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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사파리 만년필 카트리지 색상 비교샷 | 2016-09-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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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GIFT][라미] LAMY 만년필 잉크 카트리지 5개입 (컬러선택)

문구
LAMY/웨이무역㈜ | 2013년 02월

품질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카트리지 교체가 간편한 라미 사파리 만년필, 여러 가지 색 카트리지를 쟁여두고 하나씩 꺼내 써보고 있다. 각각 어떤 색인지 포스팅해본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파문블 활동과 이주의리뷰 선정 덕분에 쌓여가는 포인트들로 

기프트 '사치품'을 구입해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라미 사파리 만년필에 'SSong~'이라는 글자를 각인 요청해 주문해서 잘 쓰고 있다. 

닙은 'F'닙으로 했다. 다소 두꺼운 펜을 선호해서 선택했다.

 

오늘은 카트리지 실제 색상을 포스팅해보련다.

요즘 만년필은 가격을 저가로 책정하고, 

카트리지 교체를 간편하고 깔끔하게 할 수 있게 나온다.

특정 회사 만년필을 구입하면 계속 닙과 카트리지, 잉크를 구입하게 될 테니

회사로서도 당장 만년필 자체를 싸게 팔아도 멀리 봤을 땐 이득일지도.

'블루', 새파란 색이라기보다는 파스텔 톤.

 

기본으로 들어있던 카트리지를 다 쓰고 주문할 때 같이 구입해둔 '바이올렛'을 한동안 썼다.

요즘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 메모, 설교 말씀 기록, 대학원 강의 필기 등으로 인해

글씨 쓸 일이 많아서 꽤 자주 교체하는 듯하다.

 

 

한동안 '보라'를 쓰다가 약간 질려서 다른 색이 쓰고 싶어졌다.

같은 색상 한 세트를 사면 카트리지가 5개 들어 있는데

하나만 사기 배송료가 아까워서 5세트를 주문해보았다.

요렇게 다섯 세트를 구입해서 하나씩 꺼내 써보고 있다.

 

 

이름도 예쁜 '터키옥색', 하늘색이다.

 

 

요즘 쓰고 있는 색상, 왼쪽에서 두 번째 색상인데 정식 명칭은 '네온 코랄',

스페셜 에디션이라 한정 수량만 판매하고 떨어지면 더이상 구입할 수 없다는.

'네온'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기대했던데 비해 약간 어두운데

(아마도 여러 색을 섞어 쓰고 있어서 그런 건가,

카트리지 상자에 '세척하고 사용'하라고 나오지만 귀찮...)

단팥색 비슷해서 글씨 쓸 때마다 비비빅이 생각난다. ㅎ 

 

 

초록색 , 네온코랄 쓰다가 세척 안하고 바로 썼더니

처음엔 검은색 비슷하게 어둡다가 계속 쓰다보니 이렇게 밝은 초록색이 되었다.

 

닙이 점점 닳고 있어서 씀씀이가 헤퍼지는지

시간이 갈 수록 카트리지 양이 확연히 빨리 줄어서 깜짝 깜짝 놀라지만

많이 사두었으므로 마음은 두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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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작가의 유쾌한 인생 탐구 | 2016-09-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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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90세 작가의 유쾌한 인생 탐구

다고 아키라 저/김선숙 역
재승출판 | 2016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평생 '두뇌 체조'가 필요함을 부르짖었던 일본 유력자 할아버지가 자신이 만난 재미있는 사람들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말과 행동을 갈고 닦기를 제안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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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신청글을 써서 예스이십사 리뷰어클럽에서 뽑혀 받아보았다.

"30대 중반인 저와 베프는 종종 '곱게 늙어야지,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를 다짐합니다. 전 세대 혹은 전전 세대에서 '좋은 어른'을 찾기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도 웃어 넘길 수 있는 능력이란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은 후 '웬만하면 아무렇지 않다'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어른 만이 갖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이 쓴 소설에서 이기는 투쟁의 필수 요소는 '유머'라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재미 있게 읽은 평전 주인공 김어준 역시 팟캐스트 '나꼼수'를 통해 큰 소리로 웃으며 재미있게 싸우는 방식을 보여주며 추종자들을 모았지요. 너무나도 진지충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하는 저인지라 유머를 잃지 않고 나이 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신청합니다."

