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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화가들, 북촌에서 전설을 만들다 | 책을 읽다 2022-06-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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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 북촌편

황정수 저
푸른역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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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이어 이번엔 북촌이다. 하지만 서촌과 북촌을 잘 가르지도 못하는 형편이니 큰 의미는 없다. 또 서촌 편과 북촌 편이 내용상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북촌이나 복촌 인근에 살았거나, 혹은 북촌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가, 예술가 들 이야기지만 북촌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서촌 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북촌 편을 읽으면서 서촌 편가 달리 깊게 인상이 박히는 것은 두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화풍이랄까, 그림의 소재랄까 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상한 작품들을 보면 거의가 한국의 원초적 풍습이라든가 소박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식민지 조선의 암울함이라든가 진취적 기상 같은 걸 담은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제가 조선인 화가들에게 어떤 걸 원하고 고취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화가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름난 화가들이 일제의 의도를 충실히 지키면서 명성을 얻었고, 유지했다. 그런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또한 1930년대 후반, 1940년대에 적극적인 친일파로 활동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월북한 화가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석호, 길진섭, 최재덕, 임군홍, 그리고 서촌 편에서 다루었던 이쾌대 같은 화가들이다. 이념적인 이유로,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월북했던 화가들은 오랫동안 남쪽에서는 잊혀진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빼놓고 보면 근대 미술사가 너무 허술해보인다는 것이 이 책을 쓴 황정수의 생각이다. 그건 친일파로 몰린 화가들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인데, 사실 친일파로 손가락질 받는 화가들은 대체로 해방 이후 오랫동안 인정을 받아왔던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손가락질 한다고 해서 우리의 근대 미술사에서 그다지 공백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월북한 이들의 작품 세계는 이제야 연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 사실인 듯하다. 물론 아직도 조심스럽지만 말이다.

 

북촌 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이를 들라면, 운보 김기창과 최초의 유럽 유학 화가이자 판화가 배운성, 죽음으로 예술을 완성한 조각가 권진규다. 운보 김기창은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고도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배운성은 유럽을 거쳐온 한국의 화가가 아니라 유럽에서 인정을 받은 화가라는 점에서, 그리고 권진규는 그가 무사시노 미술대학이 선정한 졸업생 중 최고의 조각가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림으로 가장 인상에 박히는 것은 김진우가 여운형의 회갑 기념으로 그린 <괴석>이고, 글씨로는 김충현이 중동학교 시절 쓴 글씨다. 그림은 자유로운 걸, 글씨는 단정한 게 좋아 보인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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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화가들, 경성 서촌에 살다 | 책을 읽다 2022-06-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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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 서촌편

황정수 저
푸른역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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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촌과 서촌이 어디메 쯤인지 대충만 가늠할 뿐 지도에서 정확히 짚지도 못하고, 그곳의 분위기도 정확히 모른다(북촌이 좀 낫긴 하다). 다만 서울의 오래된 동네이고, 또 가면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정도만, 그것도 겉핥기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 근대의 우리 화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조선 총독부를 비롯한 권력 기관이 가까이 있었고, 또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미술관이 있었고, 그들이 일자리로 최고였던 중등학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어떤 계기로 몇몇이 가까이 살게 되면 사람들은 모이는 법이다. 화가들이 다른 곳이 아닌 그곳에 모여 그렇게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갔다.

 


 

 

황정수는 일제 강점기를 중심으로 근대 조선의 화가들에 대한 얘기를 바로 이곳 서촌과 북촌을 중심으로 펼쳐내고 있다. 관계가 얽히고 설히고, 작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러면서도 개인적 고독을 씹으면서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립하고자 고심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단순한 문헌 조사가 아니라, 그들과 그들 주변의 육성을 바로 옆에서 전해주는 것처럼 전달하고 있고,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는 것도 너무 걍팍하지도 않고, 너무 온정적이지도 않다.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화가를 이해하는 데는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충분하다.

