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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예스블로그 | 책일기 2019-04-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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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 총 14권, 12리뷰

 

※ 글자를 더 많이 읽어보자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그림책의 비중이 높다. 일에 치이느라 머리가 혹사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을 찾는 것 같다. 하지만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덕분에 기분 좋아지는 그림의 작가들을 많이 발견했으니까. 애초에 8권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꽤 읽은 셈이다. 아니 되레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이번 달 좀 아슬아슬했다. 일과 독서의 비중을 잘 계산하자.

 

※ 이달의 추천 도서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거지 소녀,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품집

 


 

 

 

포스트
2019-04-04 오늘 온 책(예스24 스무살 이벤트) http://blog.yes24.com/document/11209590
2019-04-15 내 동생은 천사인가 보다(feat.크레마 그랑데) http://blog.yes24.com/document/11231883
2019-04-30 2019년 4월 예스블로그 http://blog.yes24.com/document/11277552

 

리뷰
2019-04-08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http://blog.yes24.com/document/11219145
2019-04-15 반 고흐, 영혼의 편지 http://blog.yes24.com/document/11235488
2019-04-19 거지 소녀 http://blog.yes24.com/document/11249471
2019-04-21 그림자를 판 사나이 http://blog.yes24.com/document/11252582
2019-04-22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품집 http://blog.yes24.com/document/11254050
2019-04-23 잠중록 http://blog.yes24.com/document/11256442
2019-04-24 내일이 없는 소년 http://blog.yes24.com/document/11258633
2019-04-29 저 청소일 하는데요? http://blog.yes24.com/document/11274205
2019-04-29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1274436
2019-04-30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http://blog.yes24.com/document/11275700
2019-04-30 너의 숲이 되어줄게 http://blog.yes24.com/document/11277266
2019-04-30 고양이와 할아버지 http://blog.yes24.com/document/11277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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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 짧은 감상 2019-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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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고양이와 할아버지

네코마키 글,그림
미우(대원)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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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다이키치씨(75)와 그의 고양이 타마의 동거 이야기, 라고 할까. 사실 이야기 자체가 강렬하지는 않다. 일상 중에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얘기들인지라 지나고 나면 또렷하게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좋았던 장면이 은은히 떠오르는 식이다. 거기서부터 곰곰 생각해봐야 아 어떤 이야기가 있었지, 그려볼 수 있는 정도고.

 

그도 그럴게 그림이 너무 좋다. 정말 너무 좋아서 다른 데 정신을 팔 여력이 없다. 우와, 하고 눈 안에 그림을 담다 보면 앞에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있기 일쑤다. 정갈하고 반듯하게 그어진 부드러운 선들을 보다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물먹은 듯한 색감은 탄성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정말 따뜻한 느낌이라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물론 이야기도 그에 걸맞게 진행된다. 앞서 이야기가 흐릿하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강렬한 사건이 없다고 해서 재미없다는 건 아니니까.

 

이런 책은 두고두고 무시로 꺼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적한 마을의 풍경과 지나는 계절, 일상을 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고양이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좋아서 오래 붙들게 되는 책이다. 역시 한번 읽는 걸로는 다 읽었다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번 더 읽고 나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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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숲이 되어줄게, 애뽈 | 짧은 감상 2019-04-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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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의 숲이 되어줄게

애뽈 저
시드앤피드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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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하면 숲으로 나간다. 코앞에 산과 공원을 두고 살며 자연스럽게 익힌 방법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거닐며 꽃이나 나비, 하늘같은 걸 무연히 바라보다 보면 미어터질 듯한 머릿속에도 작게나마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세상엔 나와 같은 이유로 숲으로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엔 밖을 나가지 않고도 숲을 보는 법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 이 책처럼.

 

