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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연남동 #책방지기 #고양이집사 | 독립출판물 2018-01-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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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대안적인 삶에 관심이 생겼다. 하루 아침에 삶 전반을 개조하며 드라마틱하게 실천하고 있지는 물론 못하다. 미니멀라이프, 의식주에서 최소한의 소유와 소비만 하기. 미니멀라이프와 퇴사 열풍에는 적게 벌거나 적게 써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그 세계에 진입할 수 있을 듯한 분위기가 있다. 명품 가방이나 구두를 착용하고 바깥에 나가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더 기분이 좋으며 집은 커야 하고 천성적으로 물건 사기를 좋아하는 화려한 사람이 소박한 삶을 견딜 수 있을까. 한시적 퇴사, 무급 휴직을 앞두고 있는지라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나에게도 화두라 매력 있게 다가왔다. 행복까지는 모르겠지만 적금 깨면서 생존은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나와서 내린 결정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 친한 언니샘께서 "그래서, 적게 벌어도 행복하대?"라고 물으셨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대답하자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해요."... 

 

요즘 나를 툭 치면 작은 책방 이야기가 술술 나올 정도로 한동안 푹 빠져 지내고 있는 관심사다. 상점 하나를 꾸리는데 생각보다 훨씬 여력이 많이 들 테고, 이 책에도 나오지만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세계는 더더욱 피로한 지점이 많아서 실제로 생활력 제로인 내가 언젠가 작은 책방을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저 신세계를 경험하듯 기회가 생기는 대로 작은 책방들을 탐방하고 있다. 지금껏 '이 책방은 별로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책방은 하나도 없었다. 다들 어찌나 그 책방 만의 색깔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지. 책방을 채우고 있는 독립출판물 또한 매력이 있다.

 

2015년에 작은 책방이라는 세계를 알게 되어 유명한 곳부터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제작년인가 연희동 옛 수유너머N에서 푸코 강의를 들을 때 (그 머나먼 홍대까지 가는 김에) 연남동을 지나면서 일부러 작은 책방들에 들르곤 했다. 초창기 매스컴을 많이 탔던 헬로인디북스라 작은 책방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곤 했다. 그렇게 찾아간 헬로인디북스와 피노키오는 사이좋게 붙어 있었다. 날 좋은 주말 오후에는 책방 앞에서 소품을 파는 분들도 계셨고 예의 길냥이도 만난 듯하다. 작은 책방 구경하던 초기라서 작은 책방이면서 두 책방이 이웃해 운영하는 시스템 자체가 신기했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장사가 될까, 남을까?'여서 왠지 미안한 마음으로 꼭 책 한 권씩 사서 나오곤 했다.

 

이 책은 창전동에서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헬로인디북스에서 책방지기로서 보내는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한 글들을 묶은 독립출판물이다. ISBN도 바코드도 없고 인터넷서점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작은책방 sns를 많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 책 출간 당시 하도 입소문이 자자해서 언제 꼭 구입해야지 마음 먹고 있다가 지난 번 경의선 책거리 들른 김에 구입했다. 구입하고 나서 2017 마포혁신교육지구 마을 방과후학교 운영 결과를 전시한 컨테이너에 들러 구경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 바로 이거였다며 소름 돋아했는데, 이 책방지기님도 학생들과 '인터뷰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듯해서 반가웠다.

경의선 책거리 산책: http://blog.yes24.com/document/10021020 

 

 

"- 책방지기: 책방에 '책을 보는 공간입니다. 사진촬영은 자제해주세요. 내지촬영은 안돼요. 시끄러운 대화도 조금만 자제 부탁드립니다.'라고 안내문 붙여놨어.

- 친구: 그랬더니 사진 좀 덜 찍나?