 

위의 기대를 충족하는 독서였다. 나는 저자가 김어준 같은 성향을 가진 할아버지이리라고 기대했는데, 우리로 치면 '조선일보' 급 신문에 자신이 쓴 책 서평이 실릴 정도인 유력자였다는 점은 기대와 달랐다. "두뇌 체조" 류 자기계발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아이디어 뱅크라 '만보기' 같은 제품을 생각해낼 수 있는데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인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일본어를 알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요즘 우리 '아재 개그'처럼 말장난이 계속 나왔다. 이 점만 빼면 이 책은 어렵지 않아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 초반에 자신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간 첫날 초등학생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혁신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이미지라 저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주변에서 직접 경험한 '재미있는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주로 나열하고 있어서 따로 인용할 만한 구절은 없다. 특히 저자가 혼다와 소니 회장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를 많이 실었는데 재미있었다. 나는 요즘 '양세형 덕질'에 푹 빠져 있는데 책 읽으면서 저자나 양세형 같은 사람은 재미 유전자를 타고나기도 했고 평생 갈고 닦아서 더 기르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졌다(그런데 또 양세형을 알고 보면 이미지는 장난꾸러기지만 일상에서는 예의 바른 노력파 같아보인다). 각 분야 마다 전문가가 있듯 이들은 매 상황에 임기응변을 발휘해 머리를 굴려 재미있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 좋은 대안을 찾아내거나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한다. 나 같은 진지충이야 임기응변이 없어서 성실함으로 메우는 편이지만, 재미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똑똑하고 센스가 뛰어난 사람인 듯해 부럽곤 하다.  

(뭔가 허전해 투척하는 귀요미 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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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 2016-09-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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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김한영 역
은행나무 | 2016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후' 일상에서 관계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구사할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기술들을 알랭 드 보통 식 달변으로 알려주는 소설 탈을 쓴 흥미로운 논문식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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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예술에 대한 심리학적 에세이 혹은 소설을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납득 가게 출간해 온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이 나왔다. 믿고 보는 알랭 드 보통이라 일단 주문해 놓았다가 추석 연휴를 맞아 읽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오는 동안 자꾸만 연애 세포를 깨우는 영화나 드라마, 책 같은 작품들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화 "최악의 하루", "화양연화", "카페 소사이어티" 모두 연애 혹은 외도를 모티프 삼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이 화내는 대로 양적으로 훨씬 우세한 로코 장르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장면만 아름답게 보여주고 그 후의 찌질함은 잘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왜 많은 예술 작품이 '사랑'의 모든 과정(= 원제 "The Course of Love")을 다루지 않느냐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적, 물리적) 기술을 다루지 않느냐고 묻는다.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소설 탈을 쓴 이 이야기는 내내 전지적 작가 시점이면서도 중간에 글씨체를 달리하여 인용 문단처럼 넣은 작가의 또다른 심리학적 해석 내레이션 덕분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논문 한 편 같다. 항상 말하지만 논문이라고 해서 다 읽기 난해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에 대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러브스토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러브스토리는 누군가 우리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할까 봐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항상 보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을 때가 아니라 평생 서로의 포로가 되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나눌 때이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27쪽.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일 수록 막 대하게 마련이다. 직장 동료나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 다루어지는 거시적인 소재에 비하면 가족끼리 갈등이 일어나게 만드는 소재는 너무나도 사소하고 세밀하고 찌질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저자는 통찰력 있게도 그러한 사소한 소재가 갈등 원인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직 비혼인 나는 어떻게 수십 년 간 타인으로 살았던 너무나도 성격이 다른 성인 두 명이 하루 아침에 결혼을 해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지 미스터리다. 자녀들이 사춘기를 넘어갈 정도 기간까지 '버틴' 부부가 얼마나 성숙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워하는지를 종종 보는데, 거꾸로 말하면 결혼 생활 초기가 얼마나 많은 갈등으로 서로의 인격을 갈고 닦는지를 알 수 있다. 언젠가 그 생활에 들어가 강제로 인격 수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두렵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 면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회의가 있다.

"사실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78쪽.