너의 숲이 되어줄게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애뽈의 그림책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원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작가의 바람답게 한 장 한 장 마음도 몸도 노곤노곤하게 풀어지는 그림들이 가득 실려 있다. 제목만 보고 가져온 책이라 사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웬걸 그림이 나올 때마다 탄성이 절로 흘러 나왔다. 어쩜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만 그렸을까. ‘이 상황엔 이 색이 가장 완벽해!’하는 색감만 연신 이어지니 입이 다물어질 틈이 없었다.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도 고르지 못할 터였다. 엽서든 포스터든 손에 쥐게 되었다면 뭐부터 벽에 붙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결국 다 붙이게 되는 그런 좋아함이다. 딱히 동화 속 인물이나 캐릭터를 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그랬다. 피터팬의 원더랜드를 떠올리며 정성스레 그렸다는 작가를 따라 처음으로 동화 속에 들어가 본 것 같고, 사계절의 숲과 나만의 방을 무시로 넘나들며 아름다운 낮과 밤을 통과하는 기분도 맛봤다. 그야말로 숲에 가지 않고도 숲을 보는 법, 동화 속 세상에서 사계절을 나는 법.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와, 잎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그 위에 커다란 구름이 걸려 마치 흰 나뭇잎이 무성한 듯한 나무 그림을 연달아 보면 이건 흡사 마술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세심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사람들이 좋다. 비록 글들은 너무 간지러워 읽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소장해두고 무시로 꺼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 자체도 정말 갖고 싶어지게 잘 만들었다.

 

 

숲 속 소녀는 외부의 정해진 규칙 없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기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어요. 분명 초록처럼 편안하고 싱그러운 나날들이겠지요. 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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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짧은 감상 2019-04-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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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이봄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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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직원 경력 10, 솔로 경력 6년인 32세 쓰치다의 이야기. 서점-지하철-집이라는 일관된 배경 속에서 이어지는 쓰치다의 하루하루들이 담담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톤으로 그려져 있다.

 

흔히들 마스다 미리 하면 별 일 아닌 것 같은 일들도 정겹고 따뜻하게 그린다고 얘기하던데, 듣던 대로였다. 이제 막 두 권째 마스다 미리의 책을 접하는 나이지만 마스다 미리 팬들이 좋아하는 온도가 무엇인지 알 듯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표현하는데도 흐트러지지 않는 부드러움, 이야기 전반을 덮고 있는 느긋함과 상냥함,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먹먹함과 깨달음까지.

 

휴식에 어울리는 느낌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기분이다. 인생이 의미는 뭘까, 같은 걸 물을 때조차 심각하지 않고 그냥 그런 걸 생각하는 밤이 있었다고 넘어가는 주인공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배우고 싶어진다. 사는 데 꼭 필요한 질문들은 너무 심각하거나 어렵고, 어둡거나 우울해지기 쉽다. 마스다 미리는 그런 수위를 정말 잘 조절하는 작가 같다. 덕분에 우리는 잔잔한 일상그림 속에서도 인생의 전반을 고민해볼 수 있다.

 

왜 다들 마스다 미리를 읽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다음 그녀의 책으로는 수짱 시리즈가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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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 짧은 감상 2019-04-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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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저
문학동네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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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둘러 서른이 되고 싶었다. 민증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랬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어른이라는 서핑보드에 올라 정신없이 자유의 파도를 타던 순간은 찰나였다. 기쁨은 순간이고 불만은 영원이라, 곧 세상이 적 같고 나는 그 허공 속에 떠 있는 먼지 같은 시간이 다가왔다.

 

30대가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지만 당시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실제로도 그 말에 의지하여 지난한 이십 대를 통과했다. 그러니 나에게 10대란 얼마나 먼 일이던가. 정말 싫지만 재수 없게 과거 어딘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10대만은 가지 않으리라. 맨몸으로 관계란 사슬에 얻어맞던 그 시절은 꿈에서 봐도 진저리났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많이 힘들고 버거웠다.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는 교실 안에서 겪는 관계 사이의 혼란과 마음앓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할 말을 할 뿐인데 미움 받는 일이나 무리지어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그 아이가 왜 미운지는 정확히 모르는 일, 얼토당토 않는 소문에 휩싸여 소외받거나 호의를 보이려던 것뿐인데 어느새 만만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일 등등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자신의 과거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법한 10대의 장면들이 얄미울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덮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 정도로 몰입이 잘 되고 현실 얘기 같았다.

 

내 인생이니까 나 하고 싶은 대로 살 거다, 그 진부한 말을 결심하는 게 10대 땐 그리도 힘들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상관없어 라고 뻐기기에 단체 생활이란 극악의 조건이었고, 관계의 내성도 쥐어짠 용기도 너무도 허약했다. 하지만 한번은 지나야했다. 나도 한번은 주먹 쥐고 정면을 노려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시간들도 바로 곁인 양 가까이 느껴지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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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 짧은 감상 2019-04-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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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저
21세기북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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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회사를 나온 저자의 생존기이다. 하고자 하는 일은 분명했지만 생계는 무시할 수 없었고 저자도 결국 다시 돈 버는 일에 뛰어들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어머니와 함께하는 청소일이다. 청소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남은 시간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알찬 계획.

