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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사진편 | 2015-05-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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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저/김진욱 역
문학사상 |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변경 근경(하루키의 여행법, 혹은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을 다시 읽는 김에 예전에 구입해 두고 읽지 못했던 "하루키의 여행법: 사진편"도 함께 꺼내들었다. 필름카메라와 흑백 사진의 아날로그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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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근경"을 번역한 책을 모르고 두 권 갖게 되어("하루키의 여행법"과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근간)"... 문학사상 ㅠ_ㅠ...) 겸사겸사 사 놓고 못 읽었던 이 사진집을 같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리뷰를 찾아보니 사진집도 읽었다!! 이럴수가!!). 수필집을 읽고 바로 사진집을 보니 꽤나 생생하다. 마스무라 에이조가 하루키와 함께 다니며 찍은 사진에 하루키가 짤막한 글을 더해주기도 하고, 수필집에 있는 문구를 그대로 배치하기도 했다.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는 일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하루키를 좋아하면서 맥주에 로망을 갖게 되었고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이 수필집에서 하루키는 젊은 시절에 훌쩍 떠나곤 했던 배낭여행의 자유로웠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린다. 물론 여행 순간 순간은 '개고생'의 연속이었지만, 총체적으로 그 장소에 대한 자유로우면서도 영적인 어떤 인상이 남았다.

 

읽은 후 '나도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그러한 좋은 여행기에 (하루키 표현에 따르면) 예리하지 않고 투박해서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에이조 군의 사진을 덧붙였다. 아래 사진을 보니 매우 부럽다. 나도 사진 잘 찍어주는 이가 여행에 동행해서 아날로그스럽게도 필카로 한껏 아웃포커싱한 사진을 찍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말이다. 하루키의 평을 읽고 나서인지 에이조 군의 사진이 나름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 여행기는 "태엽감는새" 출간 이후 쓴 여행기이다보니 '노몬한 전쟁'이 있었던 몽고와 만주 근방을 여행하고 쓴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 진지한 와중에 잠시 들렀던 한 동물원에서 새끼 같지 않은 호랑이를 안고 찍은 사진 속 겁 먹은 듯한 하루키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고베 대지진 이후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 없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을 자신의 발로 홀로 걸었던 여행기도 인상 깊었는데, 흑백 사진과 함께 보니 그리우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오래 전부터 여행기를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열심히 남기고 있다. 나에게는 의미 있었던 사진과 기록들이 다른 이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다가갈지, 보는 이는 얼마나 공감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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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영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 2015-05-3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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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물원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장미란 역
논장 | 2002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익숙한 그림체와 공감가는 내용, 동물원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다니, 역시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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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학습공동체(민주시민교육)와 연계한 6월 학년제안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권리'에 대해 수업하고 싶어 인권, 학생의 권리를 대변한 교칙, 노동권 등을 생각하다가 지난 5월 현장체험학습 때 과학관 가는 김에 동물원에 가게 되어 겸사겸사 동물 권리를 주제로 잡고 준비 중이다(원래는 치즈피자 만드는 체험학습을 가고 싶었으나 '버스 대절'을 허락 받지 못하는 바람에...). 동물원 가기 전에 학생들에게 열 권 정도 동물 권리를 다룬 책을 연휴 동안 읽어 오라고 부탁했다. "동물 농장"이나 제돌이를 다룬 다큐, 눈물 시리즈를 찾아볼 수 있으면 보라고도 했다. 동물원 미션으로 1. 동물원의 장단점 생각하기, 2. 단점을 고칠 대안 생각하기, 3. 동물 사진전 준비 위한 사진 찍기(착시사진, 동물 감정 사진)를 제시했다. 그동안 나는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를 보았고, 나 역시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들을 빌려두었다. 서평 도서가 밀려 있어서 손을 못 대다가 부담 없이 펼쳐든 그림책이다.

