교양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조언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는 책이다.

 

30권의 책을 소개한다. 책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책의 내용을 통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결국 30권의 책이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 소개한 책 30권을 읽으라는 식이 아니다. 대신 그 책들에서 이러저러한 내용이 나오고, 그것을 잘 염두에 두고, 삶의 지혜로 써먹으라는 얘기다. 물론 이중에 정말로 필요하고,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리앨에 언급하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지식에 관한 책들이 아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리스나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책 같은 경우에도 지식 위주의 책이긴 하짐나, 이리앨이 이 책들을 언급하는 맥락은 거기에 담겨진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서 삶의 방향을 전환하고, 실천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알아야 하는 것이 있고, 그 앎을 통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밖에는 대부분 어쩌면 자기계발 관련 책으로 묶일 수 있는 책들이다. 그런데 그 책들에도 다른 자기계발 책들에는 다른 면으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떤 구체저인 실천 지침을 주는 책들도 없지 않지만, 그 실천을 위해서 분석하고 있고, 그 분석을 토대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밝히는 책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이것이 좋으니 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것보다 그게 정말 필요한 이유를 냉철하게 생각하고 깨달아야 진정한 실천으로, 바른 방향의 행동이 이뤄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얘기는 일에서, 나아가 삶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이 바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을 얼마나 해내고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내용이다. 이미 유명한 내용이긴 하지만, 다시 깨닫는다. 이번 주에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에 밀린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주 계획에 반영하고, 플래너에 기록해두었다. 아마 조금은 내가 변하리라 믿는다.

 

평범하지만 지속하는 힘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왔다. 그건 조그만 것이라도 실천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면 그게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는,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여러 책에서 반복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내용이다. 매일매일 작지만 좋은 습관을 쌓자. 그리고 1년 후 내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자. 그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잊혀질 지 몰라도 나의 삶은 이미 변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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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 책을 읽다 2021-05-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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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크루엘라

크레이그 질레스피
미국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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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101마리 달마시안의 개>의 스핀오프라는 설명은 영화를 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물론 이 영화의 스토리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 영화관을 나오면서 할 얘기가 더 많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 영화에 대해 할 얘기는 많다.

 

우선 에스텔라의 세계와 크루엘라의 세계의 대비다. 사람은 단 한 가지 성격,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에스텔라와 크루엘라가 존재하는 세계는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여러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의 나의 모습과 집에서의 나의 모습을 보라. 어떻게 똑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화려하다. 에스텔라, 혹은 크루엘라의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인 머리카락에서부터 이 영화는 독특하고 화려한 패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나이가 든 엠마 톰슨이나 젊은 엠나 스톤이나 모두 의상으로 압도하고, 표정으로 압도한다. 그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

 

선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주목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추세인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조커가 그랬다. 크루엘라가 괴팍하고, 인정머리 없는 악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대부분은 그녀에게 몰입한다. 그녀가 어떻게 저 난관을 헤치고 나갈까에 관심을 갖고 마음 졸인다. 그 난관을 헤치고 난 그녀가 개과천선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이후의 스토리에서 더욱 악당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그녀가 그렇게 악당이 되어가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아이러니를 느끼는 것이다. 현실에서 그렇게 마음껏 시원한 악당이 되지 못하는 우리의 반-영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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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역사 | 책을 읽다 2021-05-2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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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저/박한나 그림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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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실험실에 소속된 이후, 실험실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런데 실험실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실험실은 내 삶에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이었고. 생활공간 같은 곳이었다. 그냥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 그곳이 어떻게 존재하기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왔으며, 또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를 생각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실험실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넓게 과학이라는 분야에 있으면서도 실험실을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일 것이다. 브뤼노 라투르나 홍성욱 교수 같은 과학기술학자 말이다. 브뤼노 라투르는 소크연구소를, 홍성욱은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의 실험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실험실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았다. 브뤼노 라투르는 소크연구소에서의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실험실 생활이라는 책을 통해 실험실을 넘어서 과학의 작동 방식에 대해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실험실 외부의 사람들이 과학을 교과서나 고전적인 논문을 통해서 접하는 데 반해, 라투르는 실험실에서 과학적 사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사실은 과학자들 스스로는 잘 의식하지 못하는 과정이다(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런 걸 의식하지 않는다).

 

