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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사동감

김차명 저
에듀니티 | 2015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초등학교 이야기를 중학교 교사가 읽는데도 모든 부분이 공감되는데, 특히 요즘 힘들어하던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와서 박힌다. 교사 필독서, 교사용 힐링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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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할 곳이 필요하다. 힘들 때 학생은 엄마한테 말하는데 교사는 누구한테 말해야하나 싶다. 다들 힘들기 때문인지 본교무실에 교육서적 작은도서관을 만들기로 하고 희망도서 설문을 걸었을 때, 선생님들이 많이 고른 책은 "교사동감", "교사마음리더십"처럼 교사 마음을 다룬 책이었다. 내 편이 없어보이는 학교에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우리 아이는 착한 아이다. 유독 올해 담임선생님만 지적을 한다. 담임선생님에게 문제가 있다."

 

 "전후 상황 파악하기도 전에 학교에 와서 일단 소리지르는 학부모님,

'선생님도 나중에 아이 생기면 알 거예요.'"

 

 "선생님도 생각해보세요. 애가 학원 시간 늦으니까 청소 안하고 갈 수도 있지 그걸 혼내세요?

한창 예민한 나이인데 애들 앞에서 그렇게 혼내시면 아이 마음이 어떻겠어요."

 

 "우리 아이는 집에서 아무 문제가 없고 착한 아이인데 왜 우리 아이한테만 뭐라고 하세요?"

 

개방된 공간이라 자세히 적기는 어렵지만 담임하다보면 한 번씩 무엇을 위해 열심히 했냐며 섭섭하고 허무한 순간들이 온다. 일이 많으면 하면 되지만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나를 서운하게 하거나 힘들게 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력감'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듯하다. 요즘 어려웠던 일이 있어서인지 유독 관련 내용들이 마음에 콕 와 박히면서 공감되었다. 특히 나도 엄청 부족한 점 많은 인간인지라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느껴지곤 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 위로를 얻었다.

"무력감

 

어떤 직업이든 힘든 점이 있고 힘든 날이 있다. 나는 교사생활에 참 만족하고 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 힘든 일화가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었던 일인데, 그때와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국어 시간,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에 대해 배우는 단원이었다. 단원이 마무리되는 차시여서 학생들에게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골라 감상문을 쓰라고 했다. 두 시간 후 감상문을 검사하는데, 한 학생이 한 글자도 쓰지 않은 빈 종이를 가지고 왔다. 왜 쓰지 않았냐고 묻자 그 학생은 반항적인 표정으로 '귀찮아서요'라고 대답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종이를 주고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쓰라고 했다. 그 밑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부모님께 확인을 받아오게 했다. 거기서 큰 소리로 이 아이를 혼내봤자 반성할 것 같지도 않았고, 이렇게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담임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부모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다음 날 가지고 온 학부모의 편지는 정말로 황당했다. 반말로 써진 편지는 우리 아이의 기를 죽이는 교사가 잘못했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우리 아이가 귀찮아서 감상문을 안 쓸 수도 있지 뭘 이런 것 가지고 혼내고 부모의 확인까지 받아야 하냐며 나를 질타했다. 결국 전화 상담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지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그 일로 교사를 못 하겠다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는 '요즘 학교에서 얼마나 큰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정도 일로 스트레스를 받느냐' 하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일에서 큰 무력감을 느꼈다. 교사로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 후에 그 아이는 사소한 일로 내게 몇 번을 반항했지만, 나는 어떤 훈계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학부모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가르쳐 보았자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일으킨 사건 때문에 방과후 저녁 시간까지 포기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쫓아다녀 보기도 하고, 교장실로 호출도 당해보고, 동료 선생님이 고소당하는 상황도 보았지만, 그 사건들과 다른 점은 내가 마치 팔다리가 잘린 듯 그 어떤 조치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내가 평소 그 아이와 좀 더 좋은 관계를 형성했더라면, 그 부모님과 좀 더 많은 상담을 했더라면 상황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본다. 몇 년이 지나 경력이 조금 쌓인 지금도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일에서 무력감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조금 더 교사가 신뢰받고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다." 226-227쪽.(다소 길지만 맥락 이해를 위해 한 편 전체 옮김, 무력감을 느낄 때 꺼내보려고...)