 

체험학습 다녀와 (상이 걸려 있는) '소감문'을 작성해야 했는데, 미션을 담아서 작성하라고 부탁했다. 진짜 신기한 점은 소감문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감들이 이 그림책 안에 그대로 나온다. 아무래도 제안수업 때 이 그림책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동물원 동물이 불쌍하다: 갇혀 있어 답답해하거나 지쳐 있는 그림  

- 어른들은 아이들을 동물원에 데려가면 신나하고 많이 배우리라고 생각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맛있는 음식'

- 지도가 없어서 길을 헤맸다, 냄새에 대한 이야기

- 보고 싶은 동물을 보기 전에 다른 잡다한(?) 동물을 봐야 한다

 

익숙한 그림체와 공감 가는 내용. 특히 동물원에 대해 마냥 재미있는 공간처럼 묘사하거나 다양한 동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동물원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드러내주다니, 역시 앤서니 브라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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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1        
놀이터 생각: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가 들려주는 | 2015-05-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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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놀이터 생각

귄터 벨치히 저/엄양선,베버 남순 역
소나무 | 2015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놀이 속에서 삶을 스스로 배우도록 돕기 위해 놀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고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쉼이 있는 교육 속 놀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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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서포터즈 2기 선정 이후 첫번째 책이 금방 나에게 왔다. 간사님께서 보내주실 책 고르실 때부터 너무 세심하게 나의 관심사를 물어주셔서 좋았다. 나는 교육(정책), 인문학과 예술 등을 적었는데 '그래서' 이 책이 내게 왔다.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글씨 자체도 큼직하고 놀이터 시공을 묘사한 그림도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청소년기와 안전 문제

참사 이후 모두들 '안전, 안전'거리고 있지만 실제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의미 있게 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학교에서는 연수와 훈련에 급급하고 근본적으로 참사를 불러올 만큼 우리 사회가 어그러진 원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특히 삶과 연결된 배움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리고 교육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 자체가 묶여버려 답답한 느낌이다. 사실 나조차도 교직에서 10년을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강조하게 된 이야기가 "다치지 말자, 싸우지 말자"이다. 삶을 즐겁게 배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없었다면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런닝맨"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참사 이후 학교가 두려움에 빠져 답답해지고 재미 없어졌다.

 

놀이터를 다룬 책이다보니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와중에 당연히 특별히 눈에 들어온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중 1, 2, 3학년 사이에도 엄청난 차이가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 대장 노릇하다가 다시 어린 막내가 되어버린 중1, 전두엽이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지 자주 감정적 혼란에 빠지는 중2, 문득 고입이 다가와 초조해하는 중3. 청소년기는 급격한 변화 때문에 몸도 마음도 어설프고 불안정해보이는 시기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잘 다치는가에 대해 항상 의문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몇 가지 힌트를 얻었다. 자란 몸에 대해 자신의 의식이 적응하지 못했다. 청소년에게 맞는 놀이 공간이 없다. 특히 어린이용 놀이터가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아 재미없다보니 파손 등 다른 방식으로 센척하며 '즐긴다(?)'.

"청소년기는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입니다. 양쪽 모두 변화된 현실들을 받아들여 조정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이 자라고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마구 돌아다니면 나댄다고 화를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빈둥거리면 아무런 열의가 없다고 화를 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청소년다운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놀이터 계획 단계에서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어린이용 놀이터나 노인용 공원 벤치, 동네 빈터를 어슬렁거리며 말썽을 피울 것입니다." 126-127쪽.

"사고 원인으로 잘 고려되지 않는 또 하나의 생리적 현상은 성장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제어합니다. 자신의 키나 팔다리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힘이 센지, 얼마나 빠른지 등 자기 능력이 얼마만큼인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지요. 그러나 아이들의 경우에는 종종 현실과 경험치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팔이 길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져 겅중겅중 걷고, 머리 높이가 쑥 올라가 있습니다. 전에는 머리 위에 있어 문제없이 다니던 우편함에 머리가 부딪치곤 하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아이들의 경험은 현실에 맞춰집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아이들은 많이 다칩니다. 기다란 팔다리를 건들거리며 돌아다니고 넘어지고 물건에 부딪치고 필요 이상으로 망가뜨리곤 합니다. 이 모든 행동은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시입니다. 몸과 주관적 경험치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행동 조절력 부족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하고, 주변의 대상들을 확실히 알고 있고, 특별히 사고를 조장하지 않는 놀이 환경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136쪽.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님의 해제 중) "또 하나는 놀이터에서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나 사고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귄터는 그 까닭에 대해서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놀이터 설계와 계획의 오류에 첫 번째 까닭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아이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놀이터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주장은 깊이 새길 만합니다. 책임을 남에게 떠밀기 전에 놀이터를 만든 사람이 스스로 자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놀이터와 놀이 기구의 안전 규정에 관한 귄터의 생각입니다. 귄터는 분명히 말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모험적인 요소가 있어 보여도 아이들이 그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면 위험하지 않고, 그런 놀이터는 재미없는 놀이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주장입니다.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사고 대부분은 놀이 기구 자체가 너무 재미없게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다른 방식이나 다른 용도로 가지고 놀다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285쪽.

