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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요 | 기본 카테고리 2021-01-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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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저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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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지만 TV는 잘 안 보는 관계로 정애리라는 배우를 화면으로 본 적은 거의 없다. 그저 오랜 기간 활동한 연기자라는 정도만 알뿐인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는 선한 영향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연기자 정애리가 쓴 에세이다.

에세이지만 문장이 길진 않아, 시와 산문의 중간 형태의 글들이 대부분인 아포리즘 수필이다. 여기에 본인이 직접 찍었다는 사진과 알려진 시 10편이 곁들여져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연기 생활 40년 이상이라는 그의 눈에는 세상에 하찮은 게 없고, 현재 누리는 모든 게 감사하다. 그의 시선에는 개망초, 담쟁이, 가시나무, 전봇대 등 모든 존재에는 의미가 있다. 특별히 자랑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에 행복이 있으며, 거기에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본문 내용을 채운다.

이 책은 전작 <축복>에 이어 7년 만에 나온 에세이인데, 역시 제목에 "축복"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저자는 인생을 축복이라 여기며 산다.

저자의 가치관은 제목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에 거의 드러난다. 뭔가를 채우려고만 드는 현대인에게 배우 정애리는 그러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이만큼 해낸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우리네 평범한 인생은 그 자체가 축복이라고 조용히 설파하며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아니 어쩌면 죽어라 했는데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지요.

지금 서 있는 자리도 최선이 아닌

차선의 자리가 이어진 것일 때도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준 길을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그럼 또 다른 길을 통해 목적지에 다다르지요.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우린 결국 도착하니까요.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거면 된 거지요.

우린 또 길을 걸어가면 되니까요."

- P 72~73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는 임종을 지키지 못한 딸이자, 딸 지현이의 엄마이고, 잘 알려진 연기자이고, 얼마 전까지 EBS FM 「정애리의 시 콘서트」를 3년간 진행했었고, 드라마가 인연이 되어 취미로 금속공예를 하고, 틈틈이 본인 이름으로 된 책도 낸다. 그 바쁜 와중에 정애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봉사다.

매년 여름 월드비전과 아프리카 오지를 다닌 지 17년, 한국생명의 전화 홍보대사로는 20년, 연탄이 필요한 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연탄은행... 그저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한 훈장 같은 봉사가 아니라, 오랜 활동 기간이 보여주듯 봉사는 그녀 삶의 일부분이다. '바쁘다, 여력이 안 된다, 나중에~' 이런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정애리는 행동으로서 동참을 촉구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일단 시작하자!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도 없더군요.
지금 겪어내는 내가
처음 당하는 것뿐이죠"
- 지혜를 더하는 길, P 129
 

에세이다 보니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2016년 난소암으로 투병한 경험이 담담히 기술된다. 큰 병을 앓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난소암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또 내면의 변화가 있었으리라.

'내려놓음, 비움, 나눔과 봉사' 이런 키워드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주파수가 잘 맞는 행복한 힐링의 시간을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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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 기본 카테고리 2021-01-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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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슬라보예 지젝,이택광 공저
비전C&F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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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했을 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몇 달의 세월이 흐르고 '코로나'라는 단어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전 지구적인 팬데믹으로 위세를 떨쳤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간단한 인연이 아니었던 거고, 일상생활의 기본값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방송이나 출판가에서 코로나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과제가 되었는데, SBSCNBC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라는 4부작을 기획했다. 1부 철학, 2부 정치, 3부 생태, 4부 교육으로 나누어 석학들의 고견을 들어보는 프로인데 그중 1부 철학 편에 나온 석학이 국내에 특히 인기 높은 슬라보예 지젝이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은 1부 철학 편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고, 인터뷰는 제자로 지젝을 만나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경희대 이택광 교수가 진행했다.(위 방송은 네이버 TV에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19 사태는 미래에 올
지구 온난화와 경제 위기에 대한 예행 연습일 뿐이다."
- 유럽의 철학자, 브루노 라투르, P 95
 

우선 대담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코로나에 대한 몇 가지 전제다.

1.

코로나 팬데믹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에 가해진 오지심장파열술1이다.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무한 성장을 꾀한 자본주의 체제가 더는 계속될 수 없다는 징후이고,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다.(P 84)

결국 이 모든 사태는 궁극적으로 기후 변화를 비롯한 자연재해에서 유래되었다.

☞ 오지심장파열술1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상대의 심장 주위의 혈맥을 터뜨리고 결국 심장을 파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최강의 암살 기술로 영화 <킬 빌 2>에서 베아트릭스가 빌에게 사용한다.

