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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 | 영화와 책들 2012-04-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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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얼간이고 난 삶이야. 삶이 너를 괴롭혀? 맞서 싸우란 말야.

 

언제 왜 다운로드 받아 놓았는지 기억도 안나는 이 영화. 킬링타임, 그것도 '즐거운'이 필요했던 나는 제목만 보고 파일을 열었다. 예상이 뻔한 미국식 코메디일거라 생각했다. 미국식 코메디 맞다. 섹스 유머, 화장실 유머, Fuck과 Shit이 난무한다 여자들 끼리지만. 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다. 웃다가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내 자신 젊은 언니야 시절의 오래된 통증이 저 아래서 올라왔다.

 

어느새 얼굴이 자글자글해진 애니. 야심차게 열었던 베이커리는 망해 빚만 떠안았고, 하우스 메이트 머저리 남매는 그나마 눈치를 봐야한다. 엄마의 인맥으로 겨우 들어간 한심한 직장, 나는 애인이고 싶지만 상대는 나를 섹스 파트너로만 생각하는 나쁜 남자(나쁘다 못해 치사한넘이다.)를 떠나지도 못한다. 지지부진 시간만 죽여가는 인생이다.

 

오랜 친구 릴리언이 결혼을 한다. 어떨결에 신부의 대표 들러리를 맡게 됐다. 절친의 결혼식을 멋지게 꾸며주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영화 광고에는 친구의 결혼식에 시샘과 질투가 폭발해 결혼식을 방해하는 스토리 처럼 나왔지만 전혀 아니다.) 신부의 들러리로 모여든 제각각의 여자들.-릴리언의 사촌 리타, 아들 셋이 있는 핫한 욕구불만 유부녀다. 릴리언의 직장 동료 레베카, 막 결혼한 가식적 깨소금 냄새를 심하게 풍기는 그러나 억눌린 정열의 소유자다. 릴리언의 시누이 메건, 위풍당당 엉뚱 4차원녀다. 새신랑의 직장 상사 부인 헬렌, 애니의 절친 자리를 뺏으려하는 부티나고 그림 처럼 예쁜 싸가지녀다. 그녀들을 이끌고 릴리언이 꿈꾸던 결혼식을 만들어 주려던 애니는 자신의 문제와 함께 꼬이고 망가져 결혼식 준비에서 추방되고 만다.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 보면, 세상에 품었던 야심찬 꿈도 좌절되고, 모아 놓은 돈도 없이 시들어가는 내가 있다. 쿨하고 싶지만 세상은 나를 흔들고(아니 내가 비틀거리는건지) 자존심 지키는게 예전보다 어려운 느낌이 든다. 같이 나이들어가며 시시콜콜 마음을 나누던 절친이 결혼을 한다, 나만 놔두고. 왼손 약지에 다이아몬드 링을 끼자 갑자기 그녀는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된다. 남편 쪽으로 돈 많고 예쁜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고급 호텔의 회원권을 가진 시댁의 레벨로 올라가버렸다. 진정 축하하지만 허전하고 아쉽다. 쓸쓸함을 접어두고 멋지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록 초라한 느낌이 드는건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자격지심 때문이다. 아, 자격지심이 들면 '자기 연민'이 필수로 따라온다. 자기 연민에 빠지기 시작하면 또 모든게 곤두박질 치고 그러다 자신을 잃어버리는건 시간 문제다.      

 

학창시절 이지메를 견뎌내고 자기 세계를 확고하게 이룩한 4차원녀 메건이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며 찔찔 울고있던 애니에게 말한다. "넌 도움을 청하는게 아니라 동정을 원하고 있어. 맞서 싸워, 싸우는 법을 배우란 말야. 네 엿같은 인생과 싸우란 말야. 자신을 그만 괴롭혀."

