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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정신으로 충만한 여행기 | 기본 카테고리 2021-04-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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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숨차게보단 벅차게

우승제 저
바른북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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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따라 러시아와 남극보다도 춥다는(!) 강원도 철원의 백골 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 2월 11일 자로 만기 제대한 우승제 병장은 복무 기간 중에도 여행의 꿈을 만지작거리며 키워 '전역 후 나 홀로 세계 일주'에 도전한다. 많은 여행기 중에서 저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청춘유리의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였다고 하는데, 저자는 대부분 여행기가 여성들에 의해서 쓰였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남성 작가들도 물론 여행기를 내지만, 아무래도 말랑말랑한 '갬성'이라든가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팬시한 사진, 맛난 거 먹고 물 좋은 카페 가는 다소 트렌디한 여행이 대다수 독자들을 대리만족시키기 때문 아닌가 싶다.

아직 군기가 빠지지 않은 '진짜 사나이'(♩♪♬) 우승제는 치밀한 계획이나 넉넉한 예산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남아 있는 군인정신 '맨주먹 붉은 피'로 '어떻게든 되겠지 뭐' 자세로 세계 일주에 도전한다. 무모하게, 투박하게, 절실하게, 그리고 숨차게보단 벅차게!

"그때부터 막연하게 책을 낸다면 '스펙 싸움으로 치열하고 바쁘게 살기보단 가슴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자'라는 뜻으로 <숨차게보단 벅차게>라고 짓자 마음먹게 되었어요." - 바른북스 저자 인터뷰 중에서

이 책의 출간 역시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여러 군데 출판사 문을 두드린 결과라고 한다.


대부분 여행기의 구성은 이렇다.

여행의 흥분과 설렘이 표현되고, 좋았던 기억과 감동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다가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나 삽질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된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광경을 열심히 사진으로 남기지만 그보다 강한 기억은 대부분 거기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생긴다. 길 위에서는 안 좋은 인간들도 만나지만, 예기치 못한 환대에 감동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언젠가는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 다짐한다.

<숨차게보단 벅차게>도 구성에 있어서는 이 패턴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책의 후반부 '여행을 가보지 않은 자, 여행을 한 번만 다녀온 자, 장기 여행자'로 대상을 구분해서 여행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일반적인 내용이라 굳이 왜 넣었나 모르겠고, 단행본에서 이 정도 분량을 잡아먹을 콘텐츠는 아니라고 본다.

저자에겐 근래 보기 드문 헝그리 정신이 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빡빡한 계획보다는 직접 부딪쳐서 해결을 보는 스타일이고, 애당초 넉넉한 여비를 들고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 우승제의 여행은 엄밀한 의미에서 세계 일주는 아니고, "대부분 유럽 여행 + 산티아고 순례길 + 호주 워킹홀리데이 + 일부 아시아 여행"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그는 아직 젊고 여행의 갈망이 강하니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면 책에 밝힌 바대로 터키와 남미,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에 도전할 거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세계 일주는 완성되리라 예상되며 또 다른 여행기로 우리 앞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

 

여행의 출발 무슨 원대한 목표가 있어 런던을 택한 건 아니다. 단지 2017년 9월 11일 출발하는 날 가장 싼 곳이 런던이었기에 일단 시작을 런던으로 정했고, 그나마 도착해서 숙소 예약 바우처를 보니 도착일이 아닌 그다음 날로 예약이 되어 있어 잘 곳이 없었단다. 출발을 이렇게 하는 식이니 계획성과는 태평양만큼이나 거리가 있는데, '원래 계획 없이, 하염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거니는 여유로운 여행을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고백하는 인물이다.

터키로 행선지를 잡았지만 비행깃값이 너무 비싸 고민하던 중 손님으로 왔던 아는 형의 연락으로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 동행하고, 순례길 일정이 끝나자 일행들은 모두 각자 계획한 다음 행선지로 떠나지만 저자는 '다시 어딘가로 떠나야 했기에 휴대폰을 꺼내 들어 목적지를 찾기 시작'하고, 꿈꿨던 크로아티아 여행을 마치곤 제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슬로베니아로 향한다. 적응력과 즉흥성에 있어서는 진짜 갑이다. 놀라운 건 물가 비싼 일본에서 남은 돈이 8만 원뿐이었을 때, "돈이 없으니 일본으로 와서 밥을 사 달라"라는 농담 반 진담 반 문자에 호응해서 이틀 뒤 도쿄로 온 친구가 진짜 있었단 사실이다. 역시 친구를 보면 친구를 안다.