 

어디까지가 본인 이야기인지 궁금할 정도로 알랭 드 보통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있을 법할 만큼 생생하다. 밖에서 들고 들어온 분노를 가족에게 쏟아내는 일은 비합리적이고 부당하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주인공은 배우자에게 자기도 모르게 '이유를 갖다 붙여서, 만들어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관계 유지를 위한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 한은 배우자가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 항상 곁에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일 테다. 특히 결혼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어른들이 초조해하시는 이유 중 하나도 거기에 있을 테다.

"세상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번번이 우리에게 혼란과 실망, 좌절과 상처를 안긴다. 세상은 우리를 지체시키고, 창의적인 시도에 퇴짜를 놓고, 우리를 승진에서 제외시키고, 얼간이들에게 보상을 주고, 우리의 포부는 그 암울하고 무자비함에 산산이 부서진다. 그래도 우리는 거의 언제나 불평하지 못한다. 진정으로 책임 있는 사람을 알아내기가 너무 어렵고, 누구 책임인지를 확실히 알 때에도 항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해고를 당하거나 조롱거리가 된다).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그 사람 탓을 하는 건 당연히 부조리 중에서도 부조리다. 하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사랑의 작동 법칙을 잘못 이해한 셈이다. 우리는 정말로 책임이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주변에 있는 가장 다정하고, 가장 동정 어리고,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 즉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적으면서도 우리가 마구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우리 곁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에게 불만을 쏟아놓는 것이다." 123쪽.

 

소설 속 라비가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외도를 경험한 후 그가 아내나 결혼 제도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진다. 최근에 본 다른 영화들 "최악의 하루", "화양연화", "카페 소사이어티"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데 일단 주인공은 더이상 외도를 저지르지 않는다. 본인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스틴에게 정직하게 말하지도 않는다. 지금 가족 관계를 깨뜨리지 않고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참고 원래 배우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면은 "화양연화"와 비슷하다.  "최악의 하루"에서 운철이 은희에게 "너를 사랑하지만, 아내와는 계속 (이혼하지 않고) 함께 하기로 했어."라고 했던 말이 모순처럼 느껴져서 정말 찌질하고 이해 안가는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도 사장이 비서에게 "이혼하고 너와 함께 하고 싶지만,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도저히 못하겠어."라고 말해 비서를 좌절 시킨다. 출산을 동반한 결혼 제도 유지란 이렇게 무서운가 싶었다. 주인공이 얻은 결론은 '그래서 결혼 제도가 필요하구나.'였지만. 아래 인용한 부분에 각종 영화나 소설 혹은 본인의 경험은 일종의 예방 접종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남주로서는 약간의 고통을 맛본 후로 다시는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타인들의 신의로부터 무의식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한 외도라는 문제에도 태연자약할 수 있다. 한 번도 배신당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신의를 계속 유지하기에 좋은 전제조건이 못 된다. 보다 진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되려면 적절한 예방 접종을 겪어봐야 한다. 한동안 극한의 공황과 모욕을 겪고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가봐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배우지를 배신하지 말라는 명령이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 영구히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도덕적 의무로 변모한다." 232쪽.

 

저자는 이런 식으로 일련의 '사랑의 과정'을 다소 도덕 교과서 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사실 이 부부가 밟고 있는 과정은 상대보다도 자기를 보호하기 위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주장하듯 저자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경험과 심리(적 결핍)를 파헤치며, 현재 그들의 언행을 해석한다. 결혼 생활이 지속되고 육아와 집안일에 시달릴 수록 라비는 가족에게 '소리지르고 짜증내기'라는 언행을 보이고, 커스틴은 상대방이 세게 나와도 '냉랭하게 대하기'로 맞선다. 둘 다 일종의 회피이면서 센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저자는 라비가 별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보이고 차가운 커스틴에게서 거절감을 느끼고, 커스틴은 어렸을 때 가족을 책임지지 않고 떠나간 아버지 그림자를 엄마와 둘이서 버티면서 채워갔기 때문에 라비에게도 그러한 맥락에서 대한다고 해석한다. 이 부부는 관계 위기가 왔을 때 심리 상담을 받는데, 책을 직접 읽어보면 이야기 속 심리치료사가 훨씬 납득 가도록 차분하게 해석해준다. 그 해석이 정답이든 아니든, 이들은 그러한 과정에서 관계를 회복 시키는데 도움을 받는다.