- 책방지기: 그 안내문을 찍어." 45

독립출판물들 마다 귀찮고 비용이 들더라도 랩핑을 선호하는 이유는 책 내부를 못 보게하는 의도보다도, 워낙 작은 책방에 진열해두면 손 때 타거나 훼손되기 쉽기 때문일 테다. 책방지기 sns를 보면 심심찮게 위와 같은 불만을 소심하게 sns에 올리는 모습을 본다. 작은 책방 이용자로서도 다른 (뜨내기) 손님이 인증샷 찍느라 찰칵대거나 독립출판물을 함부로 다루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다 덜컹 내려앉는다.

 

"잘가요 피노키오

...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피노님. 피노님은 항상 연남동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이 좋았다고, 동네사람들이랑 평상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골목길에서 동네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던 그때가 좋았다고 늘 예전의 연남동을 그리워했다. 시끄러워진 동네에 나도 이미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피노님의 마음을 백분 이해하고 있었지만 피노키오 없는 헬로인디북스를 상상할 수 없었다...

골목에 익숙했던 가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책방에 밥을 먹으러 오던 길고양이들의 발길도 끊긴 어느 날, 피노키오 책방이 곧 나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진짜 피노키오가 떠나는구나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가장 친한 친구가 떠난다. 이렇게 모두 떠나는데 나는 이제 연남동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62

이 책에는 작은 책방 운영 내용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책방지기로서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유머 넘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손에 들자 마자 킥킥대며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은 내용은 책 표지에도 힘을 주어 그렸듯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방이 있는 마을에서 길냥이 돌보기로 인한 갈등을 겪은 헬로인디북스와 피노키오 책방지기. 길냥이들이 있는 동네라 먹이를 챙겨주고 있었는데 일부 동네 분들은 길냥이 돌보기에 반대하셨다. "그럴 거면 데려가서 키우라!!"는 말씀에, 혼자 지내기도 빠듯한 경제적 상황에도 하악이를 거둔 저자. 아픈 하악이를 떠나보낸 후까지 하악이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게 많다고 적고 있는 저자는 앞으로 고양이집사로서의 삶에서 떠나기 어려워진 듯하다. 핫한 가게들이 들어오고 그만큼 인심 각박한 동네로 변해가는 연남동에 회의를 느꼈을까, 안그래도 피노키오가 경주로 옮겼다는 소식을 작은 책방 다룬 책에서 읽었는데 여기에도 그 이야기가 써 있다. tvN "알쓸신잡"에서 경주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던데 어째 공교롭게도 피노키오가 선택하는 장소마다 핫해지는가.

 

"한달 전인가, 임시휴무날 제작자 한 분이 휴무인줄 모르고 포도즙을 들고 책방에 왔다가 닫겨있는 문고리에 포도즙이 담긴 봉투를 걸어놓고 간 적이 있다. 나는 다음 날 와서 그 봉투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이웃분들이 저거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보관해야하나, 혹시 이상한 사람이 주사기로 독극물 타면 어쩌나 걱정했더란다. 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덕분에 독극물 안 탄 맛난 포도즙을 사수할 수 있었다...

인간 CCTV가 많은 골목이라 언제나 안심이다." 76

질문 수업활동 자료집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웃' 단원에서 마을 공동체의 좋은 점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중이라 와닿았던 대목이다. 적게 벌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뿌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찾아야할 듯하다. 저자 스스로 "행복해요!!"라고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 상황을 포함해서 불안정한 뿌리 때문이다. 책방과 세들어 사는 자취집에서 당장 쫓겨나지 않을까 불안하다.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해 매일 매상을 걱정해야 한다. 정규직으로 누렸던 안정적인 삶을 위한 혜택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뿌리 빈약해보이는 이 삶이 훨씬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책방에서 매일 6시간 저녁을 '때우며'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 때문에 때로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 책 읽고 있는 손님을 내보내고 책방 문을 닫을 정도로 살도 찌고 몸도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사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모든 불안정한 요건들 속에서도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람들 때문이라고 저자는 책에서 자주 힘을 주어 이야기한다.