이 책에도 목표했던 곳을 방문했을 때의 감격과 흥분이 생생히 전달되는 순간이 있다. '여행의 성취'라고나 할까.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부다페스트의 야경,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사하라 사막의 장관(저자에겐 그간 다닌 여행지 중 가장 좋은 곳은 단연코 '모로코'라고), 사랑스러운 도시 류블랴나를 가진 슬Love니아... 여기에 고마운 인연들의 미담도 당연히 추가되지만.

그러나 정작 우승제의 여행기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개고생한 이야기들이다. 워낙 이런 내용이 다른 여행기에 비해 많기도 하거니와 '여행의 성취'보다 저자는 이 부분 묘사에 강점이 있는 듯하다.

보통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에 평균 배낭 무게는 6~8kg이라는데, 세계 일주 중에 (아마도 즉흥적으로) 결정된 순례길이기에 저자의 배낭은 18kg. 세상에나, 그걸 메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이게 순례야 완전군장 행군이야. 혹시 저자는 군대 행군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던 걸까! 저자는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묵묵하게 순례길을 걷는다.

유럽 배낭 여행족이라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함정, 소매치기를 당해 저자 역시 카드를 분실한다. 이후 여행은 보이는 한국인들에게 은행 어플로 먼저 계좌이체를 하고 atm에서 인출해 현금을 받는 식으로 여행을 지속했다는데 이 역시 아무나 도전해선 살아남지 못할 비기(秘器)다. 길에서 개한테 물리기도 하고, 먹은 음식이 잘못돼서 며칠 고생하고, 돈이 떨어지면 일을 해야 하고 일하다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실수를 연발하고, 호주에선 질이 안 좋은 한국인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그렇게 해도 자금 사정상 하루 끼니는 1~2번 아니면 굶는 날이 태반이었고, 탄산을 먹으면 잠시나마 배부르니 콜라 1.5L로 이틀을 버티기도 했단다. 가슴이 벅차기보단 숨이 차온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며 설레며 살아가거나,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거나, 나는 되도록이면 전자 같은 삶의 태도를 견지하려 한다." - 123쪽


 

낭만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투박한 여행기다. 어떤 독자들은 '뭐, 이렇게까지 해서 장기간 해외여행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 수 있겠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고, 짝퉁의 판단은 명품을 잘 아는 자만이 익숙하다. 싸구려 숙소에서 아무리 베드버그에 시달려도, 밥 대신 콜라로 끼니를 때워도, 저가 비행기로 오랜 시간 불편한 비행을 해도 여행의 마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2017.09.11 - 2019.11.28

중단 없이 여행을 한 건 아닌 걸로 보이지만, 책의 안쪽 날개에 표시된 저자의 여행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눈에 담은 풍경, 평범한 한국의 일상과는 다른 시간들, 길에서 만난 인연, 좌충우돌한 경험, 보고 들은 모든 기억은 저자 평생의 자양분으로 저장될 거다. 보통 여행기에서 기대하는 센티멘털한 감성은 아니지만, <숨차게보단 벅차게>는 군복 기운이 아직 덜 빠진 거칠고 격한, 그래서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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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 기본 카테고리 2021-04-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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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컨페션

제시 버튼 저/이나경 역
비채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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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봄직한 토끼 그림 표지가 눈길을 끄는 <컨페션>은 제시 버튼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엄마의 부재로 고통받은 로즈는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아빠로부터 놀라운 정보를 듣게 된다. 단 두 편의 소설로 거의 레전드 반열에 오른 콘스턴스 홀든(코니)이 엄마의 애인이었으며 사라진 엄마의 비밀을 알만한 유일한 사람이라는걸. 로즈는 의도와 우연이 겹쳐 코니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과연 로즈의 엄마 엘리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두 개의 시간대에서 이야기는 평행선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2017년 이후 현재의 로즈를 따라가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 과거의 엘리스를 따라간다. 두 이야기의 교집합은 유명 작가 코니다. 결국 '엘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고 있기에, 500쪽이 넘는 벽돌 분량이지만 페이지 넘기는 속도는 빠르다.

중요한 건 '엘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소설의 동력은 일종의 맥거핀이란 사실이다. 코니의 입으로 어느 정도 사실이 밝혀지지만, 최종적으로 물음표가 지워지진 않는다. 병렬된 두 개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결국 <컨페션>은 '로즈의 자아 찾기'였던 셈이다.

"로즈. 당신이 정말 엘리스를 찾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엄마를 찾고 있었어요."

코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개념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던 거죠." - 482쪽

로즈에게 '엄마'는 이게 선결되지 않으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 반드시 해결돼야 할 화두였다. 그래서 해결의 실마리, 코니의 존재를 알았을 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부딪쳐서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로즈가 흘리는 고통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욱 단단해져서 인생의 다음 항로를 준비하는 로즈의 모습이 눈부시다.

