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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북극 허풍담 5 : 휴가』 | 새소식 2022-08-2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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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5

요른 릴 저/지연리 역
열림원 | 2022년 08월

 

모집인원 : 10명
신청기간 : 8월 23일 까지
발표일자 : 8월 24일

 

 

북극 허풍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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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놀라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 -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 기본 카테고리 2022-08-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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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등저/송예슬 역
윌북(willbook)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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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표지 사진: Saul Leiter

 

 

평범한 일상에서 놀라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

-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원제: The Unseen Saul Leiter)

 

사울 레이터(사진), 마깃 어브 & 마이클 파릴로(편집/) | [윌북] (2022)

 

 

언젠가 뉴욕 맨해튼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도시의 모습이 궁금하여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랬다. 제한된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대략 18시간을, 도시의 사람들을 지켜보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북쪽의 200번가에서 무역센터가 무너졌던 남쪽의 그라운드제로까지, 그리고 강 건너 브루클린까지 말이다. 12시가 다 되어 가던 맨해튼의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후드 티를 입고 마주 오던 사람과 지나칠 때 등골이 서늘했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일부러 이런 경험을 하진 마시길. 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제는 시간과 돈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다니질 못할 테지만, 그 때는 내게 그런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다.

 

마천루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가로질러 떠다니던 하얀 구름들, 군데군데 영원히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도시의 보수공사 현장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던 하안 연기들, 도로 위로 아치의 일부처럼 뻗어 있던 노란 신호등 기둥과 여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신호등, 노란 택시, 노란 백열등이 켜져 있던 집과 가게의 실내, 빨간 색의 우체통과 코카콜라 광고, 붉은 벽돌집, 차이나타운의 붉은 글씨나 가게 천막, 가끔 볼 수 있는 붉은 코트나 드레스를 입은 여인, 아일랜드와 이탈리아계 사람들이 많이 쓰던 초록색 등등. 내가 기억하던 도시의 색이 있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기억에 남아 있는 도시의 색은 대략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이 모든 색들을 사울 레이터의 슬라이드 사진집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다소 빛이 바랜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내 기억 속의 맨해튼과 여러 색들이 갑자기 떠올랐던 것은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출간된 사진집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영원히 사울 레이터는 이미 공개되어 있던 그의 대표작을 보여주는 도록 같은 느낌에 흑백 사진이 섞여 있어서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컬러 사진집은 1만장이 넘는 슬라이드 사진 가운데 76장이 선별되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책 전체는 마치 레이터의 사진을 환등기에 꽂아서 그가 직접 보여주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사진집은 좀 더 사진집다운 모습을 갖추어 더 마음이 간다. 사울 레이터가 생전에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환등기로 비추어 보여주길 좋아했다는 편집자의 글을 보니, 다른 이들도 사진집을 펼치면 환등기로 슬라이드 사진을 보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보면, 그가 깨어 있던 시간이라면 줄곧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면밀히 바라보고 있었을 것 같다. 철학자들처럼 삶을 추상적으로 통찰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오감과 직관을 총 동원하여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차 안에서 창밖을 보거나,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반사된 상과 만나는 새로운 형태를 찾아낸다. 혹은 거리의 난간 뒤에서 숨죽이며 바라보았을 사진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울 레이터가 분수대에서 물이 솟구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양산을 든 여인이 멀리서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사진을 보자(98). 현상되어 마운트에 끼워진 필름을 라이트박스 위에 올려놓고 웅크린 채 루페(loupe)로 이 사진을 들여다보았을 사진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분명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놀라워했으리라.