 

<서촌 편>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서구 미술을 배운 고희동에서 시작하여 실질적인 최초의 서양화가인 나혜석, 동양화로서 일가를 이루고, 경쟁 관계에 있던 김은호와 이상범 등을 이야기한다. 형제이면서 형은 동양화로, 동생은 서양화로 명성을 높은 이여성과 이쾌대 이야기도 흥미롭다(사실 이 두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둘이 형제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내가 이 수준이다). 글씨를 잘 썼다는 이완용의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고, 여러 친일 행적을 보인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그들의 그림만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봐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행적으로 냉정히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황정우의 시각은 안타까움이다. 월북한 화가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들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가 진전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그런 안타까움이 많다.

 

<서촌 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이상과 구본웅에 관한 장이다. 둘은 걸어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살았고,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친분을 다졌다. 한 사람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한 사람은 척추 장애로 작은 키에 잘 나지 못한 사람이었만 그들은 늘 어울려 다녔고,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상은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림도 잘 그렸다.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정도였으니 스스로 화가로도 생각했음직하다. 책에 실린 구본웅이 이상을 그린 그림 <우인상>을 보면 이상의 불행과 시대의 어둠을 함게 보는 것 같다. 구본웅은 이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중섭, 천경자, 정현웅과 같은 낯이 익은 화가들은 반갑고, 이한복이라든가, 노수현, 박승무, 이승만, 정종여, 이봉상, 이종우, 김중현과 같은 이들에 대해서는 새로 배운다. 그림 구경도 재미있고, 사람에 대한 애기는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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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법(書法)’, ‘서도(書道)’, ‘서예(書藝)’ | 책을 읽으며 2022-06-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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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서촌 편에서 손재형 편을 읽다 서법(書法)’, ‘서도(書道)’, ‘서예(書藝)’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손재형은 한국 근대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이면서, 특히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일본에서 되찾아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황정수는 서예(書藝)라는 용어가 손재형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에 대해 대응하는 개념으로 만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서법과, 서도, 서예의 차이는 무얼까? 좀 생각해보게 되는데 서법은 글씨를 쓰는 데 어떤 규칙성을 강조하는 느낌이고, 서도는 정신 자세, 그리고 서예는 예술적 감흥을 중시하는 느낌이 든다. 그게 글씨를 쓰는 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과문하여 잘 모르겠고, 또 중국과 일본, 한국의 차이가 과연 그러한지도 나는 알 수 없다.

 

누가 알려주면 고맙겠다.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 서촌편

황정수 저
푸른역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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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매 이야기 | 책을 읽다 2022-06-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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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링, 칭링, 메이링