 

젊은 언니야들은 잊고 있던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상기해야한다.(잠시 잊고 있었던거지 없어진게 아니다.) 자신을 사랑해야한다. 정체가 모호한 불안을 떨쳐내야 한다. 비혼을 결핍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는 애니가 자신을 찾는데 좋은 남자가 일조를 하지만, 사실 자기연민에 빠져있을땐 좋은 남자도 알아보지 못한다. 주변에 나쁜 남자 뿐이라고 투덜대지만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소녀들만 성장하는게 아니다. 언니야들도 성장을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삶은 그녀들을 좌절시킨다. 삶에는 '한번 좌절에 평생 면역'이란 없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잔인하고도 위대한 것이다.

애니와 브라이드 메이드 그 일당들은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 보다 사람 냄새나고 현실감 있다. 현실의 결핍과 한계를 넘어서는게 아니라 인정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평범한 비범함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자들만의 연대와 우정으로 힘을 북돋운다. 일과 자립과 결혼 앞에 고민하는 언니야들 행복할지어다! 

 

하루만 더 견디면, 하루만 더 견딜 수 있나요? 당신 뚯대로 될거에요. 하루만 더 견디세요.

 

 

 

2011년, 미국, 폴 페이그 감독

원제: Bridesmaids

출연: 크리스튼 위그, 로즈 번, 마야 루돌프, 엘리 캠퍼, 웬디 맥클렌돈-코베이, 멜리사 맥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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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Star Trek: TNG | 영화와 책들 2012-04-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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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the final frontier.

These are the voyages of the Starship Enterprise,
it's continuing mission

. . . to explore strange new worlds

. . . to seek out new life and new civilizations

. . . to boldly go where no man has gone before.

'Space, the final frontier...."라고 오프닝 대사가 나오면 벌써 가슴이 뛴다. 나는 이 시리즈를 보며 폐인이 되어 인간관계가 끊어질 뻔하기도 했다.(시즌7까지 제작되어 한 시즌 마다 26~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어 대략 180개의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보았다.)

 

스타 트렉 TNG(The Next Generation)은 스타트렉 오리지널에서 100년 후 23세기~24세기의 지구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초광속으로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Warp 기술을 개발하여 외계문명(벌컨)과 첫 접촉 후 급격하게 기술과 문명이 발전한 상태다.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행성연방(United Federation of Stars)에 가입하고, 연방의 멤버로서 우주를 탐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행성연방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종족들과 때로는 적대관계를 갖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한다. 행성연방은 스타플릿(Star Fleet)이라는 군사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리즈에 등장하는 함선과 인물들은 대부분 행성연방의 사관학교인 스타플릿아카데미 출신이다.

 

등장하는 주요 종족은 호전적인 종족인 클링온, 감정을 통제하고 순수논리를 추구하는 벌컨, 조상은 벌컨이나 오래전에 벌컨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제국을 건설하고 행성연방과 대립각을 세우는 로뮬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동물로 묘사되는 페렝기, 로뮬란과 함께 행성연방과 대립관계에 있는 카다시안 등이다.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 같은 적도 등장한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신에 가까운, 그러나 헛점 투성이 우주적 존재 Q, 생명체와 기계를 결합시켜 완벽함을 추구하며 만나는 모든 종족을 동화시키는 보그(Borg)족.(스타트렉의 여러 시리즈에서 가장 위협적이고 무서운 존재다. 이 종족을 만나 지구는 멸망 직전의 풍전등화의 신세가 된다. 정말 무서웠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의 캐릭터도 전편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다양하다. 함장 피카드는 오리지널편의 커크 선장에 비해 지적이고 학구적이다. 시와 고고학, '얼그레이 핫'을 즐기는 그는 사려 깊고 인간미 넘치며 어떤 위험에서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젠틀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완벽한 리더의 표상이다. 그는 스타 플릿의 전설이 된다.

안드로이드 데이타는 인간과 인간적인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하며 진짜 인간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아닌 그가 가장 인간적인 순수함과 진실함을 보여준다. 그의 인간 탐구는 때때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무한의 지적 능력과 힘을 지녔지만 인간이 아닌 그를 보는 일이 슬플때도 있다.

클링온 워프는 어린 시절 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지구인 부모 손에 자랐다. 클링온으로서의 전사의 본능과 지구인의 이성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새로운 클링온을 대표할 수 있는 진정한 전사로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킨다. 

