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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을 만든 이가 소개하는 이그노벨상 | 책을 읽다 2022-11-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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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그노벨상 이야기

마크 에이브러햄스 저/이은진 역
살림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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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그노벨상(IGNOBEL Prizes)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이라는 선정 공식 기준이 있지만, 선정된 연구 업적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우 진지한 연구들도 있고, 또 의미 있는 연구도 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엉뚱함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비공식 선정 기준인 바보 같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업적이 더 잘 와 닿는다.

 

이 이그노벨상은 1991년부터 선정하고 시상해 왔다. 황당무계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라는 잡지에서 선정하는데, 어쩌면 이 잡지 자체가 이그노벨상에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다. 이 잡지를 창간하고 노벨상을 만든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마크 에이브러햄스다. 이 책에서 그는 2001년까지의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업적에 대해 에 관해 다루고 있다.

 

겨우 10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이그노벨상의 발자취와 수상 내용을 정리한 책이이라 이 책 출간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그노벨상과 얽혀 있는 더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지만, 이그노벨상이 어떤 성격을 갖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빵이 바닥에 떨어질 때 버터 바른 면으로 떨어진다는 연구나, 비스킷을 차()에 적시는 방법, 사랑의 화학 작용과 같은 웃음이 지어지는 연구도 있지만, 물의 기억력이나 난임 부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엉터리 연구자들도 있다. 칠레 경제를 말아먹거나, 베이링스 은행을 파산시킨 이들, 침을 뱉는 행위에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린 싱가포르의 전 수상 리콴유를 선정한 것을 보면 이 상의 비판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그런 비판 정신이 없는 유머였다면 이그노벨상이 30년 넘게 지속되지도, 또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수상자가 둘 나온다. 하나는 이그노벨상에 대한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통일교 교주였던 문선명이고(100만 쌍이 넘는 커플을 합동결혼시킨 업적), 또 한 명은 당당히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는 권혁호 씨다. 권혁호 씨는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공로로 이그노벨 환경상을 수상했는데, 우리로선 전혀 웃기지 않지만 선정하는 쪽에선 좀 웃겼나 보다.

 

겨우 10년이 이렇게 흥미진진한데, 다시 이그노벨상을 훑어보면 또 얼마나 흥미롭고 놀라운 연구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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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학문이라던 인류학의 현대적 가능성 | 책을 읽다 2022-11-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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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저/문희경 역
어크로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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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이라는 학문은 분명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등장했다. 그런데 이 학문이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서서 그 사고방식과 연구의 방식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구조를 파악하고, 변화의 양상을 알아내고, 그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인류학을 전공했으며, 학위를 받은 이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질리언 테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의 요체다.

 

질리언 테드가 쓰고 있듯이, 인류학의 핵심은 열린 마음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렌즈를 넓히고 이미 아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므로, 인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낯선 장소와 이방인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대해서 파악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제국주의의 인류학이 그 다양성을 인종적으로 해석하였던 데 반해, 현대의 인류학이 그 관점에서만 벗어난다면 다양성에 대한 옹호의 학문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타인의 견해와 행동이 아무리 낯설더라도 경청하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미리 가정하지 않고 끈기 있게 관찰하고 경청하는 방식”)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함께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도 기여한다.

 

질리언 테드는 자신의 인류학 연구 경험과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학적 접근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또는 인류학적 관점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의 부정적 상황)을 통해 인류학이 얼마나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변모시켜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분야란 초콜릿 제조업체, 전염병과 싸우는 정부와 의사 단체, 금융업, 자동차 회사,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회사들, 트럼프의 등장,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난 일들 등등이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분야들을 포괄한다. 아이러니한 것이 바로,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돈과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폐기처분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획일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인류학적 접근 방식이 그런 것을 알려준다는 게 질리언 테드의 생각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빅 데이터를 얘기해왔다.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그것들을 분석하면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상관관계가 인과 관계가 아니며,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으로 한 사람이 속으로 하는 생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류학의 접근 방식, 즉 참여 관찰, 비구조적 질문, 포괄적 이해가 빛을 발휘한다. 더 많은 데이터, 또 그보다 더 많은 데이터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집단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생활하고, (설문 조사와 같은 형식이 아니라) 비구조적인 질문을 통해서 집단을 이루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질리언 테드는 새의 눈으로 내려다보면 데이터과학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벌레의 눈으로 올려다보면 그렇지 않았다.”라고 쓰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경성 과학이 놓치고 있는 지점들을 찾아 낼 수 있다. 물론 데이터과학은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과학에 더해 사회과학도 필요하다.

