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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두셀라의 동물원 | 책을 읽다 2022-11-3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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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물들처럼

스티븐 어스태드 저/김성훈 역
윌북(willboo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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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를 짐작하기 위해선 원래의 제목이 도움이 된다. “Methuselah’s Zoo”, 므두셀라의 동물원”. 므두셀라는 노아의 할아버지로 <성경> 창세기에 무려 969살까지 살았다고 나오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장수(長壽)의 상징인 셈이다. 그러니까 므두셀라의 동물원은 오래 사는 동물에 관한 책이라는 의미다.

 


 

 

오래 사는 것은 영원한 꿈이다. 물론 지금은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aging)에 관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생쥐라든가, 초파리, 예쁜꼬마선충(C. elegans) 같은 생물들과 사람 등에게서 얻은 세포다. 그런데 진화학자로서 이례적으로 노화 연구를 뛰어들어, 노화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서해온 스티븐 어스태드는 이러한 연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생쥐와 같은 생물은 오래 사는 것과 관련하여 실패한 동물이고, 반면에 인간은 동일한 몸집의 동물보다 훨씬 오래 사는, 말하자면 성공한 쪽에 속하는 동물인데 과연 그런 생물을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생화학자 레슬리 오겔이 했다는 진화는 당신보다 똑똑하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노화도 진화에서 답을 찾아야 하며, 그 답은 우리보다 실패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보다 성공한 동물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 책은 그 성공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오래 사는 새, 몸집과 비교하여 가장 오래 산 포유류인 박쥐, 땅거북 투아타라, 두더지쥐, 코끼리, 여러 물고기들 등.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혹은 연구자들로부터 입수한 자료들을 통해 장수한 동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잘못 밝혀진 나이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통해 기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세는 그가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과장하고, 센세이셔널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사는 동물들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혹은 그렇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이 오래 산다. 그래서 어스태드는 동일한 몸집을 가진 동물 사이의 수명을 비교하고 있다. 같은 몸집이라고 가정했을 때 보통보다 훨씬 오래 사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동물들은 많은 경우 느리다. 외온성이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의 손상이 느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사 속도가 빠른 생물 중에서도 오래 사는 동물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암억제유전자를 많이 있거나,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리기(free radical)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유리기의 독성을 해독하는 능력이 특출나다. 이렇게 몇 가지 장수의 메커니즘에 대해 추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가 므두셀라 동물들의 장수 비결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은 기회다.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노화를 막고, 혹은 늦추고, 오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 과학자들은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눈먼두더지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유전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스태드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이미 깨닫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 생쥐와 예쁜꼬마선충, 인간의 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그만두자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자는 게 어스태드의 제안이다.

 

이 책은 그런 일종의 과학적 제안이지만, 그 제안을 읽는 것 자체가 정말 흥미롭다. 동물들의 삶과 진화에 대해서 매우 재미있게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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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7        
전염병의 시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방법 | 책을 읽다 2022-11-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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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붕위의 기병 1

장 지오노 저/송지연 역
문예출판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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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는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에서 이 소설에 관해 이렇게 썼다.

 

지오노의 소설에서 전염병은 물질주의를 비유한 것으로, 이를 자연과 교감하는 원초적 인간의 서정적이고 신화적인 이미지로 극복하는 이야기

 

소설의 배경은 루이 필리프가 시민 혁명에 의해 시민왕이라 불리며 왕위에 오른 지 1년이 지난 1832년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바로 장 지오노의 고향이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지배 하에 있던 이탈리아인들은 인근 프랑스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독립운동을 벌인다. 이탈리아 기병대 장교이자 비밀 결사 카르보나로 당의 일원이었던 앙젤로는 동료들을 오스트리아에 팔아넘긴 스파이 쉬바르츠 남작을 죽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고 피신하는 도중 콜레라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을 목격한다. 그러던 와중 어느 도시에서 샘에 독을 풀었다는 누명을 쓰고 지붕 위로 숨어드는데, 그가 숨어 들어간 저택에서 폴린이라는 신비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나중에 둘은 다시 만나 둘은 동행하며 모험이 이어진다. 기병대를 만나 칼싸움을 벌이고, 격리 병사에 갇혀 꼼짝없이 죽게 될 운명에서 탈출하고, 강도와도 싸우고...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튼다. 하지만 그 사랑은 순간적으로 불타오르는 격렬한 사랑이 아니다. 특히 앙젤로의 경우에는 내면으로만 간직되는 사랑인데, 그런 사랑이기에 더욱 간절하고 섬세하다.