장융 저/이옥지 역
까치(까치글방)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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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아이링(宋?齡), 쑹칭링(宋慶齡), 쑹메이링(宋美齡).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재감이 있는 이 세 여인은 자매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선교사가 되어 돌아왔다 사업으로 성공한 쑹자수의 딸로 태어난 그들은 현대 중국의 가장 유명한 인물들의 아내로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지금까지도 그 존재감이 회자되는 인물들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맏언니 아이링은 거부이자 국민당의 재정을 담당했던 쿵샹시의 부인이었으며, 둘째 칭링은 현대 중국에서 무려 국부(國父)라 불리는 쑨원의 부인, 막내 메이링은 중국 국민당 정부의 총재였으며,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에는 중화민국의 총통이었던 장제스의 부인이었다. 한 가족이 이런 막대한 혼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처럼 보이는데, 세 자매는 그들의 남편의 후광으로도, 혹은 그들 자체로서 매력으로 중국 현대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세 자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모두 미국에서 유학하며 서양식 교육을 받았고, 서로 우애가 있었지만, 정치적 견해는 무척 달랐다. 특히 쑨원의 부인인 칭링이 그러했는데, 칭링은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밀 공산당원이기도 했다. 중국이 공산당이 점령한 이후에도 중국에 남아 부주석의 자리에 오르고, 나중에는 명예 주석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장제스를 정말로 싫어했다. 반면 메이링은 장제스의 부인으로 그와 반목한 적도 없지 않지만 그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오른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장제스가 가장 위기일 때 그를 구한 것도 메이링이었다. 이를테면 시안(西安)사변 때는 장쉐량에게 억류된 장제스를 구하기 위해 시안으로 날아가 결국은 그를 구하고 돌아왔고, 장제스 대신 미국을 순방하며 국민당이나 중화민국의 상황에 대해 호소하고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이링은 쿵샹시의 부인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부를 늘리고 관리했다. 그만큼 그 방향으로 머리가 좋았으며, 아이디어도 많았다. 쿵샹시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고, 그 때문에 민중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아이링은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난은 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녀가 씨 자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엄청난 재산을 가족들의 안온한 삶을 사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장융의 아이링 칭링 메이링은 이러한 이 세 자매의 인생 향로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세 자매의 삶에 대해서 첫째 아이링은 돈을, 둘째 칭링은 나라를, 셋째 메이링은 권력을 사랑했다라고 고착화된 이미지가 있는데, 장융은 이러한 세간의 평가가 너무 단순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우선 아이링은 돈을 사랑한 것은 맞지만, 그 가족에게 투자하고, 보살피는 데 썼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있다. 메이링에 대해서는 장제스라는 인물을 선택한 데서부터 권력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었지만, 또 장제스와 반목한 적도 많았지만, 전쟁 중에는 전쟁터에서 솔선수범하며 많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칭링인데, 장융은 칭링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은 그의 남편이었던 쑨원에 대한 비판부터 그렇다. 쑨원에 대해서 냉혹하게 권력만 취하려 했던 인물로 쓰고 있다. 혁명에 앞장 서기보다는 뒤에서 부추기면서 혁명의 성과만을 자신의 것으로 했던 인물, 동료보다는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했고, 아내까지도 자신의 도피의 도구로 이용했던 인물이었으며, 어떻게든 공화국의 대총통이 되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칭링도 그의 아내로서 기품이 있는 여성이었지만, 비밀 공산당원으로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아간 것처럼 쓰고 있다. 즉 저자의 입장에서 일단 사상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로서 나라보다는 을 우선시했던 인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혹은 그래서인지) 쑹칭링은 중국에서는 국모 수준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 책의 인물들의 면모는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시리즈에서 읽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장제스의 아들로 나중에 그를 이어 중화민국의 총통이 장징궈도 그렇고, 저우언라이도 그렇다. 장쉐량과 메이링의 관계에 대해서도 김명호가 쓴 것과는 아주 다르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는 게, 김명호와 장융이 서 있는 지점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실과 현장만 보는 게 아니라, 그 현장과 사실을 보고 해석하고 쓰는 게 다른 것이다.

 

장융이 그려낸 세 자매의 삶과 주변 인물들의 삶은 중국 현대사 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파란만장하다는 얘기는 그 인물들은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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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제국대학 총장이 발견한 세균, 이질균 3. 이질균 발견 이후 | 세균에 사람 있다 2022-06-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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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균 발견 이후

 

이질균 발견 이후 시가는 결혼과 함께 1900년 독일로 떠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연구소에서 파울 에를리히의 연구실로 들어가는데, 트리파노소마증에 대한 치료법 연구를 수행하다 1905년 일본으로 귀국하여 기타자토의 연구실에 합류하게 된다. 그의 기타자토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하여 1914년 일본 정부가 기타자토의 전염병 연구소를 도쿄제국대학의 산하로 강제 편입시키자 사임하고 기타자토 연구소를 세운 기타자토를 따라간다. 1920년 게이오대학 의학부의 교수가 되었지만 시가는 바로 그해 정부의 요청에 식민지 조선과 인연을 맺게 된다.