 

하지만 20대 대졸여성이 청소일을 한다는 건 평범치 않은 일이고 사람들은 저자를 희한하게, 아닌 척하면서도 그런 종류의 시선으로 안보는 척 쳐다보곤 한다. 왜냐면 우리는 꿈이 곧 직업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중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이미 일평생의 종착지에 도착한 사람처럼 봤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회 속에 깔려 있는 직업적 편견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림책인데다 조곤조곤한 이야기들이 좋아서 단숨에 읽어나갔다.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머리는 좀 복잡해지는 책이다. 공감과 반성을 무시로 오가는. 마지막엔 언제나 그렇듯 응원의 마음으로 덮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늘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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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자주 몰아쉬며 본 소설┃내일이 없는 소녀, 황희 | 내가 소설인지    소설이 나인지 2019-04-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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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일이 없는 소녀

황희 저
네오픽션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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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도이는 이제 그만 삶을 끝내고 싶다. 부모님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는 보기 싫고, 스스로도 지쳤다. 어릴 적 도이의 작은 몸을 파괴시킨 괴물은 고작 12년의 형을 받고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는 말했단다. 출소를 하면 도이를 만나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수감된 후에도 도이가 어디 사는지 찾고 있었다고 했다. 도이는 스스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걸었다.

 

아동성폭행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포문을 여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잔인하고 참혹한 장면을 그려낸다. 동성성폭행을 당하는 소년과 넌 소년법 대상이니까 보호처분 받을 거(28p)”라는 이유로 어머니 대신 형을 살고 나온 소년, 악마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가해자들까지 다 등장하고 나면 끔찍한 장면들이 너무 많아 숨이 턱턱 막힌다. 솔직히 읽기 좀 버거웠다. 오른쪽 눈알만 기괴하게 굴리며 잔류사념*을 찾는 도이의 모습이 무섭기는커녕 반갑고 안도가 될 정도였다. 도이가 그러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 잔혹함을 넘어 다른 세상을 기대해볼 수 있었다.

 

어딘가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 내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거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다거나, 그때 그거 말고 다른 걸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어차피 다 쓸데없는 생각이야, 손사래치고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가끔은 스스로도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진지하게 빠져들 때가 있었다. 현실을 벗고 싶은 자에게 현실을 벗는 이야기는 희망처럼 들린다. 평행세계에 관심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도이의 선택으로 세계가 바뀌었다. 인물들의 관계도 위치도 모습도 다 바뀌었다. 서로가 서로를 계속 기억할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 세계에 계속 존재하는지조차 확신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도이는 매순간 선택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소신껏. 선택한 것이 곧 현실이니까.

 

작가가 그리고자하는 세계는 그렇게 완성됐다,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가능성만큼의 평행세계가 열린다는 세계가. 실패해도 다른 선택을 하(404p)”면 되니까, 또 다른 선택으로 평행세계를 분기해서 선택한 삶을 다시 살아가면 되니까 괜찮다는 메시지가 주인공들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여운처럼 남는 소설이었다.

 

피해자들의 비참함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먹만 꽉 쥐던 순간들이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악마들의 잔학무도함에 절로 살의가 들끓기도 했다. 촉법소녀를 촉법소년들로 응징하는 대목에서 소년법을 보는 작가의 시선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고, 현재 읽고 있는 다른 소설과는 대척점인 입장이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게 됐던 것 같다.

 

그래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숨이 자주 몰아쉬고.

 

 

*어떤 강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장소나 물건, 사람들에 오랫동안 고여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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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 손엔 1권만 있을 수 있지┃처처칭한, 잠중록 | 내가 소설인지    소설이 나인지 2019-04-2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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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잠중록 1

처처칭한 저/서미영 역
arte(아르테)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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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두툼한 책인데도 부담을 못 느끼고 읽었다. 지루한 구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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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로맨스소설에서 중요한 건 역시 그거 아닌가. 일단 재미있다는 것부터 밝히고 시작하자. 꽤 두툼한 책인데도 부담을 못 느끼고 읽었다. 지루한 구간도 없었다.

 

마음에 따로 품은 사람이 있어 정혼을 강요하는 가족들을 죄 죽이고 달아났다는 누명을 쓴 황재하는 남장을 하고 장안으로 향한다. 도망자 주제에 황실로 숨어드는 거 자체가 보통 깡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구제해줄 희망으로 황족인 기왕 이서백을 택하는데, 이때부터 그녀의 입수 인생이 시작된다. 오금치기로 연못에 빠뜨리기라니. 세상에 이런 남주 또 없다.