 

제시 버튼의 재능이 다시금 빛난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페미니즘 성향이 보이지만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새삼 돋보인다. 특히 생생한 캐릭터 구축은 동시대의 작가들 중 선두주자가 아닌가 싶다. 엘리스, 로즈, 코니 3명의 주연 외에 켈리, 조이, 바버라, 욜란다까지 모두 펄떡펄떡 살아 숨 쉰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단 세 편이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향후에 나올 작품도 제시 버튼의 이름은 믿고 고를만하다.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들 몫이라고 한다. <컨페션>을 읽고 나서도 독서모임의 합평이 가능할 만큼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거다. 두 개의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여성의 사회적 위상, 엘리스의 심리 분석, 엘리스의 현재...

내세울 것 하나 없고, 남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자신의 인생에서만큼은 누구나 주연이다. <컨페션>은 자기 인생에서 주연 자리를 찾아가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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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독서법의 마법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4-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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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목차 독서법

최수민 저
델피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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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일독일행 / 군대에서 하는 미라클} OOO.

모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앞의 단어 세 개에 공통적으로 이어지는 세 글자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독서법'이다. <일독일행 독서법>, <군대에서 하는 미라클 독서법>... 모두 출간된 저서다.

세상에는 독자들을 독서의 바다로 권면하는 수많은 '독서법'이 출간되어 있다. 이번에는 최수민의 <목차 독서법>이다.

 

독서가 왜 좋은지는 누구나 다 안다. 인간이 하는 다양한 행위 중에서 독서는 바람직한, 권장할 만한 행동으로 인정받는다. 왕년에 학교 다닐 때 취미란에 독서라고 의례 한 번쯤은 적은 기억이 있지 않던가?

책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하면 당연히 더 많은 책을 읽는 다독의 길로 접어든다. 어느 순간 독서 애호가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렇게 많은 양서를 읽었음에도 조금 지나면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을뿐더러, 독서로 인해 정작 본인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다지 변화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렇게나 많은 성공,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읽었건만 왜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인 거지?

독서가들의 바램은 책을 읽으면 알파고만큼은 아니어도 책 내용이 오래 기억돼서 필요하면 다시 끄집어낼 수 있고, 책에서 영향받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모여서 어제 보다 나은 내가 되는 플러스 효과를 바란다. 책의 생명력은 오래갔으면 좋겠고, 실생활에서 활용도는 높았으면 하고 바란다.

최수민 저자도 아마 비슷한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우연한 기회에 목차를 적기 시작했는데 그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자신만의 '목차 독서법'으로 완성되었다.

'목차 독서법'은 책의 앞부분에 나와 있는 목차를 별도 노트에다 옮겨 적는 게 핵심이다. 여백이 있으면 기억해 둘 중요한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적어도 좋고, 책 내용을 한 줄로 표현해 놓는다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목차가 한 권 한 권 쌓이면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목차 노트 자체의 목차가 필요하다.


일목요연한 목차는 책의 핵심이요 기본 설계도다. 저자가 한 권의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대/중/소 분류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게 바로 목차고, 목차는 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목차의 순서, 대/소 분류만 잘 봐도 어느 정도 저자의 의도가 읽힌다. 또한 본문 내용의 핵심을 요약해서 한 줄로 만든 게 바로 크고 작은 목차의 제목이니, 책의 뼈대라고 할 수 있으리라.

나 역시 새로운 책을 접할 때 우선적으로 목차를 매우 유심히 읽는다. 처음으로 책과 눈을 맞추는 단계이며,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이젠 목차만 봐도 대략적으로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어느 정도 심혈을 기울인 역작인지 판단이 서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간이 경쟁하는 출판계에서 알려진 저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책 제목이 중요하다. 제목에 끌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접하는 부분이 바로 목차다. 목차의 중요성과 효용 가치는 굳이 자꾸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 보니 목차만 모아서 별도 노트에 정리하는 습관은 그 책의 정수를 내 것으로 하는 필살의 노하우라는 게 최수민의 주장이다. 목차 노트에 적힌 목차만 다시 봐도 그 책의 기억이 다시 소환될 수 있으며, 개별 목차를 통해 다시금 필요한 부분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췌독이 가능하다는 것도 '목차 독서법'의 강력한 효능이다. 저자는 읽은 책은 물론, 읽지 않은 책이라도 목차를 정리하길 권한다. 서점에 가서든, 인터넷 서점에서 관심 가는 책을 만나든.