홍성욱 교수도 김빛내리 교수 실험실을 연구해서 논문(<실험실과 창의성: 책임자와 실험실 문화의 역할을 중심으로>, 2010)을 내기도 했는데, 그런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험실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 실험실의 진화를 통해 실험실이 갖는 다양한 의미, 그리고 나아가 과학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실험실이 과학이 만들어지는 장소이니 실험실에 대한 연구는 당연히 과학에 대한 연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실험실의 기원을 연금술사의 부엌에서 찾고 있다. 그러니 초기의 실험실은 화학 분야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을 모방하여 컨트롤하기 위한 장소가 바로 실험실이었다. 베이컨의 과학철학에서 타당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실험실은 이후 의학 분야로 확장되었고,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은 실험이라는 과정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실험실을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실험실이 효용성이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과학자의 80% 이상이 실험실을 갖추고, 그곳에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정립되기 시작한 실험실이 이제는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외양부터 멋있는 연구소, 실험실이 있고, 실험실의 의미도 확장되고 있다. 자연을 실험실에서 가져왔던 것이 실험실의 시초라고 한다면, 이제는 필드 자체를 실험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에 대해서, 과학의 발견에 대해서 읽어봤다. 그런데 그 과학자들, 그들이 밝혀낸 과학이 거의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처음으로 실험실의 역사에 대해서 읽어본 것 같다. 그 역사가 그대로 내게로, 내 동료에게로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흥미롭기도 하지만, 전율이 일기도 한다. 과학자는 자신의 터전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알기 위해서(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혹은 의식하지 않던 것을 의식하기 위해서), -과학자는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왔고,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실험실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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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해야 하는 일들 | 책을 읽으며 2021-05-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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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과학자는 실험실에서 연구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 네트워크의 약점을 찾아서 이를 공략하고, 동시에 사람들을 자신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실험실에서 비인간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실험실 밖에서는 연구비 수주, 기업가나 관료를 대상으로 한 설득, 자신의 연구에 대한 정당화, 인력 관리, 과학자 사회와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 등을 매끄럽게 잘해야 한다. 얼핏 실험실은 바깥세상과 엄격하게 유리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자는 실험실 내부에서는 실험에 열중하고, 실험실 외부에서는 실험실이 잘 돌아갈 수 있게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를 잘 해내는 과학자가 뛰어난 과학자다.”

- 홍성욱, 《실험실의 진화(97)

 

딱 내 얘기인데... 아니다. 딱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또 잘 해야 하는 일인데...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저/박한나 그림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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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 독살 사건 | 책을 읽다 2021-05-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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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살로 읽는 세계사

엘리너 허먼 저/솝희 역
현대지성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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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은 옛날부터, 그리고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지금도 꽤 유용한(?) 살인 방법이다. 많은 살인자들이 총이나 칼로 쏘거나 베는, 확실한 방법이 있음에도 정적(政敵), 혹은 연적(戀敵)을 살해하는 데 독살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번거로운 방법은 쓴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상대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대에게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어쨌든 누구나 먹고 마시기는 해야 했으니까. 또한 그 흔적이 잘 남지 않는다. 독살로 죽는 것도 결국은 아파서 죽는 것이었으니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부검을 통해서 조사하고, 현대에는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방법으로 독약의 흔적을 찾아내지만,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부검이 이뤄지기 전에 처리해버리거나, 부검이 이뤄지더라도 의사만 잘 포섭하면 됐다. 더 큰 문제로 번질까봐 덮기도 했다.

 

역사상 정말 수많은 독살로 의한 죽음, 혹은 그에 대한 의심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명백히 독살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독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으며, 그것이 드라마로, 영화로, 혹은 책으로 나온다. 진짜 독살이라면 더욱 그렇지만, 독살이 아니더라도 그걸 의심할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얘기니 정말 흥미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엘리너 허먼의 독살로 읽는 세계사도 바로 그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유럽의 왕가가 많았고, 그 안에서 암투가 끊이지 않았으니 독살은, 혹은 독살의 유혹은 넘쳐났다. 어떤 이의 이른 죽음은, 갑작스런 죽음은 언제나 독살의 의심을 샀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그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이가 언제나 존재했으니 의심의 화살은 누군가에게로 향할 수 있었다. 그게 다시 또 다른 복수로, 즉 독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기란 오히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3부로 나눈 이 책의 중심은, 당연히 많은 독살, 혹은 독살 의심 사례를 다룬 <2부 소문과 과학의 만남, 유럽 왕살 독살 사건>이다. 1부에서 독살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로 배경을 설명한 후 2부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7세부터 시작해서 나폴레옹까지. 열일곱 사례를 다루고 있는데, 어떤 것은 정말 독살이 확실한 것도 있지만, 독살이 아닌 게 확실한 사례도 있다. 또 어느 쪽인지 아직도 논쟁 중인 사례도 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앞에서 얘기했듯이) 독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왕위라는 권력, 혹은 왕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에 대한 욕심, 혹은 질투 등으로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추악한 이야기들인 셈이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열일곱 개의 사례 가운데 왕실과 거의 관련이 없는 인물이 셋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였던 카라바조와 근대 천문학의 시대를 연 튀코 브라헤,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가 그들이다. 사실 넓게 보자면 그들도 왕실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왕실의 권력 암투 속에서 희생되었다고 볼 수도 없고, 현대의 검시 결과를 볼 때 그들은 누구도 독살 당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모차르트의 경우에는 살리에르에 의심이 아직도 거둬지지 않았고, 그런 얘기가 영화를 통해서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독살을 믿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런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독살 사건은 현대로도 이어진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많은 독살설들을 잠재웠지만, 또 다른 과학 기술은 더 검출이 어려운 독살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왕과 귀족의 권한이 약화된 이후에는 독살이 민간으로 내려온 측면도 있다. 그런데 엘리너 허먼이 특히 신경 써서 쓰고 있는 부분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이뤄진 독살들이다(몇 년 전 북한의 김정남 독살 사건도 다루지만). 책 앞에도 러시아의 언론인인 무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 정적들을 살해하는 방법으로 독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 이는 정적을 살해하는 도구로서 독살이 과거 왕실에서나 벌어지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에도 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엘리너 허먼의 안위도 조금 걱정됐다.)

 

독살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세계사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독살, 혹은 독살설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단순히 역사 속 흥밋거리만은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바뀐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으며(물론 만약 그들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지만), 그런 죽음이 현대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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