 

평생 놀이터를 만들며 살아온 저자야말로 놀이터에 관한 안전 문제를 책 내내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돌아보게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놀이기구나 바닥재료에서부터 놀이터 생애주기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이나 관리 방법, 동선을 고려한 놀이기구 배치 등 안전을 위한 구조 구축하기, 나무로 방음벽 만들기 등 놀이터가 안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아이디어 자체를 배울 수도 있지만, 나는 예측이 어려운 분야까지 꼼꼼하게 대비하는 그 자세를 배웠다. 이는 이윤 추구를 넘어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들이 자신이 만든 놀이터에서 오랫동안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 놀이/일 구분 되는가? 놀이는 즐거운 배움.

2007개정교육과정 "도덕2"에서는 일과 놀이를 다루었다. 일과 놀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가르쳐주곤 했다. 지식채널-e "놀이"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일은 목적과 대가가 있지만 강제성이 있다. 놀이는 재미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 그러나 교과서에서도 일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리라고 결론 짓는다. "뇌의 배신" 같은 책들도 쉬고 노는 동안 창의성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학교 선생님들과 "프레네 교육학에 기초한 학교 만들기"를 읽고 있다. 프레네 교육학을 따르는 학교들이 실천한 교육혁신 속에도 배움의 과정에 놀이가 녹아 있다. 마냥 놀게 하지는 않지만 교과서를 가지고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듣는 배움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가지고 놉니다. 그래서 놀이터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논다는 행위는 "개인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을 도모하는 활동"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놀이는 온갖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경계에 다가가고, 경험을 하고 배우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아이에게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많은 예술가, 연구자, 창조적인 사람들도 놀고 있지요." 279쪽.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지 못하리라고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있지 않은가. 2015개정교육과정 논의에서도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을 감축하라고 요구하지만 각 교과에서는 그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에 감축은 커녕 실상 더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수포자를 양산'하는 우리 수학 교육 문제에 대해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를테면 놀이터에 알록달록한 원색을 칠해주는 행위를 예로 들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러한 행위가 어른이 경험이 더 많고 잘 안다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꼬집는다.

"미학이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연법, 즉 절대적 가치인가? 그렇지 않고 사람마다 다른 미학을 느낄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미학은 변할 수 있는 것인가? 이론을 위한 이론은 내가 할 일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로서 나는 여러 경험과 판단을 통해 구체적인 물건으로 실현하려고 애쓰지요.

취향은 토론할 대상이 아니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부모와 교육자들이 교양 강좌의 회화 이론 강의를 듣고 그로 인해 스스로 품격이 있다고 느끼게 된 이후, 요셉 보이스의 더러운 욕조가 예술작품으로 팔리기 시작한 이래 육아 관련 분야에서도 취향과 미학이라는 용어가 토론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라피티는 예술인가? 낙서인가? 장식인가? 파괴인가? 예술적 과장인가? 반달리즘인가? 심미주의인가? 키치인가? 그 경계는 어디일까요?

우리 어른들 스스로도 잘 모르면서 아이들이 무엇이 아름다운지 잘 모른다고, 그래서 아이들의 미적 감각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학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미학을 아름다움과 같다고 취급합니다. 하지만 미학을 뜻하는 독일어 Ästhetik은 본래 '인지' '느낌'을 뜻하는 그리스말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지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각은 학습할 필요가 없지요...

경험과 인상을 자주 많이 가질수록 아이는 인식 구조를 더 잘, 더 빨리 발전시킵니다. 이렇게 인식 기관에 끊임없이 인지를 입력하고 쌓아가는 활동을 우리는 학습이라고 부릅니다. 학습을 위해 아이에게는 어떤 요구도, 교사도 필요 없습니다. 자신이 만난 상황에서 스스로 배우니까요.

놀이는 이런 학습의 자연스러운, 아이다운 형태입니다. 놀면서 아이는 인상과 경험을 모으고 쌓고 변형합니다. 사람의 내면에서는 학습을 포함해 많은 것이 쾌락에 의해 조종됩니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쾌락을 느끼고 이것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인상을 느끼고 인지하는 행복감을 알게 해주지요. 그래서 아이는 어른이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압박하지 않는 한 자발적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압박한다면 쾌락은 짐이 되고 맙니다." 265-267쪽.