 

"목차를 읽으며 노트에 적고 적은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의 핵심을 기록한다면,

비록 책의 일부분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 정확하고 명확한 의미를 줄 수 있다." - 66쪽

 

'목차 독서법'이 좋다는 건 잘 알겠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독서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귀차니즘이라는 악마의 유혹을 만난다. 구태여 그걸 노트에다 필사할 필요가 있을까? <목차 독서법>에도 나와 있듯 컴퓨터에 문서로 입력해 놓으면 안 되나, 사진을 찍으면 간단한데, 인터넷 서점에서도 충분히 목차 정도는 확인이 가능한데...

쉽게 얻는 건 그만한 가치가 없는 법이다. 이렇게 쉬운 방법과 내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한 목차 노트의 가치가 분명 같을 수는 없다. <필사 독서법>이란 책도 있고, '쓰기'의 막강한 힘은 이미 검증받은 바 있다. 간절히 원하는 바를 종이에 쓰면 이루어진다잖나. 저자는 '독서가 읽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본문 내용은 '목차 독서법'을 저자가 개발하게 된 계기, 필요한 이유, 차별성, 방법 등으로 꾸려져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목차 독서법'의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이 중언부언되는 느낌은 좀 아쉬웠다. 효과, 필요성, 가치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상대적으로 소설로 대표되는 문학은 '목차 독서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결정적으로 '목차 독서법'을 글로만 설명하고, 예시가 전혀 없단 점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목차를 실제로 적는 방법도 한 장에 책 한 권의 목차를 적는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다는데... 목차 적기도 가로 혹은 세로로 적을 수 있고 저자는 세로 적기를 선호한다는데... 목차 노트에 목차를 적으면 어떻게 보이는지, 여백에 핵심 내용을 표시하면 어찌 되는지... 4장 '목차 독서법 하는 방법'에는 이런 사례들이 그림 혹은 사진으로 예시되었으면 훨씬 입체적이고, 이해도도 올릴 수 있는 편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그렇겠네' 하고 상상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목차 독서법'은 분명 차이가 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개 독자로서 아쉬웠다. 요즘은 블로그에 올리는 서평에도 많은 이들이 사진도 올리고, 심지어 동영상도 첨부하는 시대 아니던가.

 

해보지 않았으면 '좋다 나쁘다' 말하지 말자. 최수민 저자를 믿고 일단 '목차 독서법'을 일정 기간 실행해 보자. 해보고 본인과 궁합이 안 맞으면 그만일 터. '목차 독서법'으로 독서력을 올리고, 읽은 책들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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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거짓말은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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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소한 거짓말

박설미 저
비자림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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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미의 중편소설 <사소한 거짓말>은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현재 종이책은 절판되고 eBook만 서비스된다. 올해 리디북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책끝을 접다'에 선정되어 총 13회의 웹툰으로 제작 완료되었다.


강아지의 죽음에서 사건은 출발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강아지의 죽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복수의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중편이지만 한 번 잡으면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꿀잼을 보장한다. 겹겹이 쌓인 반전에 반전은 각자 자기가 옳다고 말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아붙인다.

그래서 이 소설은 목차가 중요하다.

PART 01_나는 나쁜 가정교사입니다 (미라의 편지)

PART 02_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지원의 답장)

PART 03_나는 착한 아들입니다 (유재의 사정)

PART 04_당신은 나쁜 엄마입니다 (미라의 방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듯 보이는 경우도 가해자의 말은 다르다. 최근 일어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왕따, 학폭 사건을 보라.

자기만의 눈으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하고, 남들이 자신의 사정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합리화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교도소에 가면 죄인은 없고 억울한 사람만 있다잖나.

그만큼 진실에 다가가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느꼈다면 가해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성추행이 성립한다는 논리까지 떠올리면 더욱 복잡해진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고, 심한 경우 모멸감은 복수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사소한 거짓말>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미라, 지원, 유재 모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열심히 자기 행동을 옹호하고 변호할 뿐이다.

추미스에 등장하는 어떤 절대 악인들은 '그냥' 사이코패스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구태여 왜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가 정신분석을 하지 않아도 애당초 그렇게 태어난 종(種)이 다른 종자로 설정하면서, 도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거다. 이 소설에서 유재가 과연 그렇게까지 선을 넘은 인간 말종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그 역시 본인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지극히 열심히 한다.


미성년자 범죄, 삐뚤어진 엄마의 사랑, 화자를 바꿔가면서 장(章)마다 달라지는 자술, 여선생의 복수, 미성년자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 많은 면에서 꼼짝없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떠오른다.