 

독립출판물(특히 참신한 컨셉 잡지들)을 초창기부터 알았고 즐겨 읽었고 취급하는 전문가라 이 책 만듦새도 딱 독립출판물 답게 잘 만들었다. 책은 띠지나 책날개 같은 군더더기 전혀 없이 미니멀한 문고본 형태이다. 책에 넣을 내용이 있다면 인디자인으로 편집해서 지금이라도 출간할 수 있을 듯 생겼다. 쪽수가 항상 있지 않고 가끔 책 제목 옆에 숫자가 붙어 있으며 중간 중간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때 차례처럼 글 목록을 넣었다.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단행본, 이렇게 만들면 안돼?'냐고 독자에게 되묻는 느낌이다. 나는 좋다. 마케팅을 위해 올컬러 양장본에 가름끈, 띠지, 책날개 등 온갖 군더더기가 붙어 있는 무거운 단행본 한 권보다 이런 책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책 내용이 재미있다. 대형 출판사라면 기획 단계에서 '세련되지 않다, 일반적인 독자 취향에 맞지 않다'며 수정을 요구당했을지도 모르는 지점들이 날 것처럼 살아 있다. 정색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만든 이 지점이 독자를 웃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독립출판물에 관한 실험이 가능한 구조 만들기에 일조하는 이런 책방지기이자 저자가 생존할 수 있도록, 이런 책은 꼭 사주어야 한다!! 고 자신있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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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 2018-01-2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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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문정아 저
다산북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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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초심자가 능숙해지기까지 자기계발하는 여정을 다룬 다산북스 홍대리 시리즈 중국어 버전 개정판이 나왔다. 2017년 현재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까지 다루고 있는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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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산북스 나나검 미션 도서를 두 권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어서 이 책을 골랐다. 안 그래도 시간 여유가 생기면 영어며 중국어 공부를 좀 틈틈이 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어는 논문 읽으려면 필요하고, 중국어는 쓸 일이 없으니 날로 잊어버리고 있어 아까운데다가 앞으로 중국에서 생활할 일을 만들고도 싶은데 제도권으로 가려면 HSK 준비를 해두어야 할 듯해서이다. 중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한다. 영어야 기본으로 하는 언어이고, 기회가 있다면 중국어는 꼭 배우라고, 책 뒷표지 전현무 아나운서 말처럼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중국은 기회의 땅이 맞다. 통일을 준비하는 세대라면 더욱 중국어는 알아야 한다고 본다.

 

다산북스 자기계발 라인 홍대리 시리즈는 워낙 유명하다. 주인공 홍대리가 자기계발 분야에서 초심자에서부터 능숙해지기까지 여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물론 모든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부흥회 하듯 즐겁게 독서한 후 정말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어가 이제 나왔다고?' 싶었는데 개정판이었다. 2017년 현재 중국 언어 상황을 십분 반영해 소개하고 있는 핫한 책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SBS 라디오 올드스쿨에서도 초급 중국어 회화를 김창렬에게 가르쳐주던 문정아 선생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믿고 배울 만한 분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기에 따라서는 유명 중국어 강사인 문정아와 그가 운영하는 시스템을 홍보하는 책 같아보일 수도 있는데 독자로서는 중국어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게 되면 된다.

 

홍대리 시리즈의 강점은 스토리텔링인지라 해야할 작업이 많은데도 읽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손에 들자 마자 다 읽었다. 주인공 홍대리가 파이팅이 넘쳐서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스포일러랄 것도 없이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니하오" 밖에 할 줄 모르던 사람이 거의 혼자 공부해서 중국어를 술술 말하고 들을 수 있게 되다니 그럴 수 있는지 반신반의하기는 한다. 그래서 다른 나나검 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진다. 병음과 성조, 간체자를 전혀 읽을 줄 모르는 독자가 이 책에 나온 예문들을 따라 읽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을 구입하면 문정아 중국어 14일 무료 수강권+소책자 '마법의 문장 300을 함께 준다. 책은 중간 중간 중국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스킬들을 제안한다. 언어 관련 자기계발서에서 요즘 꼭 하는 이야기는 아이가 언어 처음 배울 때처럼 귀로 먼저 익숙해지고 말로 하라고, 학교에서 배우듯 읽고 쓰면서 외우는 건 나중에 하라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제안하고 있다. 지킬 수 있는 공부 목표를 세워 꾸준히 연습하라는 조언은 공부 일반에도 적용할 만하다(알지만 지키기 어려워서 문제). 중국 노래와 중국어 더빙한 한국 드라마 보기, 수준이 좀 높아지만 뉴스와 라디오 듣고 신문 읽기를 제안하고 있다. 쉬운 예시를 골라서 실어주어서인지 얼추 읽을 만하다.

