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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보았어요ㅡ추천합니다 
사진이 정말 귀엽게 나왔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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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교장 선생님 이야기 - 《우리 숨바꼭질할까》 | 기본 카테고리 2022-06-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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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숨바꼭질할까

김향숙 저
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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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교장 선생님

- 우리 숨바꼭질할까를 읽고

 김향숙 지음, [(주)학교도서관저널] (2021)

 

 

학교에 대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좋아하는 선생님 몇 분이 있긴 했지만, 교사의 폭력적인 언어와 체벌도 흔하던 시절이었다. 책상에 올라가서 주먹과 발로 학생들을 내려찍던 수학 선생, 커다란 주먹으로 얼굴을 날리거나 나무 분필통을 학생들 얼굴에 집어 던지던 체육 선생, 테잎을 감은 각목으로 한 시간 내내 돌아가며 반 전체 학생을 400대나 때렸던 불어 선생도 여전히 기억난다. 지금쯤 은퇴했거나 은퇴할 나이가 다 되었을 것이다. 또 나보고 지진아라고 했던 여자 선생(심지어 도덕 선생님!)도 기억난다. 당시에 나이가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 아니었을까 싶은데, 모든 남자 아이들에 대한 적개심을 분출하던 분이었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의 입장이 반대가 된 상황이라 학교 교실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에세이집 우리 숨바꼭질할까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한 분이었다. 읽는 글마다 뭉클한 감동이 느껴졌다. 저자는 500명이 넘는 전교생을 매일 아침마다 등교시간에 맞아주고 이름을 외우는 교장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이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는 교장선생님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교장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표정만 보고도 아이들의 심리 변화나 형편을 읽어내는 일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는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은 학교의 실태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32)

 

아이들 이름을 알기 전의 학교와 이름을 알고 난 이후의 학교는 나에게 전혀 다른 세계였다.”(33)

 

 

아이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른인 나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자주 잊곤 한다. 엉뚱해 보이고 때론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아이들에게 내 선택을 종용하고 있지나 않은가 점검해본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에게 아이들의 질문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기도 하고, 아이가 직접 쓴 하나 뿐인 동화책을 선물로 받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저자로부터 감화를 받고, 저자의 상냥한 말투를 따라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교장 선생님을 상상한 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니 나는 그런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겐 그게 당연하게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예상과 편견을 뒤집는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는 내내 어른인 내가 아이들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말마따나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유함을 지닌 존재’(113)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단지 덜 발달된 사람 혹은 더 배워야하는 사람으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를 지키려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던 한 아이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저자는 아이의 집을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당장 도와줄 수 없어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책에는 5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오일장 책 나들이행사도 소개되어 있다. 이는 저자가 재직하던 초등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5학년 아이들은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보다 진지하게 책을 이해하게 되고, 후배를 챙기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책임감을 배운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저자가 있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스스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더하여 이런 경험을 마련해준 저자와 교사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교사 업무 가운데에도 전교생과 손편지를 수시로 주고받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학창 시절에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그 시절이 누군들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에 실린 에세이 중에서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던 어느 1학년 아이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저자를 비롯해서 다른 교직원이 이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산책하기를 한 학기 내내 했던 것 같다. 방학이 지나고 다시 개학날이 되자 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교실에 많은 걸 보고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한 아이와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저자와 교직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 경험을 한 이후 저자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 아이를 위해 모두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아닐까.”(107)하고 말이다. 어쩌면 교사는 아이가 집을 떠나 사회(학교)로 나왔을 때 돌보아주는 부모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조카나 아이들에게 나의 견해를 이해시키려고 조급하게 떠밀었던 내 모습이 생각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가히 폭력 교실의 시대를 거쳐 온 내게 40년 동안 저자가 몸소 실천해낸 교육 현장의 모습이 때론 생소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모든 노력에는 무엇보다 아이들에 대한 인정과 사랑이 우선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나름의 세계가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아이들이 저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아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각이 깊다. 또 아이들은 각자 고유한 이름을 가진 존엄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아이들로부터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인내심을 가지고 더 배워야하는 어른이었다.