"베를린에서 그를 이끈 것은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새롭지만 제한적으로 진입해 결혼 생활의 문제를 회피해보겠다는 갑작스러운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깨닫게 되었듯이, 그런 희망은 허튼 감상에 불과했고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패배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잔인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희생되지 않는 깔끔한 해결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모험과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화로가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성욕을 죽이고, 외도는 결혼 생활을 죽인다. 두 패러다임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자유사상가인 동시에 결혼한 낭만주의자가 될 순 없다. 그는 어느 쪽의 손실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238쪽.

 

원래 알랭 드 보통 책을 누가 번역했는지를 떠올려보게 만들었다. 그의 예전 책 몇 권은 술술 잘 읽혔던 듯한 기억이 나서(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내가 정영목 번역에 익숙해져 있나??)다. 잘은 모르지만 전작들처럼 Art는 '기술'로 번역해야할 때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를 들어 "여행의 기술"처럼 여기 '사랑'에 있어서도 'Course'라는 표현을 쓴 걸 보면 예술보다는 기술에 가깝게 그리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책에서 '예술'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기술'로 바꿔 읽어보았다. 부부처럼 매우 긴밀한 인간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투입-> 산출이 거의 분명한 기술을 나열하고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랑'은 어찌될지 모르는 예술적 측면이 많고, '낭만'에 예술 아닌 기술을 들이밀기에는 거부감이 너무 클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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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 영화 2016-09-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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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극비수사

곽경택
한국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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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예스이십사 다운로드 위시리스트에 넣어 두었다가 굿다운로드했고, 보기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도 미안한데 참 집중이 안 되어 다 보기 어려웠던 영화다. 스릴러라는 장르와 이 좋은 캐스팅으로도 집중을 어렵게 만들었던 이유가 단지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았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 잔잔한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도 재생하기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다 보았는데 말이다. "친구"는 보지 않았지만 한국 영화를 좋아해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았던 곽경택 감독의 예전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남자+폭력이 많이 나오고 여자는 거들거나 보호 받을 뿐이며 스릴러이면서도 잔잔하고 우울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다는 점을 떠올려본다.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고 무거운 마음과 찜찜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만 난다. 신기 있는 진지 캐릭터 상 절대 아재 개그를 칠 수 없었던 유해진은 얼마나 답답했을 것이며, "추격자" 그림자가 엿보이는 김윤석은 그때 캐릭터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듯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듯 영화 마지막에는 모델로 삼은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나온다. 증거 기반 과학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 온갖 미드와 한국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때에 부산 사투리를 영화에 넣기 참 좋아하는 곽경택 감독은 왜 굳이 경찰의 촉과 점쟁이의 신기(사주도 보지만)를 바탕으로 납치된 아이를 찾아내었던 이야기를 영화 모티프로 삼았을까. 과학주의와 신경과학 발전 하에 있는 현대에 뇌 관련 강의들을 들으면서 심리철학적으로 영혼이 실체인지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라 유해진이 분한 점쟁이가 물리적 한계 속에서도 직관적으로 실체와 매우 흡사한 환상(?)을 보고 이를 수사에 적용할 수 있게 제시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며칠 혹은 몇 시에 납치범으로부터 연락이 올 예정인지 맞추거나, 강(=사주에서 물)으로 통하는 하수구 형상 자체를 보고 자세히 묘사한다거나, 공범이 있으리라고 추측하는 장면들 말이다. 나는 종교가 있지만 사주까지는 일종의 통계라고 생각해 일정 부분 받기도 하는 편인데, 유해진과 그 스승이 같은 사주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내려 아이 생사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을 보면 감독은 '신기'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 듯해보인다. 수사 성공에 대한 욕심, 거기에 자기 숟가락도 얹고 싶어하는 경찰들의 욕심, 그리고 성공에 대해 초연한 점쟁이와 주인공 경찰의 태도, 일련의 이야기 전개는 다소 뻔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흥미로운 지점과 모티프가 가진 매력,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집중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보면 달랐으려나. 참, 영화 분위기 자체는 배경이 70년 대라 고증을 잘하면서 찍어서 이를 보는 일 자체가 즐거운 면이 있다. 엄청 매우 진지한 버전인 '응답' 시리즈를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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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사이어티 | 영화 2016-09-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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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
미국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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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트나인 올나잇 때 "이레셔널 맨"을 재미있게 본 후로 이번 "카페 소사이어티"도 보고 싶어서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연히 머나먼 아트나인이나 광화문 쪽 가서 봐야 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추석 연휴 기간에 동네 영화관에 개봉관이 있어서 얼른 예매해두었다. 샤롯데관이었는데 불금 밤이라 꽤 많은 사람이 들었고, 다 커플석인지라 나는 두 좌석 예매한 양 옆자리를 비워둔 채로 편안하게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 우디 앨런 식 비꼬는 농담(카페 소사이어티나 갱스터나 그게 그거임)