 

매사가 냉담하고 무심한 이서백과 똑똑하고 대범한 황재하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라면 좋겠지만 그건 아주 먼 얘기 같고. 당장은 귀신의 장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사건을 푸느라 둘 다 정신이 없다. 로맨스미스터리 좋아하지만 솔직히 로맨스와 미스터리 둘 다 만족시키는 경우는 드문데, 이 책은 괜찮았다.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트릭이 자세한 소설보다 왜 뭐가 어디서 삐뚤어가지고 그딴 짓을 했는데를 더 재미있게 보는 편인데 그 부분이 아주 충실하기도 했고.

 

다양한 관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점점 더 크게 벌린다 싶던 사건도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풀어내서 아쉬운 점이 없었다. 로맨스가 좀 약한가? 싶을 때마다 우리의 도도하고 차가운 이서백이 연못에 빠뜨려주고 최첨단 비녀도 사주고 달밤에 기다리고 있고 하니까 가슴이 식을 틈은 없다. 물론 읽다보면 좀 울컥하긴 한다. 조련하는 것도 아니고, 뭐 식을라하면 심쿵하고 또 잊을라하면 심쿵하고. 장난하냐? 하는데 또 뭔가 해주면 얌전히 콩닥하고. 작가가 로맨스가 뭔지를 제대로 아는 것 같다. 그래도 다음 권엔 로맨스 비중 좀 키워줬으면. 황재하에게 홀딱 빠진 이서백이를 보고 싶다. 지금 같아선 해골 머리 안고 기뻐하는 주자진을 더 응원할 것 같다. 걘 그래도 완전 황재하바라기잖아.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봐서 그렇지.

 

갈 길이 구만리다. 황재하의 누명도 벗겨야 하고, 이서백의 물고기 사연도 좀 들어야 하고 둘이 알콩달콩도 해야 하는데 이제 1권이다. 이거 정말 잔인한 일 같다. 어떻게 4권 완결인데 내 손엔 1권만 있을 수 있지.

 

다음권이 빨리 보고 싶다.

 

 

문득 이서백은 텅 빈 하늘 같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샌가 새하얀 구름이 덧칠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293p

 

주자진은 정색하며 반박했다. “나와 숭고는 생사를 같이한 정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하곤 다르다고요!”

그냥 시체 한번 같이 팠을 뿐인데?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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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겨레 출판 | 내가 소설인지    소설이 나인지 2019-04-2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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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신수원,김소윤,김정원,김민아,서주희,이슬아,김광희,성해나,이유경,이항로,정재희,이혜재,최준영,<장
한겨레출판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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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바람결은 조금 더 포근했으면바라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도 창밖은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 다가올것처럼 보이고, 몸에선 곰팡내가 사라지지 않는다(치킨 런이항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립감(오리 날다신수원)”에 서둘러 늙거나 아무 것도 아닌 척 시기와 악의를 흘려 보(너에게 사탕을 줄게김정원)”내는 짓을 일삼기도 한다. 모두가 평등하다는데 창가 쪽에 앉는 사람과 지하에서 잠을 자는 사람 사이엔 극명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 속에서 누구는 절실함이 모자라는(총각슈퍼 올림김민아)” 포스트잇 같은 인간이 되고 또 다른 누구는 한 명이면 족할 희생자에 재수 없게 걸려버린다. 스스로를 죽이고 싶은 사람과 남을 죽이고 싶은 사람이 등장하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갈린다.

 

한 여자가 잠든 연인의 곁에서 자신의 이불을 멀찍이 떨어뜨렸을 때, 아들이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입힐 분홍색 털외투를 샀을 때, 철탑에 오른 여자가 자신의 똥이 담긴 바구니를 아래로 내려 보내고, 소년의 목과 가슴이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낄 때. 나는 눈을 감았던가. 깜빡깜빡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반짝거렸던가.

 

세상엔 그런 시련이 있었다.

스스로를 벗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평범하게, 보통의 삶이라는 이름 안에서.

 

그런 장면들을 읽을 때마다 책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책은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이야. 소리 내어 말하고, 손바닥이란 단어는 두 번, 세 번씩도 발음했다. 물크러진 마음은 그래야 좀 진정이 됐다. 큼직한 손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어서다.

