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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보존하는 일의 가치 | 책을 읽다 2022-01-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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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을 불태우다

리처드 오벤든 저/이재황 역
책과함께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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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도서관 관장 리처드 오벤든은 주로 서양의 예를 중심으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책, 내지는 기록물(현재의 것에는 디지털 정보까지 포함한다)이 처했던 비극적인 운명과 가치에 대해 쓰고 있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를 생각해봤다.

 


 

 

1. 

호고가들의 과거에 대한 집착이 미래를 위해 그것들을 보존했다.” (124)

도서관은 과거의 것을 보존한다. 말하자면 기억을 위한 것이다. 그 물리적인 기억은 위험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의 루뱅대학교 도서관을 불사른 것이나, 세르비아 민병대가 사라예보의 도서관을 포격의 표적으로 삼은 것을 보면 확실하다. 그래서 그 물리적인 기억을 보존하고자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라진 기억을 되돌리고자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린 것들에 대한 기록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그것은 그 기억이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아무 것도 없는 바탕에서 오지 않는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그래서 물리적인 기억, 즉 기록물(대표적으로 책)은 중요하다.

 

2.

공적인 기록물에 대한 얘기는 당연한 것이라 어차피 덧붙여봐야 요약에 불과할 것이나 개인적인 기록물에 대한 얘기는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리처드 오벤든은 몇 사람의 예를 통해 개인적인 기록물의 파기와 보존을 비교하고 있다.

 

헨리 8세의 총신이던 토머스 크롬웰은 죽기 전에 자신이 발송한 편지를 고의로 파기했다. 그것은 자신과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그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생생한 증언 일부를 잃어버렸다.

 

시인 바이런은 직접 회고록을 작성했고, 그것을 친구 토머스 무어에게 전달하면서 사후 출판을 허락했다. 하지만 무어는 바이런의 가족들과 (이미 선인세까지 지급한) 출산사와의 협의 끝에 원고를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 바이런은 방탕한 생활로 유명했고, 그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사라진 작품의 신비감을 가져왔고, “시대를 앞서간 작가로서의 명성이 더해졌다고 보고 있다.

 

카프카의 친구는 다른 결정을 했다. 살아 생전 몇 작품 밖에 발표하지 못했던 카프카는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그는 죽기 전 친구인 막스 보르트에게 자신의 모든 작품과 기록을 파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와의 약속을 져버렸다. 그는 카프카가 문학 분야에서 마땅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고, 순차적으로 그의 작품을 공개했다. 그리고 문학사는 풍성해졌다.

 

필립 라킨과 실비아 플래스의 예도 흥미롭다. 라킨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로, 실비아 플래스의 경우는 그의 (이미 별거 상태였던) 남편에 의해 작품과 개인적인 기록들이 선별되어 공개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선별된 기록에 대해 어느 정도나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리처드 오벤든은 이렇게 쓰고 있다.

지식의 보존은 결국 미래에 대해 신뢰를 가지는 것이다.” (241)

 

공적인 기록과 개인적인 기록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는 것은 아니다.

 

3.

디지털 기록에 관한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웹상에 기록되는 디지털 기록은 영원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연구에 의하면 1년 안에 게시물의 11퍼센트가 사이트에서 사라지고, 손실률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358). 갑자기 내 경험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한 것은 한 신문사의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많이 썼다. 그런데 어느 날 블로그 운영을 중단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기록들이 한꺼번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신청자에 한하여 그동안의 기록을 USB로 저장해서 보내준다고 했고, 좀 시간을 걸렸지만 무사히 전달받았다. 아마 신청하지 않은 이들의 기록은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나의 기록도 그렇게 온라인 상에 존재했을 때와 USB에 저장되었을 때는 의미가 다르긴 하다.