 

문정아 선생님이 이런 사람이라면 정말 멘토 삼고 싶겠다 싶을 정도로 친절, 온화하면서도 중국어 배우고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홍대리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자신이 중국어 배우다가 힘들 때 경험을 이야기해준다든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을 준다든지. 슬럼프는 잘 배우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려고 잠시 찾아오는 시기라는 말을 새겨둘 만하다. 이 책에서 교과서에 있는 중국어가 아니라 2017년 현재 핫한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까지 다루어주는 걸 보니 한국에서 잘 나가는 중국어 강사로서 잔뼈가 굵은 분이 확실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중국어가 초급 수준이라 언어보다도 그런 핫한 신조어, 중국 문화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중국에서 1년 살면서 언어를 배운지라 '언어는 현지에 가서 한국 사람 만나지 말고 중국어만 쓰면서 생활해야 빨리 는다'는 믿음은 변함 없지만, 주인공 홍대리처럼 공부할 동기와 의지가 있다면 6개월 안에 기본 회화를 마스터하기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중국어 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 전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홍대리 모습을 보면 공부는 인간을 변화,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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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 2018-01-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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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장의 온도

이덕무 저
다산초당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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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기록한 일기 같은 이덕무 글 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 받을 만한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가난해도 읽고 또 읽는 자세,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자세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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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나검 선택도서로 가제본 도서를 받아보았다.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이유는 책 좋아하는 이덕무에게 공감해왔고 "사소절" http://blog.yes24.com/document/7784102 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띠지에 써 있는 홍보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 청춘을 이끈 힘은 이덕무의 글이었다"- 대통령 문재인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훗날 반드시 문득 깨치는 날이 있다면, 바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관청의 수령이 평온하고 조용한 성품을 갖춰서 이렇다 할 일을 하지 않아 백성들에게 베푼 혜택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온 수령이 몹시 사납고 잔혹했다. 그때서야 백성들은 비로소 예전 수령을 한없이 생가갛며 그리워했다." 140쪽.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별 일 없이 산다"를 좋아한다. 스펙터클한 재미나 스릴이 없이 지루하고 심심해도 좋으니 되도록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매일 일상이 똑같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보면 한 해 사이클은 눈에 보여서 앞으로 무슨 일이 다가오겠구나 짐작은 되지만, 매일 아침 '오늘은 또 무슨 생각지도 못한 시급하고 불편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 수명이 단축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신경 쓰여 마음이 불안, 초조하다. 저 수령 비유는 너무나도 공감된다. 여기 자세히 쓰기는 어렵지만 '태평성대'를 그리워하던 우리들.

 

"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돌아봐도 막막할 뿐이다.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들어서 한 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을 지니고 있어 조금이나마 글자를 알고 있으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든 채 마음을 달래고 있노라면 무너진 마음이 약간이라도 안정이 된다. 만약 나의 눈이 비록 오색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책을 마주하고서 마치 깜깜한 밤처럼 까막눈이었다면 장차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을까." 208쪽.

