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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2. 장티푸스 메리 | 세균에 사람 있다 2022-03-3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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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와 관련해서 또 한 명 유명한 사람이 있다. 바로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라 불리는 여인이다. 본명이 메리 맬런(Mary Mallon)인 이 여인은 전염병과 관련해서 가장 큰 비난을 받은 이 중 한 명이다(또 한 명을 들라면 에이즈와 관련하여 Patient Zero라 불린 개탄 듀가스(Gaetan Dugas)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1900년대 초반 10대의 나이로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장기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던 요리사였다. 그녀는 겉보기에 건강했지만, 그녀의 장 속에는 장티푸스균, 즉 살모넬라가 살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약하게 앓고 지나갔기 때문에 증상이 없었거나, 아니면 그녀의 면역 체계가 잘 조절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몸속에 있는 살모넬라는 그녀가 장만하는 맛있는 요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살모넬라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세균은 아니다. 그러니까 소변이나 대변으로 나온 균이 그녀의 손을 거쳐 요리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당시에는 위생 관념이 그리 투철하지 못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요리 속으로 파고든 세균은 그 요리를 먹은 부잣집 가족들과 손님들을 감염시켰다.

 

메리 멜런은 당시 전염병 퇴치사라 불리던 뉴욕시 보건 당국의 조지 앨버트 소파 박사에 의해 추적되었고, 고압적인 방식으로 소변과 대변, 혈액 채취를 강요당했다. 격렬히 저항하고 도망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강제로 입원당하고, 결국은 그녀가 살모넬라를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살모넬라를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쓸개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을 것을 강요당했지만 거절했고, 끝내는 강제로 병원 시설에 수용되고 말았다. 3년 후 다시는 요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사회로 나오지만, 생계를 꾸릴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다시 병원에 요리사로 몰래 취업했다. 그 사실이 들통 난 것도 병원에서 장티푸스 환자가 나오고 사망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다시 체포되어 외딴 섬에 있는 병원에 수용되었고 193811월 죽을 때까지 26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메리 멜런의 사례는 보균자(carrier)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자료로 자주 인용된다. 보균자란 메리 멜런처럼 외견상으로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보균자는 감염질환을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메리 멜런 당시에는 보균자의 개념이 전문가들에게도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일반인들은 이를 받아들이게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메리 멜런은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장티푸스 메리메리 멜런과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메리 멜런이 강제로 수용될 당시 그녀와 관련된 장티푸스 환자는 20명에서 30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시 장티푸스 환자는 뉴욕주에서만 1년에 수천 명이 나오고 있었다. 말하자면 메리 멜런은 본보기 같은 존재였다. 전염병이 속출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그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메리 멜런과 같은 여성 이민자는 희생양으로 삼기에 아주 적합한 존재였다. 물론 보균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병을 퍼뜨리고, 찾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그녀가 죽을 때까지 감금당하고, ‘장티푸스 메리라는 별명으로 길이 남을 만큼의 를 지었다고 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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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4        
'샤먼' - 두 권의 책에서 | 책을 읽으며 2022-03-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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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샤먼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샤먼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평소에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단어 중 하나다. ‘샤먼은 시베리아어로 흥분한 사람, 마음이 움직인 사람을 뜻하는 사만(saman)에서 유래했다.

...

샤먼의 또 다른 정의는 아는 자. 믿는 자가 아니라 아는 자. 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샤먼의 세계에서 믿음은 설 자리가 없다. 오로지 지식만이 있을 뿐이다.”

- 에릭 와이너,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402)

 

시베리아의 퉁구스어에서 샤만(saman)흥분하고, 동요하고, 고양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현대 학자는 샤먼을 스스로를 치료하다라는 뜻의 고대 인도어와 관련지었다. 또한 샤먼은 노래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단어 사만(saman)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

- 마틴 반 크레벨드, 예측의 역사(22)

 

에릭 와이너는 믿음의 한 형태로 샤머니즘을, 마틴 반 크레벨드는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의 한 형태로 샤머니즘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저/김승욱 역
어크로스 | 2022년 01월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저/김하현 역
현암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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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3        
3월 독서 | 책읽기 정리 2022-03-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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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모두 21권 읽었다.

