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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제너레이션]을 읽고 | 기본 카테고리 2017-01-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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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트 제너레이션

하비 피카 외 글/에드 피스커 외 그림/김경주 역
1984(일구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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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 Generation>

하비 피카/ 풀 볼 (글)

에드 피스커 (그림)

김경주 옮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 모음]

 

미국의 현대 역사에 있어서 60년대는 그 언제보다도 역동적이고 사건 사고가 많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정치, 사회, 문화 및 예술 등의 사회 모든 영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분출하고 충돌하던 시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히피문화, 여권운동(성차별 반대), 인종차별반대 운동, 케네디 대통령 암살, 루터 킹 목사 암살, 미국의 베트남 전 참전 및 반전 운동 확산, 68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들은 60년대를 특징짓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사의 한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한 문화적 요소로서 '비트 세대'를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 같다. '비트 세대'는 대체로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를 관통하는 큰 문화적 흐름의 하나였다. 기존의 체제에 대한 저항적이고 반동적인 성격을 특징으로 하며, 미국의 작가 들에게 좀더 색다르고 도전적인 시와 산문을 쓰도록 영향을 주었으며,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들의 문학작품 및 생활에 큰 영향을 주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들 비트 세대들은 동성애에 대해 말하고, 징집 반대, 반전주의, 마약복용 허용 등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생활방식으로 많은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비트 제너레이션>은 미국 현대사를 이루는 중요한 19세기 중반의 비트 세대에 한정해서 조명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이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트 세대'들의 대표 인물인 잭 케루악(Jack Kerouac),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urg), 윌리엄 버로스(William Burroughs)를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미국 문화의 한 단면을 묘사하였다. 나는 '비트 세대'에 대한 정보를 문학이나 역사를 통해 접하게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진'이라는 분야를 통해 알게 되었다. 1957년 스위스 태생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는 미국을 자동차로 횡단하며 찍은 사진들로 만든  <The Americans>라는 사진집을 출간하게 되는데, 이 사진집은 사진사적으로 기존의 근대 사진을 뛰어 넘어 현대 사진으로 넘어가는데 큰 영향을 준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대단한 테크닉이나 위대한 장면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의 모호한 연작이었던 것이다. 당시 세계 최강의 부유한 시절을 보내던 미국에서 어떤 점에서 보면 기존의 다큐멘터리적인 사진들이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연작의 형태로 미국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었기에 호불호가 매우 강했을 것이다. 후에 잭 케루악이 이 사진집에 주목하고, 널리 이야기하면서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와 잭 케루악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알지 못했지만, 이 <비트 제너레이션>에는 그 친분을 알 수 있는 대목이 한 문장 나온다.

"케루악과 긴즈버그는 함께 썼던 시 <풀 마이 데이지>를 로버트 프랭크, 알프레드 레슬리와 함께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케루악의 나레이션은 최고였고, 독립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되었다."

(44면)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는 독립영화 제작도 했다는 기록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 바로 케루악과 긴즈버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록 한 줄 밖에 단서를 찾을 수 없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정보였다. 특히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은 이들의 작업을 찾아보면 케루악과 긴즈버그의 시와 이들의 영화화 작업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957년 9월 미국 일간지 <New York Times>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On the Road>에 대한 서평이 실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1957년에 잭 케루악과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집 <The Americans>의 발간은 이미 비트 세대의 분출이 여러 분야에서 예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트 세대'의 중심 인물들의 생활을 보면(마약과 동성애, 심지어 강도와 우발적 살인) 일반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거부감을 야기할만하다. 마약을 한 상태에서 여자 친구의 머리에 유리잔을 올려놓고 윌리엄 텔 놀이를 하다가 여자 친구의 머리에 총을 쏘아 죽인 윌리엄 버로스의 일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비트 세대들에 대한 보다 생생한 묘사를 통해 이들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면모에 더욱 주목하게 되고,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일화일지는 모르겠지만 윌리엄 버로스의 유명한 소설 <벌거벗은 점심 Naked Lunch>가 원래는 <벌거벗은 욕망 Naked Lust>였던 것을 앨런 긴즈버그가 잘못 읽었고 이 제목에 대해 잭 케루악이 비난한 사실로 인해 정해진 제목이라는 일화 등은 <비트 제너레이션>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픽 노블을 읽어나가니 영화 <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스, 앨런 긴즈버그 및 루시엔 카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하는 영화였다. '비트 세대'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가지는 데에 이 영화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실제 있었던 사실과 다른 점들은 있을 수 있으니 당대의 배경을 이해하는 정도로만 살펴보면 되지 않을까한다.  

