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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명'이 무엇인지 얼마나 알고 있나 | 책을 읽다 2022-05-3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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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경계

칼 짐머 저/김성훈 역
브론스테인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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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다윈식 진화가 가능한 자기지속적 화학계다(Life is a self-sustained chemical system capable of undergoing Darwinian evolution).”

 

1992년 나사(NASA)에 모인 과학자들은 공식적인 모임과 비공식적 모임을 통해 오랫동안 논의 끝에 생명을 위의 열한 개의 영단어로 정의했다. 우주에서 생명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생명인지부터 정의를 해야겠기에 그런 모임이 조직되었었다. 생명에 관한 이 정의는 매우 깔끔하면서 기억하기 좋다. 그리고 생명의 많은 특성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을 정의하는 대신 생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물질 대사, 발생과 생장, 자극과 반응, 생식과 유전, 적응과 진화’.

 

이렇게 생명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하며, 특성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사실 생명에 대한 정의는 매우 힘든 문제다. 위의 나사의 생명 정의만 해도 그렇다. ‘다윈식 진화라고 했는데, 명확히 다윈식의 진화라고 할 수 없는 진화 방식이 적용되는 생명체가 있다. 칼 짐머는 수백 가지의 생명의 정의가 쏟아져 나온 상태라고 한다(라두 포파는 2000년대 포반부터 생명의 정의를 수집해 왔다고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면서도 자포자기식, 혹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정의를 제시하기도 한다.

 

생명은 과학계의 주류가 (아마도 건강한 의견 충돌 후에) 생명으로 인정하게 될 존재다.”

 

이렇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면 하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생명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면서, 직업적으로 연구하지 않더라도 그에 관심을 가지면서 무엇을 연구하는지, 무엇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하고 관심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자에 대한 정의도 없이 분자를 연구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은 철이 안 든 생물학자라고 해서 아이들도 직관적으로 생명이, 즉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안다는 것이지 그것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또 그 앎이 명확한 것도 사실 아니다.

 


 

 

칼 짐머는 이 어려운 문제,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의 명확한 생물학적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이 문제의 어려움과 함께 더 명확한 부분을 찾기 위해 그는 생명의 경계(Life’s edge)”를 탐색한다. 실패한 과학자도 있지만(존 버틀러 버크의 라디오브와 같이), 나름 생명의 경계에 대해 제대로 접근한 과학자와 존재들도 많았다. 레이우엔훅의 담륜충이 그랬고,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한 완보동물이 그랬다. 그런 존재들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산소 호흡기를 이용한 연명 치료 역시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논쟁을 지금까지 이어오게 하고 있다(삶과 죽음 사이를 누구도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이 문제를 통해서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의 전형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다. 원형질이 등장하고, 효소(단백질)이 등장하고, DNA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것으로 생명을 정의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어왔지만 번번이 그 정의를 벗어나는 존재들이 버젓이 손을 들고 나오곤 했다. 바이러스가 그랬다.

바이러스를 살아 있다고도, 살아 있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마저 잊게 한 요 몇 년 간의 팬데믹은 이 논의를 의미 없게 만드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핵도 없는 적혈구도 그렇고, 모든 동물 세포, 식물 세포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도 생명의 정의를 곤란하게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싶지만, 이제는 단독으로 살아갈 수 없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고자 하는 천재적인 시도도 이어졌다. 유명한 밀러와 유리의 실험이 그렇고, 오파린과 홀데인의 가설도 그렇다. 리보자임의 발견은 “RNA world”를 펼쳐놓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지질이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해수열수공에서 생명이 탄생했다는 사람도 있고, 그냥 평범한 연못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수도 있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생명의 경계에 대한 연구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이 연구가 그저 중구난방인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생명의 기원을 찾아 나서고, 생명을 정의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는 분명한 목표와 방향성이 있다. 옆길로 새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의 연구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놀랍다. 아이디어도 놀랍고, 그것을 확인하는 실험 방법도 놀랍다. 여기의 수많은 연구와 일화를 읽으며 어쩌면 실용적이지 않은 과학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내며 황홀한 발견을 해내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근거를 추적하면서 이 문제를 이렇게 깊이 탐색할 수 있는 이는 어쩌면 칼 짐머가 유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고,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궁금해하며 스스로 물어봤던 이들에게 선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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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생명의 경계 | 한줄평 2022-05-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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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진지하고도 기발한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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