 

 

 

[책 속으로]

[1] "아이들 이름을 알기 전의 학교와 이름을 알고 난 이후의 학교는 나에게 전혀 다른 세계였다."(33)

 

[2] "아이들은 하나의 숫자나 번호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존엄한 존재이다. 이름부르기는 서로를 환대하고 존중하는 일이다."(33)

 

[3] "우리는 자신의 선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종종 착각한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언제나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리."(36)

 

[4] "우리 교직원이 경서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고 경서와 함께 산책했다. 그것이 전부이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 아이를 위해 모두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아닐까."(107)

 

[5] "아이들은 내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단지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 ‘가 인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123)

 

[6]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132)

 

[7] "나는 왜 굳이 손편지를 쓰는가? 나는 손편지를 쓰는 동안 오직 편지를 받는 대상에게 빠져든다. 한 획, 한 글자를 꼭꼭 눌러 쓰면서 그를 불러온다. 그가 나의 펜 끝에 닿으면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즉 우리의 세상이 된다. 손편지는 이렇듯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내가 한 아이도 빠뜨리지 않고 해마다 손편지를 쓰는 이유이다."(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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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퀀텀 라이프』 | 새소식 2022-06-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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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의 시와 장미허브 - 쉼보르스카의 《읽거나 말거나》 | 기본 카테고리 2022-06-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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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거나 말거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저/최성은 역
봄날의책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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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의 시와 장미허브

- 쉼보르스카의 읽거나 말거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어 책읽기가 쉽지 않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겠지만, 일이 끝나면 거의 탈진 상태로 집에 돌아와 책을 펼치면 10분이 안되어 책상에 머리를 박고는 한다. 무언가를 읽는 게 힘들어졌다. 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요새는 여러 블로그나 서재의 좋은 글들을 읽을 기력도 나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수입은 줄어들어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려나 했건만, 내 몫의 삶을 살아내는 일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매일 아침 흔들흔들 언덕을 오르내리는 마을버스 안에서 잠시 펼쳐보는 책읽기가 꿀맛이다.

 

최근에 아내가 직장에서 장미허브 하나를 받아왔다. 톡톡 건드리고 쓰다듬으면 기분 좋은 향이 공기에 가득해지고, 못생긴 내 손에서도 향기가 난다. 햇빛이 잘 안 드는 집이건만 그래도 거실 창가에 가까이 해놓고 통풍을 신경써주어서 그런지 잘 자라고 있다. 조금 웃자란 부분을 끊어서 빈 화분에 장미허브를 옮겨 심었다. 아내가 장미허브는 이렇게 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며칠간 시들지 않고 상태를 유지하는 걸 보면 생존의 기로에서 한창 사투를 벌이는 모양이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매일 지켜보고 있다. 새로 심은 녀석도 톡톡 건드리고 쓰다듬어 보면 여전히 향이 퍼진다. 제약이 있긴 하지만 식물의 경우 본체로부터 나누어진 일부가 살아내는 모습을 보면 늘 감탄하게 된다.

 

장미허브를 톡톡 건드리다가 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에 눈이 가서 펼쳐보았는데, 마침 사포의 시집에 대해 짧게 리뷰를 남긴 페이지가 나왔다. 쉼보르스카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었던 사포가 남긴 시는 1만 여 편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전해지는 시는 550편이고, 다시 이 가운데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불과 몇 편이란다. 규모로만 보자면 빈약한 파편만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쉼보르스카는 그의 시대에도 여전한 사포 열풍을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했던 시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여기에서 시인은 머리와 팔, 발이 소실된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언급한다. 니케 상 주변에 떨어져 있는 손과 발 일부 조각들을 가리키면서 만약 니케상에서 단지 몇 개의 발가락만 남았더라면, 과연 감탄할 사람이 있겠는가”(44)라면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간결하면서도 절제되고 정곡을 찌르는 언어를 사용하기로 유명했던 시인, 자신이 쓴 시를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던 시인 쉼보르스카가 생각하는 시의 본연은 뺄 단어가 보이지 않는 그런 완전체에 가깝다.

 

몇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는 단어 하나만 사라져도 시 전체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44)

 

하지만 시인은 비록 사포의 시가 대부분 잘게 부서진 조각 같긴 하지만 란 돌을 깎아내어 만드는 조각품이 아니다”(44)라고 말한다. 오히려 파편처럼 남아 있는 시와 시어를 통해, 시인의 숙련된 경험과 직관을 통해, 오히려 위대한 시인을 상상했다. 사포의 시집에 대한 아주 짧은 리뷰이지만, 나는 사포의 시들이 오히려 이 장미허브를 닮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조각처럼 몇 개의 이파리만 남은 생명이 빈 화분을 만나 다시 살아내듯이, 단어만 남은 시어, 빈약한 파편들로 이루어진 사포의 시를 통해 고대의 시인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곁에 있는 셈이다.

 

흐린듯하지만 바람이 살살 부는 주말, 2000년 넘게 단어 몇 개가 살아남아 전해지고 여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해지는 시와 시인의 삶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혹독한 전쟁을 겪으면서도 이 시를 읽었거나 시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또 다른 시인의 삶도 떠올려본다. 모처럼 새로 심어 놓은 장미허브 앞에 앉아 잎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하고 쓰다듬으며 향기를 맡아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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