 

 

 

 

 

(불만스러운 점들)

책의 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트 제너레이션>에 대해 독자로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면 텍스트가 너무 작아 읽기에 눈이 아팠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모두 시력이 좋은 사람들만을 가정한 것인지... 나는 책을 읽으며 상당히 불편했다. 일반 만화보다 글이 많은 그래픽 노블의 특성과 독자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이렇게 책을 만들었을까. 나아가 책의 막바지에 이른 184페이지 부터는 잠깐이지만 글자 크기가 더욱 작아져있다. 이렇게 편집할 요량이면 왜 판형을 더욱 키워서 글자를 크게하고 가독성을 높이는데 좀더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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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 나온 성찰 [자유로울 것] | 기본 카테고리 2017-01-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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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유로울 것

임경선 저
위즈덤하우스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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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작가의 결과물을 읽을 저자의 살아온 궤적이 궁금해진다. 물론 책이나 출판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나온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작가의 삶에 대해 좀더 다가가 이해한 후에 다시 읽어보면 분명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물며 에세이는 작가가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어 공개하는 글쓰기다. 작가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는 부담감이 있을 있고, 독자는 작가의 신변잡기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생각들을 엿볼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연히 임경선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최근에 출간한 에세이집 <자유로울 > 접하게 되었다. 내가 작가를 몰랐던 것은 에세이나 소설을 그다지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문체를 보면 혼자 작가는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같다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작가에 대해 다가갈 있다.

 

물론 에세이가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펼치는 장이기에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되기도 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성실히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고 나는 우연히 저자를 새롭게 알게되어 저자의 삶의 일면을 엿보게된 무심한 독자일 뿐이다. 저자의 글쓰기와 문체는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진다. 소재의 평범성이 오히려 에세이란 장르를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해주기도 한다.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문장을 써서 에세이를 썼다면 오히려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평범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가는 저자의 문장들은 내가 상상하기에 저자의 삶을 많이 닮았을 것이라 느껴진다. 책에 사인을 받거나 유명세를 이후 연락을 해오는 오래전 친구들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도 저자의 생각들은 자신이 쓰는 문장들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며 삶에 대한 성찰을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는 저자는 여성이기 이전에 자신의 일을 가지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 부모님을 따라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 그리고 직장에서 일반 회사원으로서 10 넘게 살아온 경험때문이었을까, 저자는 사회나 집단이 강요할 있는 제약 속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이었다고 믿는다. 특히나 결혼 , 결혼 번에 걸친 암치료 과정을 거치며 과정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글쓰기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꾸밈없는 문장들을 따라가며 공감하게 되는지 알게된다.

 

산고의 고통과도 같은 글스기 과정을 매번 거치면서도 쓰고 나면 온몸으로 때를 그리워하는저자도 재능 대한 고민의 흔적을 내비친다. ‘재능 대한 평가와 견해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 재능은 어느 누구의 선천적, 후천적 개인사의 총체라고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동안 우리는 너무나 선천적인 영향에 방점을 찍고 그대로 수용한 나머지 후천적인 영향을 간과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장석주 시인은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에서 졸렬한 글이라도 있는 용기 재능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전업작가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 특별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가 좋아하던 것을 꾸준히 하며 행복해하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저자가 인용한 <파이 이야기> 구절(“당장 있는 일에 집중해서 생존은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는 공감대가 된다.

