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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기억해야 할 유대인 여행자 | 기본 카테고리 2021-03-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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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자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저/전은경 역
비채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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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토 질버만.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고, 사업체를 운영하고 하녀를 두고 살며, 아들은 프랑스로 유학보냈다. 한마디로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축적한 점잖은 중년 신사 독일인이다. 1938년 유대인 대박해의 단초가 되는 일명 '수정의 밤'이 벌어지기 전까지 말이다.

외모도 전형적인 아리안인처럼 생겼고, 독일인 부인과 사는 그는 유대인 혈통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체포되고 공격당하는 신변의 위험에 처한다. 사태는 너무나 급박하게 변하고, 이 정도까지 악화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함께 참전했던 오랜 동업자는 갑자기 동업을 파기하고, '때는 이때다'라고 업자는 집을 헐값에 거의 뺏으려고 하고, 단골로 다녔던 호텔 매니저는 그를 쫓아내고, 질버만에게 신세를 졌던 부인의 오빠는 피신한 부인을 만나려는 질버만의 방문을 단호하게 차단한다.

가만히 집에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질버만은 동업자 베커에게 받은 일부 자금을 들고 독일의 여러 도시를 목적 없이 부유한다. 돈이 있고 유대인으로 보이지 않기에 그나마 가능한 옵션이다.

일반인들은 평생 모아도 만지기 힘든 거액을 들고 다니고 일등석이 익숙한 질버만이지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등석에서 이등석으로, 이등석에서 다시 삼등칸으로 좌석을 고의로 다운그레이드한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줄 여인을 만나 억지로 찾아가도 보지만 남는 건 공허함뿐이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그는 일평생 독일인의 정체성으로 살았기에 어느 날 갑자기 자기에게 부여된 유대인이란 주홍글씨를 결코 인정할 수가 없다. 비슷한 처지의 유대인을 만나도 동지애보다는 저들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벨기에 국경을 넘으려는 마지막 희망마저 실패하고, 마지막 재산인 돈이 든 서류 가방은 기차에서 분실하고야 만다. 차마 목숨을 버릴 용기까지는 없는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라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건 그렇고, 나는 생각이라는 걸 이제 더는 하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습관을 버렸어요. 모든 것을 견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 20쪽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살면서 자기 일을 하고, 저녁에는 맥주를 마시고, 멋진 카드놀이를 하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는데 말입니다." - 171쪽

질버만의 비극이 더욱 처연한 이유는 그가 상류층의 삶을 살았기에,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오는 낙차가 훨씬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선택지 없는 개인의 삶은 작가 자신의 이력과 겹쳐지면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보슈비츠의 아버지 역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였고, 어머니는 정치인 집안 출신의 독일인이었다. 나치가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는 뉘른베르크 법을 제정하자 보슈비츠 가족은 독일을 떠나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벨기에를 거쳐 영국에 정착한다. 이 와중에 보슈비츠는 수없이 경찰에 체포되고 추방되길 반복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에 있던 그는 이번에는 독일 국적자라는 이유로 적국인으로 분류되어 격리되었다가 1940년 호주의 포로수용소로 옮겨졌다. 독일에선 유대인이라고 박해를 피해 타국을 떠돌았는데, 이제는 독일인이라고 수용소에 가야 하다니...

연배로 보자면 <여행자>의 주인공 질버만은 보슈비츠의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된 듯하고, 보슈비츠는 소설 속 프랑스에서 아버지의 도피 방법을 알아보는 에두아르트에 가깝다. 하지만 보슈비츠의 삶 역시 '여행자'의 인생이었다. 그는 영국 귀환이 결정되어 배에 올랐다가, '최초 그에게 국적을 준'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해 사망했다. 그의 나이 불과 스물일곱 살이었다.


여행의 낭만이라고는 1도 없는 <여행자>를 읽으며, 과거 일제 치하 '조센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저기서 위협을 당하고, 목숨까지 읽었던 한민족의 아픈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다.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가 그냥 귀국선에서 사망한 27살의 꽃다운 청춘이었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을 거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보슈비츠는 <여행자>를 남겼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모국에서 <여행자>가 독일어로 출간된 건 2018년, 1938년 보슈비츠가 초고 <여행자>를 집필한 지 무려 80년이 지나서였다. 이 책이 바다 건너 눈밝은 출판사 편집자에 의해 한국에서도 2021년 출간된 것이다.

보다 널리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읽어 반드시 기억돼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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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만나야 할 플랫폼 서적 | 기본 카테고리 2021-03-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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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마이클 쿠수마노,데이비드 요피,애너벨 가우어 저/오수원 역
부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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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배달'하면 가장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철가방, 짜장면... 이런 정도일 거다.

배달은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일거리였고, 디지털하고는 은하수만큼 먼 아날로그 3D 직종 아니던가. 그런 낙후된 영역이 특별한 사업이 되리라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다.

