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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약리학의 일반 법칙 | 책을 읽으며 2022-05-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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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에 빠졌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중독을 연구하는 뇌과학자가 된 주디스 그리셀의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에서 소개하는 정신약리학의 일반 법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약물은 이미 진행 중인 과정의 속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한다.

2.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3. 뇌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물에 대해 그 효과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적응한다.

 

두 번째는 별로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 첫 번째와 세 번째의 것은 설명을 들어야 이해가 간다. 그리고 중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도 하다.

 

첫 번째 것은 약물이 새로운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기존의 뇌와 신경이 하는 상호 작용을 증폭시키거나 방해한다는 얘기다. 약물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물질을 흉내 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 것은 다소 의외이면서 중독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디스 그리셀의 글을 옮겨 보면,

뇌는 단순히 약물 작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 니라 약물의 효과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관이다. 뭐가 되었든 뇌 활동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뇌는 해당 약물과 관련된 변화들을 상쇄하기 위해 신경적응을 일으킨다.”

 

이 문장들만 가지고는 이 원리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기가 힘든데, 주디스 그리셀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중독, 커피를 예로 들고 있다.

주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셔야만 정신이 난다는 이가 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을 비롯한 물질이 뇌에서 각성에 관여하는 신경계를 자극함으로써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 자극이 오기 전에는 덜 깼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는 게 루틴이 되기 전을 생각해 보자.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바로 정신이 드는 데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고, 거의 중독 단계에 들어서면 커피를 마시기 전에는 잠에서 완전히 깼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뇌가 매일 아침 휘몰아치는 카페인에 적응하여 본래 새로운 날을 맞이하던 자연스러운 각성 작용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커피를 비롯한) 약물을 규칙적으로 이용하면 뇌는 그 약물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적응한다는 얘기다.

 

주디스는 이렇게 얘기한다.

중독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칵테일을 들이켜는 게 아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온종일 긴장과 불안이 가득했던 것이다.”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저/이한나 역
심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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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고 싶다 | 책을 읽다 2022-05-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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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서 유럽풍이란 게 뭔가요

이은화 저
폭스코너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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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와 관련하여 미국의 도시들은 자주 가봤지만 이상하게 유럽은 기회가 닿질 않았었다. 그러다 3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가본 것이 첫 유럽 경험이었다. 사실 재작년 딸이 덴마크에 교환 학생으로 나갔고, 그게 끝나면 합류해서 아내, 딸과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했었다. 루트를 다 짜고, 숙박할 데도 예약해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에... COVID-19 팬데믹이 터져버렸다. 아쉬움을 삼키며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은 발이 잘 닿지 않는구나, 하며.

 

이렇게 쓰면서 나는 유럽이라고 그 대륙의 나라들을 퉁치고 있다. 대체로 다들 그렇게 한다. 유럽연합(EU)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브렉시트로 영국이 뛰쳐나오긴 했지만 거의 한 나라와 같이 지내는 거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퉁치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유럽인들이 한국과 인도를 같은 아시아라고 별로 구분하지 않고 인식한다면 과연 그게 옳은 처사일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대한민국을 동남아시아랑 비슷하게 본다고? 우리는 중국이랑 일본하고도 같이 취급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방랑 디자이너이은화는 이탈리아에서의 경험과 독일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며 유럽풍이라는 단어와 인식이 굉장히 허구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풍경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사람들의 삶이 다르다. 그녀는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차이보다 이탈리아와 독일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고 느낀다. 유럽의 나라들을 그냥 유럽이라고 묶어 놓고 보는 것은 유럽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독일의 경험과 프랑스 등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고 있다. 여행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행에 대한 정보가 없지 않고, 디자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또 그게 아주 전문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그저 저자의 유럽 경험인 셈인데,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인상 깊은 대목들이 있다.

<최후의 심판>의 놀랍도록 청명한 빛깔이 미켈란젤로가 바라봤던 하늘의 색깔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르세상스의 예술가들이, 19세기 인상파 화가들, 특히 모네와 정원과 코흐의 풍경이 바로 그들이 바라봤던 것이었다는 것도 확인한다. 우리의 인식과 작품(그게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은 우리의 환경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은 프랑스 리옹의 음식에서도, 독일 쾰른의 카니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저자가 경험한 유럽은 여전히 몇몇 국가에 머문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이른바 유럽의 주요 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이다. 다른 나라들은 스쳐가 버리고 만다. 스페인도 없고, 동유럽의 국가들도 없고, 북유럽의 국가들도 없다. 경험한 국가들에서도 지역은 한정된다. 그녀가 주로 머물렀던, 지금도 머무는 이탈리아에서도 남쪽은 언급도 되지 않는다. 경험은 해보지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는 풍경도, 경제도, 사람들의 성향도 아주 다르다던데... 프랑스는 쾰른과 파리, 영국도 잉글랜드의 런던 정도이지 스코틀랜드 같은 데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저자의 경험 안에서 그려지는 유럽인 셈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쓰라고 할 수는 없고, 자신의 경험한 한계 내에서 굉장히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진짜 유럽을 표방했다는 면에서 더더욱.

 

유럽,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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