 

레이터의 사진에 남아 있는 빛바랜 뉴욕의 색은 눈 오는 길거리에서 차가 지나가는 사진(27)에도 남아 있다. 형체가 분명하진 않지만 노란색과 초록색이 있는 전경의 차와 원경의 빨간 차가, 그리고 길게 늘어진 흰 눈의 이미지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줄 뿐이다. 이어지는 몇 장의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거리의 붉은 리본과 노란색 차나 빨간색 글자, 어느 가을날 거리 벤치에 앉아 연인에게 키스하는, 빨간 코트를 입은 여인의 모습에서 내가 기억하던 맨해튼의 색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강렬하지만 오래된 코다크롬 필름 특유의 빛바랜 상태로 말이다. 20대에 입성하여 집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해외 전시나 강연을 제외하고는 거의 뉴욕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레이터에게 이 지역은 익숙한 장소, 익숙한 거리였을 테다. 하지만 업으로 패션 사진을 찍던 사람의 눈이 거리로 향했을 때, 그 눈은 뻔해 보이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지치지 않고 발견해나갔다.

 

사울 레이터 재단의 이사장이면서 이번 사진집 제작에 참여했던 마이클 파릴로는 레이터를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즐겁다”(67)라고 말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화가의 재능을 지니기도 했던 레이터가 나에게 일러주는 삶의 깨달음은 일상의 삶 속에 놀라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분수사진에서처럼 서로 무관한 사건, 이를테면 멀리서 양산을 들고 가는 여인의 이미지와 가까운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분수사이의 우발적인 관계로부터 새로움을 발견하듯 말이다. 하지만 분수사진은 전통적인 흑백 사진의 문법이 강하게 엿보인다.

 

여기에 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레이터의 사진을 흑백으로 바꾸어보면, 대부분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발견의 즐거움이나 잔잔한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반면 나와는 무관한 대상들을 찍었지만 오래된 슬라이드 필름 특유의 빛바랜 사진들은 내 기억 속에 숨어 있던 아픔의 기억이나 상처를 보여주기도 한다. 바로 이 작용이 레이터의 사진과 내가 연결되고 내가 비로소 그의 사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색은 추상적인 요소다. 누군가에겐 우리의 유한한 삶의 덧없음을 일깨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에겐 흑백사진의 명암 변화에 버금가는 사진의 정서와 분위기를 더해주며 컬러 사진을 완결하기도 한다. 내겐 사울 레이터의 아름다운 컬러 사진들이 바로 그렇다.

 

물론 이 사진집은 사울 레이터가 직접 편집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감은 있다. 하지만 그가 우선 골라놓은 사진 중에서 사진가를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선별한 것이기에 같은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 차이가 크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독자가 레이터의 사진으로부터 받는 즐거움과 감동이 덜하진 않을 것이다. 문자텍스트로 이루어진 다른 책들의 운명처럼 원고 혹은 책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상, 이를 즐기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마찬가지로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것이 레이터가 대중들에게 자신의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하는 일을 거절했던 이유일 테다.

 

10여 년 전에 사울 레이터를 알지 못했지만, 그의 말년에 그가 살던 장소, 그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도시 거리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고 방황했던 시절, 그의 존재를 알았다면 필름 카메라를 메고 한번쯤 그를 찾아가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레이터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띠고 대뜸 이렇게 말해줄 것 같다. ‘나도 필름카메라를 꽤 오래 썼지.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로 써. 디카로 찍기 시작한지 한 10년쯤 되었을 거야. 필름카메라로 찍고 결과물을 볼 때가 더 재미있긴 했었어. 필름카메라를 쓰고 있다면 익숙한 주변에서 계속 찍어 보라구. 시간은 사진가의 편이니까!*

(마지막 문장은 사울 레이터가 한 말(98)에서 인용함.)

 


(c) Saul Leiter

 

 

 

[책 속으로]

[1] “우리는 색채의 세상에서, 색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67)

 

[2] “어째서 색을 홀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색은 삶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사진에서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합니다.”(67)

- 2002년 뉴욕 유대인 박물관 강연에서 사울 레이터가 에 대해 한 말

 

[3]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즐겁다.”(67)

- 내가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4] “컬러 슬라이드는 벽에 영사해 볼 수도 있고, 인화해 볼 수도 있어요. 네거티브 필름과는 다르죠. 라이트테이블에 올려만 놓아도 그 고유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인 컬러 슬라이드는 라이트테이블 위에 올리는 순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입니다.”(68)

 

[5]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는 그 나름의 고귀함이 있습니다.”(68)

- 아마도 이 말의 진의는 사진의 본질 외에 사진을 꾸미려고 의도하거나 감상자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주문이 아니었을까.

