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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저/장소미 역
위즈덤하우스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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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고 싶은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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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어느 날 새벽 여섯 시. 루거총의 강렬한 총성이 한 시골집에서 울려퍼진다. 102세의 할머니가 자기 집을 포위한 경찰들에게 총을 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전 여덟 시, 수사관 벤투라는 경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용의자, 베르트 가비뇰을 심문실에서 만나게 된다.


어떤 취조에도 능청을 떨며 대답하지 않는 할머니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벤투라 수사반장은 현장 조사관으로부터 할머니 집의 지하실 사진을 전송받는다. 사진을 본 벤투라 형사는 경악한다. 102세 할머니의 집 지하실에는 사람 뼈와 동물뼈가 가득 널브러져 마치 뼈무덤을 연상케 했던 것이다. 벤투라 반장은 베르트 할머니에게 루거 총과 뼈무덤의 정체에 대해 털어놓으라고 설득한다. 이제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홀가분해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베르트 할머니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윽고 입을 연다.



프랑스 할머니와의 첫 만남


처음엔 전혀 통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통스럽기만 했다. <시녀 이야기>를 읽을 땐 속이 메스껍고 가슴에 통증이 생겨서 읽는 걸 자주 중단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통 때문에 앓아누울 정도는 되었다. 할머니의 행동이 비상식적이고 파격적일수록 그 이면의 추악한 현실이 드러나서 울적했다. 이 책은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강자가 약자를 얼마나 비참하게 착취할 수 있는지, 전쟁 아래에서는 국가도 공권력도 그 무엇도 정의를 대신 행사해줄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폭력은 대물림되지만 사랑 또한 대물림된다


1922년, 여덟 살이었던 베르트는 마을 남자아이 세명이 강아지를 학대하는 것을 보고 달려간다. 그 아이들은 독일군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대물림되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 폭력뿐만이 아니다. 베르트를 무시하고 차별했던 태도 역시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베르트는 삽과 루거 총을 들었다. 


베르트는 자기애의 화신이다. 할머니의 남편들은 죄다 땅속에 묻혀있지만 각자 사연이 있다. 육체적 학대, 언어 학대, 정신적 학대, 여성의 쾌락은 인정하지 않는 태도, 여성의 가치를 임신 가능으로만 재는 태도 등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길다. 102살이 되어도 할머니의 요구는 단 하나다. 자신을 존중할 것. 삽을 휘두르거나, 총을 발사하기 전에 할머니가 하는 대사는 자신을 부당하게 대한 남편들을 향한 대사이면서 독자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할머니 나나에게서 물려받은 22구경 장총과 증류기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태도의 상징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독자에게 전해진다. 



"20년 후에도 이 집에 혼자 있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30년 후에는요? 혼자서? 보호막이라곤 달랑 장총 하나만 갖고서?"


베르트는 22구경 장총을 끼고 있는 쪼그라든 노파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떠올랐다. 


"네, 그 모습이 그려지네요. 솔직히, 나쁘지 않은걸요."


309쪽.




폭력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폭력을 더 이상 폭력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은 관심, 존중 그리고 대화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아물 것이다. 험난한 세상의 모래폭풍 속, 미끄러지지 않게 겨우 버티는 게 고작일 때, 사람에게는 누구나 살게 하는 것이 있다. 베르트 할매에게 유일한 사랑 루터, 그리고 그와의 추억이 담긴 곡<서머 타임>이 있는 것처럼. 



만약 마땅히 그런 것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만 나아가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나를 존중하고 내가 존중받기를 요구하기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우고, 덮어두지 말고 행동하기를. 베르트 할매는 그렇게 살기를 손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보부아르까지 읽지 않더라도 여성의 지위에 문제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어.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일상적으로 겪은 거니까. 다만 책을 읽으면 덜 혼자라는 기분이 들고, 내가 느끼는 걸 보부아르가 명확하고 지적인 말로 정리해주니까 좋은 거지." 


286쪽.



할매가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고 나서 고독을 위로받았듯이 나도 이 책을 만나 더없이 위로를 받았다. 나는 서점 책꽂이에서 우연히 할매를 발견했고. 그 후로 할매가 내 롤모델이 되었다. 할매가 내 롤모델이야! 이제라도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책 속으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위협받고 있는 어린아이 앞에 무릎을 꿇더니 아이를 끌어안고서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노래였을까? 자장가? 소녀의 비명이 한 옥타브 수그러들었다. 베르트는 소녀를 겨냥한 루거 총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다는 듯, 오빠의 뇌척수액으로 더럽혀진 소녀의 얼굴을 앞치마 자락으로 닦아주었다. 

46~47쪽.



"베르트, 네가 네 불행의 몫을 견뎠다고 해서, 네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고통스럽게 지낼 필요는 없다."

92쪽. 할머니 나나가 어린 베르트에게.



"내가 지붕 위에 올라갔을 때 이 굴곡진 몸매에 반했잖아? 아니야? 충분히 당신 취향이었으니까 나한테 청혼까지 한 거 아냐? 그런데 왜 지금은 이걸 감추길 바라는 거야? 내가 당신을 창피하게 하는 거야, 아니면 이런 날 바라보는 당신이 창피한 거야?" 

101쪽, 첫 번째 남편 뤼시엥에게 베르트가. 



그녀는 뤼시엥을 온몸으로 밀어 어둠 속으로 굴렸다. 시체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흙바닥에 둔중하게 떨어지며 으스러졌다. 고인이 된 남편의 머리가 '둥' 소리를 내며 증류기를 때렸다. 어쨌든 코믹한 구두점이라고 할까. 

110쪽.



"아이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갉아먹었어.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 우리 둘 다 정신이 나갔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만할 때가 됐어."


"무슨 소리야? 포기하겠다는 거야?"


"난 아무것도 포기 안 해.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아기가 우리한테 오고 싶어하지 않아, 그러니까 단지 아이만을 기다리면서 우리 삶을 살지도 않고 흘려보내지 말잔 얘기야."

185쪽. 



"넌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내보일 수 있니? 정의와 법은 정략결혼처럼 서로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야."

197쪽.



#루거총을든할머니 #브누아필리퐁 #위즈덤하우스 #루거총을든할머니를만났다 #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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