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스포를 포함합니다.
게임을 안해도 게임물을 많이 읽다보면 대충 눈치로 알 것 같은 내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1권이 기본예제. 2권을 심화 문제처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1권에서는 길드전인 행성전을 묘사할 때 비교적 간결하게 서술한 반면, 2권에서는 다른 소설들처럼 비교적 어려운 전략적인 묘사들도 표현되어 있어요. 게임을 안하거나 게임 소설을 안 읽어본 사람들은 이런 부분이 와닿지가 않을 수 있는데, 1권에서 트레이닝을 했기 때문에 2권에서 표현되는 더 본격적인 게임 묘사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게임물 안 읽어 본 사람보다는 많이 읽어 본, 이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지만 앞의 이유로 게임 초보들이 읽어봐도 괜찮은 소설이겠다 싶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주인수의 시선에서 주인공은 비교적 착하고 선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잖아요. 제3자의 입에서 '주인공이 저럴 줄 몰랐다'라고 표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성격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수록되었으면 더 와닿으면서 공 매력이 더 잘 느껴졌을 것 같아요.
게임 소설들이 보통 L 묘사가 적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L에 개연성이 없다기 보다는 독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수와 주인공이 고등학생일 때 같이 게임하며 지냈던 시간이 한줄로만 표현되어있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보여주지는 않는데요. 그 시기에 둘이 정서적 교감을 하며 주인공은 애정을 키우고 주인수는 우정에 가까운 마음을 키웠을 거라고 예상돼요.
주인수는 거기에다 자신을 믿어준 공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해진 상태에서, 공을 직접 만났을 때 자신도 몰랐을 것 같은 얼빠 기질이 폭발합니다. 만남 전에는 소울 메이트에 가까운 존재였다면 만남 이후에는 연애 감정으로 마음이 변하는 게 납득이 되어요.
반면에 주인공은 주인수와 재회하기 이전부터 연애 감정을 품고 있는 걸로 나오는데, 과거의 에피소드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다보니 지레짐작으로 힘든 시기에 뭔가 의지가 되고 그게 연애감정으로 발전했나보구나 하는 추측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만나지 않고도 연애 감정을 가질 수는 있는데 아예 그 과정이 표현이 안되니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납득이 된다 하면 큰 걸림돌 없이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게임물 좋아하는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