 

시가가 조선으로 건너와 처음 가진 직책은 조선총독부의원장 겸 경성의학전문학교 교정이었다. 1926년 경성제국대학이 개교하게 되는데 시가는 의학부장을 거쳐 1929년에는 경성제국대학 총장에 취임하여 1931년까지 지내게 된다. 그러니까 그가 조선에서 활동한 기간은 10년이 넘는 셈이다. 그는 조선에서 서양의학의 보급을 중시했고, 조선인 의학자 양성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통적인 한방의학(이른바 의생(醫生))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고 폄하했다. 학문의 순수성을 믿었던 그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식민주의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나, 어쩔 수 없는 일본인 출신으로 정치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경성의학전문학교 교장 시절 일본인 교수의 조선인 차별 발언에 조선인 학생들이 항의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고, 경성제국대학 시절 한센병 치료와 관련해서 서양 선교사와 조선총독부 사이의 다툼에서 강제격리주의를 고집한 조선총독부의 정책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시가는 그의 영원한 스승인 기타자토의 연구소로 다시 들어가 이질과 결핵 등에 대한 연구를 1945년까지 수행하였고, 1957년 여든 다섯의 나이로 죽는다. 시가가 죽었을 때 뉴욕타임스 지는 부고에서 그가 가장 활동적인 시기에 세균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4, 5명 중 한 명이라고 했다.

 

1936년 하버드대학 3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시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일을 평가하며 지속적인 연구를 촉구했다.

이질균의 발견은 이 질병을 퇴치하겠다는 희망을 가진 나의 젊은 심장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여전히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한때 그토록 밝게 타오던 희망의 빛은 여름밤의 꿈처럼 희미해졌습니다. 이 신성한 불은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시가 기요시의 붓글씨.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가지 말고, 스승의 정신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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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제국대학 총장이 발견한 세균, 이질균 2. 세키리(赤痢)와 시가 기요시 | 세균에 사람 있다 2022-06-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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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리(赤痢)와 시가 기요시

 

시겔라라는 이름은 1897년 이 세균을 처음 발견한 일본인 의사 시가 기요시(Kiyoshi Shiga, 志賀潔, 1871-1957)에서 온 것이다. 19세기 후반 이질은 일본에서 세키리(赤痢, red diarrhea)”라 불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대장에 출혈, 궤양, 붕괴를 동반하기 때문에 설사와 함께 피와 점액이 섞여 나와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일제 강점기의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897년의 세키리는 일본인 91,000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18,0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치명률이 20% 이상일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사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시가는 당시 32명의 설사 환자를 조사했고, 설사 질환의 원인균을 찾아냈다.

 

일본의 세키리 예방 포스터 (1900년대 초반)

 


춘천에 적리 만연” (1922619일자 <매일신보>)

 

시가는 1871년 일본 센다이에서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꽤 성공한 사무라이였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역할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집안도 곤궁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 집안에서 키워지게 되었는데, 시가라는 성도 어머니 쪽 성이다. 그의 집안은 1886년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892년 도쿄제국대학 의학부에 입학하게 된다. 시가는 그곳에서 기타자토 시바사부로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기타자토는 페스트균에 관한 장에서 다루었지만 베링과 함께 디프테리아 백신을 개발하고, 예르생과 함께 페스트균 발견을 다투었던 일본 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시가는 기타자토의 강의는 물론 그의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개성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졸업 후 기타자토의 연구소에 연구 조수로 일하기 시작한다. 기타자토에서 처음에는 결핵과 디프테리아에 대해 연구했지만, 1897년 그는 세키리에 관심을 집중시켰고 결국 이질균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가는 이질의 원인균을 찾아내는 데 스승의 스승인 코흐의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는 환자들의 분변으로부터 그람 염색에 대해 음성인 세균을 분리해냈다. 이 세균을 배양하여 개에게 먹였고, 개는 설사를 했다. 물론 설사를 하는 개의 분변에서 똑같은 세균이 분리되었다

 

그의 놀라운 발견의 열쇠는 단순한 응집 기술이었다. Shiga는 자신이 분리한 세균이 회복기의 설사 환자의 혈청에 노출했을 때 결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세균이 이질의 원인균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는 기타자토의 지도 하에 자신의 발견을 발표했고, 세균의 이름을 Bacillus dysenterie라고 했다. 또한 이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를 발견하였는데, 이 독소를 그의 이름을 따라 시가 독소(Shiga toxin)라고 한다.