 

항간에 유행했던 웹툰 "스쿨홀릭"처럼 이 책은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바탕으로 교사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는 중학교 교사이지만 공감되는 내용이 정말 많다. 학생, 학부모, 관리자, 교육청과의 관계, 수업과 생활교육과 각종 업무처리에서 오는 어려움, 부부교사의 장단점,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행사, 통합학급 운영 등. 교사라면 분명 파안대소하거나 뭉클해하면서 한 장 한 장을 넘길 수 있을 테다. 본 웹툰, 관련 수필 한 편, 인디스쿨 참쌤스쿨 1기 선생님들의 그림이 한 덩어리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웹툰도 재미있게 읽히지만 수필도 공감하며 읽을 만하다.

 

상투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이 책을 비롯 "교사상처" 같은 책을 보면 '예전에 비해' 요즘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이 생겨났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교사가 소진된 상태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 열린 마음으로 웃으며 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학급당 학생수 24명을 경험하고 보니 혁신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데에서 시작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 교사 한 명이 돌볼 학생 수가 비교적 적으니 학생을 여유롭게 대할 수 있고, 학생들끼리도 사소한 일로 경쟁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게 되었다. 인성교육과 학업성취도, 공교육 회복은 이러한 지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 몇 푼 아껴보겠다고 교육예산을 줄였다가 10년 후, 20년 후에 마음과 몸이 황폐한 청년들이 이끌어가는 사회에서 고통 당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지만, 어떤 이유이든 교사가 힘들어지면 열정과 의욕이 감퇴되고, 열정과 의욕이 감퇴되면 그 모든 결과는 교사 자신과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메마루고 푸석한 모래에서는 새싹이 제 뿌리를 내리고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처럼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학교에서 학생은 행복할 수 있을까? 교사가 가진 직업적 장점 때문에 '교육'의 본질이 아닌 다른 문제들이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참고 눈감아야 하는 걸까? 끊임없이 흔들리는 교사, 우리는 왜 힘들까?" 309쪽.

 

몇 안 되는 페친들은 다들 교육계에 계신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비주얼씽킹' 관련 자료들이 올라오곤 한다. 참 많이 보았던 이름 '김차명' 선생님, 이 책이 들어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빌려 읽어보니 엄청 매우 인근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셨구나. 그림과 글을 보며 엄청 착한 선생님이시구나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또 반가운 이름, CCCTIM 수련회에서 만난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 아래 그림 페북에서 본 적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기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큰 소질이자 재산인데 잘 닦아서 앞으로 좋은 그림 그리시길. 이렇게 좀 더 개인적인 기억과 관련 있는 책은 더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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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홍상수 감독 신작) | 영화 2015-09-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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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
한국 | 2015년 09월

영화     구매하기


아, 이야기 안했던가?? 추석 연휴+ 재량휴업일= 장장 9일 간의 가을단기방학을 맞아 

인덕원역 근처 교회 간 김에 아트나인에서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보러 가는 김에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까지 연달아 볼 수 있게 예매했다. 9관 귀퉁이 같은 자리에다가.

방학이 아닌 학기 중인데 마치 영화제 온 듯 여유롭구나.

홍상수 감독 신작을 영화관에서 찾아볼 정도로 마니아는 아니지만 

이번 영화에는 특별히 홍상수 군단?(유준상, 서영화)의 서포트 속에 

(아, 역시나 이들 보고 있으려니 영화 "꿈보다해몽"이 생각나 좋았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어셈블리" 주인공 정재영이 남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당장 봐야지 결심했다. 