 

아마도 여성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들이 속속 이해가 잘되고 공감이 될지 모른다. 다만 저자와 비슷한 나이또래인 중년 남자로서 나는 예술가의 이야기하며 영화를 언급한 대목에서 상당히 공감을 하게 되었다. < 블루Born to Be Blue>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그것인데, 영화 모두 에단 호크가 나오고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였다. 저자는 영화를 이렇게 보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관점에 대해 알게되기도 하였다. 온전히 저자의 견해에 공감을 하게 되지 않아도, 수긍할 있는 것은 저자가 독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는 느낌은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삶에 대한 성찰을 따라가보며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이란 느낌이 주는 막연한 기대와 긍정의 기운을 이어받아 더욱 성장할 있기를 기원해본다. 내가 살아온 해를 되돌아볼 , 작가가 적어둔 구절이 떠오를 같다.

 

우리의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고 지금 내야 해야 하는 일을 찾아내 최선을 다해 하기로 한다. 어차피 시간에 걸친 승부다.” (48)

 

지금 현재, 앞에 놓인 삶에 주목하고 집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지 나이들어가면서 피부로 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나 희망하는 삶의 모습에 가깝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최선을 다하면서 하던 일이 새로운 기회에 요긴하게 쓰이는 경험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보면 사람의 경험치라는 , 연륜이라는 것은 전혀 무시할 없는 개개인의 지혜로 이어진다고 있다. 앞에 남아있는 시간의 무게 내가 누린 20대의 시간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저자의 삶에서 나온 솔직한 성찰은 힘을 지니고 성장하고 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있다. 앞으로 5 , 10 경험치가 달라져있을 시점에서 저자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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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을 꾸듯 60년을 산 부부 이야기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17-01-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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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라오 핑루 저/남혜선 역
윌북(willbook)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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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읽다가 어느 순간 울컥해서 책을 덮은 뒤 집에와서 마져 다 읽은 책이다. 한 부부가 60년 넘게 함께했던 인생을, 저자인 핑루 할아버지의 그림을 통해 꿈을 꾸듯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핑루 할아버지는 북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던 지식인 아버지를 둔 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인인 메이탕 할머니도 한약방을 하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항일전쟁이 발발하고 이들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게 변해갔다. 일본군과 벌인 치열한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수 차례 넘기고 살아남은 핑루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내전(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시 국민당 세력이 타이완으로 근거지를 옮기고나자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들은 더욱 어려운 삶을 살게되었던 것.‘국민당에서 복무한 과거'로 인해 '노동을 통한 정신 개조 대상'으로 분류되어 가족과 22년간 떨어져 살아야했던 것이다. 하지만 퇴직하고 부인을 간병하며 시작한 그림 그리기 실력으로 복기한 본인의 추억이 이 책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누구나 어렵게 살아야만 했던 시절, 긴 스타킹에 구멍이 나면 잘라서 실로 꿰메어 다시 쓰고 또 다시 구멍이 나거나 헤지면 더 잘라서 꿰메어 다시 신고다니곤 하여 짧은 양말처럼 되어버린 결과물을 그려놓은 대목에서는 
누구나 웃음을 머금게 된다. 오랜 탁자 하나도 오래도록 아끼며 쓰다가 돈이 필요해 전당포에 맡긴 후 전당포 주인이 던져 부서진 탁자를 바라보며 울며 마음아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다섯 자녀들 모두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씨를 물려받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박노해 시인의 어느 시 중에서, 한 농부가 평생 몰고 다니던 경운기를 폐차하기 위해 떠나보내기 전날 집에서 상을 차리고 경운기를 향해‘잘 가시게'라고 절하는 대목을 떠올린다. 경운기 하나로 평생 밭을 갈고, 수확을 하여 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손주들에게 사탕하나 사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어느 농부의 마음이 그대로 뭉클하게 느껴졌던 시였다. 핑루 할아버지 가족의 삶에서 보이는 경물(敬物)하는 마음은 요즘처럼 모든 자원이‘낭비'되는 시대에 더이상 발견하기 힘든 마음가짐일 것이다.‘경물'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삶에 대해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두 부부는 60년 넘게...비록 22년 정도 떨어져 살아야 했으나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연을, 부부의 연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삶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두 부부에게는 유일무이하게, 독창적인 이들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이가 한 살 더 들어서인지, 요즘 부쩍 한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가 살고 있는 시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핑루 할아버지처럼 결혼을 하고나서 더 실감하고 있다. 종종 편협하고 찌질한 나의 행동들이 아내에게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이 땅에 태어나서 늦게나마 나에게 의지하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나에겐 좀더 기쁘게 해주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하게 된다. 