배달을 플랫폼화(化) 시키자 그 사업성은 놀라웠다. 김봉진 의장이 창업한 배달의 민족은 신화가 됐다.

창업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으로 만루홈런을 쳤다.

 

(디지털 뉴노멀 시대를 지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원제 THE BUSINESS OF PLATFORMS : Strategy in the Age of Digital Competition, Innovation, and Power)

보통 제목에 '~의 모든 것' 이렇게 들어가면 이름값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다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 30여 년간 연구해온 3인의 '전문가' 교수들이 그간의 결과물을 고농축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다소 학문적인 이론도 일부 나오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들어본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업계의 흥망성쇠를 역동적으로 소개하는지라 지루하지 않게 페이지는 넘어간다. '플랫폼'의 이름을 달고 나온 무수히 많은 도서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책이다.


본문 내용을 살펴보자.

플랫폼, 플랫폼 하는데 과연 '플랫폼 사고'는 어떤 것인가(1장), 플랫폼의 위력을 설명할 때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위협 요소인 멀티호밍(2장),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4단계 기본 전략(3장), '실패에서 배운다' 알려진 플랫폼 기업들의 실패 사례(4장), 전통 기업이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법(5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비례해서 커지는 사회적 책임 '플랫폼 거버넌스'(6장), 향후 10년을 지배할 플랫폼의 미래(7장)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 예측한다. 불필요한 내용, 군더더기가 일절 없고 내용은 알차고 충실하며 현실감이 넘친다.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 컨설팅을 수행한 저자들은 이론뿐 아니라 실무적인 접근에도 능하다. 여기다 2장부터는 장의 말미에 핵심을 정리한 '플랫폼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방점을 찍는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란 제목에 부끄럽지 않은 명쾌한 책이다. 고수의 숨결이 느껴진다.

 

기업의 생존 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살인을 하면 기껏해야 한 명을 죽이는 결과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간 경쟁에서 패하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사지에 몰릴 수도 있다.

누구나 플랫폼, 플랫폼 하지만 이 또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모든 기업이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그러나 시장을 디지털 기술로 플랫폼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의 근간이 바뀌거나 업계 관련 상식과 지식이 낡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 102쪽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이는 곧 죽음이다. 그래서 전통 기업들도 플랫폼 시대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늙은 개 Old Dogs'를 위한 전략으로 3가지를 밝혀 놓았다.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기존의 플랫폼을 사들이거나, 플랫폼에 속하는 것이다." - 63~64쪽


MS는 자사 윈도우를 설치하면서 자동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깔았다. 그러니 초창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넷스케이프는 경쟁이 될 수 없었고, 얼마 되지 않아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다. 그랬던 MS는 적수가 없다고 자만하다가 구글을 등에 업은 크롬을 만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익스플로러는 지는 해, 크롬은 뜨는 해'가 된다.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MS도 윈도폰이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시장에 참전한 적이 있었으나 결국 완패하고 만다. 여기서 우린 '플랫폼 시장의 승자는 대체로 최상의 상품이 아니라 최상의 플랫폼'이라는 플랫폼 경쟁의 핵심 원리를 알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이미 생태계를 만든 상태였고, '애플빠'로 표현되는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부가 가치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얻는 세계 전체 이윤 중 90%를 가져간다.

이런 흥미로운 사례가 수두룩하다. 거기다 최근 페이스북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공정성 문제에 민감해지는 트렌디한 내용도 6장에서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관련 기업에 종사하거나, 사업 차원에서 플랫폼 활용을 고민하는 개인은 물론, 플랫폼 기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이 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순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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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스마트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21-03-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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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저
문학나무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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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야 거짓말」로 제1회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수상한 주수자의 단편집 <빗소리 몽환도>가 영어판 발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양장본인데다 소설집의 분위기를 잘 구현해낸 표지도 예술적이고, 수록된 단편 중간중간에 장성순 화백의 그림이 곁들여저 소장의 가치를 높였다.


현대인들이 인내심이 부족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짧은 동영상조차 끈질기게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빠른 배속으로 영상을 볼 수 있게끔 한다. 이런 시대에도 누군가는 소설을 읽긴 하지만, 글쎄다... 아무래도 활자의 위력이 예전같지 않음은 분명하다.

<빗소리 몽환도>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단편보다도 훨씬 짧은 초단편의 미학에 몰두한다. 이런 초단편을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운영하는 출판사 문학나무 측은 '스마트소설'로 명명했는데, 앞으로 '스마트소설 한국작가선'이란 기획으로 계속 책을 낼 모양이다.(이 책이 '작가선' 1권) 책의 뒤편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금은돌은 이런 형식을 '미니픽션'으로 칭하고 있다.