개강도 하고, 지난 2년과는 달리 대면 수업을 했다. 대면 수업 첫날엔 마치 첫 강의 때처럼 좀 설레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의 부담은 별로 없는 덕분에 책은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3월 한 달 간 읽은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제목

저자

출판사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플로리안 아이그너

갈매나무

오염된 재판

브랜던 L. 개릿

한겨레출판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개스파 헨더슨

은행나무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도나 잭슨 나카자와

BRONSTEIN

미치광이 여행자

이언 해킹

바다출판사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페이퍼로드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한뼘책방

폭격기의 달이 뜨면

에릭 라슨

생각의힘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미디어숲

커피 얼룩의 비밀

송현수

MID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송현수

MID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송현수

MID

일상 감각 연구소

찰스 스펜스

어크로스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어크로스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아르망 마리 르로이

동아엠앤비

1984

조지 오웰

문학동네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어크로스

호르몬 찬가

마티 헤이즐턴

사이언스 북스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남종국

서해문집

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알에이치코리아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설재웅

고려의학

 

묵직한 책을 좀 많이 읽고 있다는 느낌을 특히 초반에 가졌었는데 지금 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과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은 게 보인다.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개스파 핸더슨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도나 잭슨 나카자와의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송현수의 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찰스 스펜스의 일상 감각 연구소, 아르망 마리 르로이의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마티 헤이즐턴의 호르몬 찬가, 설재웅의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모두 10권 정도가 해당된다.

 

역사책으로는, 줄리아 보이드의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의 뜨면, 남종국의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가 있고, 이언 해킹의 미치광이 여행자도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 쪽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달 천재들의 지도에 이어서 이번 달에는 에릭 와이너의 책으로 행복의 지도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를 읽었다.

소설은 겨우 두 권을 읽어지만(조지 오웰의 1984와 존 르 카레의 에이전트 러너), 1984를 읽은 건 의미가 있다. 그리고 스가 아쓰코의 유르스나르의 구두도 읽었다. 이로써 스가 아쓰코 여사의 번역된 책은 모두 읽었다.

 

3월에 읽은 책들에 대해 다시 평점을 매겨 보면 다음과 같다.

제목

저자

평점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플로리안 아이그너

★★★★★

오염된 재판

브랜던 L. 개릿

★★★★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개스파 헨더슨

★★★★★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도나 잭슨 나카자와

★★★★☆

미치광이 여행자

이언 해킹

★★★★☆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

★★★★☆

폭격기의 달이 뜨면

에릭 라슨

★★★★★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판덩

★★★☆

커피 얼룩의 비밀

송현수

★★★★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송현수

★★★★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송현수

★★★★☆

일상 감각 연구소

찰스 스펜스

★★★★☆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여행 라군

아르망 마리 르로이

★★★★☆

1984

조지 오웰

★★★★★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

호르몬 찬가

마티 헤이즐턴

★★★★☆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남종국

★★★★☆

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설재웅

★★★☆

 

이렇게 보니 3월에 인상에 남는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

별 다섯을 주게 되는 책들(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개스파 핸더슨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의 뜨면, 조지 오웰의 1984)도 있지만, 별 넷 반을 준 책들도 많다. 이러면 만족스러운 것 아닌가?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플로리안 아이그너 저/유영미 역
갈매나무 | 2022년 02월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캐스파 핸더슨 저/이한음 역
은행나무 | 2021년 04월

 

폭격기의 달이 뜨면

에릭 라슨 저/이경남 역
생각의힘 | 2021년 12월

 

1984

조지 오웰 저/김기혁 역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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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찾아낸 유전학 | 책을 읽다 2022-03-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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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설재웅 저
고려의학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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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는 영화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사람마다 영화에서 특별한 것을 읽기도 한다. 가령 유전역학자 설재웅 교수는 영화에서 유전학을 끄집어 낸다. <아일랜드>에서 인간유전체사업을,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유전자 암호 해독방법을, <살인의 추억>에서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를 읽어 낸다.

 


 

 

영화가 사람과 사회를 보여주고 발언하는 것이니 소재에서부터 생명체의 기본인 유전학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질병을 다루는 영화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위대한 쇼맨>의 신체 이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미라클 벨리에>의 청각장애, <미드나잇 선>의 색소성건피증(햇빛 노출되면 몸에 이상이 생김), <원더>의 일그러진 외모를 가진 소년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 질병들은 모두 유전자의 이상이 원인인 질병들이고, 유전학을 알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질병들이다.