 


 

 

소설의 모든 장면에 콜레라가 있다. 인도의 풍토병이던 콜레라는 19세기 들어 세계를 누비던 유럽의 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당시는 원인도 몰랐던 때다. 이른바 미아즈마(miasma)설이라고 하여, 더러운 공기가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콜레라의 경우에는 세균에 오염된 물을 통해서 전파되기 때문에 환자와 접촉했다고 반드시 옮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은 몰랐다. 소설은 그런 무지(無知)와 눈 밝은 이들의 바른 짐작이 오가면서도 콜레라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는 세밀히 묘사한다.

 

식도는 청색이고, 상피는 떨어져 있고, ... 장기는 쌀뜨물이나 우유 비슷한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찡그린 표정, 푸르뎅뎅한 살, 우유빛 배설물의 똑같은 장면을 발견했고, 파리잡이 테레빈유의 꽃받침 냄새 같은 달착지근한 부패한 냄새를 맡았다.”

 

물론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게 이 소설이 향하는 바는 아니다. 장 지오노는 콜레라라고 하는 미지의 전염병 속에서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카뮈가 페스트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의 연대의식(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무시무시한 전염병 아래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들이 가면을 내던지고 무시무시한 이기심과 폭력성, 비천함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진짜는 콜레라뿐이다.”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인간 군상의 처절한 모습은 앙젤로가 지붕 위에서 바라본 아래의 마을에서도 보여진다. 집단 폭행과 버려진 송장, 시체를 아귀처럼 파먹는 까마귀들, 환각에 빠진 여인들. 전염병 아래에서 인간은 처절하게 원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장 지오노는 몇몇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는 사람을, 비록 죽어가고 있을지라도 돌보아야 한다며 처참하게 버려진 마을로 들어오는 프랑스 의사, 콜레라로 죽은 시체를 정성껏 씻어 염을 해주며 고이 하늘나라로 보내주는 늙은 수녀. 앙젤로는 그들에게 고귀한 정신을 배우고 콜레라 시대에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그들처럼 환자를 돌보고, 죽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처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앙젤로는 한 사람도 살려낼 수 없었다. 그런 무력감에 젖어드는 마지막 순간, 그는 한 사람을 살려낸다. 바로 지붕 위에서 만난 젊은 여인, 폴린이다. 무엇이 콜레라를 이겨낼 수 있는지, 인류가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쓰여졌고, 바로 직후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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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의 역사와 후쿠시마의 비극 | 책을 읽다 2022-11-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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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쿠시마

앤드류 레더바로우 저/안혜림 역
브레인스토어(BRAINstor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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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월의 동일본대지진은 충격이었다. 인류가 쌓아놓은 문명이 덮쳐오는 쓰나미에 인형처럼 쓸려가 버렸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실종되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뉴스는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급박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보도하는 이들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꺼지지 않고 있으며, 원자로의 노심이 녹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멀리서 원전의 원자로를 보여주면서 위급함을 전하는 목소리는 분명 위급했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연기만 피어오를 뿐, 왠지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안에서는 어떻게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방사선에 노출된 채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던 이들이 있었음에도. 결국 원전의 원자로들은 폭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물론, 엄청난 규모의 지진에 이은 쓰나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을까? 다시 그 비슷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몰려오면, 또 하릴없이 원자로의 폭발을 바라보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를 궁리해야 하나?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원자력 산업은 어떤 경로를 겪고 있었는지, 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예상할 수 없었고, 또 막지 못했는지, 우리는 그걸 알고 싶다.