서자여서 출세가 불가능했다던 이덕무, 그러나 그런 상황을 한탄하지 않고 가난한 생활 중에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세상을 관찰하며 공부하고 썼다. 농담 섞어서 날씨가 너무 추워 책을 덮었더니 좀 살다고 쓴 글에 '헉!' 했다. 일기처럼 쓴 이 글들에는 자주 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덕무가 정말 책을 사랑했음이 느껴진다. 이런 활자중독자가 좋다!! 나도 학기 중 분주할 때, 힘들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책으로 도피하다 시피 한다. 독서하며 겨우 숨을 쉰다. 책을 못 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덕무와 함께 상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원망과 비방하는 마음이 점점 자라나는 까닭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면 진실로 즐겁다 그러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무엇이 해롭겠는가?" 227쪽.

최근 '나를 알아주고 능력을 믿어주는 이'에 대해 생각할 일이 있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어준다면 더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고 보람찬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다. 이 학교에서 근 몇 년 간 생활하면서 날이 갈 수록 아침에 출근하거나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불행하고 힘든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 화내면 지는 거다, 초연해지자 생각하면서도 사람 마음이 약한지라 때때로 그러한 상황을 곱씹다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견딘 시간들이 멀리 봤을 때 어쨌거나 어떤 의미가 있을 터인데도 지금 내가 다른 곳에 있었다면 싶어 아쉬워지곤 했다. 청년들의 퇴사 붐이 너무나도 이해가 될 때가 있었다. 머리로는 어디 가도 힘든 일이 있고 정도 차이일 뿐 그게 그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하곤 한다. 이런 생각이 올라올 때 위에 인용한 이덕무 글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책 전체가 글에 대한 내용이지는 않다. 그래서 마치 "문장의 온도"라는 제목이 요즘 장안의 화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언어의 온도"를 패러디했나 싶었다. 그리고 사견이지만 사소절처럼 작은 판형으로 이덕무의 글만 묶어도 좋았을 듯하다. 글마다 딸린 역자 해설이 동어를 반복하거나, 원문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어서 해설이 꼭 필요한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소재는 과학자처럼 동식물을 관찰해서 쓴 내용이었다. 생물학자가 아니어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생물학자처럼 일상에서 만난 동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론을 세우듯 논리적으로 학설을 구축해보는 자세가 과학자 같았다. 박지원처럼 이덕무와 교류했던 동시대 18세기 조선 학자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데, 학문 분야를 가리지 않았던 그들의 열린 자세가 엿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여러 방식으로 어필한 내용이다. 조선 시대에는 책이 없어서,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책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현대에는 다들 글을 알고 책이 넘쳐나지만 다른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책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이래 저래 소수자인 책 좋아하는 이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덕무와 공감할 수 있을 테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이덕무의 관심사를 엿보았을 때 그도 정조나 정약용처럼 MBTI 검사를 시켜보면 INTJ 비슷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시대에 그런 모습을 보인 학자가 유독 많이 보이는 건, 시대 분위기 때문이기도 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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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 리스크 사회에서 약자들이 함께 살아남는 법 | 2018-01-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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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