 

 

* 쉼이 있는 교육

3년 전부터 나는 우리 교실 앞 공간에 놀이방 매트를 깔아두고 쉬는 공간을 만들었다. 책(은 거의 안 읽지만)과 보드게임을 두었다. 사실 초등학교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공간인데 중학교만 올라와도 학교와 교실은 쉬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삭막한 곳으로 변하기에 의아했다. 아마 중등으로 올라오면서 '놀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하라'는 압박이 공간 구조에서도 표출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교실에 쉬는 공간을 만들어둔 이유는 교실이 즐겁고 평화로운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이다. 우리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만이라도 친구들과 놀면서 웃고 떠들고 친해졌으면 좋겠다. 먹고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면 배움도 늘어날까? 혹여 성적은 잠시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공부가 오랫동안 자기 것이 되지는 않는다. 한창 놀면서 배워야할 시기인데 시험 기간에는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느라 놀지 못하는 중학생들이 안타깝고 불쌍할 뿐이다. 너무 일찍 공부에 질릴 듯해 걱정이 된다. 우리가 참사를 통해 '지금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하자'는 교훈을 얻었다면 쉼이 있는 교육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게다가 판단력과 도덕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한다는 청소년기에는 독서, 여행, 운동과 함께 놀이를 많이할 수록 좋다는 뇌 과학자 정재승 선생님의 이야기도 기억할 만 하다.

 

 

* 놀이터의 의미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은 자연스러운 놀이가 사라진 시대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길에서 고무줄이나 땅따먹기를 하면서 해질 때까지 놀았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놀라고 하면 휴대폰 게임을 함께 한다. 함께 앉아 있지만 눈 마주치지 않고 종종 거친 용어를 사용하면서 게임 속에서도 경쟁한다. 일요일에 학원 영업을 못하게 만든다면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놀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일요일 학원 휴무제 같은 법제화 이전에 삶의 방향을 건전하게 설정하기, 즉 여유와 놀이가 살아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향 재설정이 전국민 차원에서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인위적인 여행, 캠핑 말고 일상 속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 

 

놀이터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일 수 있는 공간이다. 남녀노소, 그리고 (경제적으로) 다양한 계층이 섞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한 집담회에 참석했다가 "지금은 학교끼리도 계층이 분리되었다. 아마 앞으로는 계층끼리 섞일 여지가 점점 사라지고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현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니라 의지를 내어 다양한 계층이 섞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이터 뿐만 아니라 마을에 공원이나 텃밭 같은 공간을 잘 구축해둘 필요도 있다.

 

놀이터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그들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읽으며 예전에 소셜픽션을 활용하여 노후한 어린이 대공원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지 이야기하는 행사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났다. 행사를 기록한 영상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모여 새로운 어린이 대공원 모습을 상상해서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썼다. 역사 속에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누군가 상상하면 언젠가는 만들어지곤 했다. 필요한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상상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맞는 디자인은 아이에게 맞는 거리와 아이의 능력과 의지로 견딜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 간격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인들은 과거에 살고, 장년층은 미래에 살지만, 아이들은 현재, 지금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의 흐름이라는 문제에서도 우리가 아이들을 오해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여섯 달 전에 아이들은 지금보다 작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섯 달 뒤에는 지금보다 더 자라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린이라는 상태는 계속 변한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지금 살고 있는 주변 세계는 점점 작게 느껴지고 아이의 세계는 점차 확장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아이는 계속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경험한 아이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터득합니다. 세계를 발견할 때 아이는 언제나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러면서 어제의 한계를 오늘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지요. 아이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너는 아직 안 돼", "너도 나중에 자라면 해도 돼"처럼 많은 한계가 하지 말라는 금지로 구속할 때 아이는 이런 금지사항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런 불복종은 아이 때의 특징입니다. 아이의 상태는 정체되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과정의 한 단계일 뿐입니다." 276-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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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 2015-05-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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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김진욱 역
문학사상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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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근경"을 번역한 "하루키의 여행법"이 제목을 바꿔 달고 다시 나왔다. 같은 책인지 까마득히 모르고 구입해서 다시 읽었다. 여행과 여행기, 기록에 남겨 기억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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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고맙지만 책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는 나는 '정말 신간'이 아니면 내용은 같고 표지만 달라졌거나 번역을 다시한 '사실상' 구간을 구입하기 일쑤다. 이번에도 원제 "변경 근경"인 책을 두 권 갖게 되었다. 문학사상... ㅠ_ㅠ... 구간 개정판이라는 명시가 필요하다. 나는 구간인 "하루키의 여행법"과 함께 "사진편"까지도 구입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읽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예전에 "하루키의 여행법"을 도서관에서 급히 빌려 읽었고, 최근에 할인하기에 "하루키의 여행법"과 "사진편(여행 동반자 마스무라 에이조가 찍음)"을 구입해두고 읽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제주에 들고 간 책이기도 하고 뭔가 억울해서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ㅠ_ㅠ...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지만. 문학사상은 "노르웨이의 숲"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번안해서 재미를 보았다고 믿고 있는 걸까. 제목 가지고 장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우천 염천(그리스 터키 여행기)"에 이어 나왔다고 하니 하루키 나름대로는 "변경 근경"으로 글자수도 맞추고 라임(?)도 넣고 싶었던 모양인데 한국으로 오면서 그 의도는 무시 당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변경이 없어진 시대에서 나만의 변경을 찾아간다는 의미가 얼마나 큰데!!