 

또한 영화는 유전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아이 필 프리티>는 운동으로 선천적 비만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유전학자는 <우리 형>과 같은 영화를 통해 구개열과 같은 장애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임산부의 영양(특히 엽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에이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성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설재웅의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는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초적인 유전학적 지식에서 대학 이후에야 나오는 고급 유전학(이를테면 후성유전학이나 각인 같은 것들)을 영화에서 소재를 찾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영화는 유전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유전학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이든, 잘 모르는, 혹은 어렵게만 여겨지는 유전학이 친근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몇몇 부분은 나의 관점과는 다른 데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무신론적 진화론에 대한 반대라든가, 동성애에 대한 시각(무척 조심스럽긴 하다)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프랜시스 콜린스를 너무 자주 인용하기도 한다(신앙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친 편견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입장으로 보이고,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보고 기술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이 늘었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아졌다. 영화를 보면서 유전학만 떠올릴 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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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1. 장질부사 | 세균에 사람 있다 2022-03-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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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떤 모임에서 어떤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두고 세대를 나누는 우스개 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직업적으로는 아주 동질적인 모임이었고 나도 그리 나이가 많다고 생각지 않았는데도 젊은 축에 드는 이들이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들이 많다는 데 조금 놀란 적이 있다. 그때 나온 말 중 하나가 장질부사였다. 한자로는 腸窒扶斯라고 쓰는 이 말은 장티푸스에서 온 말이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균, 그중에서도 혈청형 Typhus에 의한 질병인데, 이 말 자체도 티푸스균에 의한 장() 질환이라는 뜻으로 한자와 서양말이 섞인 말이다.

 

장티푸스는 과거엔 사망률이 매우 높은 감염 질환으로 대표적으로는 안네의 일기의 안네 프랑크도 나치의 유태인수용소에서 사망했는데 직접 사망 원인은 바로 장티푸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록수의 저자 심훈도 이 병으로 사망했다. 위생이 좋지 못하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수천 명씩 장티푸스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장질부사라는 말을 쓰기 전에 이 질환에 쓰이던 병명이 있다. 바로 염병(染病)’이 그것이다. 지금도 욕으로 쓰이는 염병할 놈의 염병이 바로 그것인데, 일제 때 이미 과거의 염병이 새로 원인이 밝혀진 장질부사라는 것을 알았다.

 

1926동광4호에 실린 논설이다(신동원의 호환 마마 천연두에서 재인용하면서 지금의 말로 바꿨다).

아직도 조선에서는 여름이면 장질부사가 한철입니다. 장질부사로 죽는 사망률의 높고 낮은 것이 그 나라의 위생 지식의 표준이 됩니다. 위생이 발달된 나라일수록 이 병으로 죽는 사람이 드뭅니다. 장질부사 병의 원인은 역시 미균(미생물)인데 다른 미균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빨리 번식이 됩니다. 이 미균은 1880년에 떠이취사람 에베르트가 발견하였답니다. 장질부사균은 살기 좋은 곳을 만나면 하루 동안에 한 마리가 여러 백만 마리가 됩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실험해본 결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로 살모넬라(Salmonella)1880년 독일의 칼 에베르트(Karl Eberth)가 장티푸스 환자의 페이에르판(Peyer’s patch)와 지라(spleen)에서 처음 발견했다. 하지만 에베르트는 환자의 샘플에서 세균의 존재만 관찰했고, 실제로 이를 처음 배양한 것은 1년 후 개프키(Geog Theodor Gaffky)였고, 1년 후 테오발트 스미스(Theobald Smith)가 이 세균에 Salmonella enterica라는 이름을 붙였다. Salmonella라는 이름은 다니엘 샐먼(Daniel Elmer Salmon)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것인데, 샐먼은 바로 당시 스미스가 일하던 미국 농무부 수의과의 책임자였다. 말하자면 직장 상사인 셈인데, 그가 어떤 이유로 그의 이름을 이 유명한 세균의 이름으로 썼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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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임을 거부하는 첩보요원, 에이전트 러너 | 책을 읽다 2022-03-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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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저/조영학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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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소설의 대가라는 존 르 카레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었다. 이 소설이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영국 기관에서 첩보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첩보소설(많이 읽지는 못했지만)과는 다른 점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우선은 첩보원들의 생활에 대한 디테일이다. 그들은 그저 첩보 활동에만 매진하는 이들이 아니다. 가정이 있고, 취미 생활이 있다. 그리고 첩보기관 내에서의 알력이 있다. 개인적인 고민과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가운데 직업으로서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 러너의 주인공은 마흔 후반의 노련한 비밀요원이다. 유럽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여러 작전을 성공하기도 했고, 또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던 그는 은퇴 직전에 있다(나이가 들어서도 액션을 마다 않는 007을 상상하면 안 된다). 새로이 맡은 조직은 거의 버려진 조직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작전을 수립하고 수행하려 한다.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게 된 청년과 조직의 후배와 얽히게 된다. 조국을 배신하려고 하지만(더 큰 명분으로는 유럽의 재건이지만) 배드민턴으로 우정을 쌓은 청년을 위해 그는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지극히 첩보요원다운 방식으로.