역시 귀여우면서도 찌질해서 현실적인 홍상수 감독 표 남주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

 

* 수원 화성

특히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인문학 연수 들으러 수원시평생학습관 갈 때나 

입시설명회 들으러 매향여고, 삼일상고 등에 갈 때 자주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수원 화성 인근이 

영화 내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 화성과 통닭거리에 관련된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어서 기분이 묘했다.

어느 샌가부터 홍상수 감독이 특정 지역을 여행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영화에 담곤 하는데

아마 이 영화는 수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반가울 테다.  

내년은 수원 화성 방문의 해라는데 조만간 성곽을 제대로 걸어보고 싶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화성 행궁에서 가장 아름다워서 좋아하던 '복내당'에도 앉아보고.

아무튼 개인적인 기억을 간직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 이 영화 덕분에 많은 사람이 수원 화성을 찾겠지. 통영이나 북촌이 그랬듯. 

요 근래 본 영화 세 편 중 이 영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공감되었으며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 기억과 말, 의미부여의 왜곡

영화는 알려진 것처럼 1부와 2부가 미묘한 차이를 두고 반복된다. 

관객은 마치 틀린그림찾기를 하듯 차이를 발견하면서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도 입장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는지 새삼 느낀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 1부를 찍어 편집을 마치고, 

1부 장면 장면을 배우들에게 보여주며 다시 2부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소는 같지만 날씨가 미묘하게 다르다.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영화 상영하는 장면에서 1부에서는 눈이 오지 않지만 

2부에서는 눈이 펑펑 온다. 얼마나 시간을 쪼개며 찍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한겨울 그 추운 날들에. 

 

요는 우리의 기억과 수많은 말들, 쉽게 의미부여하는 지점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얼마나 잘 왜곡되는가 하는 문제다.

마치 부부가 연애하던 시절 누가 먼저 대시했는지 등을 놓고 대화하다가

기억과 입장차, 해석차 때문에 결국은 싸움으로 번지듯 

일상 속 사소한 기억들로부터 법정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심대한 사건사고에 있어서까지 

'인간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영화는 던진다. 

아마도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1부는 누구의 시각이고 2부는 누구의 시각일까일 테다.

원래 감독의 의도가 있을지도 궁금하고, 

나는 남주와 여주의 특별한 시각이 각 부에 담겨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대사나 상황, 분위기로 봤을 때 1부가 판타지틱했고 2부가 좀 더 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상황이 납득 가능하다고 해야할까, 현실에서 벌어짐직한 상황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남주가 찌질하고 여주가 까칠하더라도 1부보다 2부가 더 마음에 든다. 

 





관객들은 혹시 봤는지 모르겠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시인과 농부"에서 막걸리 마시는 장면에서 

배우들 뒤로 르네 마그리트 전시 포스터?가 보인다. 

우연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나름 치밀하게 계산해서 영화 찍는 느낌이라, 

 

배경 포스터 한 장까지 의도했으리라 믿고 싶다. 

포스터 안에는 그의 대표작,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매우 모순적인 그림 "빛의 제국"이 들어있다. 

안 그래도 영화 내내 '기억', '말', '의미부여'의 휘발성과 자의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나는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푸코의 "말과 사물"이 생각나 반가웠다. 



 

* '지금', '그때'에서 '그때'는 과연 과거인가 미래인가.

영화를 본 후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블로그에 남긴 짤막한 글을 읽었다. 

이 영화의 기본적이면서도 독특한 구조가 '차이와 반복'에 있는 만큼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평론가는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는 지금을 제외한 여집합이라고.

이러한 맥락에서 평론가는 감독이 현재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평한다. 

지금 맞는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래서 문득 '그때'가 과연 '과거'이기만 한지 궁금해졌다. 

지금 그들의 사랑(혹은 바람)이 

그들이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미래 어느 시점에는 '틀리게' 되지는 않을까. 

이동진 평론가의 해석처럼 '그때'가 미래를 가리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꽤나 달달해서 어떤 블로거들은 '당장 예쁜 여자와 술 먹으러 가고 싶다'고도 하지만, 

그래서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기억이 왜곡되듯 사랑도 변한다. 