우치다 타츠루 저/김경원 역
북뱅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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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성이자 어른인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그 스스로 스승으로 여기는 레비나스(타자에 대한 사랑) 사상을 기반으로 신자유주의가 잠식한 일본이 가진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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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일기에서 투데이 히스토리를 보니 작년 이맘 때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뵈러 고베 개풍관에 방문했다.  http://blog.yes24.com/document/9262287 그리워져서 추억을 되새길 겸 전에 구입해둔 이 책을 방학 맞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특유 깊이와 글맛이 살아 있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보통 한국이 일본보다 10년 정도 느리다는 의견이 많은데, 과연 2006년 즈음에 블로그에 쓰신 글을 모아 출간했다는 이 책을 지금 읽기 참 적절하다. 신자유주의가 리스크 사회를 만들어 특히 약자들이 안전을 위협 받는 매커니즘에 대해 본인이 스승님으로 여기는 레비나스 등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분석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폐해를 구조주의자 푸코 입을 빌어 읽은 "민주주의 살해하기"와 함께 읽고 있었기 때문에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읽는 일본 상황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는 혼자 문화를 좋아하고 솔로 이코노미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환영해온 사람이지만,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혼자 문화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 경제적인 맥락에서 원인을 풀어가는 부분을 읽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핵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난 원인 중에는 각자가 집 한 채씩 마련해서 거기에 가전제품과 가구를 채울 때 소비가 급증해서 저성장 시대에도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배경이 있다. 혼밥혼술을 하고 홀로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외식,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제목만 보아도 책 전체 맥락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도 다소 할아버지처럼 위와 같이 혼자 문화가 퍼지는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똑똑한 여성과 못생긴 남성이 결혼을 안(못)하는 현상이 늘어나면 이들이 나이 들어 아프거나 위기를 맞았을 때 그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들이 없어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얼굴, 사랑, 증여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훈훈한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가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인간은 서로 돌보아야 생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네가 필요해.'라고 선언할 때 인간관계는 깊이 유지될 수 있다. 저자는 오지랖 넓게도 지인들과 함께 주변에 있는 노처녀, 노총각들 중매를 서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신나 한다. 그 옛날 댄스파티의 유용함을 추억한다. 더 나아가서는 함께 의식주와 생활을 영위하고 배우고 무도를 수련하고 그 무엇이라도 나누는 공동체 만들기를 기획한다. 실제로 저자는 고베여학원 교수 정년 퇴직 후 고베에 개풍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맥락에서 단지 결혼과 출산처럼 함께 생활하는 일만 말하지 않는다. 요즘 청년 중에 자발적 백수나 프리터들이 늘고 있는데, 노동을 계산적으로 내 이익만 취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직업을 구하면 진로 탐색이 끝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으려니 죽을 때까지 진로 탐색을 계속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겠다. 지금 여기서 계속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자기 일에 완벽하게 만족하며 죽을 때까지 이 일만 해도 행복하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아래 내용처럼 청소년들에게 너의 소질과 흥미, 적성과 성격을 고려해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진로 교육이 취업을 유보하는 청년을 키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퇴사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듦의 정도 차이는 있을 지언정, 어떤 직종 안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지점과 어려운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다른 글에서 인간이 노동의 의무를 견딜 때 자신도 타인을 도우며 삶의 의미를 찾고 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새삼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젊은이는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조건에 주박이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맨 처음 취업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젊은 사람이 자기 적성에 꼭 맞고, 그래서 잠재적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성과를 올려서 오랫동안 윤택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일과 만날 확률은 엄청나게 낮다. 거의 제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99%의 취업자는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일, 적성이나 능력을 살릴 수 없는 일, 창의적이지 않은 일, 남이 보기에 볼품없는 일, 임금이 낮은 일' 중 몇 조건, 아니면 모든 조건에 해당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그들이 어느 날 문득 '회사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중의 당연한 '당근'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젊은이와 노동의 문제를 논의할 때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적성에 맞는 일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 끼운 단추'였던 것이다. 그런 물음이 아니라 '적성이 안 맞는 일에 대한 동기를 어떻게 유지할까'라는 물음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무엇보다도 노동은 의무다... 노동은 국민의 의무다. '조건이 맞으면 일할 수 있다'는 분에 넘치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니다. '어쨌든 입 다물고 일할 것', 이것이 세상의 규율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왜 노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는 노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헤겔 인용)...

인간의 적성이나 능력이나 소명은 노동하는 인간이 '주관적으로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이나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떠한 '실재하는 객관적인 소산'을 이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사후적으로 결정된다. 능력이나 적성은 일의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 발견된다." 104-106쪽 발췌.

 

 

이 책에서 또 후쿠오카 신이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해 반가웠다. 대학원 파견 때 한창 뇌과학과 생물학이 재미있어서 그의 저작도 찾아 읽곤 했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한국으로 치면 정재승처럼 인문학을 기반으로 적절한 비유와 스토리텔링으로 생물학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준다. 두 분이 무려 서로 아는 사이이고 학문적으로 즐겁게 교류하는 사이라니 좋다. 지난 학년 말에 2학년과 환경 진도를 나가면서 육식에 대해 이야기한 시간이 있기에 인류가 육식하는 문화에 대해 풀어준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맥락 있는 글들이라 중간에 끊기 애매해서 다소 길게 인용해둔다.