핑루 할아버지와 메이탕 할머니가 만났던 20대의 사진과 60년이 지난 80대 때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가까이 들여다본다. 두 커플이 같은 사람이었는지 잘 알아보지 못하겠다. 아마도 오래도록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핑루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는 영원히 메이탕 할머니의 20대 모습이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부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유년 새해에 나는 새로운 바램을 추가해본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 그럭저럭 잘 지냈지?˝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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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체계 - 아주 유용한 허구였나? | 기본 카테고리 2017-01-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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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찢어진 예금통장

안천식 저
옹두리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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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예금통장>

안천식 지음 | 도서출판 옹두리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사법체계는 유용한 허구였나?

그래도 법원과 법관이 제일 공정하다.” 아마도 말은 자랑스러운검사 자녀를 부모들의 자위일것이다.

   안천식 변호사의 번째 <고백 그리고 고발>(이하 <고발>) 번째 <찢어진 예금통장>(이하 <예금통장>) 나왔다. <고발> 읽으면서 저자가 10 동안 18 이상의 재판에서 패소한 과정이 과연 H건설이 하급법원에서 대법원까지 법관을 매수했던 것일까 아니면 제출서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관행이었을까 궁금했었다. <예금통장>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나의 궁금증은 후자였던 모양이다. 60명에 이르는 법관이 일괄적으로 매수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다 자연스러운 판단은 엄청난 양의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한 순진한 변호사 간절함과 노력은 법원의 관행 앞에, 법관들의 무책임한 관행 앞에서 무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는 번째 책에서 이러한 법원의 관행이야말로 반헌법적이라고 다시 고발하고 있다.

 

   1945 8,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은 직후, 일제에 부역하던 한국인 법관 경찰들은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가, 김구 선생과 이승만이 귀국할 즈음인 10-11 미군사정권은 다시 이들 친일 법관 경찰들을 다시 불러들여 중용하였다. 이는 대한민국이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가장 이유이며,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모든 대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씨앗이 사건이라고 본다. 해방이후 대한민국 지식인의 지층은 또다시 친일지식인이 근간을 이루는 구도로 재편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들만의 세력을 구축하는 일이 병행되었던 . 다시말하면 능력있고, 올바른 뜻을 갖고 있던 법관 경찰들을 또다시 솎아내어 배제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안타까운 대한민국 현대사의 장면이 현재 우리가 영향을 받고 있는 박정희-박근혜 정권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임을 새삼 안타까워하며 바라본다. 다시 비판해보자면 <예금통장>에서 보이는 법원의 반헌법적 관행은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저자가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법관이 갖는 절대적 권한'과 관련이 있다.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은, 적어도 우리 사법체계에 이르러서는 법관에 대한 절대적 믿음 강요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169)

신분을 보장받는 법관이 재판에 대한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사법구조는, 사법권의 남용이 가장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174)

이렇듯 법리적용에 대한 법관의 권한은 사실확정에 대한 권한과 결합하면 무지막지한 가상의 현실까지 만들어낼 있는 것이 우리의 사법 시스템인 것이다.”(185)

우리 헌법이 법관에게 재판에 대한 모든 권한을 독점시키는 구조는 법관과 법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구조라는 의미이다.”(186)

 

 

   이러한 절대권력을 가진 법원 사법시스템이 국민의 기본권을 절대적으로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누가 이일을 해낼 것인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것인지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야할 것인가? 명의 변호사로서 사법현실을 바궈보고자 본인이 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을 2차례 출간하는 현실을 과연 무엇이라 말할 있을까? <고발> <예금통장>에서 기술하는 재판은 일제강점기에 등장하는 사건이 아니라 바로 작년(2016)까지만 해도 지속되던 사건이었다.