 

사실 누가 맨처음 이질균을 발견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논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시가가 논문을 발표한 지 3년 후 독일의 크루세(Walther Kruse)가 시가가 기술한 이질의 원인균과 똑같은 세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시가는 자신이 발견한 세균이 운동성이 있다고 한 것에 반해, 크루세는 운동성이 없다고 했다. 시겔라는 살모넬라와는 달리 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운동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약간의 운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 이유 때문에 크루세는 여러 연구자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이질 원인균의 발견에 대한 선취권을 주장했다. 크루세는 처음에는 시가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시가의 업적을 인정했다. ‘시가-크루세 세균(Shiga-Kruse bacillus)라 불리던 세균은 시겔라(Shigella)라는 속명이 정착되면서 이제는 거의 불리지 않는다.

 

LPSN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에 따르면 시겔라(Shigella)라는 속명은 1919년 카스텔라니(Castellani A)와 챌머스(Chalmers AJ)가 쓴 Manual of Tropical Medicine3판에서 명명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속명이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 판 버기스 매뉴얼(Bergey’s Manual of Determinative Bacteriology)에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시가 기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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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나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책을 읽다 2022-06-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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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머릿속 하루

실비 쇼크롱 저/윤미연 역
7분의언덕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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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깨어 있는 동안, 아니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잠시도 쉬지 않을 텐데, 뇌는 내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또 내 삶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경과학자가 이에 대해서 쓴다면 대체로 연상되는 패턴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쓰고, 그것이 무슨무슨 효과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등등. 물론 그런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실비 쇼크롱처럼 쓰면 더욱 재미있다.

 


 

 

실비 쇼크롱은 프랑스 파리에서 직장에 다니는 20대 여인 안나를 행동과 생각을 쫓는다. 그가 깨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하루 동안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신경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자꾸 할 일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억의 메커니즘을, 긴장했을 때 머리가 안 돌아가는 상황, 멀티태스킹을 시도하다 엉망이 되어버리는 상황, 멍 때리는 상황, SNS 때문에 오히려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 사랑을 느끼는 상황 등등 하루를 26 장면으로 쪼개었는데, 이 일들은 누구에게라도, 진짜 하루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다. 놀랍지도 않은 것이 그 상황들에는 모두 보편적인 신경과학적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뇌의 노예처럼 산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뇌의 지배에 편견을 가지면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살 수도 있지만, 뇌의 작용을 잘 이해하면 그것을 이용하고, 극복하면서도 살 수도 있다. 그것을 안나의 하루가 보여주고 있다.

 

1부가 그처럼 안나라는 개인의 하루를 쫓아가고 있다면 2부는 안나의 하루 속 장면 장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뇌과학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말하자면 조금은 이론적인 것들이지만, 어렵지 않다.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사실 우리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대부분은 공감이 가는 얘기들이다. 안나의 하루가 나의 하루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려 들지 않고, 혹은 두려워 하면서 부정했던 것들이 아주 정상적인 일들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안나는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안나의 하루를 쫓는 우리는 조금은 여유를 갖고 우리 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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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제국대학 총장이 발견한 세균, 이질균 1. 대장균과 매우 비슷하지만... | 세균에 사람 있다 2022-06-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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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痢疾, Dysentery)은 아메바성 이질과 세균성 이질, 두 종류로 나뉘는데, 세균성 이질은 심한 설사를 동반하는 감염질환으로 시겔라(Shigella)라고 하는 세균에 의해 발병한다.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에게 병을 일으키지만 영양류를 제외한 다른 포유동물에서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8천만에서 15천 명 정도가 이 세균에 감염되고, 이 중 대부분이 소아로 설사를 일으키는 주요 세균이자 매우 위험한 세균으로 꼽힌다. 특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경제적으로 뒤처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도 높다.