 

 

 

[번역에 관한 사항]

121면에 사울 레이터가 <에스콰이어> 작업용으로 촬영한 슬라이드 500여 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어서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에 관한 기사 새의 발라드(Ballad of the Bird, 1957)’를 언급하는데, 아마 번역가는 찰리 파커의 별명이 (the Bird)’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 같지만 여기에 주석을 더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the Bird'를 단순히 로 번역했는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신 찰리라고 번역해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단순히 라고 번역을 해두면 이 가 찰리 파커와 무슨 상관인지 그 뉘앙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번역자와 편집자의 결정일 테다. 아쉬운 것은 모든 독자가 이런 점을 알지 못할 테니, 주석을 달아 주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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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간 도약 - 《마법의 비행》 | 기본 카테고리 2022-08-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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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저/야나 렌초바 그림/이한음 역
을유문화사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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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간 도약

- 마법의 비행을 읽고

 

(원제) Flights of Fancy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지음 | 야나 렌초바(Jana Lenzova)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

 

 

지난 5(202285)에 날아올랐던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순항중이라고 한다. 달에 도착하면 달 궤도를 돌면서 탐사활동을 하게 된다. 다누리를 탑재한 로켓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의 흑백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의 비상 장면을 떠올렸다. 꽤나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장면이었다. 마침 이번에 생물학자이자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가의 마법의 비행을 읽으면서, 그가 비행을 중력으로부터 새로운 차원으로의 탈출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생물학자로서, 도킨스는 수많은 육상 동물뿐만 하늘을 나는 동물들(, 곤충 등)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간직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마법의 비행은 비행에 대한 저자의 호기심과 설레임이 담긴 책이 아닐까하는 인상을 받았다. 창조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진화론을 강력하게 옹호해온 과학자로서, 그에게 이번 책은 비행이라는 키워드 아래 동물의 비행과 인간이 쌓아 올린 비행으로의 도전 과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이 책을 엔지니어이자 테슬라 자동차의 창업자,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 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에게 헌정한 것도 어쩌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처음 던지는 질문은 생물들에게 비행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진화적 관점에서 비행이 지니는 이점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생물들이 날아다니게 된 것일까. 우선 주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생존을 위해 이주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구는 자전축이 공전면에 대해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져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돈다. 이것이 주기적인 계절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말은 지구상의 지역에 따라 거주 동물의 서식 환경이 변화한다는 의미다. 이 때 비행은 생물 종의 생존을 보장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북국제비갈매기의 사례를 보자. 이 새는 두 달 간 북극권에서 남극권 사이를 오가며 매년 겨울 없이 여름만 두 번 보낸다고 한다. 날개가 있다는 것따라서 비행은 특정 생물이 환경 변화에 대해 융통성 있게 대응하도록 해주었다.

 

이와 달리 어느 지역 환경이 좋아서 생물이 이주할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 특히 천적이 없고 이동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았던 새는 날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한 사례로, 날개가 있지만 날 필요가 없게 된모리셔스 섬의 도도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이 새는 비둘기과의 대형조류로 유럽에서 온 선원들에 의해 17세기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도와 마찬가지로 날 필요가 없게 된 새에는 날개가 퇴화해버린 뉴질랜드의 국조 키위, 아프리가의 타조, 남아메리카의 레아, 호주의 에뮤, 지금은 멸종해버린 뉴질랜드의 모아, 그리고 역시 멸종한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가 있다. 도도를 제외하고 지금 언급한 새들은 모두 날지 못하지만 튼튼한 다리로 달리기를 잘하는 주금류(ratite, 走禽類)에 속한다.

