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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의 전체보기
《최초의 역사 수메르》- 한 역사학자가 오롯이 담긴 최초 문명의 역사 | 기본 카테고리 2022-01-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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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초의 역사 수메르

김산해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국내의 역사학자가 오롯이 담긴 최초 문명의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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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한 역사학자가 오롯이 담긴 최초 문명의 역사

 

 

지금부터 약 150년 전, 32세의 한 영국 청년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을 발표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대홍수보다 2000년 이상 앞서 발생했던 대홍수에 관한 역사를 공개했던 것이다. 조지 스미스라는 이름의 청년은 서구인에게 진리의 기준이 되었던 성서의 기록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가 발표한 길가메쉬 서사시로부터 최초의 문명국 수메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에 알려져 있던 고대의 셈족보다 앞섰던 수메르족의 존재, 최소한 4000년 전에 묻혀버렸던 진실이 부활했다. 우리가 설형문자, 쐐기문자 등 이름을 들어본 적 있던 수메르의 점토판들을 해독하여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19세기는 인류의 지성사에서 격변의 시대였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진화론이 등장하여 지구의 생명체에 관한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달리 바라보도록 화두를 던졌고, 고대의 셈족보다 먼저 존재했던 수메르족의 존재를 밝힌 일은 기독교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일이었다.

 

오늘 읽은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국내 연구자가 직접 수메르 점토판을 해독하여 써내려간 역사책이다. 무엇보다 승자가 된 한 왕국의 필경사들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고 사라져버린 고대 왕국을 되찾은 과정이 담겨있다. 저자는 문명의 본향인 수메르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돌려 놓았다. 그는 이 최초의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노라 말한다. 이 책의 서술방식이 독특한 이유는 역사책에 역사가가 적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 중에 알아낸 일들에 대해 벅찬 감격을 느끼기도 하고 이를 역사책에 기록했다.

 

수메르 최초의 황제로 밝혀진 에안나툼은 라가쉬라는 도시 국가의 지배자였으며, 보기 드문 성군이었다고 한다. 가난한 백성의 빚을 탕감하여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었다. 최초로 노예해방을 선언하여 노예로 살아야 했던 아들, 혹은 어머니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예를 들면, ‘자유를 의미하는 설형문자 아마-를 설명한 대목이 나온다. ‘아마어머니를 가리키고, ‘돌아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니까 에안나툼의 노예해방선언으로 노예였던 자식이 어머니에게 돌아가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폭정과 수탈로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던 힘없는 고대 수메르인들에게는 얽매인 신분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들에게 절실했던 자유의 정의였단다. 저자는 최초의 역사 이야기에서 가장 가슴이 벅찬 순간”(225)이었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꼈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수메르의 역사를 읽으면서 신기하고 놀랐던 것은 5000년 전의 고대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수메르는 문자를 통해 기록이 남아있는 최초의 문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5500년 전에 수메르의 상형문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적어도’ 8500년 전에 수메르의 남부 지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들 문명은 기본적으로 농경문명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물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 고대 국가들은 운하를 만들고 관개시설을 마련했다. 또 새로 왕이 즉위할 때면 국론을 모으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중앙에 언제나 신전을 짓거나 개축했다. 운하든 신전이든 이를 건설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필요했다. 사람들을 부리고 통제하기 위해서 중앙집권적인 지배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렇게 수메르의 농경문명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적인 요건을 이미 모두 갖추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도시가 발달하고, 그에 따른 필요가 증가했다. 이는 곧 자본과 자원이 도시로 모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수메르 지역의 남부는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의 하류가 있는 비옥토 지역이었기에, 곡식을 비롯한 농산물로 풍요로웠다. 이 지역이 바로 성경에서 신화로 여겨졌던 에덴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잉여 산물이 생겨나 물물교환을 비롯한 교역이 성행하고, 수메르 남부에서는 아라비아 만을 통한 해상무역도 발달했다. 작은 도시 마을에 인구가 증가하고 자원이 부족해지면 전쟁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등 도시 사이에 끊임없이 경쟁과 전쟁이 벌어지던 곳. 수메르는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이 쉬지 않고 벌어졌던 역동적인 국가였다. 또 지금과 다름없이 권력을 향한 암투가 극심하여 위정자들은 심심치 않게 급사를 했다. 이는 자국의 신하들 혹은 가족들에 의해 살해당했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메르의 왕들이 급사하는 경우 대부분은 지병 때문이 아니라 암살당했기 때문인 것 같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지배자가 사망한 대다수의 경우는 자국 내에서 암살당한 사례가 더 많아 보였다.