 

그래서 리처드 오벤든은 웹 기록의 갈무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 엄청난 기록을 어떻게 다 기록할 수 있을까 싶다. 그도 인정한다. 모든 기록물을 보존할 수는 없다고. 그래도 디지털 기록물도 공적인 보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그것을 이른바 민간 열강’(처음 접한 용어지만, 대충 어떤 데인지는 알만 하다)으로부터 기억세를 받자고 한다. 과연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디지털 기록의 보존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잊혀질 권리와는 상충되는데, 그 얘기는 이 책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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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과 책 불태우기 | 책을 읽으며 2022-01-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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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파괴 행위에 관해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그 진위가 조금은 의심스러운) 이슬람의 도서관 파괴 행위, 나치의 책 불사르기는 많이 언급하지만 종교 개혁이 지식의 파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서 언급하는 건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인쇄술의 발달이 마르틴 루터의 반박문이 널리 읽히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만 많이 언급된다. 그렇게 보면 종교개혁은 지식의 옹호자로서의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생각해보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자임했던 종교개혁이 과거로부터 내려져 오는 규범을 정리한 책에 대해서 호감을 갖지 않았으리라는 건 유추가 가능하지만.

 

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 관장인 리처드 오벤든이 쓴 책을 불태우다<3장 책이 헐값이던 시절>에서는 종교 개혁이 지식의 역사에서 어떤 악역을 맡았는지에 관한 영국의 사례(헨리 8세의 경우를 통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종교개혁은 수도원의 파괴를 가져왔고, 수도원은 당시 존재하던 책들의 대부분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개혁은 그 책들이 전하는 가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들까지 파괴되었다.

 

글래스턴베리토어에서 벌어진 일은 종교개혁으로 인해 브리튼제도와 유럽에서 일어나게 되는 폭력과 파괴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영국에서만도 수만 권의 책이 불타거나 찢어져 파지로 팔렸다.” (91)

 

“16세기 유럽 종교개혁은 여러모로 지식의 역사에서 최악의 시기 가운데 하나였다. 수십만 권의 책이 훼손됐고, 어떤 책들은 보관돼 있던 도서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상당수는 수백 년 동안이나). 종교개혁의 최전선에 있었던 수도원의 문서들은 그만큼 연구되지는 않았으나, <대헌장>에 관한 기록들이 보여주듯이 상당한 양의 기록 문서들이 파괴됐다.” (102)

 

 

책을 불태우다

리처드 오벤든 저/이재황 역
책과함께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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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자가 혁명가로, 미국 독립 혁명 | 책을 읽으며 2022-01-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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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미들코프의 미국인 이야기 1은 미국 독립 혁명의 여명기(1763~1770)를 다루는데, 미국 독립을 견인한 인물과 혁명의 배경에 대한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서명자들을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부르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로버트 미들코프는 이렇게 쓰고 있다.

 

프랭클린은 실용적인 사람이다. 실용적인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몽상가들의 주업이다. 그러나 벤저민 프랭클린은 아메리카의 다른 수백만 명과 함께 혁명가가 되었다.” (12)

 

로버트 미들코프는 미국 독립 혁명의 많은 아이러니 중 하나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인 이야기 1에서는 다루는 미국 독립 혁명의 가장 큰 배경이 바로 경제란 점에서는 실용적인 교양인이 혁명가가 된 이유를 설명해 준다(1권의 부제가 바로 혁명은 경제에서 시작된다이다).

 

미국 독립에 불을 지핀 책으로 토머스 페인의 상식 Common Sense를 드는데, 이 책은 다소 추상적인 책이다. 비록 상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미국 독립은 실용적인 아메리카인들에게는 몰상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몰상식이 경제 문제를 업자 상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영국인과 아메리카인은 바로 경제 문제 때문에 추상적인 정치 체제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인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라는 대의(glorious cause)에 대한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게 미국 독립 혁명이 되었다.