 


 

 

이미 체르노빌이라는 논픽션을 쓴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몇 년 간의 끈질긴 자료 수집을 통해 일본 원자력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전개와 문제, 그리고 여러 현장 인물들의 영웅적인 활약 등을 후쿠시마에서 적어내고 있다. 그가 고백하기를 처음에는 순전히 호기심으로 후쿠시마 사고 보고서를 읽게 되었고, 여러 감질나는 정보들을 추가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깨끗하고 확장 가능한 전력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지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체르노빌도 그렇고 이 책 후쿠시마도 끔찍한 원전 사고를 다루고 있어 원전에 대한 반대편에 선 것 같지만, 원자력을 반대하거나 옹호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원자력을 확대하든, 아니면 축소하든 어떤 결정이든 제대로 된 정보에 바탕을 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개항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군국주의의 발흥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과 함께 패배로 끝난 전쟁, 그리고 재기. 재기의 과정에서 일부가 원자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원자력은 대안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모순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일본 자체의 문화에 기인한 것도 있고(대표적으로 저자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낙하산과 학벌을 지목한다), 일본 원자력 산업 자체의 문제도 있다. 일본의 전기 산업은 독점적이며 거의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국가와는 달리 여러 민간 기업이 나눠 맡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기업이 바로 도쿄전력이고, 후쿠시마 원전 역시 도쿄전력의 것이었다. 원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여러 속임수가 횡행했으며, 안전에 대한 대비책도 부족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굉장히 공을 들여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거 지진에 대한 기록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쓰나미까지 대비해야 하는 시뮬레이션에 대한 요구가 있었는데, 마지 못해 수행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예상한 쓰나미에서 파도의 높이는 2011년의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그것에 기초해서 방파제에 높이를 정했는데,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사실 제대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따랐다면 거의 2011년 쓰나미에서의 파도 높이에 근접했을 거란 보고서를 찾아내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20113월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던, 혹은 그 피해가 그만큼에 이르지도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1970년대 이후의 원전 사고 역시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은 숨기기에 급급했음을 알 수 있다. 역시 아마 그 사고에서 교훈을 찾고 제대로 된 대비를 했다면 방사선에 피폭된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더 빨리 받고, 대피도 신속하게,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과정을 날짜별로, 시간순으로 서술하고 있는 장에서는 그 급박함과 더불어 그 안에서 혈투를 벌인 직원들의 모습을 담담하지만, 결국은 영웅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건 것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혼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사태의 결과는 더욱 참혹했을 것이다.

 

이 사태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몇 년 간의 논의를 거쳐 탈원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탈원전은 폐기되었다. 원전이냐, 탈원전이냐 그 자체에 대해서 가치관에 달린 것일 수도 있으므로 그 얘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하지만 과연 그 결정의 과정이 얼마나 논의가 어느 정도나 심도 깊게, 폭넓게 이뤄졌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탈원전을 결정했을 때는 국가의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하고, 원전을 지속하고, 확대할 것을 결정했을 때 안전에 대해서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줘야 한다. 일본과는 달리 지진이 드물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동일본대지진의 강도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진에서 쓰나미가 어느 정도나 될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재난은 예측된 범위 내로 오지 않는다. 절대 일어나지 않은 정도를 대비해야만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그러고 있는지 궁금하다.

 

후쿠시마를 읽은 내 감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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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radiation)과 방사능(radioactivity) | 책을 읽으며 2022-11-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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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앤드류 레더바로우의 후쿠시마에서는 일본 원자력 산업의 진행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부조리와 부패, 행정상의 난맥상도 다룬다. 그리고 여러 사고들도 함께 다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일본 최초의 원자력 사고라고 하는(저자는 각주에 아마 일본의 원자력 시설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최초의 사고는 아니었겠지만 처음으로 널리 보도된 사건이었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1974년 핵연료 운송선 무쓰(Mutsu)호의 사고이다. 이 사고에 대해 쓰면서 당시 언론이 방사선(radiation)’방사능(radioactivity)’의 차이도 잘 구분하지 못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실은 이것은 지금도,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앤드류 래더바로우는 이 차이를 한두 문장으로 기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방사선(radiation)은 기본적으로 이동하는 입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방사능(radioactivity)은 방사성 붕괴에서 원자들이 쪼개지는 과정을 말한다. 핵분열은 방사능의 한 예다.”