 

 

 

* 여행은 피곤하다.

위에 썼듯 나는 이 양장본 새 책을 주문해서 보관해두었다가 이번 제주올레 때 소중하게 들고 갔다. 휴양도 아니고 올레인데 마냥 몸이 편안하고 즐거웠을리가. 그렇다보니 올레 12코스 쉼터인 무인카페에서 문득 만난 아래 내용에 급 공감했다. 종종 관광, 휴양, 여행 각각의 의미와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행은 좀 피곤해야하지 않냐고 생각한다. 아무튼 하루키가 멕시코에서 만난 우여곡절들을 맛깔나고도 생생하게 적어두었기에 멀리서 제3자가 보기에는 꽤나 재미있었다.

"...혼자 멕시코를 여행해보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내가 자주 여행을 해보고 나서 체득한 절대적인 진리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비참함이 끝없이 이어지고, 예상했던 일이 빗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87쪽.


 


* 제주4.3 리멤버0416, 전쟁에 대하여 기억하기

이 책은 "태엽감는 새" 이후에 여행을 다니고 나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몽골에서 고생하며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반복되고 있는 슬픈 죽음들을 바쁜 일상과 더 자극적인 뉴스 때문에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슬픈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의 공동체가 되는 일이 어찌나 중요한지. 하루키는 90년대에 벌써 이런 체험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대단하다. 전쟁터에서 총알을 집어온 후 새벽에 겪었던 기이한 체험은 전쟁을 잊지 말라는 영적인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로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리 멀리까지 갔더라도 아니 멀리 가면 갈수록 우리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단지 우리 자신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늑대도, 포탄도, 정전되어 희미한 암흑 속의 전쟁 박물관도 결국은 모두 나 자신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것들은 그곳에서 나에게 발견되기를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것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잊지 않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234쪽.

 

* 여행기 쓰기

하루키는 이 책 서문에서 자신이 여행을 다녀온 후 글로 남기는 일의 의미를 구구절절하게 들려준다. 여행 일정 모두를 그대로 기록하는 일은 그리 의미가 없다. 여행기를 쓰는 이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기록해서, 여행기를 읽는 이가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여행기라고 생각해왔는데 하루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공감했다. 게다가 하루키는 여행기를 쓰면서 소설 쓰는 공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여행을 하는 행위의 본질이 여행자의 의식이 바뀌게끔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런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행기라는 것이 가지는 본래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갔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했습니다' 하고 재미와 신기함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 하는 것을 (차례가 거꾸로 되더라도 좋으니까) 복합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정말 신선한 감동은 그런 지점에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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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 영화 2015-05-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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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무뢰한

오승욱
한국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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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저녁을 날리기 아쉬워 급 영화관행.

예스이십사 모바일 쿠폰 2,000원 할인 받고 수수료 붙어 3,500원에 관람.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는 가운데 칸의 후광 덕분에 선택.

엄청 싸게 봤는데 다소 시간이 아까웠다, 봤다고 이야기하기도 부끄럽고.

차라리 쉬면서 여유로운 저녁을 보낼 걸 싶을 정도로

다 보고 난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다.

 

1. 마초영화다: 매우 폭력적이고 쎈척 하는 남성들이 우글거리는 속에서 여성은 도구가 되어 있다.

2. 복수영화다: 이들이 하고 있는 게 사랑인지 복수인지 관객이 판단을 해야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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