 


 

미국인 이야기 1

로버트 미들코프 저/이종인 역
사회평론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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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의 여명기 | 책을 읽다 2022-01-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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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국인 이야기 1

로버트 미들코프 저/이종인 역
사회평론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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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혁명은 프랑스 대혁명과 더불어 인류에게 자유의 가치와 권리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갖도록 한 사건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폭력성에 대해서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 숭고한 가치를 삭제할 수 없듯이, 미국이라는 국가가 가지는 모순에 대해서 비판하고, 그 국가가 저지른 다른 나라에 대한 많은 잘못에 대해 저항하지만, 미국 독립 혁명이 천명한 자유와 계명의 원칙은 그것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그렇다면 미국 독립 혁명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대영제국의 폭압에 맞서 한 무리의 음모자들, 말하자면 혁명가들이 설계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1775년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로 시작된 독립 전쟁 직전까지도, 아니 그 이후 독립을 선언하는 순간까지도 미국의 독립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지 못했다. 어쩌면 아메리카인들 스스로 미국 독립이라는 것 자체에 놀랐다.

 

현재 미국의 동부 해안을 따라 건설된 13개 식민지 주들의 주민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던 자치권(영국 국왕의 칙령에 의한)을 보호받기를 원했을 뿐이었다. 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국 국왕의 신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국 내각과 의회가 자신들에 대한 (그들이 생각하기에)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 반응을 했고, 반항을 했고, 저항을 했다. 아메리카인들은 오랫동안 지켜온 자치의 전통이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자유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영국의 재정 악화가 있었고, 영국 내각과 의회의 연이은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건설된 식민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영국은 대영제국이라 불릴 만큼 전세계의 지배국가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으나 여러 전쟁으로 말미암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한 가지 방식으로 아메리카 식민지들에 대해 부가적인 세금을 물리고자 했다. 영국의 관점에서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을 수 있다. 아메리카의 식민지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아메리카인들이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재정을 인지세로 충당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카인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그들은 그게 자신들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했고(“국왕의 10펜스 못지 않게 나의 1페니도 중요하다.” - 존 셀던), 또한 그들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는 이들이 부과한 세금은 인정할 수가 없었다(“대표 없이 과세 없다.”).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진 인지세에 대한 반대로 결국 영국 의회는 이 법안을 철회하고 만다.

 

하지만 이어서 영국 의회의 주도권이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찰스 톤젠드는 아메리카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유리, 종이, 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톤젠드 법을 통과시켰다. 이 톤젠드 법은 아메리카의 식민지 주에서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점차적인 저항의 불길을 지펴 올렸다. 결국 보스턴에서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과 주민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보스턴 학살’), 혁명의 기운이 짙어졌다.

 

 

 

여기까지가 미국인 이야기1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미국 독립 혁명의 여명기인 셈이다. , 1763년부터 1770년까지의 몇 년 간 아메리카 식민지 주들이 영국 본국에 대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 시기의 이야기다. 이 시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메리카 식민지 주들의 주민들이 가졌던 이중적인 자아가 미국 독립 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의 위치는 분명 식민지의 주민이었다. 하지만 다른 식민지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 식민지는 자신들이 건설한 식민지였다. 이를테면 인도가 영국의 군대가 쳐들어와 점령함으로써 이루어진 식민지였다는 것이나,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와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영국 본토의 국민들과 거의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므로 본토에는 부과되지 않는 부가적인 세금에, 다른 식민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었다.

 

그런 저항은 자신들에 대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서자이지만 또한 아메리카의 적자라는 인식. 이 새로운 인식이 독립이라고 하는 의식으로 이어졌다.

