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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읽는 법 | 2007-05-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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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루키를 읽는 법

히사이 쓰바키,구와 미사토 공저/윤성원 역
문학사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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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YES24에서 '하루키'를 검색해보는데 문학사상사에서 근간이 나왔기에 얼른 구매했다. 일본에서 나온지는 한참 되었는데 한국에는 이번에 처음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이런 매니아틱하고 하루키 작품 세계의 중심을 다루고 있는 책이 이제야 번역되었는지. 주말 내내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음미하며 읽은 책이다.

 

두 명의 젊은 일본인 평론가가 공저한 이 책은 정말 처절하게 하루키의 작품을 파헤치고 연구한다. 그들은 데카르트처럼 줄곧 하루키를 의심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추리소설의 비밀을 파헤치듯이 하루키가 단서를 의도적으로 숨긴 채 많은 의미를 작품 속에 숨겨두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그런 학구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세세한 것을 잘 찾아내었는지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정말 사소한 것 하나를 걸고 넘어지는 것을 두고 소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 하나 하나가 모여 의미가 되지 않겠는가.

 

하루키 작품에는 상징이 많이 등장한다고들 하는데 소위 '쥐 3부작'이라고 불리는 초기 작품들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상실의 시대", "태엽감는새"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03년에서 발간된 듯 하다. 하루키가 마음을 먹고 머리를 굴려 좀 더 많은 상징을 집어넣은듯 했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해변의 카프카"나 "어둠의 저편"이 없어서 아쉬운데 그들이 또 연구를 열심히 해서 상징들을 파헤쳐주기를 기다리는 바이다. 아무튼 이 책에서 파헤친 상징은 한 번 읽어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깊고 다양하다.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코끼리, 양, 쥐, 소와 같은 동물 상징, 제이나 키키, 미도리 같은 등장 인물에 나타난 상징. 키키의 실존인물이 존재할 거라는 가정은 충격적이었다. 아무 노력 없이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받아 먹어도 괜찮을까 황송할 정도로.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최고의 하루키 관련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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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견문록 | 2007-05-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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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저
푸른숲 | 200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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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잔뜩 찌푸린 1997년 2월 말, 북경에 있는 학원로 대학 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한 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 짐을 풀고 티비를 켰을 때 티비에서는 등소평의 사진과 검은 옷을 입고 오열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왔다. 내키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로의 이민에 긴장한 마음에 더더욱 공포감을 안겨주었던 중국의 첫인상이었다. 2000년 3월에 바람의 딸로 유명한 한비야는 똑같은 그 동네로 발을 내딛는다. 그곳에서의 1년 간의 삶을 기록한 책 "중국견문록"은 익숙한 이야기여서 더욱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린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실 추석 때 중국에 갈 생각에 중국 여행 관련 서적 좀 읽어볼까 하고 구입한 책인데 오히려 중국에서 지냈던 기억이 아련히 되살아나는 기회가 되었다.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그리운 마음이 더 많이 남아있는 그 동네, 학원로.

 

한비야의 책은 처음 접해보았다. 오지를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드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언니나 이모 같은 따뜻한 이미지였고 조카에게 할 것 같은 훈계조의 말들도 왠지 하나 하나가 일리있는 말이어서 지켜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었다. 이 책은 중국에서의 생활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일기처럼 써내려간 계절별로 나누어져 있는 일종의 에세이이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 쓰신 글 답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어느 곳 하나 지루한 곳 없이 술술 잘 읽히는 내용들이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돌아가신 어머니께 쓴 편지와 감기에 걸린 내용이었다. 어머니께 쓴 편지를 읽을 때 버스 안에 있었는데 눈물이 나와 민망할 뻔했다. 감기에 대해서는 아빠가 아프셨던 게 떠올랐다. 중국의 겨울은 굉장히 추울 뿐더러 아무래도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안좋은가보다. 한비야가 기침하다 피토한 부분을 읽다가 생사를 오가시던 아버지 생각이 나서 깜짝 놀랐다.  

 

중간 중간에 중국어의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적은 대화들을 읽고 있으니 나도 중국에 어학연수 받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좀 더 열심히 배울 걸, 이것 저것 많이 보러 다닐 걸 하는 아쉬움도 많이 들었다. 소심하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도 언젠가 한비야처럼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훌쩍 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갈 수 있을까?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데 정말 그런 기회가 오면 한비야처럼 한국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내가 중국에서 살았던 게 97년, 이 책이 2000년 생활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지금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지, 내년 북경올림픽을 기점으로 또 얼마나 많이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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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 2007-05-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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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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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토요휴업일은 빡빡한 스케줄로 보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24시간이 모자랄만치 바쁘게 뛰어다녔다. 어느 순간 내 체력은 바닥나 있었고 이번 주말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책에 빠져들어 완독하게 된 책이 바로 진중권의 근작 "호모 코레아니쿠스"였다.