 

여기에서 다시 궁금해지는 것은 북극제비갈매기와 도도가 모두 날개를 지니고 있지만, 어느 종은 날개의 기능을 다 하지만 또 다른 종에게 날개의 기능이 퇴화되는 이유다. 비둘기과에 속한다는 도도의 선조가 날 수 있었다면, 멸종하던 시기의 도도는 왜 날지 못하게 되었을까. 그냥 나는 기능을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닐까싶은데 말이다. 저자는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 도킨스에 따르면, 비행이라는 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진화적 관점에서 생물이 비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이 점을 짚고 가보겠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행은 생물들에게 보기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기능이다. 생물이 이 기능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 깃털처럼 가벼운 벌새의 경우, 정지비행을 비롯한 정교한 비행 기술을 펼치기 위해서 몸집에 비해 매우 큰 용골돌기(가슴뼈)와 잘 발달된 날개근육을 필요로 한다. 반면 날개가 있는 여왕개미나 흰 개미 여왕은 평생 한 번 하는 짝짓기 후 자신의 날개를 떼어내는 행동을 한다(64, 67). 이들에게 날개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도구일지를 보여준다. 새뿐만 아니라 말벌도 비행을 위한 날갯짓에 엄청난 당을 태워야 한다. 게다가, 튼튼한 날개를 자라게 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결국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65). 따라서 모리셔스 섬의 도도처럼 날개가 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 이유도, 생존을 위해 날아야 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는 비행에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하여 이를 번식과 종족 보존에 더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곧 종의 생존 과정에는 한정된 자원과 생존을 위해 이 자원을 사용한 무기 장착 과정 사이의 경제학이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진화는 기회주의적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보다 기존의 것을 땜질해 쓰곤 한다”(114)라고 한 이유를 검토해볼 수 있다. 예컨대, 칼새는 알을 낳고 품을 때만 지상에 내려오는 반면 짝찟기를 비롯하여 일생 대부분을 하늘에서 보낸다. 이렇게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드는 비행을 칼새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반면, 갈비뼈가 양옆으로 나온 구조를 활공에 사용하는 날도마뱀이나(290) 갈비뼈를 양옆으로 내밀어 몸 전체를 납작하게 만들고 30미터를 활공하는 날뱀(309), 가슴의 겉뼈대가 자라 갖추어진 곤충의 날개(183)처럼 생물은 생존에 필요한 몸의 특정 기능을 새로 만들어내기 보다는 기존의 해부학적 구조를 변형 또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지만, 조류의 깃털이 파충류의 비늘에서 변형된 것(119)이라는 설명은 여러 생물들이 자연의 제약 조건 아래에서 비행을 향해 보여주는 진화 과정(수렴 진화)을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특정 개체, 혹은 종이 갖추게 된 생존전략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물들은 거창하게 생존을 위한 장치부터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설계를 조금씩 변형해가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변이를 통해 생존 확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다양성을 갖추게 되는 변이의 과정이 이를 위한 목적을 갖추고 여기에 따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성을 갖춘 변이를 통해 특정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한 개체들이 결과적으로남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이 주는 선택압과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여 필요한 기능을 갖추되, 이를 이루기 위한 균형점을 찾는 융통성이 필요하게 된다. 이처럼 진화의 관점에서 생물의 비행은 생존에 필요한 경우 몸을 변형시켜서라도 갖추게 되지만, 어떤 이유로 필요 없어지면 곧바로 퇴화해버리는 값비싼 기능이었던 셈이다.

