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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 | 이야기들 2014-07-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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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무런 말씀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셨다. 소화가 안돼 식사를 잘 못하신단 얘기를 듣고 낮에 죽과 반찬을 싸서 갔다 왔는데 저녁에 홀연히 세상을 뜨셨다. 가져다 드린 반찬 드시지도 않고 그냥 떠나셨다.

 

낮에 뵌 아버지는 어딘지 빛이 희미하게 느껴져 마음이 불안했는데 그렇게나 빨리 떠나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왔다가면 늘 주차장까지 배웅해 주셨는데 그날은 나오지 못하시고 집안에서 "잘가라!" 하시는걸 아무 생각 없이 "나오지 마세요." 하고 돌아왔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아버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모였다. 20년만에 30년만에 만난 사람들이 지난 얘기를 하고, 아버지 얘기를 하고.... 아버지를 아는 모든 사람이 모였는데 아버지만 안계셨다. 우리 자매들은 우스개 소리를 들으면 하하 웃다, 다시 아버지 생각에 엉엉 울었다. 울다가 아버지가 어딘가 계시는거 같아서, 그냥 집에 계시는거 같아서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이 아득해졌다.

 

뒤돌아 생각할때 유난히 선명히 떠오르는 장면 하나는 젊은 아버지가 검고 숱 많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툭툭 털어 말리던 모습이다. 어린 내게도 아버지의 젊음이 싱그럽고 건강해 보여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지나왔는지....아버지의 몸은 젊음도, 근육도 사라지고, 그 숱 많던 검은 머리는 백발로 세어 이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셨다.

 

년 초에 신년 음악회에 갔는데 메인 연주곡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었다. 아버지는 베토벤을 좋아하셨고 그 중에도 '운명'을 제일 좋아하셨다. 다시 태어나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운명'을 들으면 늘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날도 아버지 생각이 나서 뵈었을 때 음악회 예매를 해드릴까 물었더니 귀에 이상이 생겨 음악을 못듣는다고 하셨다. 그것도 몰랐던 나는 가슴이 덜컥 할 정도로 충격을 받고,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공포를 느꼈었다. 그러고도 나 바쁘다고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서가에 책을 가득 꽂아주셨다. 끊임없이 다양한 책들을 들여놓으셨는데 문학 전집류나 대백과사전 같은 책들 뿐 아니라 버트란드 러셀, 로맹가리, 처칠의 자서전, 20세기 여성 위인전 등 언제 이런 책이 있었지? 싶게 말 없이 여러가지 책들을 사다 놓으셨다. 형제 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나를 위해 말 없이 책을 들여놓으셨던가 보다. 장녀인 나에 대한 아버지의 말 없는 그 기대가 부담되고 싫었던 시절도 있었다.

 

인간이 달에 간다고 어린 우리들을 티비 앞에 모아 한없이 지루한 그 중계 장면을 보게 하셨다. 동생과 내게 매달 '소년중앙'을 배달해 주시며 즐거워하셨다. 우리가 백점을 맞거나 1등을 하면 퇴근 길에 늘 통닭을 사오셨다. 수영하는 아버지 등에 매달려있으면 그것처럼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내 대학 입학 원서를 손수 내러가셨다. 결혼하는 내 손을 잡아주셨고, 첫 손주가 태어나자 더 할 수 없는 사랑을 쏟아부으셨다. 그 애지중지 사랑했던 손자의 품에 안겨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 이제 장성한 손자의 친구들이 아버지의 관을 들었다.

 

아버지의 관이 땅 속으로 들어가자 아버지 전 생애의 슬픔이 휘몰아쳐 내 몸을 통과해 멀리 멀리 사라져갔다. 식민과 전쟁, 분단과 근대화의 한 시대를 온 몸으로 지나온 아버지의 시대가 영원히 저물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제 아버지 안계신 세상이란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부터 난다. 아, 아, 아버지! 그립고 그립고, 사무치고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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