 

저자는 5000년 전 고대인들의 삶을 해독하면서 우리의 삶을 통찰한다. 수많은 영웅들이 일어났지만, 대개 한 세대를 지나면 사라져갔다. 필멸자, 유한한 생이 주어진 인간의 운명 앞에, 나타났다 사라져간 선조의 모습이 기록되어 5000년이란 시간을 건넜다. 탐욕과 어리석음을 이토록 지독하게 반복하는 동물들이라니! 앞서 언급한 수메르 최초의 황제이자 성군이었던 에안나툼 역시 뒤를 이은 후손들이 잠깐의 틈을 보인 사이 주변 국가가 침략하고 신하가 배신을 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호기심과 흥분을 느꼈다. 반면 오랜 역사를 통해 변하지 않는 인간의 면모를 고대의 기록에서 재확인하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토록 영원히 어리석음과 이기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사라져간 인간들의 운명이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해도, 본질적인 인류의 습성과 행동방식이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환경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구체적인 살림살이는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인간의 역사는 결국 비슷한 모양으로 되풀이 되고 있었다. 수많은 영웅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과 재화를 탐냈다. 전쟁을 일으키고 약탈하여 전리품을 챙겼다. 뺏고 뺏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영상을 빠른 속도로 재생한 것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의 필경사이자 역사가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밝히고 이를 바로 잡고자 했다. 잃어버린 최초 문명의 역사를 되찾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5000년 동안 반복되어온 인간의 모순과 어리석음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발견하고 안타까워했다. 고대의 수메르 지역은 현재 이란과 이라크 지역에 해당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고대와 현대의 역사를 연결 지으면서 자신이 일생의 연구를 통해 얻은 결실을 마무리한다.

 

고대의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란의 승리로 끝났다. 고대 이란인이 수메르의 황금 들판에덴의 자본을 차지했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고대 셈족이 에덴을 빼앗았다. 오늘날에도 이란과 이라크에서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서 제국의 검은 손을 줄곧 뻗고 있다. 작금의 유일한 제국800개의 해외기지를 세웠다. 지구는 제국의 놀이터로 변했다.”(445)

 

과거에는 귀금속, 목재, 농산물 등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면, 현대에는 석유, 천연가스 등을 비롯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는 정도가 다를까. 저자를 비롯한 우리가 그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남겨줄 것인가를 독자에게 물었다. 그는 제국, 전쟁,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유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2021)에 원고를 마지막으로 출판사에 넘기고 몇 달이 지나 작고했다고 한다. 책이 나온 후 저자가 직접 수메르와 설형 문자에 대해 설명해주는 강연은 없을까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수메르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느꼈을 저자의 감동을 나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그가 책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남겨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라는 문구가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저자가 30년 넘게 연구하는 동안 여러 번의 병치레를 겪으며 남긴 역작이다. 고대의 점토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해독하면서 역사를 바로잡고, 이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역사가의 사명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그의 역사 서술이 절박함과 간절함을 담은 서사시처럼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수메르 최초의 황제 에안나툼이 국가의 평화를 갈망하며 평화의 전령인 야생비둘기를 날려 보냈다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노예를 해방했던 수메르 황제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을 저자의 모습도 상상해본다. 저자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그가 자유’, ‘평화’, ‘비둘기를 의미하는 설형문자를 소개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글을 마칠까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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