"그날 후쿠오카 신이치 선생을 처음 만났다. "문예춘추"의 시마즈 씨가 추천해준 후쿠오카 선생의 "이제 소를 먹어도 안심할 수 있을까"를 읽고 크게 깨우치는 바가 있어 "사가판 유대문화론"에서도 인용했다.

그런 연유로 곧바로 "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나서 Y체인점의 소고기덮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이런 느닷없는 질문에 후쿠오카 선생은 술잔을 입에 대기가 무섭게 소고기를 둘러싼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목축과 도축과 식육'에 대해서는 아시는 바와 같이 대단히 엄격한 금기가 존재한다. 이들 금기는 세계 각국마다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 있는 것의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매혹과 혐오라는 양가적인 본질로부터 유래할 것이다...

'소'에 관한 금기가 특별히 근대적 이데올로기인 것은 아니다. 아미노 요시히코에 따르면 중세 사회에서는 '소몰이꾼'을 별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에 알려져 있던 것 중에서도 엄청나게 거대하고 용맹한 동물인 '소'를 통제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몰이꾼은 머리를 땋은 아이로서 아명으로 불리며 어떤 특권을 누렸다. '동자'란 중세 일본에서 '어린애'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따르지 않는 자'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었다...

미국에서는 '카우보이'가 이에 해당한다. '카우맨'이라고 부르지 않는 게 절묘하지 않은가. '카우보이'가 가장 밑바닥의 육체노동자에서 신화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은 191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다...

내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예는 프랑스의 라 빌레트라는 곳이다. 파리 교외에 있는 도축업의 거리가 프랑스 파시즘의 발상지일 뿐 아니라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극우 정치운동의 거점이었다는 사실은 프랑스의 정치사에서 거의 삽화 정도로밖에 다루어지지 않는다..." 207-211쪽 발췌.

 

 

 

특히 생물학과 무도를 연결시킨 아래 부분을 읽고 있노라니 작년 고베 개풍관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여성 2분이 무도를 시연해주셨는데 서로 합이 잘 맞는 상태에서 공격과 수비를 하는 동안 그 조용한 가운데 몸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 몸처럼 춤을 추는 듯했다. 그래서 보는 우리는 사진조차 찍지 않고 집중할 정도로 경건한 마음가짐이 되었다. 저자가 이 부분에서 무도는 '적을 만들지 않'을 때 잘 된다고 말하는 맥락이 이런 것인가 싶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해서 일을 그르치게 되기도 쉽고, 당장 수영할 때 몸이 뻣뻣해질 정도로 힘을 많이 주면 몸이 물에 가라앉으면서 저항을 많이 받아 수영하기가 더 힘겨워진다. 여유와 유연함!!

"후쿠오카 신이치 선생은 이렇게 쓰고 있다. 또한 '힘빼기의 기술'이라는 게 이런 모습을 가리키는가 싶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한 부분 인용)

... (생명체 크기가 커지면) 단숨에 오차율이 감소한다. 생명체가 원자에 비해 거대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는 이 대목에 빨간 밑줄을 치면서 '어라, 이거 무도 이야기잖아' 하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긴장하면 운동의 정밀도가 떨어진다. 공포나 초조감으로 다리가 벌벌 떨리고 신체가 움츠러들면 생명체의 운동 정밀도는 점점 떨어진다. 그것은 '요동치는 입자'의 수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무도에서는 '적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반복하여 가르친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대다수 사람들은 정신적인 훈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순수하게 테크닉의 문제다. '요동치는 입자의 수를 높은 상태로 유지해두는' 것이 생명체의 여러 기관이 높은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다른 말로 하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인습적인 '적-주체 도식'을 채용하면 우리는 적대적인 장면에 부딪쳤을 때 자동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공격 부분'(요동치는 부분=유격대)과 '방어 부분'(움직이지 않는 부분=진지군)으로 분할하여 고정화시키려고 한다.