 

   사법부가 권력자가 되어 국민의 위에 올라 군림하게 되면 국민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 돌입하게 것이라 저자는 진단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서 구성원의 삶의 조건이 자력갱생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결국 법을 알고 이를 다룰 아는 집단만을 위한 사법시스템이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법시스템의 서비스를 구매할 있는 유전(有錢) 고객만이 살아남게 것이다.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던 적자생존 진화 원리가 이들 유전고객에게 정당화되어 적용될 것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법관의 권력 분산을 위해 배심원 제도의 고려)

   저자는 국민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려면 재판권의 남용을 막고 이를 견제해야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배심제도와 참심제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법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분점하는 제도로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저자는 책에 나온 사건을 배심제도로 심리했을 경우 99.99%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확신한다. 분별있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사건의 취지나 상황에 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재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인간이 만든 제도 중에 완벽한 것이 있었던가. 미국의 배심원제를 비롯한 사법체계이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이론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실을 미국 사법재판의 실례를 통해 접하고 있다.

 

   이미 100 전에 문학작품에서도 배심원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인생을 망쳐놓았던 젊은 여인 카튜샤 살인사건 재판에 배심원으로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돈이 없던 카튜사 살인죄라는 누명을 쓰게 위기에 처해진다. 만약 특정 배심원이 배심원단의 여론을 조종하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된다면? 혹은 배심원 들이 H건설과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는 배심원들의 신변과 안전을 책임지고 보장할 있을까? 현재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성폭행 가해자의 편의를 돌보아주는 반면 피해자의 정신적 안정과 치료, 신변안전이라는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현실에서, 수많은 사건의 배심원들의 신변 안전 독립성을 사법체계가 지켜낼 있을지 의문이다.    

 

 

(거대 관료주의의 범죄성)

   또다시 <부활>에서 톨스토이가 고발하고 있는 관료주의의 범죄성을 떠올려본다. 무더운 여름 머나면 시베리아로 죄수 호송을 맡은 관료들의 무리하고 비인간적인 일처리에 죄수들은 쓰러지고 죽어간다. 그리고 관료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며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고발> <예금통장> 보이는 관료주의적인 사법체계와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 관여한 부동산 매매 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에서, 법관이 어느 누구든 변호사가 준비한 문건의 대의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10 년의 세월 동안 사람이 자살하고, 저자에게 기대고 있는 의뢰인의 재산권이 침해를 받는 일이 일어날 있었을까? 과연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관료주의적인 구조가 이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아무런 생각없이 규정대로자신의 일을 아이히만과도 다르지 않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서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수하에 있으면서 히틀러의 지시를 착실히 수행한 착한 공무원으로서, 인류사에 없는 대학살을 저지른 주요 인물이 있었던이다. <고발> <예금통장> 관여한 60 여명의 대한민국 엘리트 법관들은 아이히만과 뭐가 다른가? 피해자들을 직접 가스실로 보내지 않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법관들은 법의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은 인간 존엄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는 무지한 인간들 위에 완벽한 법체계가 있다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같다. ‘법대로라는 말처럼 과연 세상 만물의 문제를 해결할 있는 기준칙 내지는 법칙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앞선다.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에서 법관은 사실상 이다. ‘ 말이 이라는 말이 21세기에도 진실로 통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비판한 거대 관료주의의 문제에서 나아가 관료들이 무한한 권력을 가질 , 지금 어디에선가  혹은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들이 계속 생겨나게 것이다. 결국 관료주의화된 사법권력이 다른 정치 세력이나 대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이미 삼성을 비롯한 대한민국 대기업의 오너들은 이재용의 영장기각으로 안도하고 있을터이다), 결국 영향은 대한민국 시민 모두에게 미치게 것이다. 박정희 정권의 근간이 되었던 유신헌법작성에 참여했던 김기춘은 여전히 살아서 40 넘게 처벌하지도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독재자의 딸을 또다시 대통령으로 뽑고, ‘기억상실증 걸린 김기춘을 또다시 소환하였다. 우리는 대가를 아직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과)