작년에 읽은 박금산의 <소설의 순간들>에서도 이런 짧은 단편들을 접한 바 있었는데, 이를 엽편(葉篇) 소설, 영어로는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이라고 한다는 걸 알았었다.

뭐라고 명명하든 주수자의 <빗소리 몽환도>에는 17편의 초단편이 실렸다. 가장 짧은 「어머니의 칼」은 불과 2쪽이고, 평균 4~5쪽의 작품들이 많다.


주수자의 이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단 생각이다.

저자는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20년 이상 프랑스, 스위스, 미국에서 해외 생활을 했으며 소설가일 뿐 아니라 시인이기도 하며 심지어 희곡도 쓴다. 소설이라는 하나의 준거 틀로 가두기에는 다양한 예술 기반과 문화적인 체험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고, 이는 여기 소개된 미니픽션에 뼈와 살이 되었으리라.

시와 소설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이력은 짧은 소설이지만 시(詩)에서 만날 수 있는 시적인 심상(心象)을 만나게 하고, 미술에 대한 깊은 조예는 「거짓말이야 거짓말」(- 백남준을 추모하며), 「수사반장의 추상예술 감상」 같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본인이 쓴 소설 주인공을 현실에서 만난다는 연극적인 면모의 표제작은 연극으로 무대에 섰고.

 

사실 <빗소리 몽환도>의 단편들이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진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소설 글쓰기 방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 느껴졌는데, 이는 아마도 주수자의 차원 높은 형상화의 맥을 부족한 내가 제대로 짚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글쓰기의 틀에 저자의 내공과 상상력을 담기에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고나 할까.

스마트소설이라는 현대적인 형식이나, 전방위적 예술가인 주수자의 글쓰기나 독자들에게 새로운 별식(別食)으로 다가가기에 충분하다. 재독을 요하는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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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확신뿐! | 기본 카테고리 2021-03-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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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확신

롭 무어 저/이진원 역
다산북스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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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이니 '벼락거지'니 돈에 민감한 시대다 보니,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서점가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자의 속성에 대해서 잘 알고, 지름길로 안내하겠다는 '머니 멘토'들의 서적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있는데, 영국 출신의 젊은 백만장자 롭 무어는 최근 떠오르는 부자 구루 중 한 명이다. 그의 전작들인 <레버리지>, <머니>, <결단>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 <확신>의 부제는 "최고의 나를 이끌어내는 부의 심리학"이다. 이 책의 처음과 끝은 '자존감'이란 단어로 설명된다. 원제는 <I'M WORTH MORE>인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고, 더 강하고, 대접받을 만한 인물이다' 뭐 이런 의미일 거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며, 지금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 P 274

이 문장이 <확신>이란 책의 핵심 주제라고 판단된다.


"이 책은 15년 동안 수십만 명에게 꾸준히 받아왔던 질문, 즉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깨닫고 잠재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답이다." - P 8

롭 무어가 <확신>을 쓴 집필 동기다.

이 책은 시종일관 자신감, 자긍심, 자기애,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굳이 '현대는 자기 PR의 시대'란 화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화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게 롭 무어의 따뜻한 조언이자, 본인의 경험담이다. 이건 근자감이나 자뻑하고는 궤를 달리한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특별히 똑똑하지 않은데...' 대부분 이런 사고방식에 젖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지만 저자는 책에 소개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별거 아닌 아이디어가 커다란 사업 성공 아이템으로 변한 성공담, 인생역전의 스토리를 전하면서 독자들을 고무시킨다.

'에이, 뭐 그런 건 다 소수의 특별한 경우 아닌가?'라고 딴지를 건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독자의 선택이다. <확신>에서 어떤 부분을 취사선택하는가는 당신의 확신에 달렸다. 제발 기억하자, I'M WORTH MORE!

"당신은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다. 당신 자신만 인정해주면 된다. 당신에게는 타인의 사랑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사랑이 필요하다." - P 113


경제적인 부를 이루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 기본 마인드를 재고(再考) 하길 독려하는 <확신>은 자기계발을 위한 심리학 서적에 가깝다.

자기 가치를 스스로 저평가하지 말고, 안 좋은 과거의 기억에서는 벗어나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평정심을 갖고, '나는 무슨 일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강한 자기 확신을 강철같이 견지하고, 평생 돈에 대해 배우려는 겸손한 학생으로 남는데 전념할지어다.

"당신은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배우지만, 실은 돈이 당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한다." - P 330

롭 무어는 자존감을 성공을 위한 확신으로 바꾸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제6원칙에서 드디어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의 창출 공식'을 선보인다.