 

과거 이질은 전쟁터의 재앙이었다. 1812년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 군대에 이질이 돌아 수천 명이 사망하면서 장티푸스와 함께 원정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도 북군은 약 45,000, 남군은 약 5만 명이 이질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이팅게일의 활약으로 유명한 1850년대 크림 전쟁에서도 이질로 죽어간 병사가 많았다. 일반 병사만이 아니었다. 1216년 잉글랜드의 존 왕, 1307년 에드워드 1세가 이질로 사망했고, 1422년 백년전쟁 중에는 헨리 5세 역시 이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르는 데 한몫을 담당한 해적이자 해군인 드레이크도 1596년 이질에 걸려 죽었다. 물론 이질 역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취약 계층에서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왔고 사망률도 높았다. 역사는 그런 이들을 한 명 한 명 기록하지 않을 뿐이다.

 

시겔라는 사람이 유일한 숙주인데, 주로 환자나 보균자가 배출한 대변에 존재한다. 대변에 존재하던 시겔라가 몸 밖으로 나온 후 물이나 오염된 손 등을 통해 전파된다. 결장 상피세포에 침입하여 증식함으로써 감염을 일으키는데, 특히 매우 적은 감염량(20~200)으로도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파력이 매우 높다. 그래서 위생 시설이 열악하고 과밀한 환경에서 빠르게 퍼지는데, 난민 수용소나 군인 캠프 등에서 발생하면 금세 전파되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7, 18세기 노예선에서 이질을 비롯한 질병으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죽어 나갔다.

 

시겔라는 대장균(Escherichia coli)과 매우 가까운 세균이다. 사실 유전적으로 봤을 때 대장균이라고 하더라도 별로 틀리지 않은 얘기가 될 정도다. 많은 대장균과 시겔라의 유전체를 함께 분석해보면 서로 분리가 되지 않는다. 시겔라는 시가 독소(Shiga toxin)을 갖고 있는 대장균의 한 그룹, 혹은 아종(亞種, subspecies)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 세균이 일반적인 대장균과는 달리 심각한 감염 증상을 나타내고, 그래서 역사적으로 Escherichia와는 구분되는 독립적인 속(genus)으로 취급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게 유전적으로 대장균과는 유전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세균이니 이 시겔라 속에는 여러 개의 종이 존재한다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LPSN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에는 4개의 종이 시겔로 속에 속한다고 나온다. S. dysenteriae, S. flexneri, S. boydii, S. sonnei가 그것들인데, 사실상 이것들은 동일 종에 속하는 혈청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S. sonnei만 나머지 것들과 구분될 뿐 S. dysenteriae, S. flexneri, S. boydii은 아주 유사한 생리적, 생화학적 특징을 공유한다. 물론 대부분의 병원이나 보건 당국은 이것들은 구분하는데, 이런 구분이 역학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질 환자의 90% 이상이 S. sonnei에 의해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환경이 열악한 저개발국가에서는 S. dysenteriaeS. flexneri가 많이 분리된다. 감염되었을 때의 중증도를 보면 S. dysenteriae가 가장 심한 증상을 보이고, S. flexneri, S. sonnei로 갈수록 증상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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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차별 | 책을 읽다 2022-06-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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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편견의 이유

프라기야 아가왈 저/이재경 역
반니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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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꽝! 한 느낌이 든 부분이 있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아버지와 아들이 사고를 당해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중상을 입는다. 아들이 병원에 실려오자 외과의사가 이 애는 내 아들이라서 내 손으로 수술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5초 내지 10초는 어리둥절해서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읽고 좀 생각한 다음에야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를 깨달았다. 2014년의 실험에서 참가자의 85%가 단숨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인 셈이고, 나 역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스스로 편견을 떨치려고 노력하고, 또 많이 줄여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무의식적인 편견은 내게서 떨어지기가 쉽다는 걸 깨닫게 되고, 이 책을 더 신중히 읽게 되었다.