 

그러니까 당시 언론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얘기다. 용어 사용이 그리 중요한 거냐는 힐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엄격하지 못한 정의가 가져오는 혼란이 있고, 그걸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참고로 나무위키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방사능(放射能, Radioactivity)은 라듐, 우라늄, 토륨, 폴로늄 등 원소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일, 또는 그런 성질을 말한다. 방사선이란 말을 써야 할 곳에 이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

방사선(放射線, radioactive ray)은 방사성 물질이 더 안정한 물질로 붕괴될 때나 기타 원인으로 발생하는 입자선 혹은 전자기파를 말한다.”

 

 

후쿠시마

앤드류 레더바로우 저/안혜림 역
브레인스토어(BRAINstor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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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는 명군인가? | 책을 읽다 2022-11-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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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

김순남 저
푸른역사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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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고, 결국 2년 후 단종을 폐한 후 왕위에 오른 세조의 주변에서는 늘 피 냄새가 났다. 단지 계유년의 참극만이 아니었다. 왕위에 오른 후, 그 정통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이 있었고, 함께 목숨을 걸고 자신을 왕위로 올린 공신 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운신의 폭이 좁았다. 이를 타개하는 데도 역시 피냄새를 풍길 수 밖에 없었다. 반란은 물론 반란의 조짐마저 무자비하게 꺾었고, 그 대가는 참수, 나아가 효열이었다. 임금과 신하 사이와 목숨을 건 동지 사이를 오기는 공신들에게도 임금은 임금, 신하는 신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자신에게 무례를 범한 이들에게 과하게 굴었다. 역시 죽였다. 그러면서도 훈척, 즉 공신들은 척결하지 못하고 그 세력을 그대로 다음 대, 예종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었다.

 

세조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 믿었으리라. 할아버지 태종이 그러했듯, 자신은 어린 임금(단종)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세력(김종서, 안평대군 등)을 처단했다고 발표했고, 또 스스로 그리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자부했을 것이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 조선이라는 나라를 체계화했고, 군사력을 증강했고, 법을 세우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자신이 임금이 된 것은 그랬어야 할 이치라고 여겼을 법하다.

 


 

 

김순남은 세조라는 인물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거의 시간 순으로 따라가면서 그의 인물됨보다는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세종을 돕던 시절, 세종이 죽고, 형 문종마저 죽은 후 단종이 즉위한 이후 권력을 찬탈하는 과정, 즉위 이후 권력을 공고히 해가면서도 공신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그들과 한몸이 되어 편 가르는 국정을 운영해 간 과정, 그 과정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변모시켜간 과정, 재위 후반부에 새로운 세력을 키워가며 권력 재편을 노렸던 과정, 하지만 결국은 실패한 결과 등을 보여준다.

 

그의 시각은 주로는 <실록>에 의존하고 있는데, <실록>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남은 자, 승리한 자들의 기록임에는 분명하지만, 없는 일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소는 세조의 시각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또한 세조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종친이었던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그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김종서가 국정을 농단하고, 안평대군이 이미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세조의 권력 찬탈은 김순남이 이야기하는 대로, 국가 시스템을 사적인 힘으로 무너뜨린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며, 세조는 그 원죄를 죽을 때까지 업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후의 그가 임금으로서 세운 업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폭력적인 방식으로 임금이 되었지만, 그가 임금이 됨으로써 나라가 더 나아졌다고 해서 그의 행위를 눈감고, 심지어 명군이라고 칭찬해야 할까? 그게 조선이라는 나라, 그 시대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 적어도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권력은 그 정당성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세조 대 내내 흩뿌려졌던 피는 그 대가라고 본다. 세조를 명군이 아닌가 고민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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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물창고 같은 책 | 책을 읽다 2022-11-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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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박신영 저
바틀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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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작가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내 안주거리의 소재 중 하나다. 술을 마시다, 혹은 어쩌다 백마 탄 왕자들의 사연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이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며 등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하면(대체로 궁금해한다) 잘난 체 하며 그건 말이지...”하며 책에서 읽은 걸 내 나름대로 윤색해 답을 내놓는다.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느냐고 하면, 책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기도 한다. 말하자면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은 내 이야깃거리의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보물창고가 하나 늘었다. 이번에는 샤를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가 장화를 사달라고 한 까닭을 제목으로 삼았다. 내용은 잘 알고 있는데,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거라, 거기부터 들춰보게 된다. 아하! 그랬구나!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 역사를 담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듣는 이들의 계책과 마음을 대변한다. 무심히 읽고 넘어가버릴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거기에 담긴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박신영 작가는 여기서도 보여준다.