 

한국인을 낯설게 읽는 것은 진중권이기에 가능하다. 이성적인 그의 성격은 차치하고라도 진중권은 독일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했으며 부인은 일본인이다. 이러한 진중권의 위치는 주례사적 상찬과 자부심만이 난무했던 기존의 한국인의 정체성론을 뒤집고 들어온다. 한국인론 하면 떠오르는 이규태, 이어령 등의 저작에서 진중권의 글만큼 한국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탁석산은 좀 더 철학자적 입장을 취했지만 진중권만큼 쉽고 구체적이지 않았다. 이 책에서 진중권은 "싸움꾼"을 자처하며 다시금 한국인 스스로 신랄하게 한국인을 비판하고자 한다.

 

진중권이 책을 쓰면서 쌓아놓은 구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을 '근대화' 때문이라고 보고 그로 인해 가지게 된 전근대성과 미래주의까지를 고찰하고 있다. 서양이 근대화를 맞았던 100년 전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서의 반강제적 개화를 했다. 광복 이후 박정희 정권에 와서야 우리 스스로의 근대화를 이루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독재정권의 그늘 아래서 억압 당하며 했던 반쪽짜리 근대화였다. 근대화 시기 국가는 개인의 신체를 기계처럼 만들고자 했다. 전근대의 양반에게서 좋은 것은 다 빼고 안좋은 것만을 세습당한 한국인들은 새로운 세기를 맞으며 너무나도 빨리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계에는 잘 따라가지만 그 속에 생각은 없는 N세대들, 그들이 미래주의의 상징이다.

 

진중권은 서양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별히 압축 고속성장을 추구했다보니 전근대, 근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이나, 인간과 기계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는 전근대의 구술 문화, 근대의 문자 문화, 다시 미래의 (영상을 기반으로 한)구술 문화에서 과연 문자는 배제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다. 예전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주제로 한 레포트를 쓰면서 "디지털과 종이책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진중권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나하고 놀랐다. 요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만약 지금처럼 디지털이라는 훌륭한 기구를 게임처럼 놀이에만 사용한다면 매트릭스 속 시민들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수동적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한다.

 

도덕을 가르치다보면 학생들과 함께 '한국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다. "너희는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니?"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학생은 자랑스럽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과연 우리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주례사적 비판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면 진중권의 한국인을 낯설게 읽는 작업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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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 2007-05-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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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박광수 저
중앙m&b | 200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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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쓴 책이냐 하는 것은 그 책의 정체성을 결정해줄 것이다. 이 책은 박광수가 쓴 책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당히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감성사진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참 읽다가 전에 도서관에서 심심풀이로 읽었던 책이구나 깨달았다. 이우일의 "러브북"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후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읽다보니 전에 읽은 책이었다. 어려워서 몇 번씩 그만 읽을까 하는 유혹을 겨우 이겨내면서 오랫동안 곱씹어 읽은 책은 절대 '읽었던 것인지 안읽었던 것인지' 헷갈릴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런 류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묶여 있는 가벼운 수필이다. 이것 참 이런 식이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이 드러내는 대로 여러가지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기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일어날 일보다는 지나간 일을 추억하며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사진과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 내용들이 그리움을 표방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예전에 짝사랑했던 여자를 훗날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내용이었다. 둘 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여자에게 예전에 짝사랑했었다고 했더니 그 여자는 처음엔 피했는데 나중에 자신도 박광수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이미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후회해도 소용 없는 것,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왔던 이야기처럼 내 등에 붙어있었던 내 반쪽을 금방, 쉽게, 빨리 알아볼 수 있다면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좀 더 길어질텐데.

 

책을 가로로 돌려놓고 읽을 수 있도록 편집 되어 있는 이 책은 그림 그리는 이가 쓴 책 답게 센스 있게 구성 되어 있다. 사진 작가들이 찍은 예술 사진처럼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제시한 사진 자체를 주제로 한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다보면 사진과 글이 '아, 이렇게 연관 되는구나' 느끼게 된다. 금방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리움은 결코 가볍지 않은 박광수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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