 

도킨스는 진화론의 옹호자로서, 그리고 무신론자로서 줄곧 창조론자들과 논쟁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과의 비판을 받기도 하고 논쟁을 해온 과학자다. 자신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이나 만들어진 신 비롯한 여러 작업을 통해 거침없고 신랄한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면밀한 관찰자로서 도킨스의 섬세한 설명이 돋보이는 부분도 만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동력 비행과 작동방식을 다룬 장에서 비행기 날개가 기류와 만나는 각도가 커져 비행기의 속도와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실속)을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그는 왜가리나 백로 같은 큰 새가 착륙할 때 일부러 실속(통제된 실속)을 일으킨다고 언급하는데, 이 새들이 내려앉을 때 뒤쪽 깃털이 위로 솟아오르는 것은 바로 이 실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공기 전문가였다면, 새의 이런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 이유를 항공기 날개의 구조와 연관 지어 이처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은 도킨스의 섬세한 설명과 글쓰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마법의 비행에서 다소 아쉬운 점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앞부분에서 했던 내용이 뒤에서 여러 번 중복되어 설명되고 있어서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나온다. 또 뒤로 갈수록 앞에서 유지되던 글의 힘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참고도서 목록이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이 애초에 청소년 대상으로 집필된 책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의 교양과학서에 빠지지 않는 참고도서 목록이 원서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참고도서 목록이 없다는 것은, 독자가 저자의 주장이나 근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비행이라는 기능에 도달하고자 했던 노력을 종합하며 흥미 있게 전달한다.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비행을 둘러싼 자연의 제약과 생존 전략 사이의 균형을 찾아온 자연의 사례를 흥미롭게 제시했다. 말벌이나 여왕개미와 같은 곤충의 날개나 흰 개미 여왕의 날개, 날다람쥐의 활공을 돕는 비막이나 박쥐의 날개 사례는 서로 독자적으로 몸의 일부 구조를 변형 또는 보완하여 비행이라는 기능을 갖춘 자연의 수렴진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에게 달 궤도 탐사선의 비상이 갖는 의미처럼, 인류에게 비행은 중력을 극복하여 인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간 도약을 의미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인간의 이성에 기반 한 과학 활동을 통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저자는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322)고 과학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수정 건의]

(41) ‘태양을 기준으로 을 수 없다 을 수 없다

(70) “한편 비둘기의 몸집은 점점 커졌다.” 도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비둘기를 언급하는데, 이 부분은 도도가 비둘기(pigeon & dove)를 포함하는 과(family)에 속하기 때문에 도킨스가 도도를 the pigeon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역주를 추가적으로 달지 않는 한 비둘기를 그냥 도도라고 번역하는 것이 혼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 속으로]

[1] “외딴섬은 대체로 포유류가 아니라 조류의 세상이다.”(54)

- 모리셔스 섬의 도도와 이웃 섬의 날지 못하는 새(특히 주금류)에 대한 언급을 하며

 

[2] “진화는 기회주의적이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보다 기존의 것을 땜질해 쓰곤 한다.”(114)

 

진화는 기계 설계자처럼 처음부터 새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설계를 조금씩 하나하나 변형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 변형 단계에서 번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278)

 

[3] “깃털은 세계의 경이 중 하나다. 공중에 띄울 수 있을 만치 튼튼하면서 뼈보다 딱딱하지 않은 경이로운 장치다.”(116)

 

[4] “복잡한 기관과 행동은 많은 작은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단순한 규칙을 따를 때 출현한다. , 복잡성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출현한다.”(193)

- 찌르레기들의 군무와 창발(emergence)의 원리에 대한 언급.

 

[5]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322)

 

비행이 중력으로부터 세 번째 차원으로의 탈출인 것처럼, 과학은 일상생활의 평범함으로부터 나선을 그리면서 상상력이 점점 희박해지는 높이까지 탈출하는 것이다.”(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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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전해보는 파스칼의 호교론 - 《팡세 - 분류된 단장》를 읽고 | 기본 카테고리 2022-08-0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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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팡세

블레즈 파스칼 저/김화영 역
선한청지기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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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전해보는 파스칼의 호교론

- 팡세 - 분류된 단장를 읽고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지음 | 김화영 옮김

[선한청지기] (2022)

 

 