 

물론 단지 곰곰이 생각한다고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크리스마스가 명절이 되었다, 금지되었다, 다시 세계인의 축제일이 된 사정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알 수는 없다. <오셀로>에서 베네치아의 해군제독이 흑인으로 설정한 이유를 궁금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곧바로 설명해낼 수는 없다. 이야기에서 어떤 마녀는 처벌을 받는데, 다른 마녀들은 처벌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 시대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바로 박신영 작가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 이어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런 호기심과, 지식과, 통찰력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걸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글솜씨도.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은 여러 면에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서 후속작임에 분명하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심화편이다. 심화되었다는 것은 문제의식이 보다 날카로워졌다는 것이다. 그저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아니라, 동화나 소설 등의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그건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많이 벼려왔다는 얘기이며,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자신이 담겨 있지 않은 남의 얘기만을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얘기를 일관되게 담을 수 있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다. 물론 이 책은 내 이야깃거리의 중요한 보물창고가 되겠지만, 함께 내 역사의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성숙시킬 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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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책은 좋은 글을 담은 책 | 책을 읽다 2022-11-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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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저/이내 그림
김영사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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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책 출간을 앞두고서 이 책 제목이 무척 공감이 갔다. “시작이 반이라고도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것은 결국은 끈기의 문제였다. 그걸 용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라는 말이 조금은 감동적이었다. 내가 끝까지 해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역시 부끄럽게도 정여울 작가의 경우, 제목은 여러 차례 들어봤고, 인터뷰도 읽어봤지만,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간 것은 다른 이들의 평 때문이었다. 그의 글쓰기가 기교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것이라는 평을 여러 차례 읽었다. 진심을 담은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

 


 

 

역시 글쓰기에 관한 책인데도, 글쓰기의 기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한다느니, 어떤 문장이 좋은 것이고, 사전을 늘 가까이 해야 한다느니, 하는 그런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글쓰기가 갖는 의미,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써서 무엇을 확인하고, 얻는지, 얻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써야 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담는 글쓰기가 진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위로받고, 구원받으며, 또 독자에게 다가가고, 또 위로를 준다는 것. 글쓰기란 그런 진심을 담은 것이라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정여울이라는 한 사람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가 가졌던 고민과 상처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만 했던 상황들이, 여기의 글들은 고스란히 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글들은(이 책에는 이전 책들에 썼던 글들이 많이 인용된다), 그래서 그를 드러내기에 더 가치가 있고, 울림을 준다.

좋은 글쓰기 책은 좋은 글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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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를 읽는 여러 가지 관점 | 책을 읽다 2022-11-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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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저/송무 역
민음사 | 200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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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주식중개인으로 멀쩡히 일하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아내와 자식들을 두고 뛰쳐나와 그림에 몰두하다, 결국 타히티에서 생을 마감한 폴 고갱의 삶은 소설가에게 인상 깊었고, 이를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은 대단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제목의 달과 6펜스의 상징 역시 잘 알려져 있다. ‘6펜스가 현실의 세계라면, ‘은 영혼의 세계다. , 스트릭랜드가 주식중개인으로 가족과 함께 살아가던 세계가 ‘6펜스의 세계라면, 현실의 안락을 버리고 고난의 길, 예술의 길을 걸었던 세계가 의 세계다. 서머싯 몸은 폴 고갱을 모티브로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재창조하여 현실과 예술 사이의 괴리와 위대한 예술의 승리를 한 권의 소설로 보여주었다.

 

폴 고갱의 실제 삶과 소설 속의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은 약간 다르다. 소설에서는 직업과 가정을 버리고 그림의 세계로 뛰어드는 모습을 느닷없는 것으로 그리고 있지만, 이는 극적인 구성을 위한 것이었고, 그가 죽게 되는 병도 소설에서는 나병(문둥병)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심장병과 매독으로 고생했고, 결국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러한 변용은 이 소설이 단순히 폴 고갱이라는 천재 예술가의 삶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폴 고갱이라는 화가는 모티브일 뿐이며, 그를 모델로 한 스트릭랜드의 삶과 행적으로 통해 보다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란 걸 이야기한다.