 

 
 
 
본 게시물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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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준비한 사람에게 감사를! | 책을 읽다 2022-01-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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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사의 재발견

제러미 애덤 스미스,키라 뉴먼,제이슨 마시,대처 켈트너 저/손현선 역
현대지성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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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gratitude)에 대한 과학 연구라고 하면 매우 어색하다. 감사라는 게 과학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부터 의아스럽고, 그걸 대상으로 과학 연구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UC 버클리의 대처 켈트너 교수가 중심이 되어 만든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가 바로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 2014년 존 템플턴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감사 과학과 실천의 확장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지원금액이 4백만 달러라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연구(나아가 실천)이라는 얘기다. 그럼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실천을 주도했을까?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가 중심이 된 연구자들은 감사가 사람 사이의 관계(이를테면, 연인, 가족, 직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감사가 사람에게 어떤 신체적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감사와 신경 과학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도 이뤄진 모양이다(아직은 시작 단계인 듯). 그리고 감사 일기라는 실천 활동을 벌였다.

 

사실 그들의 연구 활동과 실천 활동은 서로 별개가 아니라 연계된 것이었다. 그저 감사는 좋은 것이라는 모호한 인식에서 나아가 감사가 가지는 유익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감사의 마음, 감사의 표현이 퍼져나갈 수 있는 실제 근거를 세우려 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감사 일기를 쓰거나, 감사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말을 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심혈관계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학업 성과가 올라가고,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감사는 정말 좋은 것이었다. 다방면에.

 

감사의 재발견. 이 책은 그 연구 성과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고, 감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토로한 감상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저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형식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모두 감사가 가지는 실제적인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감사를 일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감사 일기 같은 것.

 

내가 누구에게 감사하다, 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가만 생각해보니 좀 부끄럽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딸에게, 아들에게, 부모님에게, 동료 교수들에게, 내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최근 들어 거의 감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듯이 표현되지 않는 감사는 효과가 없다 하니 내 감사의 마음은 누구도 감사로 여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감사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한 반복적인 내용보다 더 다가온 것은 바로 그런 감사의 방법이다.

자신이 어떤 유익을 받았는지 언급하는 것과 파트너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은 둘 다 긍정적인 감사 표현이지만 독립적이다. (중략)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이 자기 유익을 언급하는 것보다 감사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47)

감사 인사가 사물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우리 모두 아침 커피 한 잔에 감사하지만 감사 인사는 매일 아침 커피를 준비한 행정 직원 메리에게 돌아가야 한다.” (196)

내일 아침 아내에게 어떤 감사를 해야 할지 벌써 분명해진다.

 
 
#감사 #감사일기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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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할 때마다 대기의 온도는 올라간다 | 책을 읽으며 2022-01-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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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검색할 때마다 바다와 대기의 온도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 폴 센, 아인슈타인의 냉장고(309)

 

구글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동안 구글에서 시간당 1000만 메가와트 전력을 사용했는데, 이는 리투아니아 같은 작은 나라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는 지구 전체 전력 소비량의 1퍼센트를 소비하고 있으며, 정보통신업게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퍼센트로 항공업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폴 센 저/박병철 역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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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 책을 읽다 2022-01-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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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순신의 바다

황현필 저
역바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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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성웅(聖雄)이라 불린다(황현필은 명량대첩 이전에도 영웅이었지만 명량대첩으로 성웅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한 것만으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격적인 면까지, 그의 삶 모두를 추앙하는 것이다.

 

그렇게 거의 이견 없이 성웅이라 불리는 이순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산도대첩에서의 승리, 원균의 모함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고 백의종군하였다 원균의 참패로 돌아와 열두 척의 배로(실은 13) 수백 척의 일본 수군을 물리친 명량대첩, 그리고 노량해전의 죽음. 이 정도를 벗어나면 이순신의 삶과 전공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 않을까?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진부한 것이라 여기고 더이상은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순신의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릴 적 <이순신 십경도>를 보며 이순신의 삶을 배웠다. 황현필의 이순신의 바다에서 다시 마주한 <이순신 십경도>는 좀 촌스럽지만 반가웠다. 어느 시기 이후로 이순신의 삶에서 주요한 장면을 그린 그 그림들을 과장이라고 여겼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마주한 이순신의 삶은 그림으로 표현된 것보다도 더 처절했다. 처절함 속에서도 신중했고, 또 과감했다.