그래도 결혼 후 반려자로 함께 살려면 의지와 의리, 신뢰와 노력이 필요하겠지. 

문득 주변 아는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남주인 감독의 조강지처가 불쌍해졌다. 

 

* 배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캐스팅이다. 

정재영의 순박하고 찌질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찌질남 캐릭터에 매우 걸맞는다.

김민희는 블로거들이 이야기하듯 어쩜 촌스럽게 입혀놔도 그렇게 예쁜지, 

특히 초밥집에서 술 먹는 장면은 1부와 2부 모두 엄청 매우 매력적이다!! 

남자를 들었다놨다 하는데 내가 남자여도 한방에 훅 빠져서 안달복달 했겠다. 

김민희처럼 예쁜 여자는 그 사람 전체에 독특한 매력이 스며들어있고 넘쳐나는 듯해 부러웠다. 

짧고 굵게 등장한 시인 서영화의 또박또박하면서도 똑똑한 대사들이 참 좋았다. 

최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기에 

유준상과 고아성이 자꾸 시아버지와 며느리로 보여 반갑고 재미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영화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홍상수 감독에게 호의적인 관객들(하지만 생면부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시, 공간에 있으면서 같은 지점에서 웃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점은 또다른 신선한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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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교실: 진짜 배움으로 가는 길 | 2015-09-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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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꾸로교실

존 버그만,애론 샘즈 공저/정찬필,임성희 공역/이혁규 감수
에듀니티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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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움에 대한 패러다임 뒤집기 혁명!! 물리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거꾸로교실'을 넘어서서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배움을 위한 '거꾸로배움'에 대한 생생한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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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교실을 뒤바꾸는 단 하나의 질문-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땡스기브가 격월간으로 펴내는 "땡스북" 서포터즈 2기 활동 중이다. '땡스북 서포터즈가 먼저 읽었습니다' 꼭지를 위해 책을 한 권씩 받고 리뷰를 올리는데 이번에도 소름 돋았다. 이혁규 교수님의 "한국의 교육생태계"라는 신간이 나와 우리학교 독서모임인 교사자율동아리 책사랑에서 함께 읽기로 했다. 그 후 안산에 이혁규 교수님이 학교밖 전문적학습공동체 강의를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른 신청해서 다녀왔는데(책에 사인도 받음), 집에 이 책이 와있었다. 우리나라에 거꾸로교실을 소개하다시피 하셨던 이혁규 교수님이셔서 그날 강의에서도 거꾸로교실을 언급하신 터였다. 땡스북 간사님 돗자리 펴셔도 되겠어요.

 

사실 거꾸로교실은 작년에 월간 '좋은교사'에서도 다루었고 지인 페이스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을 만큼 유행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주변에서 시도하는 선생님을 나는 본 적 없다. 동영상을 찍을 때의 오글거림과 번거로움, 뭔가 특별한 일을 시도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 등이 뒤섞여 '좋은 생각이지만 내 영역은 아닌 듯'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나에게 온 이 책을 읽으려니 의외로 책장이 잘 넘어갔다. '거꾸로교실'에 대한 스킬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고민과 성찰, 대안을 찾고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동영상을 과제로 내주고 교실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1세대 '거꾸로교실'을 넘어서면서, "생겨난 수업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잡고 '거꾸로배움'으로 진화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학교급, 교과 선생님들이 교실 안에서, 학교 밖(온라인) 네트워크에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시도한 사례들을 읽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멀리 미국에서도 선생님들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싶어서이다. 21세기 디지털 세대를 가르치는 방식이 달라져야한다는 사실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쏟아질 텐데 정말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삶에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기 때문일 테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질문 없이 위에서 시키는대로 성실하게 떠밀려가는 자세는 오히려 매우 위험하다. 당연히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교실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솔직하게 적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학사와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는 내내,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 성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도 없이 들었다. 이론으로는 훌륭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때 쯤이면 난 탈진한 상태였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바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오늘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는 데 써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에는 자리에 앉아 학교에서 보낸 한 주에 대해 적어 보기로 했다. 나는 곧 이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단순히 앉아서 내 생각을 적어 봄으로써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블로그의 공공성으로 인해 나는 정말 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블로그 활동은 내가 그간 꿈꿔 온 것보다 더 빠르게 변화의 과정을 가속화시켰다." 215-216쪽. 