 

질리언 테드는 인류학을 대상보다는 방법에 더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 수 있으며, 낯익은 것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굳이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옹호하기 위한 책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에 대한 시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게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인류학적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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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 책을 읽다 2022-11-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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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플레인 센스

김동현 저
웨일북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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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을 읽으며, 김동현 기장이 먼저 낸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첫 번째 책을 찾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 플레인 센스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는 한 분야 정통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고, 그 정통함이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면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 세상이 펼쳐지는지를 일깨워준다.

 

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가 비행 조종사와 그들의 비행에 관한, 조금은 특화된 이야기라면, 플레인 센스는 첫 번째 책이니만큼 비행에 관한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했다. 비행기와 비행기 조종사, 비행기 운항 시스템을 비롯한 많은 항공 지식을 전하고 있다. 비행기를 적지 않게 타 봤지만, 정작 비행기에 대해서, 비행기가 어떤 시스템으로 운항되는지 정말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지식이 그저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비행기 사고는 대체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그래서 뉴스로 크게 보도되기 때문에 비행기 여행을 위험하기 여기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운항 거리 등으로 따지면 다른 교통수단보다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안전도 그동안의 수많은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비행기 자체의 발전, 조종사에 대한 교육, 안전 운항에 대한 규정 강화, 비행기 피랍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으로 이제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얘기는 여전히 비행기의 기계적 결함이 있을 수 있으며, 기후 조건에 따른 위험성도 있을 수 있으며, 조종사의 과실로 인해, 승객의 안전 규정 위반 등으로 비행기 여행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규정을 잘 지키고, 또 문제가 발생했을 차분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가 만들어내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얘기도 필요한 이야기다. 차이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오해가 생긴다. 그런 오해가 문제를 일으키고, 비행기 사고로도 이어진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길지는 않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문화는 언제나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때의 지루함을 이 책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만약 그 비행에 이 책을 동반자로 삼으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장면과 상황들이 더 생생해질 것이다. 당연히 지루함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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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사랑 이야기, 내용은 사회에 관한 발언 | 책을 읽다 2022-11-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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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소미미디어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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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9, 2000년 사이에 발표한 소설이다. 제목을 보면 지고한 사랑 얘기 같지만 실은 심각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저녁마다 테이토대학 옛 미식축구부원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자리를 갖는다.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나 30대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그들은 만날 때마다 그들의 마지막 경기, 리그 결승전 이야기를 한다. 역전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은 패하고 말았던 경기였다. 그렇게 왁자지껄하고,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임을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쿼터백(QB)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 앞에 몇 년간 모임에 나오지 않던 히우라 미쓰키가 나타난다. 그녀는 미식축구부의 매니저 역할을 하던 학생이었다. 그녀는 옛 친구들에게 오래전부터 간직해오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아울러 살인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은 커다란 충격이었지만, 외견상 간단해 보이던 살인 사건은 매우 복잡한 배경을 품고 있다는 것이 점점 드러난다. 그 와중에 예전 미식축구팀의 일원으로서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뭉쳤던 친구들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조금씩 분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추리소설도 단순히 범행의 트릭을 풀어가는 쾌감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소설도 살인 사건 뒤에 숨겨진 여러 미스터리가 서서히 풀려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은 놀라운 추리 능력을 가진 형사나 탐정이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오로지 우정에 기초해 끈질기게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평범한 이를 통해 미스터리가 풀려간다. 미숙한 남녀 관계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직업에 고민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실수와 잘못된 추리에 빠지기도 한다. 사건이 이러저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어떤 트릭으로 가려졌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설인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에서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여라는 구분에 관한 것이다. 여전이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첨예한 문제이고, 전적인 이해를 받고 있지 못한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히가시오 게이고는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 고민하고, 깊게 다루었다.

 

나는 100% 남자, 100% 여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남녀는 성염색체의 구성(XY 또는 XX)으로 결정되지만, 그것은 너무 도식적이고, 편의적인 것이다.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게 과연 있다고 했을 때, 그 성질이 성염색체에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XY라는 염색체를 가진 이에게도 여성성이 있을 수 있으며, XX라는 염색체를 가진 이에게도 남성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남과 여의 구분에 염색체만을 이용하는 것은 남과 여의 본질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나의 이해 역시 남과 여의 문제에 아주 피상적인 부분에 그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위의 내 설명이 이 소설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아주 일부만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소설 속 인물의 말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죠. ... 아무리 성정체성장애라는 단어가 부각되어도 변하는 것은 없어요.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 거예요. 짝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423)

 

얼마 전의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에서 벌어진 사태를 뉴스로 본 이후에 읽은 소설이라 더 끝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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