베타조드 카운셀러 트로이. 베타조드는 텔레파시와 독심술등 높은 정신세계와 감정을 지닌 종족이다. 트로이는 조화와 여성성의 완전한 화신이며 정신감응으로 위험과 공포를 감지하고 오랜 우주 항해에서 생기는 마음의 문제를 카운셀링한다. 

 

일단 재미있는데다 볼수록 더 빠져드는건 이 드라마에는 삶과 우주에 대한 사유,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외, 인종과 문명에 대한 이해, 욕망에 대한 통찰...그 모든게 들어있다. 등장 인물들은 시간 여행이나 평행 우주 같은 각종 모순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고, 옳고 그름의 모호한 윤리적 경계선 위에서 갈등하고, 초월과 현실의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그들의 우주 탐사 여행은 정복과 개척이 아닌 끝없는 배움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이 다른 존재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바운더리를 넘어선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지혜와 용기를 축적해간다. 자신이 믿는 가치에 충실하면서 또한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내면의 힘에 대한 끊임없는 시험을 이겨낸다.

 

최우선 지침(Prime Drective) : 스타플릿의 임무 규약.

1. 다른 행성의 정치, 외교, 무역, 경제, 기술, 학문, 교육 등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는다.

2. 워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저개발 행성에 조우(contact)하지 않는다. 

3. 모든 형태의 생명체를 존중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  

 

기아와 질병, 빈부차에서 해방된 지구인들을 보는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의 인간들은 비교적 유토피아에 근접한 듯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가끔씩 시간의 블랙홀이나 웜홀에 휩쓸려온 20세기의 지구인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탐욕스럽고 장악하려하고 의심해서 보는 20세기(21세기)인들을 부끄럽게한다. 

 

SF적 소도구 미래의 발명품들도 우리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전송장치(사람의 몸을 원자 분해한 후 다른 곳에서 재조립하는 일종의 순간이동장치), 물질 재생기, 홀로덱 등.

특히 가상현실 체험장치인 홀로덱은 가상현실 정도가 아니라, 분자 재결합으로 실제 만지고, 먹고, 여행할수 있는 공간과 존재를 만들어낸다.(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도 여기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설속 장면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등장인물이 돼보기도 하고, 여러 데이타를 모아 가본적 없는 장소와 인물을 재현해 내기도 한다.

 

스타 트렉은 환타지가 아닌 진정한 Science Fiction이다. 그 안에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패러디와 비판, 통찰이 있다. 진정한 우주가 있다. 


얼마나 심취했었는지 이 드라마를 볼때 꿈에 성당 미사에 갔는데 피카드 선장이 신부님이 되어 나타났었다. 이 얼마나 SF적 계시인가 나는 홀로 기뻐했다.

 

 

 

1987~1994년, 미국, 진 로덴베리 창작

출연:  Patrick Stewart, Brent Spiner, Marina Si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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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르바비차 | 영화와 책들 2012-04-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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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세상에 있는건 모두 아름답다는걸 잊고 살았었어요. 

 

마지막에 기어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양쪽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걸 보았다. 세상의 모든 악과 야만이 무섭고, 그래도 그 속에서 사랑을 키워내는 인간이 너무 슬퍼서였다.

 

그르바비차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군의 포로 수용소가 있던 곳이다. 보스니아의 모슬렘 여성 2만여명이 인간청소 프로젝트라는 미명하에('인간 청소'라는 단어가 말해질 수 있다는게 놀랍다.) 조직적으로 강간을 당했고, 10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세르비아 군인들은 무슬림의 '씨'를 말리고 자신들의 '핏줄'을 퍼뜨리기 위해 강간으로 임신한 여성들이 낙태하지 못할 때까지 수용소에 감금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전쟁은 끝났어도 상처는 계속된다. 여자들은 증오를 품어 사랑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의무는 모녀가 화해하고 에스마가 그녀 자신의 과거와 화해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쟁과 야만의 상처가 영원하며 그 상처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을린 사랑'의 나왈이 '이제 분노의 끈은 끊어졌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사라예보 내사랑'- 내전이 있기 전 70년대의 노래라는데 노래가 애잔하다. 수많은 침략과 격랑의 역사 속에 노래도 절로 애조를 띄는 모양이다. 

