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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보았어요ㅡ추천합니다 
사진이 정말 귀엽게 나왔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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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울 레이터》- 컬러 사진의 대가가 전하는 삶의 비결 | 기본 카테고리 2022-01-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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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저/이지민 역
윌북(willbook)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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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울 레이터

: Forever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사진 | 이지민 옮김 | [윌북] | (2014)

 

 

컬러 사진의 대가 사울 레이터가 전하는 삶의 비결

 

 

몇 년 전 사진가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 몇 장을 처음 보았을 때 곧바로 매료되었다. 그 사진들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빛바랜 프레임 속에 멈춘 상태로 비밀스럽게 담겨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붉은 코트의 여인, 혹은 붉은 우산을 들고 펑펑 눈이 내리는 길을 가는 여인, 붉은 벽돌 건물 앞에 서 있는 우아한 곡선의 초록색 롤스 로이스와 같은 사진들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진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레이터의 사진집에 얽힌 한 사건으로 나는 그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사람뿐만 아니라 책에도 인연이란 것이 있다면, 사울 레이터는 참 독특한 인연으로 내게 찾아왔다.

 

아마 2018년이었을 텐데, 내가 이용하던 공공도서관에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윌북, 2018)이라는 사진집이 신간 도서로 도착했다. 이 책은 본래 20174월에 일본 도쿄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의 도록으로 출판된 책이었다. 책을 대여할 때, 도서관의 사서는 내가 대출한 후 반납하자마자 이 책은 폐기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신간 도서가 바로 폐기될 예정이라니. 그 이유가 궁금하여 사서에게 물어보았다. 난감한 표정을 지은 사서는 사진집에 노출사진이 있다는 이유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누드 사진 몇 장이 있다는 이유로 사진집이 도서관장서 보관 규정에 어긋난다고 폐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이의를 제기해도 규정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단지 이 책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불편했기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이 책을 분실했다고 신고했다. 도서 정가에 해당하는 벌금을 도서관에 내고 말이다. 이것이 내가 ‘OO도서관이라는 스티커와 분류 기호가 붙은 사울 레이터의 책이 내 책장으로 입양된 사연이다. 원래 있던 표지(빨간 우산을 쓰고 눈길을 걷는 표지 사진)는 사라지고, 도서 정보 칩이 심어진 후, 이제 분실로 변제된상태로 내 책장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계기로 사울 레이터의 사진과 그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영원히 사울 레이터 Forever Saul Leiter역시 2018년에 출간된 전시 도록 형태의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책과 빼닮았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책은 과거에 선보인 작업이 아니라 주로 새로 발굴된사진들이 추가된 책이다. 레이터는 1948년부터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40년이 지난 90년대가 되서야 그의 필름이 본격적으로 현상되었고, 대중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 현상되지 않은 수만 장의 사진들이 세상에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작업을 노출시키고 성공할 기회를 잡으려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야망의 도시 뉴욕에서, 레이터는 오히려 드러나지 않으려 했던 사진가였다.

 

레이터는 패션 사진업계에 종사하면서 미국 사진 역사의 주역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기준과 다른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의 삶에서 중요했던 것은, 책과 그림,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이었다.

 

책을 소장하는 게 좋다.

그림을 감상하는 게 좋다.

인생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좋아서

내게 마음써주는 이에게 나도 마음을 준다.

내게는 이것이 성공보다 중요했다.”(155)

 

원문에서 레이터는 enjo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했고, 그 일을 꾸준히 하며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이 행복감을 사람들과 나누었던 사람이었다. 사진가의 소소한 삶이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에서, 그리고 'enjoy'라는 표현에서 온전히 느껴졌다. 책에는 사진가의 글이 많이 담겨 있지 않지만, 그가 남긴 몇 마디의 언급만으로도 그의 일관된 삶을 그대로 짐작해볼 수 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서 발췌

 

 

레이터의 사진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은 그가 대상을 그대로 촬영하기보다 유리창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면서 표현 효과를 의도하거나, 사진가와 대상 사이에 있는 물체를 화면의 구성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거리에서 흑백사진을 찍었던 앙드레 케르테즈나 카르티에-브레송, 혹은 워커 에반스, 윌리엄 클라인 같은 사람들의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레이터의 남다른 색에 대한 감각이 더해지는 것 같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는 사울 레이터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그가 찍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색(color)이 그의 사진에서 차지하는 남다른 역할을 실감할 수 있다. ‘자체가 지니는 추상성의 존재감이 아주 크게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색이 관람자와 상호작용하며 일으키는 심리적 역할이 컬러 사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미국 사진사에서 컬러 사진의 대표주자인 스티븐 쇼어나 윌리엄 이글스턴과 같은 이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들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비교하면, 레이터는 이미 1948년부터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묵묵히 작업을 했지만 이것이 타인의 인정을 받고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시선과 비판(흑백 사진만이 예술 사진이라는 생각으로 컬러 사진 작업을 무시했던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던 점에 주목해본다. 그는 그저 쭉 계속하기만 하면 선구자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컬러 사진의 선구자가 된 비결이었다.