몇 가지 측면에서 개연성이 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살인의 동기가 내겐 너무 미약했다. 특히 미라의 살의가 그랬는데... 뭐 이 부분은 작가의 의도보다는 독자의 해석이 그렇다면 그런 것 아니겠는가? :-) 설득이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층간소음을 대처하는 자세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누군가는 칼을 들기도 한다.

각자의 입으로 본인이 처한 입장을 최대한 변호하고, 심지어 범죄까지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뻔뻔한 주장을 끝까지 우기는 이런 파렴치한 스토리 매우 좋아한다. 박설미 작가도 좋고, 다른 국내 작가들도 이런 '라쇼몽 효과'를 염두에 둔 작품들을 더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소한 거짓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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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은 오래 그곳에 남아 | 기본 카테고리 2021-04-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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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사시 저/송태욱 역
비채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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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문학의 정통성을 잇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간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작가가 일본 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라는 홋카이도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에다루에 사는 소에지마 가족의 3대를 다룬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작풍이 그러하듯, 이들 가족의 인생은 호들갑이나 야단법석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이다. 저자는 특이할 거 없는 이들의 생로병사를 가만히 오도카니 응시한다.

원제가 '빛의 개'이다 보니 가족과 함께 한 네 마리의 홋카이도 견도 이들의 삶에서 적잖은 비중을 부여받는다.

간략히 보자면 이 소설은 조산사로 일한 할머니 요네가 첫 손녀 아유미를 받고, 요네 자식들의 마지막은 손자 하지메가 준비하면서 끝나는 서사 구조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하지메가 소실점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상중하, 아니 최소 상하 두 권은 필요하다는 너스레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인생의 굴곡이 없는 이 소설에서 그나마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면 아유미의 병사일 것이다. 요네, 신지로 부부, 세 자매 각자 일정 부분 릴레이 하듯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소에지마 3대 중 비중이 높은 건 아유미와 하지메 남매인데, 아유미는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릴 적 친구로 목사의 아들인 에토 이치이가 소에지마 가족 외에는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데, 아유미와 남친과 남사친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좋은 인생 친구로서 아유미의 마지막을 지킨다.

워낙 특이한 일이 없는 까닭에 '굴러온 돌'인 이시카와 다케시의 슬픈 최후가 오히려 뇌리에 남는다. 다케시의 슬픈 인생 역정과 드라마틱한 최후는 무탈한 소에지마 일가와는 강한 대비를 남긴다.

소에지마 신조와 요네 부부는 1남 3녀를 뒀다. 원래 조산소로 썼던 동쪽 공간은 지금은 가정집이 되어 세 자매가 거주하는 주택이 되었으니 신지로 일가와는 거의 한 집에서 지내는 셈이다. 자매 중 결혼을 한 사람은 에미코뿐이고 그나마 짧은 결혼 생활을 마치고 이혼했다. 신지로는 아유미와 하지메 남매를 뒀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아유미는 암으로 요절했고, 하지메는 자녀가 없다. 결국 하지메를 마지막으로 소에지마 가는 대가 끊길 운명이다.

하지메에게 이름first name을 물었다.

"하지매始? 무슨 뜻이죠?"

"최초beginning, 시작하다start랄까요."

메리의 눈이 동그레졌다. 그럼 성은요?

하지메가 대답하자 간발의 차이도 두지 않고 "소에지마의 뜻은 뭐예요?" 하고 물었다.

하지메는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

"섬에 다가간다close to ireland, 라고 해야 하나."

"멋진 이름이군요. 그러니까 당신은 혼자alone라는 거네요." - 310쪽


세상에 태어난 순서는 있지만 가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아유미는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에미코도 가즈에나 신지로보다 먼저 죽는다. 아들과 서먹서먹한 관계였던 신지로도 천수를 누리고 사망하고, 누이인 가즈에와 도모요는 치매에 시달리며 생의 소멸을 향해 간다.

도쿄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하지메는 부인 구미코가 일 관계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에다루로 귀향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나머지는 부모와 고모들을 한 명 한 명 떠나보내며 에다루에서 소에지마 가의 마지막 사람으로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 474쪽


페이지터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마쓰이에 마사시의 정적인 소설은 너무 느리고 심심하다. 섬세하게 선별된 어휘, 인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선으로 간을 했기에 별다른 조미료가 첨가되어 있지 않다. 짜고 매운맛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역시 제대로 된 음식은 좋은 재료와 정성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새삼 깨우치게 한다. 이 소설은 결코 빨리 읽어서는 안 된다. 줄어드는 페이지를 아쉬워하며 행간의 여백을 음미하며 오롯이 읽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간다.

소에지마 3대의 삶이 우아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여운은 오래 그곳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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