 

 

2005년,오스트리아 보스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독일 크로아티아

야스미나 즈발리치 감독

원제: Grbavica

출연: 미르야나 카라노비치, 루나 미조빅, 레온 루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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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을린 사랑 | 영화와 책들 2012-04-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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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함께 하는 것 보다 아름다운건 없단다.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엄마 나왈의 유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죽은줄 알았던 아버지, 들어본 적 없는 형(오빠)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유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 없이 나신으로 맨땅에 얼굴을 아래로 매장하고 어떤 묘비도 세우지 말라는 섬뜩한 유언도 곁들여 있다.

 

모호한 단서와 엄마의 흔적을 따라 캐나다에서 중동의 어느 지역으로 간 남매는 엄마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놀라운 진실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는 엄마의 나라가 어디인지 설명이 없다. 하지만 정황으로 보아 내전이 벌어지던 레바논으로 여겨진다.(실제 영화 촬영지도 레바논이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그림자가 없이 스토리를 엮었다.(감독은 '레바논'을 감춘 이유에 대해 "분노의 연쇄고리라는 주제에 보편적인 힘을 부여하기 위해 실제사건을 시적으로 변용한 원작의도를 살렸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피 묻은 손을 다시 또 피로 닦아야했던 잔인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 무참한 진실 앞에서 그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리스 비극 보다 더 처절한 진실 앞에서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그 처절한 진실이, 분노와 고통이 나왈의 가족 뿐 아니라 레바논이든 보스니아든 피로 피를 닦아야하는 하는 곳 어디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데 우리는 전율하게 된다. 

 

엄마 나왈이 남매의 아버지에게 쓴 편지다.

떨리는 손으로 이 글을 쓴다. 난 널 알아봤는데 넌 날 못 알아봤어. 정말 놀라운 기적이었어. 난 네 72번이야. 이 편지는 우리의 자식들이 건네줄 거야. 그애들을 못 알아볼거야 아주 아름답거든. 하지만 걔들은 네가 누군지 알아. 그들을 통해서 말하고 싶어, 네가 아직 살아있다는걸. 하지만 넌 곧 침묵하겠지. 알아, 진실 앞에 침묵할 수 밖에 없을거야. -창녀 72번.

 

남매의 형(오빠)에게 쓴 편지다.

내 아들에게. 이건 사형집행인에게 말하는게 아니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항상 널 사랑할거야. 이건 네가 태어날때 네게 했던 약속이야, 내 아들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항상 널 사랑할거야. 내 평생 동안 널 찾았는데 드디어 널 찾았어. 넌 날 알아볼 수 없었단다. 네겐 오른쪽 발꿈치에 문신이 있단다. 내가 그걸 봤어. 난 널 알아봤지. 네가 멋지다는것도 알았어. 이 세상의 모든 달콤함과 함께 널 기억할게, 내사랑. 네 자신을 위로해라. 그 무엇도 함께하는것 만큼 아름답지 못하니까. 넌 사랑으로 태어났단다. 네 동생과 여동생도 사랑으로 태어났어. 함께 하는것 보다 아름다운건 없단다. -너의 엄마 나왈 마르완.

 

아,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나. 나왈 자신은 진실 앞에 목숨을 놓아버렸으면서 남은 자들에게 '세상에 함께 하는것 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제 분노의 끈은 끊어졌다'고 말한다. 분노의 끈은 끊어졌지만,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나는 나왈이 원망스럽다.

 

촬영도 스토리도, 영화를 만든 솜씨가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나왈을 원망한다. 감독을 원망한다.

 

"과거란 목구멍 속에 박힌 칼처럼 빼내기 힘든 것이다."