 

혁신학교 혁신부에서 내 수업은 개판인데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낯뜨겁게도 전문적학습공동체, 수업혁신 업무를 맡으면서 연구하는 교사가 되자, 교육서적을 읽자, 수업친구 만들자, 일상수업을 성찰하자 등등의 제안을 자주 할 수밖에 없는 올해이다. 혁신학교가 자주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일반학교 업무+ 혁신학교이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활동들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물리적, 심리적 여유가 없어 위와 같은 제안은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역시나 정말 좋은 직무연수는 교사 스스로 필요성을 절감하며 자발적으로 찾아 배울 때 효과적이다. 자발성이 있으면 동기부여가 되고, 내 시간과 노력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아까워하지 않고 보람 있게 느낀다. 게다가 이 책 내용처럼 거꾸로배움을 직무연수에 적용하니 필요한 지식은 영상으로 공부하고, 실제 적용은 코치 역할을 하는 지원자와 함께 고민하며 개별적으로 배워갈 수 있어 좋아보였다.

 

마찬가지로 교실 안에서도 '거꾸로교실' 구조를 갖춘 '거꾸로배움'은 완전학습, 기초부진아 구제, 다양한 적용과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다. 나는 중학교 도덕과 교사이다보니 수학, 과학처럼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진도를 빼기 위해 허덕이기보다는 학생 삶에 생생하게 가 닿는 활동, 헛똑똑이가 아니라 정말 착해지는 학생을 기르기 위해 도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지금으로서는 순종적인 신민을 기르기 위한 일회적, 행사성, 보여주기식 인성교육프로그램 따위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기르기 위해 도덕과 안에서 철학,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한 교육과정이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야심차게 사활을 걸고 있는 활동이 "사회실천창의상상프로젝트"이다. 작년까지도 매년 운영해오고 있는 대회이기는 했지만, 올해 2학년 전담이라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도록 수행평가와 연계하고 "무한도전"처럼 장기프로젝트화 했다. 수업 시간을 할애해서 준비활동, 계획서 작성, 중간점검과 피드백, 보고서 작성을 돕고 있다. 이렇게 생생한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 진심으로 이 책 속 교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거꾸로교실' 구조를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거꾸로교실' 유행에 심드렁했는데, 읽고 나니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이 많은 요즘이라, "CHAPTER 09 거꾸로교실로 배움을 민주화하다"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어떤 교사들은 거꾸로배움으로 생겨난 교실 내 여유 시간으로 '천재들의 시간'이나 '20%의 시간'이라 부르는 활동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안된 이 아이디어는 기업계에서 시작되었고, 다니엘 핑크의 책 "드라이브: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에서 다루고 있다. 사례로는 구글처럼 회사 엔지니어에게 근무 시간의 20%를 자기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고, '페덱스 데이'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 페덱스 데이에서 직원들은 업무와는 별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4시간 안에 무엇이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교육에서는 수업 시간의 10~20%를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배운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내보여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학생들이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을 어떻게 유도할지는 접어 두더라도, 우리 교사들은 반드시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격려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60-61쪽.

 

또한 교과지도 및 학급운영에 있어 '거꾸로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들이 있어 제목들만 기록해두려고 한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항도 있고 중요성을 알지만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는 지점도 있어서 우리 교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방법들이 좋아보이는 이유는 바로 글을 쓴 교사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올린 생생한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 교실에서 자립적인 학습 공동체 만들기

 

학생들이 교실 학습 공동체의 성공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활용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함께 규칙 만들기

2. 교실 공간 배치하기

3. 모둠 활동 정상화하기

4. 같이 책임지기

5. 학급 문화 개발하기

6. 학생들에게 피드백 받기

 

* 스스로 배우는 학생으로 키우기

학생들은 타율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학급 문화에서 자율을 중요시할 수 있도록 다음을 활성화시켜야 했다.