몇 년 전에 파스칼의 팡세를 읽어보려고 책을 펼쳤지만, 오래가지 않아 한쪽으로 치워두었다. ‘고전이라는 이유도 시도해보았지만, 아무런 맥락 없이 시도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기대치는 높은 반면 분절된 단상 형식의 글에 익숙하지 않아서였을까. 책을 무작정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단번에 이해해보고자 했던 것이 중단의 이유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이 고전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번역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번역자이자 파스칼 연구자인 김화영 교수가 이전에 참여했던 번역 작업에서 남겨놓았던 글들이 기억났다. 그의 글은 서문이나 에필로그 혹은 역자의 말 형태로 만났던 것인데, 언제든 작품에 대한 역자의 깊은 이해와 존중, 그리고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팡세를 읽다보면 역자의 주석에 몽테뉴의 에세에서 가져온 문장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된다. 출생으로만 따지면 90년 늦게 태어난 파스칼이 몽테뉴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몽테뉴의 글을 읽어본 기억을 떠올려보면 인간에 대한 그의 정밀한 관찰과 이해가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곤 했다. 39세의 생애로 삶을 마감했던 파스칼 역시 인간에 대해 깊은 성찰을 팡세에 고스란히 남겨 놓았다. 거의 4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인간에 대한 적나라하고 놀라운 통찰이 담긴 파스칼의 문장과 만날 때마다 밑줄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번역자의 상세한 해설에 따르면, 파스칼은 진보적인 수학자이자 과학자로 이른 나이에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31세가 되던 1654년의 어느 날, 그는 성경에서 예수를 발견하고 회심을 하게 된다. 이 일생일대의 경험은 파스칼의 글이 몽테뉴의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 된다. 몽테뉴의 글은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집필되었지만, 파스칼은 유신론자의 확신으로 써나갔다. 두 사람의 글이 갖는 공통점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점이겠다. 몽테뉴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대상을 진실로 이해하고자 면밀히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에 주목했다. 따라서 에세의 근간을 이루는 관심사를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라는 몽테뉴의 질문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이렇듯 몽테뉴의 관심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점이 자기 자신을 향한다. 이런 맥락에서 몽테뉴의 글이 회귀적이고 성찰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파스칼의 글이 몽테뉴와 마찬가지로 인간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관심은 결국 신을 향해 나아간다. 역자의 표현을 사용하면, 기독교적 신앙을 옹호하고 이를 되찾기를 바라는 호교론적인 성격을 갖는다. 몽테뉴의 관심이 자신을 향하는 회귀적인 글이라면, 파스칼의 글은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며 독자를 설득하여 기독교 신앙으로 안내하는, 점진적이고 직선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신앙을 설파하는 글로는 상당히 인식론적이고 지적인 방식을 취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파스칼은 일반적인 수학자 혹은 과학자들처럼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 혹은 이성이 지니는 우월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을 경계한다. 파스칼이 파스칼의 정리같은 수학적 업적이나 진공의 존재에 대한 실험을 통해 과학적 사실을 증명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의 누구보다도 이성의 힘과 그 한계를 잘 인식했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회심의 경험 이후, 인간의 이성만능주의에 대해 경고하고 신 앞에 보다 겸허한 자세를 취했던 것 같다.

 

 

팡세에는 파스칼이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 인간이 위치한 지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서 그는 이중적인 인간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바로 비참하고 비열한 존재로서의 인간과 위대하고 유일무이한 존재인 인간의 모습이다. 상반되고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의 모습은 바로 이성만능주의에 대한 경계와 인간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시된 인간의 조건이다. 이 점에 대해 파스칼이 인간이란 얼마나 괴이한 존재인지 이야기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인간이란 얼마나 괴물 같은 존재인가? 얼마나 진기하고 괴기스러우며, 혼돈하고 또 얼마나 모순투성이이며, 얼마나 경이로운가? 만물의 심판자이면서 쓸모없는 벌레, 진리의 수탁자이면서 불확실한 오류의 시궁창, 우주의 영광이면서 우주의 폐기물 같은 존재다.”(114)

 

 

파스칼은 이처럼 인간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을 가끔씩 꺼내 독자에게 보여준다.