15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6 9 6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다고 한다(214). 낭독문 일부가 책에 담겨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가 화장품회사의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재판에서 편의를 봐주었던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한홍구 교수의 저서 <사법부> 보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대사가 담겨있는데, 국내 최고의 엘리트 그룹이 어떻게 독재정권 하에서 권력의 시녀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시녀 그룹의 수장은 또다시 어떻게 소신있는 판사와 변호사를 소외시키고 배제시켜 자신들만의 왕국 구축해왔는지 기록하고 있다. 검사, 변호사들도 모두 결국은 대한민국의 사람, 시민일 뿐인데 이들에게 우리는 지사(志士)인간이라는 키치 우리 스스로 내건 것은 아닌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법관들도 물신화 첨단을 나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독립적일 없는 인간일 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판사에게 뇌물을 회사의 대표에게 접근, 일이 해결되었으니 수고비를 내놓으라고 금품을 요구한 것은 나의 빈곤한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경악 자체였다.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수한 사피엔스 특징인 사회적 상상력 부족하기 때문일까하는 자괴감마저 정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

   민사분야의 법적 분쟁해결에서 세계1위의 평가를 받았다.’(229)

   저자가 제시한 평가과정을 보니, 각국 로펌변호사 등의 법률 전문가들이 제공한 자료에 기반한다고 하였다. 평가과정이 결국 <찢어진 예금통장>에서 H건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승소한 것과 다르지 않을 같단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 전직 부장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어떠한 방식으로든승소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해도 결국 세계은행이 판단하는 자료는 문제해결 건수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닌가. 아마 책에서 등장한 H건설이 승소한 사건도 자랑스럽게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대한민국의 민사분야 법적 분쟁 해결에 세계1위를 하도록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세계은행이 발표한 평가야말로 유용한 허구라고 생각한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이러한 실적을 배경에는 대한민국 사법권의 관료주의적 구조를 활용한 결과일 있다. 법관의 무제한의 권력은 앞서 언급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문과 관련한 사건에서도 보듯, 현직 부장 판사에 대한 뇌물 액수만 올려놓을 있는 부조리한 구조를 잉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직업윤리 타락은 사회를 돌이킬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게 된다.”(231)

나는 이쯤에서 미국 어느 청소년이 집단따돌림으로 자살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어느 미국인 학생의 말을 떠올린다. 학생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여러분이 어떤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지 않거나 침묵한다면, 여러분은 그들(집단따돌림을 사람들, 문제의 근원) 하나일 뿐이다.”

 

 

 

 

(알베르 카뮈의 )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위의 미국 청소년이 말이나 카뮈의 말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험한 부조리 망각하지 않는 것이다. 김기춘처럼 온갖 추악한 일을 저지른 편리하게도 치매에 걸려 자신이 저지른 일을 기억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해야한다.

 

 

 

(편집 구성에서 아쉬웠던 )

: 글의 작은 꼭지 끝날 등장하는옹두리 혜윰 존재가 눈에 띈다. 다음 글로 넘어가기 분위기를 전환하고 여백을 두어 숨을 돌릴 기회를 준다고 수도 있겠다. 답답하고 무거운 일련의 현상, 사건을 따라가노라면 분명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내게는 중간 중간에 등장하여 흐름을 끊고 산만하게 만드는 인상을 받았다. ‘옹두리 혜윰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저자의 의도를 강조하고 싶어서였을까. 개인적으로 옹두리 혜윰 흐름을 끊는 역할을 하기에 산만하게 만드는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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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달과 물안개]를 읽으며 메모한 것들 | 기본 카테고리 2017-01-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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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과 물안개

장석주 저
찬우물 | 200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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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같기도하고 아포리즘 같기도 한 장석주 시인의 산문집 <달과 물안개>를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만났다. 게다가 초판 1쇄. 운수좋은 날.


 시인의 산문을 읽으며 문득 문득 떠오른 생각들. 게으른 필사. 딴 생각하던 짓의 흔적을 간단히 메모해둔다. 분명 다음 날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 삭제할 수도 있겠지만, 시인이 어느 책에서 언급했던가. '졸렬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로 끄적여 보겠다.


산문집은 시인의 내밀한 속내와 삶을 너무나 솔직하게 폭로해낸다. 

'늘 탕기보다 먼저 타는' 가슴을 가진 시인.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의 흔적을 밤새 따라가보았다.