2.

세계는 '코로나 이전 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 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코로나가 종말을 고한다 하더라도 결코 코로나 이전의 라이프스타일로는 돌아가기 힘들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그만큼 본질적이고 창대하다.

3.

코로나는 끝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언제든 '제2, 제3의 코로나'는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뉴노멀')이며,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대처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철학자 지젝의 지혜를 구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기존에 선진국으로 추앙받았던 미국이나 유럽의 민낯을 보았다. 위기에 실력이 드러난다고 코로나에 대한 대응은 다소 기대 이하였고, 오히려 한국, 홍콩,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대처능력이 돋보였다. 여기에 미국이나 유럽은 자유주의 정서가 강하고, 아시아 국가들은 국가의 통제가 심한 전체주의 경향이 강하다는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어디 가나 QR 코드를 통해 동선이 파악되고, 시시때때로 재난 관련 문자가 날라오다 보니 마치 빅브라더가 현실에 나타난 느낌마저 들지만, 지젝은 최소한 공공의 안전이라는 '선한 이유'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다소 불편할 순 있지만 필요악이라는 견해로 읽힌다.

"생물학적 바이러스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이데올로기 바이러스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가짜 뉴스, 편집증적인 음모론, 인종주의 같은 것들 말이예요. 제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문제들이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 P 89~90
 

코로나 같은 재앙이 일상을 침범했을 때, 역시 빈부의 차이는 후과(後果)가 크다.

고소득층은 부동산이라든가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을 통해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키면서 큰 타격 없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버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언택트 기조 속에 버티기가 힘들다. 단골 카페는 물론, 심지어 오래된 노포 음식점마저 폐업한다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한국은 택배 강국이라 비대면으로 온라인 주문만 하면 편하다 하지만, 이는 택배 근로자의 노동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결국 누군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현재 세계에는 빈곤한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어쩌면 바이러스의 위협보다 더 좋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감염의 위험성보다는 당장 식구들을 먹여살리고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이 더 시급한 사람들 말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양극화는 더욱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P 87~88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각자도생이라곤 하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을 모른 척 넘어가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코로나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으로 인한 후폭풍은 사회적, 국가적 대안이 필요하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고 보다 근본적인 숙고가 필요하다.

그럼 코로나로 인해 바뀐 뉴노멀 시대에 지젝의 대안은 무엇일까?

지젝은 조심스럽게 '전시(戰時) 공산주의(communism)'란 개념을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산주의는 구 소련이나 북한, 중국처럼 국가체제로서의 공산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 공적 영역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적어도 '공공의 것'은 공공재로 남겨둬야 한다는 개념인데, 어떤 위기 상황에도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 예를 들면 물, 전기, 쓰레기 처리, 인터넷 등은 최소한 보장돼야 한다는 거다. 이러려면 역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코로나 백신을 맞는데 비용이 아주 비싸서 저소득층은 접종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되겠나?

지젝은 적어도 자신이 공산주의라고 부르는 최소한의 공공 영역이란 기본 요소는 살아남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가 보기에 지금은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발명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이다.

 

코로나가 세계적인 감염이 되면서 나라마다 이동이 차단되다 보니 자연스레 폐쇄적인 쇄국정책을 취하게 된다. 미국은 코로나 발병지로 중국 탓을 하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단행하고, 이방인에 대한 혐오는 커진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순식간에 전 지구로 퍼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특정 나라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아프리카의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발병한 또 다른 팬데믹이 '제2의 코로나'가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

그래서 지젝은 결론으로 '전 지구적인 나눔과 협력'이 바탕이 되는 새로운 국제주의를 제안하며 대담을 마친다. 여기에 이택광 교수는 뉴노멀 시대의 키워드로 '그린 Green, 생명 Life, 인류애 Humanity'를 덧붙인다.

200여 페이지에 불과한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은 지젝의 이름을 달고 나온 책 중에선 가장 읽기 편하지만,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적잖은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다.

 

에필로그 >

대담의 마무리, 이 교수는 지젝에게 한국민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한다.

지젝은 자신은 오히려 한국인의 대응을 보며 배우는 입장이라고 특별히 더할 말이 없다고 한국을 높이 평가한다.

대담 이후 작년 말 한국은 백신 확보에 있어서는 지각생이란 사실이 드러났고, 동부구치소에서 보듯 방역에 있어서도 일부 허점이 밝혀졌다. 늘 한국 상황을 모니터링한다는 지젝의 현재 견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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