 

 

한편 인간에 대한 파스칼의 통찰에서 놀라움과 감탄을 느끼면서도, 오늘날의 관점에서 파스칼이 적어내려 갔던 생각들에 모두 동의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파스칼이 거역할 수 없는 기독교 권위 위에 수립된 신앙의 진리 두 가지를 언급한 대목이 그렇다.

 

 

하나는 인간은 창조의 상태에서든, 은총을 입은 상태에서든 모든 자연 만물보다 높은 위치로 창조되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서 신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죄와 타락의 상태에서 인간은 처음 상태에서 추락하여 짐승과 같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두 명제 모두 견고하며 확실한 것이다.”(118)

 

 

우리는 인권과 더불어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맥락에서 독자가 파스칼의 생각과 만나면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여럿 나올 것이다. 인간에 대한 파스칼의 성찰에 감탄하는 부분이 훨씬 많이 나오지만, 이런 대목은 시대적인 변화와 역사적·문화적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본성은 400년 만에 변할 리는 없다. 인간에 대한 파스칼의 깊은 이해를 여전히 참고하고 배울 수 있는 이유다. 반면 독자가 신앙을 회복하도록 의도한 파스칼의 접근 방식은 지금과 달리 당대에는 어떠했는지 이해하는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파스칼이 언급한 것처럼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다른 종에 대한 인간의 우월적 시각은, 파스칼이 비판하는 데카르트의 세계관과 더불어 현재 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스칼의 글이 단상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관된 사고의 흐름 속에서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던 주제가 뒤의 단장에서 다시 변주되면서 반복되곤 한다. 따라서 팡세는 오히려 책의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접근이 가능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읽어나가면 주석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제1부에서 권태라는 소제목으로 묶인 단장을 읽고 나서 이번에는 오락/기분전환이라는 소제목 아래의 단장들을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치워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으며 이해를 더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에 좀 더 흥미를 느끼고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번역자의 서문과 세심한 해설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평생 프랑스 문학, 특히 파스칼을 연구해왔던 역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적극적으로 가미된 번역본이 다른 번역본과 다르게 느껴졌다. 한 번 도전 했다가 덮었던 파스칼의 책이 이번 기회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면 무엇보다 역자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역자는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대한 번역 표현을 위해 서양의 코에 대한 미학적·관상학적 측면까지 고민하고, 파스칼의 육체적 질병에 대한 사항까지 염두에 두고 번역을 했다. 고전 번역은 일반 독자로서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나아가 역자의 꼼꼼한 해설은 파스칼의 시대와 팡세가 집필된 이유와 맥락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수학과 과학에 큰 기여를 하며 영민함과 오만함이 흘러 넘쳤을 청년 시절뿐만 아니라, 회심 후 인간에 대해 이해하여 인간의 비참함과 위대함을 설파하며 신에게 다가가고자 했을 30대의 파스칼까지. 이번 독서를 통해 파스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무리하면서 책의 구성에 대한 생각을 추가해본다. 우선 주석이 본문과 분리되어 책읽기가 편하지 않았다. 독자마다 책 읽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주석을 읽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고, 주석이 너무 많다고 평점을 낮게 주는 독자도 보았는데, 나는 책을 천천히 읽더라도 주석을 대체로 다 읽는 편이다. 그러므로 팡세와 같은 책을 읽을 때는 본문 내에 주석이 괄호 안에 삽입된 형식이나 책 뒤에 주석이 들어가는 형식은 문장을 놓치게 되거나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앞에서 끊어진 문장 뒤에 이어지는 지점을 찾거나, 책장을 계속 앞뒤로 들추어야 해서 읽는 흐름을 놓치고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역자의 주석이라면 나는 각주 형태를 선호한다.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궁금한 점을 곧바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석이 편집되어 있는 형태 중에 가장 피곤한 구성은 주석이 분리되어 각 장 뒤에 달린 형태인데, 아쉽게도 팡세-분류된 단장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폰트 크기가 작아서 읽기도 쉽지 않다. 주석의 폰트를 좀 더 크게 하고 각주 형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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