 

손바닥만한 이야기밖에 못 쓰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사람이나(상인들이슬아), “너를 기억하는 게 내 일이고 내가 사는 건 널 기억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비니장임혜경)”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섬주섬 연인의 옆자리에다 다시금 요를 까는 여자의 목소리가. “언제 아물려나(수평의 세계성해나)”.

 

손바닥.

때릴 수도 있고 다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역시 잡아주는 거다. 가만히 잡고 있는 동안에는 빈손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이 문학상에 공연한 애정이 생긴다. 이제 겨우 10년이란 생각이 들고 앞으로의 10년을 확신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오늘 읽은 이야기들이 영영 기억날 것 같아서다. 뿌옇고 흐려진 내 머릿속 과거 속에 나이를 먹지 않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게 우리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여러 수상작품집을 읽어 봤지만 이만큼 만족감이 높은 책은 없었다. 톡 까놓고 말하면 14편 중에 13편이 맘에 들었다. 손바닥문학상은 지금까지도 종종 수상작을 찾아보곤 했는데, 앞으론 매회 챙겨가며 찾아다닐 것 같다. 그만큼 좋았다. 맘 같아선 여기저기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게 아쉽다.

 

평범한 일상에 평범한 이야기를 얹는 게 이리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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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옷 입은 남자가 있었다┃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 내가 소설인지    소설이 나인지 2019-04-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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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저/최문규 역
열림원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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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별로 없는 슐레밀은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추천장을 품에 찔러 넣으며 토마스 욘의 저택으로 향한다. 거기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자기만족감이 과도하게 흘러넘치는 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교계 사람들이다. 그중 한 사람이 눈에 띈다. 회색 옷을 입은 이 남자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주머니에서 꺼내준다. 반창고부터 망원경, 양탄자, 천막, 검정말도 세 필이나 나온다. 주머니에서. 무섬증을 느낀 슐레밀은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가 쫓아와 말한다.

 

혹시 저에게 당신의 그림자를 넘겨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26p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는 행운의 자루에 자신의 그림자를 판 남자의 이야기다. 금화가 무한하게 나오는 마법 주머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꿈같고, 자신이 가진 무언가로 그걸 얻을 수 있다면, 생명에 지장도 없는 거 하나 팔면 되는 일이라면 과연 누가 거부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외려 #이거외않해? 해시태그를 달고 여기저기 꿀팁인 양 소문이 나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생각에 경종을 울린다. 슐레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는 슐레밀을 혐오스럽게 본다. 어떻게 그림자가 없을 수 있는 거냐며 조소하고 경멸하고 피한다. 인간들 가운데야말로 닻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토대를 내리는 곳(48p)”이라고 믿는 슐레밀에게 그보다 더 가혹한 처사는 없다. 그는 그림자가 있는 하인 없이는 혼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고, 태양이 뜨는 게 아니라 지는 걸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나날이 절망스럽고 사랑을 얻지 못한다. 성실한 사람은 태양 아래에서 걸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잘 간직하는 법(33p)”이니까.

 

후일 회색 옷 입은 남자가 찾아와 또 다른 제안을 하는데, 이번엔 그림자를 돌려줄 테니 사후에 영혼을 달란다. 사후가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생각했는데 슐레밀에겐 의미가 있는 듯했다. 그는 죽은 후라도 자신의 영혼은 넘기지 않겠다고 버틴다. 남자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무시로 찾아오고 슐레밀은 그때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버틴다. 그림자는 잃어도 영혼만큼은 잃지 않겠다는 슐레밀과 그럴수록 더 집요하게 찾아오는 남자의 행보를 읽다 보면 영혼은 또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팔아도 되는 것과 팔지 말아야 할 것.

내줄 수 있는 것과 끝끝내 지켜야 하는 것.

인간인 이상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과 인간으로서 마땅히 어기지 말아야 할 것.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이토록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환상적인 서사 속에 날 것의 현실이 있다. 실수와 비극이 있고 사랑과 배신이 있다. 절망과 희망이 있고 마법사와 악마가 있다.

 

어쩐지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델, 자네는 내가 부자이고 자비롭고 선하다고 생각하지. 자네는 세상 사람으로부터 내가 칭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데 자네는 내가 세상을 저주하고 세상 앞에서 나를 감추려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거야. 벤델, 세상은 나를 처벌하고 추방할 걸세. 아마도 나의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된다면 자네도 나를 떠나갈 것일세. 벤델, 나는 부유하고 자비롭고 선하지만, 그러나 아, , 내겐 그림자가 없다네!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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