 

앞의 이야기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편견을 설명하기 위해 든 많은 사례 중 하나다. 정말 많은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가 우리가 편견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으며,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부하는 것 자체가 크나큰 오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 혹은 나아가 남녀에 대한 편견만이 아니다. 인종(물론 인종이라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마땅한 개념이 아니지만, 과학적으로도 유효한 개념이 아니다)에 대한 편견, 외국인에 대한 편견,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 나이에 대한 편견 등등도 마찬가지다. 방금 지나쳐왔지만 편의점 앞에서 무알콜 음료를 마시고 있는 외국인, 그것도 흑인 셋을 보면서 순간 가졌던 생각, 대학원 진학을 타진하는 이-메일을 받고선 국적부터 확인하는 버릇, 금방금방 기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내 바로 앞의 할머니를 보면서 드는 생각 등등. 나는 나를 다시 봐야겠다.

 

인도 출신 여성으로 영국에서 살아가는 행동과학자 프라기야 아가왈이야말로 이런 주제를 다루기에 딱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편견의 일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어떤 그룹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편견의 시작이라는 것이다(이 책에서 아가왈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적지 않게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얘기했을 때 개인의 경험을 보편화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의 경험은 보편적 경험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여자로서, 혹은 남자로서, 한국인으로서, 미국으로서, 베트남으로서 평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것도 마차가지다. 이를테면 미국에 이민 간 한국 출신 가족의 학생이 수학 점수가 뛰어났을 때, “한국인이니까라는 것 역시 집단에 대한 편견의 발로인 셈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은 노골적이고, 어떤 편견은 아주 은밀하다. 인종에 대한, 혹은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가 되고, 혹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노골적인 차별은 사라져간다고 하지만, 대신에 은밀하면서도 더 교묘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우리의 본성이기도 하며, 또 굳이 부정하고 싶지도 않은 의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편견을 갖는 것이 본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생물로서의 본성이기도 하며, 인간으로서 진화한 이후 습득한 오래된 습성이기도 하다. 많은 “~~ 효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이 그것들이다. 이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전제다.

 

그리고는 그런 편견에 따른 차별의 상황들을 보여준다. 어쩌면 내가 저질렀을 장면들도 있고, 혹은 내가 당했을 상황도 있다. 나는 편견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 편견을 가지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편견과 차별, 나아가 혐오가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함으로써 집단 내 단결을 꾀하고, 자신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그 구분이 흐릿해지는 상황에서도 그런 차별이 남아 있는 것은 의도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저자도 편견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다. 본능에서 오는 것이며, 만약 쉬운 문제였으면 그게 지금까지 남아 있을 리도 없다. 저자는 편견을 마주보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편견의 본능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극복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가진 편견의 정체를 인정하고 나서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그래야 반성할 수 있으며, 그래야 노력할 수 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차별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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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과 로버트 켈리 교수 | 책을 읽으며 2022-06-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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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책과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중동은 호색한 셰이크들이 야하게 번쩍이는 왕궁에서 하렘을 줄줄이 거느리고 사는 야만의 세계로 그려졌다. 비교적 최근인 1992년에도 디즈니의 <알라딘> 만화영화의 오프닝 송에는 얼굴을 밉보이면 귀가 잘리는 곳“, ”야만의 세계지만 그래도 여기가 고향!“이라는 가사가 있었던 2019년 버전에는 야만혼돈으로 대체됐다. 알라딘 이야기는 천일야화아랍어 원전에는 있지도 않고, 18세기 초 프랑스어판에 처음 등장한다. 알라딘은 유럽의 아랍 세계와 아랍인데 대한 재구상의 산물이었다. 이는 동화가 해롭고 근거 없는 통념을 창조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 프라기야 아가왈, 편견의 이유(119)

 

프라기야 아가왈의 편견의 이유에서 거의 첫머리에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에게도 화제가 되었던 장면인데, 아가왈이 전하는 그후의 이야기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얼마 전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로버트 켈리가 자택에서 BBC 뉴스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중에 아이 둘이 방이 난입(?)하자 동양인 여성이 황급히 따라 들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얘기다.

 

내가 소셜미디어 포럼을 통해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70%이상(이들 대부분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며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 소개했다)이 방에 들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여성을 유모로 생각했다.”

 

 

 

 

편견의 이유

프라기야 아가왈 저/이재경 역
반니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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