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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 내가 소설인지    소설이 나인지 2018-04-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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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어타운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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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장을 펼친 당신은 분명 놀랄 것이다. 작가의 전작을 접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크게 놀랄 것이다. 내가 그랬다. 긴긴 기다림 끝에 도착한 짝남의 답장을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던 나는 소설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얼빠진 소리를 냈다. “!” 그리곤 외쳤다. “아니, 이 인간이?!”
 
프레드릭 배크만은 로맨스의 귀재다. 다른 독자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렇다. 나는 그만큼 사랑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도 드물 거라 생각한다. 그는 고작 한 문장을 덧대는 것만으로도 심쿵하고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 사랑의 범주가 무한하고 한계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히 천부적이라 느껴질 정도다. 연인이든, 산 자와 죽은 자든, 부부든, 남매든, 친구, 할아버지와 손자, 심지어 마을 주민과 동네 고양이 사이에서도 그가 쓰면 남다른 애정이 읽힌다. 독보적인 울림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금세 사랑에 빠져버려서 등장인물들을 따라 웃고 울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니 나는 더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양반은 어쩌자고 이토록 으스스한 서두를 내 머리에 꽂는 것인가. 사랑둥이들은 어디 갔지? 기껏해야 까칠한 할배가 나오는 거 아니었어?
 

3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1p)

 
숲속에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어떤 마을이 있다(314p). 어둠과 추위 실업자들뿐(25p)인 작은 마을이다. 희망에서 점점 더 멀리 쇠락해가는 도시, 그곳이 바로 베어타운이다.
 
베어타운이란 이름처럼 마을 사람들은 곰을 연상시킨다. 열심히 노력하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투덜거리지 말고, 입 꾹 다물고, 대도시 개새끼들에게 우리가 어디 출신인지 본때를 보여줄 것(15p)이라는 선대의 가르침을 청소년들에게 열렬히 가르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키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하키. 이 책에서 하키는 거대한 배경이 된다. 베어타운=하키라고 써도 무방할 정도다. 베어타운 사람들은 하키를 사랑한다. 병적일 정도로 사랑한다. 베어타운에서 하키를 뺀다면 정적만 남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는 곰! 우리는 곰! 우리는 베어타운의 곰!(108p)을 연호하며 정말 곰처럼 포효한다. 몸소 힘과 몸집과 공포를 뜻(133)하는 구단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들은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족속(360p)이기에 승리를 원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지금이다. 이번의 승리로 20년 전의 영광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망이 없는 마을을 구원할 재건의 불씨. 그들에게 하키는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경제고 자존심이며 생존이다.
 
공교롭게도 불꽃은 아이들이 쥐고 있다. 청소년팀의 하키 시합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아이들의 우승이 마을을 살릴 것이다. 그 시합은 전부나 다름없(22p)기에 다들 무엇이든 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어린 선수들조차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법한 극단의 각오를 보여준다. 그들은 부러진 다리로도 시합을 할 것이다. 어떤 부상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키란 본래 그런 것이므로. 하키는 일부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부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럴 때, 하나의 공동체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곰처럼 내달릴 때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나오고 그 피해자를 은폐시키거나 변질시키려는 시도가 자행된다. 성폭행이라는 극악의 사건이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키고 싶은 쪽을 지키면 된다. 혹 그쪽이 가해자일지라도 곰들이 똘똘 뭉치면 그는 당한자가 될 수 있다. 놀라울 정도로 쉬운 일이다. 무리의 힘은 그래서 대단하다. 목적에 눈이 먼 자들이 말한다. 그건 공동체를 위해서라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인 거라고. 되뇌고 스스로 속는다.
 
하키를 유난히 사랑하는 마을의 이야기는 결국 공동체란 무엇일까(418p)라는 질문에 닿는다. 똘똘 뭉치면 무서울 게 없는 집단의 힘이 잘못된 방향을 향했을 경우 얼마나 맹목적으로 부당해질 수 있는지, 그것이 어떤 폭력적인 방법으로 개별적인 존재들을 위협하는지, 작가는 세세하게 보여주었다. 고찰해보라는 의도일 것이다. 당신은 어느 무리에 곰이 되어 힘을 보탤지, 누구를 리더로 선택하여 따를지.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더라도 선과 악은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언제나 바른 눈을 지켜야 한다고. 여자아이가 싫다고 할 때는 정말로 싫은 거(450p), 하키는 지금까지 아무도 강간한 적이 없(446p)다는 것,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쓰다 보니 공동체로 귀결되었지만 <베어타운>을 놓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아직도 잔뜩 남아있다. 성폭행을 당한 소녀와 그녀의 가족, 아버지의 자살을 경험한 십대 동성애자, 완벽 밖에 모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천재소년, 허리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반드시 출세하고 싶은 어린소년, 얻어맞는 게 일상인 임대 주택 거주 소년들, 하키로 정해지는 계급, 소녀와 소년의 결말, 구단을 둘러싼 정치적인 세력들, 잘못된 일이란 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 생각나는 것만 언급해도 이만큼이다. 이 많은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져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 전부를 끌어올 작정이냐,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다들 개성이 확실해서 분간하기 쉬운데다가 탕, 소리와 함께 짧고 자주 끊기기 때문에 나 같이 외국이름 못 외우는 사람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심하다 싶을 만큼 장면전환이 잦기도 한데 외려 그 때문에 이동 중에도 짤막짤막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들고 다니기에 만만한 무게는 아니었지만.
 

중간기록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명장면이 너무 많아 꼽을 수가 없다고. 그 말 그대로다. 플래그를 너무 많이 꽂아서 어느 한 구절을 꼽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후속작을 이미 완성하셨다고 하던데, 어서 내놓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번엔 어떤 시작이라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거기 나올 애들이 여기 나온 애들일 테니까. 그런 식의 연결고리 정말 좋다. 사랑둥이들을 또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물론 그런 설정이 없었더라도 나는 이 작가를 좋아했을 것이다.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도 이리 술술술, 따뜻하게 쓰는데.
 
<베어타운>에도 애정이 마구마구 읽힌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사랑둥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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