 

60년 넘게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살면서 줄곧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면서, 여기에서 무한한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재능이라 할 수 있다면, 레이터는 이 부문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출간된 미공개 사진들 역시 한 장 한 장이 삶의 경이를 발견하는 하이쿠를 연상하게 한다. 젊은 시절 그가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업과 사진을 인상 깊게 보았던 것, 그가 모은 책과 그림에 일본 관련 서적이 많았던 것 역시 그의 사진에 큰 영향을 주었던 셈이다.

 

또한 이번에 출간된 레이터의 사진집은 그가 직접 사진 선별과 전체적인 사진집의 성격, 흐름에 직접 관여를 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출간된 것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은 남는다. 나아가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을 섞어서 배열한 점은 개인적으로 그의 느긋하고 고요한 사진을 감상하는 데 산만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출간한 정식 사진집 Early Colors(2006)을 아직 감상하지 못했기에 나의 아쉬움과 주관적인 판단은 잠시 보류하기로 한다. 이 사진집은 35 mm 슬라이드 필름으로 40-50년대에 작업한 사진들을 담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지는 사진집이다. 앞으로 레이터의 사진들이 더 빛을 보게 되어 소개되기를 바란다.

 

이번에 출간된 사진집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의 삶과 생애에 좀 더 다가간 것으로 만족한다. 개별적으로 말하는 레이터의 수록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면, 이 때부터 사진들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사진가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그의 사진들은 겉으로 드러나고 인지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현실의 이면을 관람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간결한 텍스트(text)를 제시하되, 화면의 맥락, 콘텍스트(context)는 오로지 사진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매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긍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자신의 모습과 2살 터울의 여동생 데버라(Deborah)에 대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앳되고 명민한 동생의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데버라는 안타깝게도 20대에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하여 보호시설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던 것 같은데, 다시금 레이터가 담은 어린 동생의 모습에서 동생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있는 듯하다. 인생의 덧없음과 더불어 말이다. 사진은 대상의 부재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대상을 영원히 기억하게 해주는 매체다.

 

 


여동생 데버라(왼쪽)와 평생의 연인 솜스 밴트리(오른쪽)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서 발췌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레이터가 동생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여성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그는 패션모델로 일했던 솜스 밴트리를 50년대 말에 만났다. 그녀가 2002년에 사망할 때까지 두 사람은 40여 년 간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서 함께 살았다. 사진가의 곁에는 언제나 그의 사진이 최고라고 인정해주었던 여인이 있었고, 그녀 곁에는 그녀가 음악을 들으며 그림 그리던 모습을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있었기에 레이터가 솜스를 담은 사진들을 보면 외설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친밀한 신뢰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 책이 모두 고인이 된 사람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나 밀착 인화지를 조금 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독자의 호불호는 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레이터가 여러 여성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고 인화한 사진들을 거칠게 명함 크기로 잘라 만든 조각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렌즈 앞에 마주한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존중하는 마음 없이 결코 나올 수 없는 사진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울 레이터의 삶은 물질적 가치가 최우선시 되고 있는 시대에 그림이나 사진, , 그리고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들과 함께 평생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물론 삶에서 어려운 국면은 누구나 겪을 테지만, 이를 견디는 힘이 단지 물질이나 돈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기도 한다. 사울 레이터가 보여준 모습에서 삶의 비결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직 아이패드로도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며 즐거워하는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호크니가 그저 네가 좋아하는 걸 그려라고 했을 때, 그는 사실 인생에서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젊어서 화가가 되고 싶었던 레이터는 그림 그리는 일을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삶을 견디고 보다 의미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사울 레이터는 60년 넘게 한 장소에서 살면서, 55년 넘게 사진을 끊임없이 찍고, 40여년 넘게 같은 여인 곁에서 사랑과 돌봄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살았던 행복한 사진가였다. 그는 82세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첫 단독 사진집을 출간했다. 그의 사진과 삶이 내게 건네는 말은 자신에게 결여된 것에 한눈팔지 말고,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것에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이를 아끼고 즐길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할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레이터가 남긴 사진과 그림, 그리고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었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세상과 사람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기쁨과 경이를 발견하기로 한다.

 

 


도서관에서 '입양'된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과 이번에 출간된 <영원히 사울 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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