 

 

2010년,캐나다 프랑스, 드니 빌뇌브 감독

원제: Incendies

출연: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데소르모-풀랭, 막심 고데트

 

 

*원제 앵쌩디( Incendies)는 동란, 반란, 격한 감정의 폭발이란 뜻이라 한다. 한국어 제목이 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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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중세의 사람들 | 영화와 책들 2012-04-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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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사람들.

원제: Medieval people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l 즐거운상상.

 

 

중세는 우리를 매혹한다. 마치 우리 인생의 청춘처럼 신비와 어둠, 뜨거움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위대한 문명의 빛이 사위어가고 땅위에 야만의 어둠이 덮쳤어도 그 어둠 속에서 신 앞에 무릎 꿇은 인간, 아름다운 성과 장원, 왕자와 공주와 기사의 시간들, 마녀와 깊은 숲과 마법의 기운....성 밖 셔우드의 로빈 후드와 유쾌한 도둑들이 우리를 매혹되게 한다.

하지만 어둠과 미망의 베일을 걷어내면 그 안에 '사람들'이 있다. 일하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길을 떠나는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이 있다. 왕과 영웅들이 전쟁하고 역사책이 씌여지는 사이에도 신성한 노동으로 하루 하루를 살던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를 낳은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있다. 

 

저자는 '위대한 역사가는 이제 주방에서 식사를 한다'고 말한다. 역사의 다이닝 홀이 아닌 주방에서 식사하며 우리를 낳은 아버지들의 시간을 재구성하는것이다.

로마제국 쇠퇴기를 살았던 마지막 문명인 아우소니우스와 시도니우스와 포르투나투스와 그레고리.- 찬란한 문명이 어떻게 사라져 폐허가 돼 가는지, 정글이 왕성한 생명력으로 마을을 잠식하듯 야만의 그림자가 문명을 서서히 덮쳐가는 모습을 그들을 통해 목격하게 된다. 

샤를마뉴 치세 프랑크 왕국의 농부 보도.- '샤를마뉴의 지침서'나 '수도원장의 영지 기록부'로 본 농부 보도의 고달픈 노동의 일상과 그들의 여가 생활, 축제를 통해  중세 농노들의 삶을 시골 친척 얘기를 듣는듯 자세하고 정겹게 들려준다. 

베네치아의 상인 겸 여행가 마르코 폴로- 대항해시대와 제국주의 침략 이전, 중앙아시아 육로를 통해 중국의 진기한 문명을 경험한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수녀원장 마담 에글렌타인.- 수녀들의 수도원 경영과 성무일과, 여느 귀부인과 다름 없이 세속의 즐거움을 누렸던 어느 수녀원장의 즐거운 생활도 엿볼 수 있다.

파리의 중간계급 가정주부.-15살 어린 신부를 맞은 나이 지긋한 파리 중산층의 가부장이 아내를 가르치는 세세하고 시시콜콜한 가르침이다. 잔소리가 심하지만 자상함이 넘쳐(자신이 먼저 죽은 후 아내가 재혼해 전 남편이 잘가르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지금 그대로 인터넷 주부 수다방에서 '우리 남편 어때요, 이만하면 자상하죠'에 나와도 될 정도이다.   

잉글랜드의 두 상인(양모 무역 상인, 모직물 제조 판매업자)-암흑이라 알려진 그 시대가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산업 자본주의의 바탕이고 어떻게 준비됐는지 그들의 편지들(연애 편지도 있다), 비석의 동판, 주택을 통해 알게 된다.  

 

오래된 유적지의 건물이나 돌무더기 앞에서 마음 속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보던 그들의 생활이 이 책에 나타나 있다. 왕자들의 전쟁 뒤에서 삶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들의 생생한 이야기이다. 아주 재미있다. 역사와 경제사와 문학을 종횡무진하는 저자 아일린 파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해박하고 유려하고 유머도 있다. 게다가 그녀는 무척 아름다워 당대의 석학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니 더욱 놀랍다. 동료 교수가 "아일린, 당신은 꼭 세미라미스(고대 아시아의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왕) 같군요." 했다는데, 책에 저자의 사진이 없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있겠지만 이 책을 소개해준 껌정드레스님의 얼굴을 떠올리는 걸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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