 

황현필은 이순신이 바다에서 이룬 전공들을 하나하나 쫓아가며 전투의 양상과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순신 함대의 이동 경로와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표시하여 전체적인 양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조선의 함대와 일본 수군의 배치를 통해 전투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은 전투에도 신중하게 전력을 다했고, 큰 전투에서는 더없이 용감했던 이순신과 우리 수군의 활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순신의 활약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통쾌하고, 신났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뭉클한 감정, 안타까움 등으로 변해갔다. 연이은 승전의 끝을 알기에 그랬다. 그래서 더욱 장엄한 이순신의 삶이 되었지만, 안타까움이 덜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한 장군의 활약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또 이후 동아시아의 질서를 바꾼 얘기이지만, 이순신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를 보좌했던 휘하의 장군들(물론 반대편에 섰던 이들, 전쟁에서 꽁무니를 내뺀 이들도 있다)과 함께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한의 공포감을 이겨내며 장군의 명령에 죽을 힘을 다해 굳건히 노를 저은 격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영웅은 혼자 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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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차이가 현대문명을 이룩했다 | 책을 읽다 2022-01-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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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인슈타인의 냉장고

폴 센 저/박병철 역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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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냉장고... 제목으로 보고 아인슈타인과 냉장고가 무슨 관련이 있지? 이런 생각부터 들지만 아인슈타인과 냉장고는 매우 관련이 깊다. 아인슈타인과 레오 실라르드와 함께(레오 실라르드는 원자폭탄 개발을 촉구한 편지를 맨 처음 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냉장고를 개발했었다. 시토겔(Citogel)이라는 회사까지 설림하고 단순하고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냉장고를 개발하고 가전제품박람회에 전시까지 했던 이력이 있다(1928). 메탄을을 이용한 냉장고였는데, 마침 프레온이라는 매우 효율 좋고 인체에 무해한 냉매가 개발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지만, 아무튼 아인슈타인은 냉장고 개발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라는 표현은, 그런 안전한 냉장고를 개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냉장고는 열역학을 이용한 대표적인 발명품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하고,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냉장고를 개발하려는 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에 못지않게 열역학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그의 상대성이론 자체도 열역학에 관심이 많았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이론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누구라도 아는 인물의 권위에 기댄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 책이 열역학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함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표현인 셈이다.

 

열역학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분야다. 불 자체가 열역학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1850년대 이후 열역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시작된 이래 인간과 가축의 근력 대신에 석유, 가스, 수력, 핵력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로써 더 건강하고 길게 살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게 되었다.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결국은 에너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에너지원을 극적으로 대체한 열역학은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었으며, 산업혁명의 영향력 하에 있는 현대 문명은 열역학의 우산 아래에서 펼쳐졌다고, 미래도 그러하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폴 센은 바로 그 열역학 개념의 시작과 발전, 열역학의 응용, 개념의 변화 등등을 이 분야의 주요 과학자들의 성과를 통해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열역학은 위대한 과학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역사이기도 하다.”, 11).

 

열역학은 서른 여덟의 나이에 정신병원에서 콜레라로 숨진 카르노에서 비롯된다고 쓰고 있다(이는 거의 모든 이들의 동의하는 바다). 그는 불의 동력에 관한 소고를 통해 열역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동력을 생산하려면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흘러야 한다.”). 1824년의 일이었다. 이미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그 이후로 영국의 제임스 줄은 처음으로 동력원의 효율을 비교하면서 일(work)이 열의 궁극적인 원천임을 밝혔고, 윌리엄 톰슨(나중에 캘빈 경이 된다)열역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으며, 카르노와 줄의 생각을 통합시켰다. 독일의 헤르만 헬름홀츠는 열역학의 관점을 생명체에 처음 적용했으며,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이는 중력이라든가 물체의 운동, 전기 등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로 클로우지우스는 열역학의 주요 법칙(“열과 일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열은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것으로 자발적으로 흐르지 않는다.”)을 발표하여 열역학을 과학의 주요 분야로 위치시켰다. 엔트로피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도 루돌프 클라우지우스였고, 열이라는 것이 입자의 운동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바로 그였다.