사람들이 왜 우디 앨런, 우디 앨런 하는지 잘 알겠다. SBS "씨네타운 S"에서 들었는데 우디 앨런은 이상한 병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영화 시상식에 상 받으러 가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는 우디 앨런이 영화판 고자세를 거부하고 비난할 수록 관객은(혹은 영화 평단 마저도) 우디 앨런 영화에 열광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도 영화판을 대놓고 '까는' 우디 앨런 식 비꼬는 농담으로 가득하다. 온갖 가십이 가득한 카페 소사이어티가 셀러브리티를 말로 죽이는 일이나, 유대인인 주인공 형이 갱스터처럼 (별로) 죄 없는 사람을 막 총으로 쏴서 죽이고 시멘트에 발라버리는 일이나 똑같지 않느냐고 비유하며 결국은 형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방식으로 헐리우드 영화판을 비난한다.

 

 

* 낭만적인 것들을 옹호하다: 비합리, 영혼, 꿈

최근에 "화양연화"를 꺼내 보았기에 이 "카페 소사이어티"가 우디 앨런 식 "화양연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낭만적이게도 감독은 영화를 '단꿈'이라는 단어를 쓰며 마무리했다. 매우 노골적으로 낭만적인 것들을 옹호한다. 영화 초반에 '속물적인' 헐리우드 분위기가 싫다던 여주는 결국 가까운 미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데 이를 두고두고 후회하는 듯해보인다(그러나 남주가 잘 되지 않았어도 이런 반응을 보였을지는 궁금하다). 아직도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화양연화" 속 장만옥처럼 여주는 남주에 대한 마음을 억누른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을 너무 쉽게 하게 된 시대에 이런 '꿈'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옹호하다니.

 

이야기 한 편에는 계속 남주의 형 이야기가 병치되는데, 남주 누나의 남편이 사회주의자인 교수로서 말 끝마다 합리적인 근거로 도덕적인 판단을 늘어놓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형은 유대인이면서도 서슴없이 살인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더니 교도소 들어가서는 손쉽게 가톨릭으로 개종해버린다. 자신을 구해달라는 시편 6편에 감동 받으면서, 유대교와 달리 '내세'를 믿는다는 사실 때문에 타고 난 종교를 버린다. 요즘 뇌 관련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있어서 '영혼이 실체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과학과 종교는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영혼은 존재하고 내세를 믿는다는 행위가 과학주의라는 또 다른 믿음에 의해 조롱 받고 있는 시대에 천연덕스럽게 영화에 이런 메시지를 넣다니 역시 우디 앨런이다.

 

 

* 배우, 배경 

이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이 트위터에 크리스틴 스튜어트 너무 예쁘다는 이야기를 계속 올리고 있다. 나도 200% 공감!! 30년대 헐리우드라는 배경을 가진 이 영화에서 그 동네에서 통용되고 있는 속물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당당함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낭만적인 믿음으로 성공한 유부남을 만나고 있던 여주를 납득 되게 잘 연기하고 있다. 시대에 맞춘 패션 또한 참 예쁘다. "이레셔널 맨" 때도 그랬듯 여기 나오는 남성들은 대체로 찌질하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하기 위해 이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삼촌도, 'so sweet'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얻지 못하고 호구가 되는 남주도. 

 

'두 명 다 사랑한다'는 여주가 삼촌을 선택한 후 여전히 아내와 '보니'를 헷갈려하며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남주와 여주의 사랑은 어쨌거나 완성에 다가갈 수록 '불륜'이 된다. "화양연화"와 마찬가지로 쉽게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간절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맞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슨 생각 해?"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단꿈에 젖어 몽롱한 남주와 여주의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그 순간 만큼은 행복해보여서 영화 속 다른 부부의 대사처럼 적어도 좋은 영화를 같이 볼 영혼의 짝꿍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돌아오는 길 가을비 내리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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