 

하지만 이 소설에서 존 르 카레가 그런 스토리에 큰 방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반전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릎을 치게 하는 순간을 만들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존 르 카레는 영국과 유럽,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꼬고 있다. 브렉시트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고, 그것을 트럼프와 푸틴의 반()민주주의적 행태에 대해 조롱하고 있다.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 사고에 젖어 있는 기관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좌절감을 안겨준다. 이것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드러나지만, 그게 소설가 자신의 고뇌라는 것을 모를 수 없다.

 

우리말 제목이 에이전트 러너(agent runner)’. 번역하면서 비밀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을 포섭해 관계를 유지하고 비밀 확보를 위해 지시와 지원을 하는 고급 요원이라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인공 내트가 그런 사람이다. 원제는 ‘Agent Running in The Field’. 굳이 해석하자면, ‘현장에서 뛰는 요원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 현장에 뛰어들어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첩보요원을 의미하고 있다. 이 역시 주인공 내트를 가리킨다. 그런데 그냥 에이전트 러너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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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 | 책을 읽다 2022-03-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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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남종국 저
서해문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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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가 암흑시대였다는 인식은 이젠 구닥다리가 된 것 같다. 많은 저자들이 이러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기술했던 근대의 저자들 사정도 이해가 간다. 페트라르카를 비롯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들, 볼테르가 대표하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가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그들이 건너온 시대를 불살라야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보기에 중세의 많은 생각과 행동들, 제도가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우리가 보기에도 중세는 비이성적이었다. 아무리 그 시대가 암흑은 아니었다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빛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발전의 토대를 갖추고 있었다고 하지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모든 것의 중심에 신을 두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더라도 성인들의 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잠자리까지 통제했던 것에는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왕의 손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정직한 것이었는지 의심해보고 싶다. 마녀사냥은 하도 많이 얘기해서 이제 무덤덤해질 정도이지만(사실 마녀사냥은 근대 초입에 더 격렬하게 벌어졌다는 걸 주경철 교수의 책을 통해서 알고 있긴 하다), 그 시대에 마녀라는 낙인이 찍혀 비참하게 죽어간 힘없는 여인들을 생각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많은 가짜뉴스는 또 어떻고? 중세의 신권이 실제로는 가짜뉴스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가짜 문서가 횡행했다.

 


 

 

남종국 교수의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는 이와 같은 중세의 모습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신문 칼럼을 모았다-<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단편적이고 조금은 산만해 보이지만, 중세라는 역사와 현대,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과 연관시킴으로써 그 역사를 보다 가깝게 여길 수 있다.

 

방금 그 역사, 중세를 보다 가깝게 여길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 부분이 어쩌면 이 책의 중심이 아닌가 싶다. 중세가 이토록 이상해 보이는데, 결국은 그 이상함이 현대의 우리에게도 투영된다는 사실 말이다. 여전히 가짜뉴스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거나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이나 장애인 같은 약자들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있으며, 교회가 흑사병을 더 퍼뜨렸던 것과 같이 우리의 일부 종교시설도 그런 전철을 밟았으며, 작은 종교적 교리의 차이를 두고 죽자 살자 덤비고 있다.