 

전자기와 자기장을 통합시켜 위대한 과학자가 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도 한동안 열역학 연구에 빠졌었다. 그와 그의 아내 캐서린은 자신의 집 다락방에 실험실을 꾸미고 기체의 점성과 압력의 관계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클라우지우스의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열역학 제2법칙은 미스터리인 상태였는데(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가?), 이에 대한 해결은 결정론적인 이론이 아니라 통계적인 해석에서 나왔다. 바로 루트비히 볼츠만과 조사이어 월러드 기브스의 기여였다. “볼츠만은 열역학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안으로 파고들었고, 기브스는 법칙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밖으로 나아갔다고 할 정도로 둘은 방향이 달랐지만(성격도 아주 달랐다), 결국은 엔트로피가 거의항상 증가한다는 것인 통계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볼츠만은 학계의 공격에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 말았는데, 볼츠만의 이론을 입증해낸 것은 바로 막스 플랑크였다. 그는 볼츠만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볼츠만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는데, 거기서 양자역학이 시작되었다. 그러니 양자역학은 열역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후의 전개는 더욱 화려해진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고, 에너지 보존 법칙을 입증해낸 에미 뇌터라는 (대중에겐 가장 낯선) 천재 과학자가 등장한다(폴 센은 현대 입자물리학은 뇌터의 정리에서 출발하여 뇌터의 정리에서 끝난나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클로드 섀넌의 정보 이론, 맥스웰과 실라르드의 도깨비(그들이 도깨비를 언급한 것은 훨씬 이전이었으나 그들의 도깨비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다시 소환되어 인기를 끈다), 롤프 란다우어와 찰스 베넷의 비트 연구, 앨런 튜링의 생명의 발달에서 열역학적 적용, 그리고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열역학이야말로 현대 문명에서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일부를 충족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열역학의 이론과 실제는 매우 어렵다. 수식을 등장시키면 더욱 그러할 것이고, (이 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중과학서적에서처럼) 수식을 쓰지 않더라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폴 센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TV프로그램 제작자답게 거의 모든 과학자들의 개념을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도입하고 있는 예들은 그 과학자가 실제로 들었던 예도 있지만, 개념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 그가 고안한 예들이 많다. 이 예마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예들이다. 열역학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들인 저자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예전부터 나는 열역학을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신기하고 놀라운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유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게 비유가 아니라 실제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란 곧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미래의 엔트로피가 과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191)

열역학은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된 응용과학이지만, 또 어쩌면 과학의 철학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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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한줄평 2022-01-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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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열역학의 자취,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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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서 행동까지, 신경유전학의 세계 | 책을 읽다 2022-01-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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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긴밀한 연결

곽민준 저
생각의힘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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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아니 생명체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일이니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인간의 행동과 그러한 행동의 이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전자와 뇌(정확히는 신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가 신경유전학이다. 20세기 중후반 이후 놀라운 발전을 이룬 유전학의 성과를 뇌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새로운 연기 기법의 고안과 적용, 분야 간 협력 등으로 놀라운 성과를 많이 이뤄내기도 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분야이기도 하다.