1. 정기적으로 메타인지 향상시키기

2. 메타인지 모델 보여 주기

3. 정기적으로 목표 세우기

4. 눈에 보이는 목표 만들기

5. 목표 공개하기

6. 선택권 주기

7. 새로운 활동 반복해서 소개하기

8. 성격 차이 존중하기

9. 학생들을 믿어라

10. 실패 뒷받침하기" 134-139쪽.

 

사회 각 분야에서 쉽게 '혁신'을 말한다. 그러나 혁신부에서 일한 올해만 해도 관행에 물든 학교를 혁신하려면 온갖 갈등과 말의 홍수 속을 헤쳐나가면서도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며, 미움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행착오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세심함과 치밀함 또한 필요한데, 아래 내용을 통해 힌트를 얻었다.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은 요즘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항상 고민하는 지점, '변화가 아래에서 위로 일어난다', 즉 교육주체 스스로가 자발성을 가지고 혁신해나가도록 지원해야한다는 점이다. top down이 아니라 bottom up!! 이 책도 이 점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거꾸로교실'을 넘어서서 지속가능한 '거꾸로배움'을 가능하게 하려면 세 영역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이 책에 기고한 여러 교사들의 사례들을 종합해서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이 책이나 이 리뷰를 읽는 교사 아닌 분들이 내용에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교사들에게는 매우 절실한 문제와 힌트들이지만 다른 직종 사람들에게도 시사점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KBS에서 PD로 일하던 역자가 교육계, '거꾸로교실'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현직 교사들과 장기적으로 실험하고 배우면서 다큐를 제작하고, 이렇게 책을 번역 출간할 수 있었던 지점이 신기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분야는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지식들에 대해 얼마나 열려있는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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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 2015-09-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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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저/권남희 역
이봄 | 2015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는 '뭉클'을 '심쿵'으로 읽었다. 설레서든 짠해서든 주변 남성들을 누나의 마음으로 바라본 40대 마스다 미리 언니의 가벼운 수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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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정신없고 피폐한 평일에 아껴가며 야금야금 재미있게 읽었다. 때로 잡지에 가볍게 연재했을 마스다 미리 언니의 수필 속 주제나 소재들이 너무나도 사소하고 꼼꼼한 바로 그 점이 재미있다. 이 책 내용이 모두 공감되는 건 아니지만, 이 중 내 마음에 드는 남성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책 속 가득한 어딘가 어설픈 남자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뇌섹남들.


"독서에 뭉클


전철 안에서 문고본 책 읽는 남자에게 눈이 간다고, 편집자들은 종종 말한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그녀들은 역시 책을 좋아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습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느 출판사 책일까?' 하는 궁금증에서 오는 호기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우라를 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멀다. 이야기 속을 어슬렁거린다... 넘보기 어려운 남자다~" 38-39쪽.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기침이 나서 병원에 갔다. 붐비는 대기실. 옆에 앉은 몸집이 작은 초로의 남성이 곳곳에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하얀 포장지로 표지를 한 그 두꺼운 책에는 '양자역학'이라고 손으로 쓴 글씨가 보였다.

양자역학?

으음, 어려울 것 같네.

펼쳐진 페이지에는 영어도 줄줄이 있고 엄청나게 전문적인 분위기다. 그야말로 전직 대학교수나 학자 같은 느낌이었다...

늙어서도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는 깊이 있는 옆얼굴..." 51-52쪽.