 

"부 Wealth = (가치 Value + 공정한 교환 Fair Exchange) * 레버리지 Leverage

W = (V + FE)*L" - P 306

간단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부의 창출 공식'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당신이 열정을 존중하고, 열정을 직업으로 바꾸고, 시장에 봉사하고, 부의 창출 공식을 이루는 요소들인 가치, 공정한 교환, 레버리지 사이에 균형을 맞출 때 돈의 연금술사가 된다." - P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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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를 지켜낸 분들께 | 기본 카테고리 2021-03-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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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저/조동섭 역
밝은세상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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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 유통되는 매체는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였더랬다. 세월이 흐르고 결혼을 할 무렵 레코드는 수백 장에 달했는데, 신혼살림 규모에 처치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미 시장의 흐름은 LP가 아닌 CD의 시대였다.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리고 듣는다는 건 구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돼버렸고, 아무래도 레코드를 감상하려면 공간을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모은 레코드 역시 적잖은 공간이 필요했다. 시대의 흐름에 반항하느라 레코드와 CD로 동시에 신보가 발매돼도 한동안 CD를 사지 않고 레코드를 사며 버티기도 했으나, 결국 와이프의 잔소리와 물리적인 공간의 문제, 장강의 뒷물결에 떠밀려 몇 백 장의 레코드는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습성이 변한 건 아니어서 CD 컬렉션 역시 빠른 속도로 많이 늘었다. 다만 CD는 부담스러운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라도 컴퓨터에서도 아쉬운 대로 들을 수 있고, 모은 CD 역시 레코드에 비하면 그다지 큰 공간이 필요하진 않다. 다만 과거 레코드로 샀던 추억의 명반들이 하나 둘 CD 수납장에 재등장하게 되었고, 이산가족을 다시 만난 소회에 젖기도 했다. 사라질 듯 여겨졌던 레코드는 끈질기게 소수의 음악팬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했고, 피지컬 CD는 아이돌 문화의 기념품같이 변한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레코드는 부활했다. CD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레코드는 복권되는 시대, 명반이 복원돼도 CD가 아닌 레코드로 재발매되는 시대. 지난 세월 도대체 난 뭘 한 거지?


영국 작가 레이철 조이스의 2017년작 <뮤직숍>은 지나간 나의 음악 여정(!)을 반추하게 만든다.

쇠락한 동네에서 전혀 장사가 될 거 같지 않은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프랭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자개 옷장을 개조한 청음실을 구비하고, 오로지 레코드만을 취급하지만 소설의 대부분 사건이 벌어지는 1988년은 CD가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는 시기로 레코드는 애물단지가 되고 음반사들은 떠오르는 신세기 아이템 CD 판매에만 관심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LP 판을 아버지 삼아 자란 프랭크는 사랑에도 실패하고 오로지 음악에 기대어 세상을 사는데, 가게에 들른 고객들의 고민을 들어주다 적합한 음반을 추천하는 게 이곳의 자연스런 영업 방식이다. 그의 선구안은 소원한 부부 관계를 회복시키고, 불가능한 대출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묘한 경지다.

시대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레코드 순혈주의를 고수하고, 개발의 떡고물에 흔들리지 않는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은 아날로그 정서에 가치를 버리지 않는 희귀종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깊은 연대감을 보여준다. 이 동네에 일사 브로우크만이라는 독일 이름을 가진 이방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왜 늘 장갑을 끼고 절대 벗지 않을까?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연애담을 봐왔다. 소설로, 드라마로, 영화로...

남녀 주인공은 뭔가 그늘이 있고 사연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첫눈에 반하지만 과거의 무언가가 발목을 잡고 일단 위기가 닥친다. 우회로를 거치지만 결국엔 해피엔딩!

이러한 로맨스 작법은 <뮤직숍>의 주인공인 프랭크와 일사의 러브 라인에서도 충실히 재현된다.

레코드 가게를 배경으로 하는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를 떠오르게 하는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음악 그 자체다. 과거나 현재나 프랭크는 음악의 세계에서 살고, 거기서만 존재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음악을 편애할 리가 없다. 클래식부터 펑크, 소울, 록, 재즈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리스트는 비발디, 제플린, 10CC, 아레사 프랭클린, 섹스 피스톨스 등 방대하다.

프랭크의 가게는 장르별, ABC 순이 아닌 '정서와 뿌리가 같은 음악들'로 느슨하게 배열되어 있단다. 그런 장관을 현실의 음반 가게에서도 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프랭크는 일사에게 음반이 들어 있는 가방을 건넸다. 《월광 소나타》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비치 보이스의 《펫 사운즈》앨범이 들어있었다." - P 194


더블 앨범처럼 소설은 ABCD 네 개의 면으로 구성됐다. C면을 읽고 D면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2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설의 엔딩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기다림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나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황홀경이었는데,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면서 음악을 잃어버린 프랭크에게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음악의 광대한 바다에 빠졌던 청춘기를 거친 독자라면 간만에 만나는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소설이다. 스트리밍의 시대에도 굳건히 레코드를 지킨 분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소설이요, 영화 제작자라면 판권 확보가 시급한 작품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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