'적'에 대한 공포와 시기심이 강해질수록 운동하고 있는 입자 수는 줄어들고 운동의 정밀도는 떨어진다.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하면 100% 이완했을 때 적을 살상하는 우리의 운동 정밀도는 최대치가 된다...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양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이상으로 '요동치는 입자'의 수는 늘릴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에 등량의 물체가 있다. 바로 상대방의 신체이다.

상대방의 신체와 자신의 신체를 '동체'로 만들어 재구축하면, 그 신체의 구성입자 수는 두 배가 된다. 두 신체를 '복합소적 신체'로 삼아 100% 이완 상태로 유지한느 것이 가능하다면, 운동의 정밀도는 내가 단독으로 행동할 때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232-235쪽 발췌.

 

 

저자가 블로그라는 형식을 차용한 이유는 글쓰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서였을 테다. 스스로 이야기하듯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한 글에 비해 표현에서 힘을 빼서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우치다 타츠루 다른 저작들에서 보여주곤 했던 일본 지성이나 어른으로서 보이는 철학적 깊이, 사회 현상을 읽는 날카로운 분석력 또한 나타나고 있다. 우치다 타츠루 글 읽기를 행복해하고 다른 저작도 번역한 바 있는 번역자가 번역했기에 더욱 잘 읽힌다. 방학을 맞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데 한꺼번에 많이 읽으려니 학기 중 시간을 쪼개 읽을 때에 비해 집중력이나 재미가 떨어지는 듯해 고민인 나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오랜만에 즐겁게 독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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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홍콩 마카오 100: 짧고 굵게 여행하자! | 2018-01-22 10:5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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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짜 홍콩 마카오 100

문철진,하경아 공저
미디어샘 | 2016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짧은 일정 동안 홍콩 마카오를 여행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할 여행지, 쇼핑몰, 맛집을 알차게 소개하고 있다. 테마별 여행지 묶음까지, 여행 가이드북에 최적화된 진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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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주 여행 준비할 때 "진짜 제주"를 읽었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 작은 정사각형 판형은 여행지에 들고 다니기에도 손색이 없다. 각 여행지를 1-2페이지 안에 정말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담아내는 방식 또한 찾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짧은 일정 안에 여행 계획을 알차게 짤 수 있도록 테마별 여행지를 모아둔 페이지가 엄청 쏠쏠하다.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저자들의 전문성이 느껴진다.

 

이번 홍콩 마카오 여행을 준비하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고 기다리다가 너무 인기가 좋아 빌리기 어려워 그냥 사버렸다. 다 읽은 지금, 이 책도 "진짜 제주"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었기에 만족하는 독서였고 소장 가치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여행 동선을 짜고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 나는 그 여행지 관련 도서를 닥치는 대로 찾아 읽으며 준비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방학 들어서서 에세이 형식 여행기부터 가이드북까지 4-5권 정도 읽어오고 있는데, 사실 나도 홍콩에 처음 가지만 홍콩 여행은 쇼핑과 맛집 투어를 위해 가까운 맛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책들마다 소개하는 장소들이 겹쳤다. 짧은 일정에 꼭 가야 할 곳을 가고 싶다면 겹치는 곳을 선택하고, 한국인들이 바글거리지 않는 곳을 가고 싶다면 겹치지 않는 곳만 동선에 넣으면 되겠다. 이 "진짜 홍콩 마카오 100"은 제목 대로 홍콩 마카오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여행지, 쇼핑몰, 맛집을 알차게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마카오에서 사진 찍기 좋은 스팟들을 소개해준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용이 이어지는 책이 아니므로 부담 없이 여유 있을 때 조금씩 끊어 읽었다. 이 시리즈가 계속 나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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