예전에 권남희 님 본인이 쓴 여행기도 구입해서 읽었기에 이 번역자의 밝고 해맑은 기운을 좋아한다. 소재도 문체도 가볍고도 가벼운 원문 느낌을 잘 살려낸 듯하다. '뭉클'에 대해서는 역자 후기에도 남겼는데, 책 읽는 내내 요즘 말로 '심쿵'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상대방과 뭘 해보자는 정도로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순간 멋있어보이는 정도, 내 남자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TV 드라마 속 배우 캐릭터에게 설레는 정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지점은 40대가 된 마스다 미리가 주변 남자들을 누나(엄마 아니다)의 눈빛으로 '짠하게' 바라보는 부분들이다. 이 부분들은 '뭉클'이라는 단어와도 어울린다. 특히 잘되면 도둑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하남들이 하는 어설픈 행동들을 보며 누나 미소를 짓고 마음 속으로 귀여워하는 마스다 미리를 보고 있으려니 남자 중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과 닮아있는 듯해 내내 재미있었다. 40대 여성이란 주변 남성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남동생처럼 돌보고 챙겨야할 대상으로 보게 되는 걸까.

 

이봄과 애니북스에서 번갈아가며 마스다 미리 신간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고 나면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이제 만화 좀 나올 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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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영화 2015-09-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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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
일본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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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마음이 비교적 여유로울 가을방학에

다소 멀지만 예술영화관 표 좀 팔아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검색을 하다가

이수역 아트나인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았다.

"심야식당"의 도라야키 버전인 듯한 잔잔하고 훈훈할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그저 도라야키에 대한 고집스런 철학을 담고 있는 영화이리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몸과 마음이 손상된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의 훈훈한 지점이라면 세 주인공이 서로 다른 아픔을 만져주고 위로해준다는 점.

 

 

* 꿈

어려서 한센병(나병)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 받고 격리 시설에 들어갔던 주인공 할머니가

"인수분해 같은 건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여중생들에게 "어려서 좋겠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간절히 이야기한다.

그냥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으로 들을 때도 뭉클했는데, 할머니의 배경을 알고 나니 더욱 뭉클.

특히 이미 생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을 정도면

그 시대 의학 관련 얄팍한 지식과 헛소문이 얼마나 심한 인권 침해를 불러 왔는지 무섭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까 궁금해졌다.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도 생각했다.

 

 

* 듣기

영화를 보기로 하면서 트위터에서 이 영화를 홍보하는 짤막한 웹툰을 보았다.

(오, 검색하며 보니 전에 읽은 적 있는 김그래 작가의 작품이었군!! 반갑)

 

웹툰에서 볼 수 있듯 할머니는 느리게 느리게 단팥이 될 팥들이

무엇을 보고 들으며 자라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상상하고 팥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조심스럽게 소중히 다루어주며 계속 말을 걸어준다.

몇 번을 끓인 후 설탕을 넣고 나서 서로 깜짝 놀라지 않도록,

'맞선 보듯 서로 친해지도록' 두 시간을 사려 깊게 기다려준다.

이런 느린 호흡 속에서 관객 역시 할머니, 도라하루 점장님,

그곳에 매일 들러 실패작을 받아가는 여중생의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듣는다.

지금 이들의 모습을 만들어준 과거 이야기를.

햇살과 벚꽃이,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뭐 그리 대단하냐 싶을 우리에게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일생을 보냈을) 할머니는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다"며 함께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 배우

우리나라에도 은근 기키 기린 할머니 마니아 층이 두텁다던데,

이 영화에서도 귀엽고 해맑은 할머니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불쌍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존경스럽게 느껴지도록 잘 묘사했다.

영화 보는 내내 남주는 설경구 닮은 남자답고 까칠한 '츤데레' 같았고,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나왔단다.

(검색하다보니 대만, 일본 합작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라는 영화가 땡기네.)

어린 여주는 유이+신세경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하다가 알았는데 기키 기린 할머니의 친손녀란다!!

 

감독 가와세 나오미는 최근에 재미있게 본 "한여름의 판타지아" 프로듀서로 참여했었구나!!

호흡이 매우 느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감동을 끄집어내는데 있어서는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있기도 한데,

아마도 원작이 있는 영화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원작 자체가 그럴 수도 있고,

긴 원작을 짧은 영화 러닝타임 안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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