 

곽민준이 이야기하는 아주 긴밀한 연결은 바로 이 유전자에서 인간의 행동에 이르는 관계를 의미한다. 연결은 단순히 유전자 ? 행동이라는 한 단계, 혹은 몇 단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유전자와 행동 사이에 수많은 단계가 존재하고, 그 단계 사이에 그야말로 아주 긴밀한연결이 필요하다. 이러한 긴밀한 연결의 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여러 학문 분야 사이의 아주 긴밀한 연결이 필요하다. 곽민준은 신경행동유전학이라는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임상연구자, 실험유전학자, 생명정보학자의 세 그룹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것도 크게 나누어서 그렇지 한 그룹만 보더라도 다양한 연구자들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복합적인 연구 그룹 자체도 서로 다른 연구 방향을 가지고 접근하는 그룹이 많이 있어야만 하나의 연구 주제에 관해서 진전된 이해가 이뤄지는 게 실정이다. 이들 간에 아주 긴밀한 연결이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물론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아주 긴밀한 연결은 이러한 긴밀한 연결이 이뤄지고, 필요한 신경유전학의 분야를 매우 열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현재 대학원생으로 연구에 파이펫을 잡고 연구 활동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저자의 패기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유전학의 역사를 개괄하면서는 다윈과 멘델 이후 유전학의 계보를 정리하는 데서 단순화의 위험성을 무릅쓰면서 유전학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시키고자 한다. 이렇게 유전학의 흐름을 나눈 후, 신경발생유전학과 신경행동유전학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복잡한 신경유전학의 분야를 이렇게 둘로 나눈 것도 과감한 시도이고, 각 분야에 대한 설명하는 것에서도 대표적인 질병이나 현상을 중심으로 시도하는 것도 영리하면서도 패기를 느낄 수 있다.

 

신경발생유전학에서는 발달 단계의 대표적인 세포 신호 전달 경로(이른바 mTor 경로)를 중심으로 국소 피질이형성증과 난치성 뇌전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을 이해하고자 한다. 비록 이에 대한 치료법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은 이러한 질병의 메커니즘을 꽤 자세히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행동유전학에서는 질병보다는 우리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기억의 장소와 메커니즘을 찾기 위한 칼 래슐리, 리처드 톰슨, 도네가와 스스무의 연구, 시간을 인식하는 유전자와 그 산물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한 시모어 벤저와 로널드 코노프카,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영의 연구, 새의 노래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하는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 등이다. 기억, 시간, 언어라고 하는 어쩌면 추상적일 수도 있는 주제를 과학의 영역으로 들여와 이것들의 메커니즘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보노라면 경외감이 든다.

 

저자의 패기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에필로그에서다. 제임스 왓슨, 리처드 도킨스, 다윈의 후배들(대표적인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를 비판한다. 그들에게서 어른거리는 우생학의 그림자를 비판하는 것이다. 우생학을 비판하는 데 미국의 우생학 프로그램, 독일 나치의 민족 말살 정책 등 그것으로 일어난 비극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게 일반적인데 곽민준은 대표적인 과학자(또는 과학저술가)를 비판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 뿌리를 잘못된 과학 이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종종 과학이란~”, “생물학이란~” 등으로 자신이 과학에 대한 생각을 일반화시킨다. 이 역시 패기 어린 글쓰기다. 비록 틀린 말들은 아니지만, 아직 대학원생이 이렇게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과학의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자신이 연구하는 신경유전학의 성과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사회적인 맥락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역시 상당히 놀랍다. 이 젊은 연구자가 계속 연구를 계속하더라도, 연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과학 저자가 되더라도, 혹은 연구자로서 과학에 관한 글쓰기를 계속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으리라고 믿어본다.

 


 

* 한 가지 옥의 티처럼 지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유전자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DNA가 생명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밝혀진 게 1934년 알프레드 허쉬와 마사 체이스의 박테리오파지 실험에 의해서라고 쓰고 있다(72). 그런데 허쉬와 체이스의 실험은 1940년대 폐렴구균을 이용한 오스왈트 에이버리의 실험 이후, 1952년에 이뤄졌다. (단순히 몇 년도에 연구가 이뤄졌는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연구의 논리에도 맞지 않아서 굳이 지적해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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