 

책 제목은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라고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아직도 중세를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경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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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에 대한 이해 = 보다 자유로운 삶 | 책을 읽다 2022-03-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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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르몬 찬가

마티 헤이즐턴 저/변용란 역
사이언스북스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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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헤이즐턴은 진화심리학자이면서 다윈주의 페미니스트다. 그녀가 진화심리학자라는 것은 그녀의 박사학위 지도교수가 데이비드 버스라는 것만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의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쪽보다는 내분비학에 가깝다. 호르몬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호르몬과 행동 사이에 심리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다윈주의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호르몬과 행동 사이의 관련성을 진화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고(진화심리학에서 이미 알 수 있다), 그것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얘기이다. 이것을 모두 합쳐 보면, 그녀가 말하는 호르몬은 여성의 호르몬이며(당연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중심이다), 그 호르몬이 여성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진화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런데 호르몬에 의한 여성의 심리, 행동에 관한 연구라고 하면, 오히려 반()페미니즘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호르몬에 의해서 여성의 심리와 행동이 결정되고, 또한 그것이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제한에까지 결론이 이르는 것을 흔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마티 헤이즐턴도 책의 서두에 그런 우려부터 한다. 여성의 호르몬에 대한 연구가 발정난 여성, 혹은 남성에 종속된 수동적인 여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실은 비판, 비난)를 받아온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호르몬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이 오히려 여성에 대한 오해와 성차별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호르몬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바로 앎으로써(, 호르몬 지능을 갖춤으로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도 성()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인간으로써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인간은 가임기를 감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포유동물이라 여겨져 왔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적어도 겉으로는). 그럼에도 배란 주기에 따라 신경질적이 되는 여성이라는 편견, 내지는 비아냥을 낳아왔다. 이 모순된 상황이야말로 여성의 호르몬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헤이즐턴은 우선 여성의 호르몬 주기에 대해서부터, 그리고 각 호르몬의 역할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가임 고조기에 여성이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낸다. , ‘배회하는행동이 증가하며, 좀 더 노출이 많은 의상을 선택하며, 여성에 대해서도 좀 더 경쟁적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다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결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더 많은 자손을 가지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기도 하지만 여성이 선택의 폭을 넓히고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저 본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이용한 선택의 자유를 위한 행동이라는 얘기다.

 

그밖에도 마티 헤이즐턴은 약으로 호르몬 주기를 변경시키거나, 임신 중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또 피임의 원리와 피임약 종류에 따른 심리와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등등에 대해서 최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그 의미를 설명함으로써 우리가(여기서 우리는 여성을 더 많이 포함하겠지만,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생각하도록 한다.

 

사실 이 주제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연구 결과가 매체에 보도되는 빈도도 매우 높다. 그럴 때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여성이란 그런 존재라며 비아냥거리는 반응도 나오고, 페미니즘 쪽에서도 반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저 재미있는 아마추어 과학이라는 반응도 나온다(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처해 있는 위치가 그렇게 탄탄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내 짐작이다). 그런데 마티 헤이즐턴은 제대로 아는 게 일단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 결과는 어느 한쪽의 손만을 들어주는 게 아니다. 인간으로서 진화해온 방향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그것을 알게 됨으로써 그 연구를 이용하여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으며, 그것들을 알아갈수록 더 풍요롭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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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호르몬 찬가 | 한줄평 2022-03-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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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 아닌 차이. 호르몬 지능으로 풀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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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종교는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 책을 읽으며 2022-03-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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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종교와 유대교-그리스도교를 구분 짓는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믿음보다 경험을 강조하는 것. 도교,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은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이것은 서구의, 특히 그리스도교의 버릇이다. 동양의 특징은 행동, 경험, 결과다.”

- 에릭 와이너,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335)

 

에릭 와이너가 구분한 동양과 서구의 종교 사이의 차이점은 언뜻 생각해보면 정반대인 듯하다. 흔히들 동양은 정신’, 서양은 행동’. 이렇게 구분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에릭 와이너가 종교들을 접한 경험들을 따라가다보면 납득이 간다. 불교나 도교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기를 종용한다. 그런 행동이 마음으로 이어진다. 반면 그리스도교에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하느님을 믿고, 예수를 믿는지의 여부다. 믿게 되면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저/김승욱 역
어크로스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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