 

이 소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물론 앞에서 얘기한 대로 현실과 예술의 세계를 대비시키며, 어떻게 위대한 예술의 성취를 이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읽는다면, 과연 우리가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의 기행을 보면, 위대한 예술가의 비도덕성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는 위대한 예술이 반드시 위대한 성품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용인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혹은 스트릭랜드 대신 그 주변의 인물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스트릭랜드가 주식중개인이었을 때 아내를 보면 상류층에 포함되고 싶어하는 속물근성을 볼 수 있고, 그른 속물근성은 그가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지만 그가 죽고 유명해지고 난 후에는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도 의사 알렉 카아미클이나 스트릭랜드에게 모든 걸 주는 것 같지만, 역시 현실에 안주하기를 고집하는 스트로브도 그렇다.

 

훌륭한 소설은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그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은 지금도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다. 벌써 100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아직도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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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주인공 | 책을 읽다 2022-11-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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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다, 너를

이주헌 저
아트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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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출간된 이주헌의 그리다, 너를2003년에 나온 화가와 모델을 새로 출간한 책이다. 화가와 모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지만, 조금 내용이 보강되었고, 또 몇 개의 장이 빠졌다. 그리고 형식을 달리하여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우선 3개의 부로 나누었던 것을 2개의 장으로 바꿨다. 1장과 2장에서 화가와 모델의 관계가 조금 다르다고 여겨, 이브와 베아트리체로 나눈 것 같은데, 솔직하게 나는 잘 모르겠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서 어색하고 혼란스럽지는 않다.

 

가장 다른 점은 화가와 모델에서는 화가와 모델 사이의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섞여 있었지만, 그리다, 너를에서는 화가와 모델 사이의 이야기만을 주 내용으로 하고, 그림에 대한 설명은 뒤로 빼서 따로 모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형식은 모델이 화가와 맺은 인연, 관계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하니 이 책의 주인공이 화가가 아니라 모델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화가가 그려줘야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게 모델이고, 그래서 그림에서 분명히 수동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델이 화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고,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어 명화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를 이야기한 이 책에서는 그들은 주인공이다. 그리고 지금의 형식이 그것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화가와 모델을 읽고, 얼마 되지 않아 그리다, 너를를 또 읽은 셈이다. 그런데 읽은 걸 다시 읽은 느낌이 아니라 새로이 읽은 느낌이다. 그림을 한 번 보고, 다음에 봤을 때 또 다른 느낌으로 감상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 대로 다시 곱씹고, 느낌은 느낌대로 깊어지거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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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과학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 책을 읽다 2022-11-2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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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읽는 과학의 탄생

윤금현 저
파피에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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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과학자와 과학의 현장도 외면하지 않았다. 기록의 의미도 있고, 존경의 의미도 있고, 그리고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림만을 통해서 과학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림을 통해 과학의 장면들을 보고 흥미를 느끼고, 그 과학이 무엇인지, 그때의 과학은 지금의 과학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과학자, 혹은 과학의 장면을 그린 그림은 우리 눈앞에 과학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림과 과학을 연결하는 책은 그림보다는 과학이 중심일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윤금현의 명화로 읽는 과학의 탄생도 그렇다. 사실 명화라는 걸 어떻게 볼 수 있는지는 굉장히 자의적이긴 하지만, 여기의 그림들이 명화의 범주에 드는지 갸웃거려지기도 하고(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수업>만큼은 당연히 명화지만), 과학의 탄생이라고 하는 제목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에도 조금 머뭇거려진다.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그것을 묘사한 그림을 찾아내 과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시키려는 노력만큼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최대한 과학의 내용을 다양하고 쉽게 담으려고 했고, 또 그런 과학이 그림에 담기는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분야마다 과학을 이야기하는 수준이 많이 차이나고, 좀 장황하게 쓴 부분도 없지 않다(이를테면 인체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나, 생물의 분류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글의 순서가 시대순도 아니고, 분야별로 모아진 것도 아니라서 어떤 기준으로 배치했는지 조금 어수선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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