'그건 순전히 당신 탓이다'라고 시인이 말한 후의 공백은 

시인의 삶의 고단함과 짧은 후회의 순간을 대변하는 듯하다.


(시인의 팔월)

시인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달로 팔월을 꼽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팔월의 새벽'을 제일로 치는 모양이다.

시인은 '팔월의 새벽'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깨끗하게 빨아 말린 뒤 방금 다림질 한 면셔츠를 입었을 때처럼 기분이 좋다."(39면)라고 말이다.


이 좋은 계절, 좋은 시간에 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또 읽는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카뮈의 <결혼 여름>, 카프카 단편선,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 등이 그것이다.


시인의 팔월 예찬은 계속된다.

"팔월이 되면 나는 턱없이 낙관적이 되고 행복해진다."(45면)


또 시인은 '생'에 대한 예찬을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46면)


이 뜨거운 팔월에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자각하면서 시인이 좋아하는 그 목록들을 떠올리고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시인에겐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는 모양이다.



(시인의 어머니)

'비에 씻긴 말갛게 핀 앵두나무 꽃들' 앞을 지나간 시인의 어머니는 이제 '늙은 앵두나무'가 되어 그 나름의 원기왕성함으로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드러낸다.(53면)



(고독)

"능소화가 소문없이 꽃봉오리를 연 저녁, 모깃불을 피우고 저녁을 준비한다. 고추장에 열무김치 얹어 비벼먹는 늦은 저녁, 양푼밥은 달고 오늘밤 잠도 잘 오겠다." (89면)


시골에서 보내는 시인의 생활은 겉보기와 달리 외롭고 단촐하다. 

불쑥 든 부끄러운 생각.

'나, 아직 모자라고 철들지 못해, 더 외롭고, 철든 후 다시 세상에 나아가야겠다. 나의 하루가 부끄럽다. 찌질한 내 인생.'


"내가 직면한 생의 단 하나의 어려움은 나 자신이 된다는 것. (...) 내 앞의 벼랑은 바로 나 자신이다."(117면)


시인은 수없이 자신을 마주한다. 바삐 살아가느라 백색의 노이즈에 파묻혀 인지하지 못했을 우리의 삶을 다시 고요히 들여다 본다면, 시인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시시각각 마주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시쓰기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방심'할 수 있는 자유.

도시의 삶은 긴장의 삶이기에 시인처럼 홀로 방심한 채 소주병을 비울 여유가 없는 것일까.

 

"싸구려 조화 같은 진홍 영산홍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늦봄지나 초여름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125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연'이란 또 다른 '인공'일 뿐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인공자연' 속에서 살며, 자연의 시간성이 몸에 각인된 삶을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의 삶과 자연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만들어낸 24절기만 해도 이제 우리는 달력을 통해서 '정보'로서만 인지한다. 어르신들이야 달력의 '절기'를 보고 '자연이란 참 신기하지? 어떻게 매년 이렇게 잘 맞아들어갈까?'라고 말하곤 하지만,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파트 키드들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앞으로 아파트 난방비며 관리비만 비교하며 걱정하게 될 삶이 아닌가. 우리 인간은 우리 스스로를 부지런히 소외시킨다.

 

시인은 혼자 먹는 점심을 '일인분의 자유와 일인분의 고독으로 차려진 나의 정찬'이라 말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했던 나의 삼십대를 떠올린다. 나이들어 한 쪽으로 굽은 척추를 안고 걸으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목이 메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내무반에서 밤새 뒤척이던 나를 떠올린다. 삶이란 원래 이처럼 무뚝뚝하고 시시한 것이었을까.

 

"그가 먹던 빵을 내 얼굴로 집어던질 때 나는 웃어 보였다. 화내야 할 때 화를 못내는 것, 그게 비굴이야! 겸손이란 위장된 비굴에 지나지 않는다. 나를 욕되게 하는 것은 타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155면)

 

이 말이 나를 때렸다. 내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다 다시 가라 앉았다. 무언가에 대한 기억이 내 안에서 맴돈다. 내 안 기억 속 깊은 어딘가를 건드렸을 것이다. 순간 먹먹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이미 세상의 기대에, 무언의 규칙에 길들여져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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